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냐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함부로 포기하지 마라

by 광화문덕
5월 23일 목요일
두산 vs KT

사실 KT위즈팬이지만 두산과의 경기에 승리를 원한 건 아니었다. 그저 야구장을 들러 내가 좋아하는 팀을 아들과 함께 신나게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내겐 나름의 행복이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수원KT위즈파크에 가서 탁 트인 경기장을 보는 것이 좋았다. 같은 응원복을 입고 같은 팀을 응원하는 분들과 함께 응원가를 부르며 율동을 함께하는 것도 내겐 그 자체만으로 즐거움이다.

엥???
1회 초에 벌써 1점???

수원KT위즈파크를 1km 앞두고 정체가 빚어졌다. 결국 7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도착해서 허기진 배를 달래려 아들의 최애템 치즈가 전부인 피자와 콜라 세트를 얼른 사들고 관중석에 앉았다.


초반 경기는 빠르게 흘러갔다. 벌써 3회를 지나가다니... 전광판을 봤다. 두산이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1점을 따냈다. '두산의 화력이 초반부터 불붙는구나...' 혼잣말을 했다.


늘 그렇듯 아들과 난 피자와 콜라를 먹으며 응원가를 불렀다. 율동도 함께. 아들은 키가 작아 관중석 의자에 서서 응원한다. 나에게 안겨서 응원을 하기도 한다.


아들은 오늘따라 전광판에 쓰인 숫자에 관심을 보인다. 오늘 경기에 두산과 KT 모두 투수 교체가 잦아서일까. 아니면 요즘 산수에 열심히인데 그 여파일까. 아들이 묻는다.


"아빠 저 선수는 왜 0을 많이 모았어?"


전광판을 봤다. KT 투수 소개란에 '0'이 참 많았다.


"응 아직 우리가 경기를 많이 하지 못해서 그래. 그건 숫자일 뿐이야. 선수들을 봐봐 멋지게 경기를 하고 있잖아"


숫자는 숫자일뿐이니. 숫자에 나타난 것은 과거일뿐 난 아들에게 현재를 보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과거의 나가 현재의 나를 반드시 규정지을 수는 없는 법이니.


9회 초

사실 경기가 8회 말까지는 큰 이변 없이 1대 0을 유지했다. 경기 흐름도 빠르게 흘러갔다. 이쯤되니 '오늘은 이대로 경기가 끝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피곤함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1시간 넘게 운전하고 가려면 지금쯤 일어나야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엉덩이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맞게된 9회 초... KT는 위기를 맞았다. 경기의 흐름이 두산으로 완전히 넘어간 듯했다. 3루 쪽 두산 응원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두산!!! 두산!!!"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렸다.


경기는 만루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두산이 추가로 1점을 보탰다.


하지만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투수의 공이 극적으로 스트라이크에 꽂히며 9회 초는 그렇게 잘 방어했다.


그리고 다시 고민했다. '이제 일어나야하지 않을까'라고... 사실 2대 0으로 경기가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커서다.(KT 위즈 선수 및 팬분들 죄송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았다. 금방 끝나겠지란 생각에 경기를 끝까지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9회 말 마지막(?) 공격

타자 강백호 선수의 등장. 첫 타격!!! 3루 외야 쪽으로 크게 뻗어나간다. 관중석에서는 모두 큰 소리로 함성을 질렀지만 아쉽게도 파울.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하지만 이 한 방은 KT 응원석 분위기를 한 순간에 바꿔놨다. 응원석은 다시 활기를 띄게 됐고 고조되어갔다.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한방이었다.


난 박수를 열심히 쳤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 선수들이 끝까지 경기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 타격이라 생각해서다.


그리고 이어진 2번의 파울과 4번의 잘 참고 골라낸 볼. 9회 말 첫 타자 강백호는 잘 살아남아 1루로 무사히 진출했다.


다음 타자 로하스. 로하스 역시 한방이 있는 선수다. 우리는 기억한다. 로하스가 안겨준 역전승의 짜릿함을. 로하스의 등장만으로도 관중석의 기대감은 더욱 고조됐다. 응원의 달인 응원단장님은 이 기세를 몰아부쳤다. 어느새 응원석은 한껏 흥분돼 있었다.


로하스는 대범하게 승부를 걸었다. 투수와의 정면승부를 선택한 것 같았다. 첫 타구 파울, 두 번째 타구 파울... 세 번째는 높게 떴다. 원 아웃.


세 번째 타자는 유한준 선수다. 라인업이 정말 최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중하게 공을 고른다. 그리고 터진 안타.

이제 마음속에 슬슬
욕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는 KT 위즈의 상징 박경수 선수. 친 공이 높이 떠서 투아웃 상황이 됐다.


이제 마지막 선수, 황재균 선수다. 1루와 2루에 2명의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 황재균의 과감한 승부다. 첫 구를 받아쳤다. 공이 앞으로 쭉 뻗어나간다. '혹시 홈런....'이라는 기대감이 폭발하려는 찰나... 펜스를 넘기지는 못했지만 동점을 만든 귀중한 2루타다!!!


2아웃 상황이어서 황재균이 공을 침과 동시에 1루와 2루 주자는 홈으로 내달렸다. 1루주자와 2루주자가 거의 동시에 홈을 밟았고 황재균 선수도 무리없이 2루에 안착했다.


2대 2 동점이다!!!!!!!!

출처: 다음 스포츠중계
연장전
10회 초 두산 공격

교체된 마무리 투수의 호투로 생각보다 쉽게 마무리됐다.

출처: 다음 스포츠중계
10회 말 KT 공격

흐름이 완전히 넘어왔다. 첫 타자 2루타. 승부수 희생번트. 주자 3루. 강백호와 로하스는 고의 4 구로 주자 만루 상황. 마치 두산 9회 초 공격 때를 보는 것 같다.


두산은 강백호와 로하스와 비교해 타격이 약한 편이라고 판단한 송민섭 선수와 승부하기로 선택한 것 같다.


송민섭 선수는 2구째를 받아쳤고 타구는 좌익수 앞에 떨어졌다. 3루 주자 김민혁이 홈으로 들어오며 KT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경기 종료.

출처: 다음 스포츠중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들이 오늘 경기를 기억한다면... 그런 날이 오게 된다면...


아들이 힘겨운 도전을 하게 될 때 난 오늘 경기를 이야기해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응원할 것이다.


늘 마음으로 아빠가 응원하고 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다음은 이번 경기의 승리의 주역인 황재균, 송민섭 선수 관련 내용이다. 참고로 황재균 선수 광고는 요즘 하다.




새로운 와펜 추가

KT 위즈의 이번 마법같은 뒤집기 승리는 창단 후 처음으로 두산 베어스와 3연전을 모두 승리하며 달성한 스윕이기도 하다.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KT위즈가 2013년 창단해 2015년 1군 무대에 뛰어든 이후 두산과의 3연전을 싹쓸이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얘기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아들과 내 응원복에는 좀 더 색다른 와펜을 달았다.

'ㅋㅋㅋ', 'ㅎㅎㅎ', '사랑해'라고 쓰여져 있는 와펜을 마블군단과 또리에게 달아줬다.

다음번 관람이 기대된다!!! KT위즈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