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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Aug 01. 2019

소비가 미덕인 사회

[소비의 사회] 보드리야르



한때 물자절약이 사회적 분위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이면지를 활용하거나 몽당연필을 쓰거나 하던 시절 말이다. 많은 원자재가 외국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절약을 강조함으로써 국제수지를 개선시켜보려는 정부의 노력이 있었던 시기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10년타기 운동 같은것이 있었지만 전국적인 캠페인으로 번지진 못했다. IMF로 어려울때 일부 상류계층의 과소비가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요즘들어 누군가 물자절약 운동을 벌이게 되면 별로 고운 시선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경제적 수치로 나타날때 시장에 긍정적 신호가 오는 것이므로 오히려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만드는 것보다 파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기업들은 온갖 미디어와 수단을 동원하여 사람들에게 주술을 건다. 이 차를 사는 순간 도시스타일의 멋진 남자가 된다고 하고, 당신이 사는 집이 당신의 품위를 결정한다고 속삭인다. 늘씬한 미녀가 음료를 마시면서 멋진 몸매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고, 버튼 하나로 모든게 자동으로 동작하는 가전제품은 바쁜 현대인의 생활의 필수품처럼 여겨지게 한다. 사람들은 이같은 광고에 하루종일 노출되어 있으며 무의식에 축적되어있다가 선택의 순간에 광고의 선전문구가 조건반사적으로 울린다. "아 이 우유는 DHA가 많이 들어가 있다고 했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소비를 위하여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것 같다. 인생의 목표는 무언가를 사거나 구입하기 위한 것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성공한 CEO가 타는 멋진 세단을 사고, 여배우가 행복한 표정을 짓는 강변의 최신식 아파트를 사고, 해변의 비키니녀가 손짓하는 이국의 해변을 가고, 금발 모델이 시크한 표정으로 들고 있는 핸드백을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다. 보드리야르는 사람들의 숭배의 대상이 생산의 영웅들에서 소비의 영웅들로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과거 발명가, 창업자, 개척자, 재벌의 이야기가 연예인, 스포츠스타, 부유한 왕자의 이야기로 바뀐것이다. 이들은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서 맘껏 치장한 자신을 대중에게 보여주거나 광고모델로써 대중들에게 소비의 지향점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영웅들과 같이 되거나 비슷하게 되는 것이 과거나 현재나 보통 사람들의 바램일진대 그런 의미에서도 현대사회는 소비의 사회라고 부를만 한것이다.



이제 소비자가 상품을 사는 행위는 단순한 용도의 문제를 넘어서 어떤 기호나 이미지를 사는 것이다. 상류층은 남들과 다른 자신의 위세를 내보이기 위해서, 중간계층은 상류층의 기호를 따라가기 위해서 소비를 한다. 명품핸드백이 비싼 가격에도 없어서 못파는 것은 디자인이나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상류층의 기호이기 때문이다. 노스페이스 파카가 한국의 중고등학교를 휩쓴 이유는 일부 주도층 학생들이 노스페이스 파카를 입기 시작했고 그것을 너도나도 따라입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의 중고등학교 학생들 내부가 계층화, 서열화 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계층상승의 욕구가 해소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소비를 멈추지 않는것이다



이와같이 소비의 행태에 따라 사람이 구별되어지는 사회이므로 인격이나 교양같은 전통적인 가치가 현대산업사회에서는 이미 쓰레기통에 들어간지 오래이다. 현대산업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는 바로 소비를 많이 할 수 있는 부자들의,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을 위한 사회이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다 가랭이가 찟어진다는 소리를 들어도 최소한 부자 흉내를 내는 사회이다. 그것이 대중들에게 거는 주술이건 자본주의의 어쩔 수 없는 속성이건 상관없다. 현대산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진짜로 바라는 우리 자신의 모습은 실제로 TV속에, 잡지속에, 쇼윈도 속에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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