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을 밟은 건 내 책임이고 내 부주의한 결과다
아들과 브런치를 하러 갔다
주말 육아는 나의 몫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들과 난 EBS를 본다. 번개맨을 보기 위해서다. 미니특공대나 오조봇 시청은 부가적이다. 아들에게 이 시간은 매우 소중하다. TV 시청을 최소화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오늘도 아들과 아침 TV 시청을 기분 좋게 마쳤다. 아들은 자기 방에 가서 블럭 놀이를 하고 난 그 사이에 집안 청소를 한다. 요즘 내 삶의 패턴이다.
허기진 배를 달래려 아들과 외출을 시도했다. 보통 김밥천국으로 가는데 이날은 브런치로 잡았다. 모닝 커피가 절실해서다.
예전 대학 시절 토익 스터디에서 한 형님은 내게 말했다.
"비오는 날엔 블랙 커피를 마셔야 해"
당시 난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블랙커피라니..... 하지만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는 블랙커피다. 쓰디 쓴 아메리카노.
으악
기분 좋게 아들과 브런치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려는 찰나...
운동화 바닥에 끈적거리는 불쾌함이 느껴졌다. 껌이 붙었다.
누군가 껌을 길바닥에 뱉어놓은 것을 내가 밟은 것이다. 상태를 보아하니 뱉은지 10분도 안된 것이었다.
'젠장 하필이면...'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아이 앞에서 짜증을 낼 순 없었다. 짜증을 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기도 해서다.
운동화 바닥에 붙은 껌. 내가 밟으면 밟을 수록 더 바짝 눌러붙는다.
떼어내기 위해 바닥을 땅에 비벼대도 껌은 떨어지지 않는다. 더 공고히 붙어버린다.
흙이 있는 곳으로 갔다. 흙의 마찰을 이용해서 떼어내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것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손을 써서 떼어냈다. 휴지를 가져와서 직접 뗐다. 그제서야 깔끔하게 떼어졌다.
그러고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껌이 붙었다. 껌을 밟은 것은 나의 책임이고, 부주의로 인하여 밟은 것도 내 탓이다.껌을 뱉은 사람을 욕할 이유가 없다.욕한다고 현재의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내 손이 더러워지는 것을 두려워해 손을 쓰지 않고 껌을 떼려했다가 오히려 더 바닥만 지저분해졌다. 껌은 떼려고 할수록 운동화 바닥에 더욱 더 굳게 붙어버렸다. '처음부터 내 손이 더럽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손을 떼어냈다면 더 빨리 더 깨끗하게 떨어졌을텐데'라고 후회했다. 이만하길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깔끔하게 떨어졌으니 말이다.
이제 운동화 바닥을 깨끗히 씼어낼 준비를 해야한다. 손도 비누로 씻어내면 그만이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오늘도 인생의 교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