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도 KT위즈 팬이다. 우리는 늘 함께 야구장을 간다. 그리고 KT가 1승을 하는 날이면 와펜을 하나 구입해서 승리를 기념하여 우리의 응원복을 꾸민다. 아들과 나만의 취미다.
사실 야구를 보러 다니기 시작한 이유는 하나다. 아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다. 한 해가 다르게 커가는 아들과 둘만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랄까. 그리고 그 추억들을 어떻게 하면 우리만의 추억으로 기록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바로 우리만의 야구응원복을 만드는 것이었다. 난 아들에게 등번호와 우리를 이어 줄 이름을 정해보자며 거의 한 달 가깝게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 결정한 것은 바로!!!
KT위즈에게 가장 필요한 승리!!! 그래서 우리는 '승리를 위하여'라는 문구를 넣기로 했다. 당연히 아들이 '승리를' 그리고 난 '위하여'가 됐다. 어쩌다 보니 술을 많이 마시는 아빠의 '추임새' 같기도 하다.
29와 30은 각각 우리만의 비밀 암호 숫자다. 공개적으로 밝히면 개인정보 유출 이슈가 발생할 듯하여. 아들과 나의 상징하는 숫자라는 정도만 밝히고자 한다. 실제로 아들은 29란 숫자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아들의 애정이 담긴 숫자다. 30도 내게 그런 숫자다.
뭔가 아쉬운데
등에 구호와 번호만 달아놓고 보니 뭔가 아쉬웠다. 우리의 응원복이 너무 심심하게 보였다. 좀 더 화려하게 그럴듯하게 꾸미고 싶었다. 하지만 딱히 무언가 떠오르진 않았다.
그러다 홈경기 응원을 간 날 KT위즈가 정말 오랜만에 승리를 거두게 됐고 아들과 난 이번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기념품을 사기로 하고 KT위즈샵을 찾았다. 무엇을 살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옷에 붙이는 와펜을 보게 됐고, 내 마음속 깊은 곳의 야구팬 자아는 '그래 이거야'라며 유레카를 외쳤다. 나름 나 자신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우리 KT가 승리할 때마다 와펜을 붙이자
아들에게 제안했고, 아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굉장히 신나 했다. 물론 우리가 경기장에 찾은 날 승리를 한다는 조건이었다. 내 주머니 사정도 있으니 말이다.
아들과 난 2018년 한 해 15경기를 소화해냈다. 원정 경기도 이중 1/3 정도 다녔다. 원정경기라고 해봤자 인천 문학구장과 서울 잠실구장 정도지만.
그렇게 아들과 나의 응원복에는 와펜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홈 경기장을 찾은 날 승리의 여신을 만나기란 참 어려웠다. 너무도 안타깝게도 우리의 양 어깨에 붙여있는 와펜이 전부였다.
두둥 2019 프로야구 개막
그리고 올해 야구 시즌이 개막을 하게 됐고 난 과감히 올해 24경기를 소화해보겠다며 연간 시즌권을 구매하여 선등급을 이뤄냈다. 물론 첫 구매다 보니 주중 시즌권을 구매하는 실수를 범하여 '화수목' 경기만 가야 하는 다소 난감한 상황이 됐지만...
우리는 개막전 경기를 관람했다. 이날은 아내도 함께 했다. 그리고 그날 보기 좋게 KT는 승리를 거머쥐었다. 우리의 약속대로 와펜을 달아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하지만 그날은 아쉽게도 KT위즈샵에서 마땅한 것을 사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러다 마블 와펜을 보게 됐고, 아들에게 제안했다. "우리 마블 어벤저스를 우리의 응원복에 담는 것 어때?"라고. 사실 KT와 마블 어벤저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KT가 5G 상용화를 시작하면서 5G 마케팅에 활용한 것이 마블 '어벤저스: 엔드게임' 이어서다. 실제로 KT위즈샵에도 마블 모자부터 마블 콜라보 응원복이 판매되고 있다.
비록 KT위즈샵에서 산 것은 아니지만 나름 귀엽게 나온 마블 와펜을 종류별로 다 사서 응원복에 붙였다. 캐릭터 와펜의 배치는 아들의 솜씨다. 보는 눈이 남다른 것 같다. 아빠보다 훨씬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것 같다.
그렇게 우리의 조금 밋밋했던 우측 가슴 쪽에는 어벤저스 군단이 자리를 하게 됐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와펜이다.
마음 한 켠에는 목덜미 쪽에 무언가 좀 심심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마블이 붙으니 더 멋져 보인다. 그리고 아들 모자에는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붙여줬다.
꾸며가는 재미도 하나의 추억
2019년에도 수원KT위즈파크, 5G 스타디움을 찾을 것이다. 우리가 찾은 날 과연 몇 번의 승리를 우리에게 안겨줄지 모르지만, 아들과 난 '승리'를 자축하며 응원복을 꾸며나갈 것이다. 아들이 나와 놀아주는 그날까지 말이다.
소중한 추억을 기록하는 중
사실 아들과 취미를 함께 한다는 것은 내 나름대로 소중한 추억을 기록하는 것이기도 하다.
요즘 구글 사진을 자주 들여다보곤 한다. 그 이유는 아들과 내가 함께 사진을 찍으면 구글 포토가 알아서 과거 아들과 내가 함께 한 사진을 나란히 붙여줘서다.
현재와 과거가 담긴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과거 아들과 함께 했던 행복했던 시절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중
아들이 야구장에 처음 간 나이는 4살이다. 야구장에서 노래를 들으며 율동을 하는 것을 매우 쑥스러워하던 아들이었지만 지금은 야구장에서 피자와 콜라를 먹으며 음악에 맞춰 율동하는 모습이 꽤 자연스럽다.
사실 야구장에 아들이 가는 이유는 피자와 콜라를 먹을 수 있어서다. 응원가를 부르고 응원을 하는 것보다는 밖에 나와서 마음껏 소리 지르고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으니 좋아하는 것 같다.
요즘은 동네 형들과 노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래도 감사하게도 내가 퇴근해서 들어오거나 주말에 있으면 나랑 함께 무언가를 하길 원한다. 언젠가는 나랑 놀아주지 않는 시기가 오겠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아빠를 찾아주니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다음 주에 야구장 티켓을 예매했다. 아들과 나만의 야구응원복을 입고 야구장에 가서 또 하나의 추억을 쌓을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설렌다. 그렇게 나도 아빠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