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위즈가 창단이래 첫 9연승이란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패에 익숙했던 팬 입장에서 이번 KT의 9연승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렇기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연승이란 기록은 팬 입장에서는 역사의 순간을 함께 하고 있음 그 차제다. KT의 9연승은 KBO 리그 판도를 흔들고 있을 뿐 아니라, KT위즈란 프로야구팀의 저력을 보여주는 소중한 기록이다.
KT위즈 팬은 응원가처럼 모두가 하나 되어 'KT위즈'의 승리를 외치며 하루하루를 기억하고 있다. 연승 행진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승리를 위해 매 경기마다 온 힘을 쏟아 누적된 피로도가 클 텐데 KT위즈 선수단은 매번 멋진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다. 감사한 마음이다.
팬에게 선수들에게 힘을 보태는 방법은 응원이외에 뭐가 있으랴. 이 때문에 이번 주에는 두 번의 경기를 찾았다.
7월 2일 화요일 'KT가 창단 이래 첫 6연승이란 고지를 넘을 것인가'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수원 홈경기, 그리고 어제 7월 6일 토요일 'KT의 10연승에 대한 기대감, 누가 KT를 막으랴' 대전 한화생명이글스 파크 원전경기. 이렇게 두 경기다.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이느라 면도를 못해 수염이;;;; 아들아 여기를 좀 보렴
KT위즈 원정대
대전 한화 구장에 오게 된 것은 운이 좋았다. 위즈앱에서 KT위즈 원정대 모집 공지 알람을 보고 신청했는데 당첨됐다. 200명 안에 운이 좋아 뽑히게 된 셈이다.
사실 처가댁이 대전이라 대전 한화 구장을 한 번쯤 가보고 싶었다. 한화 직원들조차 구하기 힘들다는 한화 티켓이 주는 인상은 부러움이기도 하다.
실제로 내가 수원 홈경기에서 경험한 한화 팬들의 열정은 남달랐다. 한화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수원 경기장은 3루를 너머 1루 응원석까지 한화 팬분들도 가득 찬다. 내가 경험한 한화와의 경기는 늘 그랬다. 수원이 KT위즈의 홈구장이지만, 1루에서 한화 응원가를 부르는 분들의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지곤 했다.
뙤약볕 아래 KT와 한화의 경기가 시작됐다. 아니나 다를까 한화의 홈구장 속 응원단의 위세는 대단했다. KT위즈 원정대 뒤편에 마련된 테이블석을 비롯해 원정대가 예매한 200여 석을 둘러싼 나머지 3루 자리 대부분이 한화 팬분들로가득 찼다.
초반부터 벌어진 불편•불쾌한 신경전
KT위즈 원정대가 자리 잡은 뒤편 테이블석에 자리 잡은 한화 팬 한 분의 열정이 솟구침을 느꼈다. 응원단장처럼 큰 소리로 응원가를 반주 없이(?) 외쳐댔다. 한화 공격 속 침묵하던 KT위즈 원정대 응원석에서는 급기야 그를 향해 "조용히 좀 하라"는 식의 항의성 멘트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처럼 경기에 집중하려고 하는 분들이 많긴 했지만, 안그래도 폭염 속 불쾌지수가 올라간 상황에서 한화 팬 분의 열정은 좋게 보이지 않아 보였다. KT위즈 원정대분들의 표정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울그락불그락. 몇몇 분들은 뒤를 돌아보며 대놓고 불쾌한 내색을 보이며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러다 싸움 나겠다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응원단의 공기는 심상치 않았다. 한화 팬으로 보이는 분은 KT위즈 팬의으로부터 이러한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는 듯했다. 더욱 더 응원 목소리를 높였다.
KT수원위즈파크 홈경기 때에도 이런 경험이 있다. 1루 쪽 응원지정석 위에 마련된 응원석에 한화 팬 분들이 대거 자리를 잡고 있었고 한화 팬들의 응원소리에 1루 응원지정석 KT위즈 팬들이 경기를 즐기지 못하고 불편하고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나 역시도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복잡한 감정이 드는 것을 느끼니 경기장에 있는게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야구경기를 직관하는 것은 응원을 하기 위해서다. 응원가를 부르고 같은 팀 응원단 속에서 함께 율동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 굳이 집에서 보지 않고 야구장을 찾는 이유다.
그런 차원에서 누구나 경기장 내에서는 모두가 큰소리로 응원할 수 있다. 그러는 게 자연스럽다. 경기 보며 응원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또한 경기장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구단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1루를 넘어 3루까지 확장한 응원단의 모습은 구단 운영 측면에서는 반길 일이다.
하지만 1루와 3루 응원석을 나눠놓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만약 예약을 늦게 하여 1루가 아닌 3루에서 응원을 해야 한다면 상대팀 응원석에 앉았으니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뭐 그런 복잡한 생각들이 원정 응원을 온 입장에서는 마음속에 가득했다.
너무한 한화 팬 아저씨
KT위즈 원정대 뒤편에 앉은 한화 팬 아저씨가 급기야 KT위즈 원정대에 한 분에게 찾아와 시비를 거는 듯 보였다. 상대를 향해 거친 표정과 함께 말과 손짓을 하는 걸 보게 됐다. KT위즈 원정대 팬 분은 동요하지 않고 잘 넘기는 것 같았다. 자칫 폭력 사태로 벌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돼 계속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한화 팬 아저씨가 시비를 건 그 KT위즈 원정대 아저씨 옆에는 중학생 딸이 앉아 있었다. 같은 부모로서 안타깝고 속상함 마음이 일었다. 한화 팬 아저씨의 극단적인 행동은 한 아버지의 자존심을 딸 앞에서 산산조각 무너져버리게 만들었다. 딸의 마음이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됐다. 감정이입이 되니 나도 너무 속상했다. 멋진 아빠가 되고자 하는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 아닐까. 화장실을 가다 보니 한화 팬 아저씨도 아들이 있었다. 그걸 보며 참 너무한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오늘 경기는 여러모로 실망만 가득한 경기였다. '스포츠 정신'이란 것이 있다. '존중'이 포함되어 있다. 선수뿐 아니라 스포츠를 좋아하고 즐기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새겨야 하는 가치 아닐까.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며 힘겨운 나날들을 버티며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는 게 요즘 우리들의 현실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러 가는 것은 이런 삶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즐거움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서로 응원하는 팀이 멋진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응원을 하러 오는 이들 간에도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
아들의 소중함을 배운 사건
한화 팬 아저씨 사건은 일단락됐고 난 야구 경기에 집중하며 응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한화 응원석 뒤에는 화장실이 바로 붙어있다. 경기장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아빠 화장실 다녀올게"
아들이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해 "같이 가자"고 하니 혼자 다녀올 수있다고 했다. 나 역시도 바로 뒤이니 별일 없을 거라 쉽게 생각했다. 그 정도는 찾아올 수 있겠지란 생각에서였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탓일까. 5분이 지나도 아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덜컥 두려운 마음이 일었다. 짐을 자리에 두고 화장실 쪽으로 뛰어올라갔다.
'설마......'
화장실에 아들은 없었다. 미친 사람처럼 아들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며 아들을 찾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응원소리로 인해 아들을 찾는 나의 외침은 그들의 응원소리를 뚫지 못하고 이내 사라졌다.
다행히 아들 손목에는 내 스마트워치가 채워져 있었다. 블루투스 연결 가능 거리에서 스마트폰에 스마트워치가 자동연결이 됐다가 다시 해제가 됐다가를 반복했다. 분명 아들은 멀지 않은 곳에서 움직이고 있음이 분명했다. 스마트폰을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근방에 있는 것은 확인할 수 있어 조금은 안심이 됐다.
난 청소하시는 분 등 주변에서 일하고 계신 스태프 분들께 도움을 요청했다. 함께 여기저기 살펴봐주셨다. 다행히 5분이 안돼 아들을 찾았다. 너무도 감사했다. 경황이 없다보니 더 많이 고개를 숙이고 여러차례 거듭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죄송할 따름이다.
사실 원정대로 오는 동안 아들과 다툼(?)이 좀 있었다. 아들이 자꾸 엄마를 보고 싶다고 눈물을 글썽여서 서운한 마음에 아들에게 한 소리했다. 아빠는 아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 위해 'KT위즈 원정대' 응모도 하고 당첨돼서 너무 기쁜 마음으로 소풍 가듯 간식거리 등도 챙겼는데, 그 마음을 너무도 몰라주는 것 같아서다.
집에서 수원구장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리지만, 아들과 나의 추억을 만들고자 그런 정도의 수고로움은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왔다. 그런데 유독 오늘 계속 슬픈 표정을 지으며 눈물까지 보이며 "엄마가 보고 싶어"라고 말하는 아들을 보니 너무도 미웠다.
기껏 2시간여를 운전해 수원 구장에 도착한 나는 아들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빠도 이런 마음이면 너랑 같이 야구장 다니고 싶지 않아. 지금이라도 마음이 바뀌었으면 말해. 집에 가서 엄마랑 있어도 돼. 집으로 돌아갈까? 솔직하게 말해줘"라고 말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좀 더 거칠게 말한 부분도 있다. "아빠는 무지 너한테 속상하고 서운해. 너랑 야구장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을 정도야. 내년도에는 시즌권 끊지 말자. 너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그리고 아빠도 피곤해.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엄마 쉬라고 하고 너랑 같이 지내려고 이것저것 준비하는데 너는 이렇게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아빠가 준비한 것들을 몰라주니 더 이상 하도 싶지 않아 졌어. 나도 그만하고 싶어"라고 말이다.
이에 아들은 조심스럽게 내게 "야구장 가고 싶어요"라고 말했고 그렇게 다소 서먹서먹한 채로 대전에 도착했다.
물론 오는 동안 아들이 좋아하는 감자칩에 청포도 슬러시, 청포도 젤리, 콜라 등을 사줬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좀 퉁명스러웠다는 것이다. 늘 나만 아들에게 애교를 부려야 하나 싶은 마음에서다. 다들 잘해주면 너무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았다. 아들놈마저도...
그런 아들에 대한 서운함이 남아있었는데 화장실 간 아들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너무도 아들이 보고 싶었다. 아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했음에 마음이 찢어지는 듯 고통스러웠다. 그러다 기적적으로 아들과 다시 만나게 됐고 너무도 기뻤다. 아들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하나님께서 내게 아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시려고 그러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야구장 오기 전에 아들에게 모질게 말한 부분을 반성했다.
석연치 않은 또 하나의 사건 멘붕에 빠진 응원단
한화 팬 아저씨, 화장실 사건 등으로 몸과 마음속 피로도가 좀 쌓였다. 이제는 야구 경기에 집중하자고 다짐했다. 아들에게는 '아이스티'를 사줬다. 미안함의 표현으로...
경기는 KT위즈가 계속 리드하고 있다. 응원석 열기는 식지 않았고 드디어 9회 말 한화 마지막 공격 원아웃 주자 만루 상황. 타석에 김태균 선수 등장. 투수 이대은 선수가 뿌린 공이 김태균 선수의 배트를 맞고 유격수 쪽으로 굴러갔다. 심우준 선수가 잡아 2루로 건네주며 투아웃, 이어 박경수가 1루로 공을 뿌렸고 1루심이 아웃을 선언하며 경기는 종료됐다.
KT위즈가 한화를 8대 7로 잘 막아내며 10연승이란 고지를 달성했다. 응원석도 호수비에 열렬한 박수를 보냈고 KT위즈 선수들도 모두 그라운드로 나와 10연승을 자축했다.
그런데... 그라운드가 갑자기 어수선해졌다. 심판이 비디오판독을 선언했다. KT 측 감독이 이에 어필하는 모양새를 보였으나 비디오판독 선언을 뒤집지는 못했다.
이겼다고 생각하고 환호하던 KT 응원석은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멘붕에 빠졌다. 심판에 대한 거친 야유가 쏟아졌다. "한화에서 두 차례 비디오판독 기회 모두 사용했는데 왜 한화에 특혜를 주냐"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결국 판독 결과는 김태균 세이프였고 9회 말 경기는 8대 8로 원점이 됐다.
하물며 응원단도 이러한 기분인데 10회 초 경기를 뛰어야 하는 선수들은 얼마나 더 사기가 떨어졌을까란 생각이 들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들은 프로이기에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다 이긴 경기, 게다가 1루심이 오판했다고 하여 이미 비디오판독 기회를 다 쓴 팀에게 '심판 재량 비디오판독권'을 주게 됐고 기세는 그로 인해 확 꺽여버렸다. KT위즈 팬으로서 개탄할 노릇이다.
'심판 재량 비디오판독' 후폭풍
비디오판독 결과에 대해서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심판 재량 비디오판독'을 한 것에 대해서 글로라도 기록해두고자 한다. 이번 '심판 재량 비디오판독'이 원칙에 어긋난 것인지도 따져봐야겠으나 원칙에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본다.
'심판 재량 비디오판독'으로 인하여 한화의 사기는 하늘을 치솟듯 올라갔지만, 그 반대로 KT위즈의 사기는 땅 밑으로 곤두박질쳐버렸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멘탈이 아무리 강한 팀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기량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되묻고 싶다.
10회 말 경기에서 한화의 역전승으로 경기가 종료되자, KT 위즈 선수들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10연승을 지키지 못했다는 그런 것보다 팬으로서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이 있어서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끝까지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오늘 하루는 참 바쁘게 흘러갔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들과 아침 운동을 하고 오전에 폭염에 대비해 아내 차 정비를 위해 정비소에 다녀오고, 간식 등을 싸서 아들을 태우고 수원으로 달려가 대전으로 향하는 'KT위즈 원정대' 버스에 몸을 맡겼다. 한화 팬 아저씨의 우렁찬(?) 응원소리에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다가 화장실 간 아들을 못 찾아 놀란 마음, 그리고 상봉 뒤에 느낀 안도감도 잠시, 심판 덕택에 멘붕에 빠진 뒤 씁쓸한 패배를 맛보고 새벽 2시가 돼서 집에 도착했다.
비록 10연승은 못했지만
사실 승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KT위즈 팬은 안다. 9연승만으로도 얼마나 엄청난 기록인지 말이다. 내가 이렇게 기록하는 것은 오늘 하루 속에서 깨달은 바가 많아서다. 그리고 KT위즈의 창단 이래 첫 9연승을 기록하고 싶어서다. 그들은 2019 대한민국 프로야구 속에 돌풍을 일으켰다.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KT위즈는 만년 하위팀이 아니다. 그들은 언제든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될 수 있는 저력을 지닌 팀이다. 그걸 보여줬다.
오늘 아침 오전 7시 30분쯤 아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5시간 채 못 자 너무 피곤했지만 눈을 뜨고 아들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아들이 내 품에 안긴다. 아들의 노랫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내 입가엔 은은한 미소가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