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육아 치트키 '고무보트'

파도가 요람이 되어 아들을 재워준다

by 광화문덕

요즘 이래저래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중이다. 가정에 대한 책임감도 더 커진다. 아들에게 아빠의 사랑을 더 잘 전달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그런데 사실 아들은 엄마를 더 좋아한다.


당연한 일이다. 엄마는 친절하고 아빠는 무서우니... 그래도 다행인 건. 주말에 함께하는 아빠와의 시간을 아직까지는 기다린다는 것.

아침부터 잘해주기

오늘 아침 5시 40분쯤 일어났다. 다들 자고 있어 혼자 책을 보고 있었다. 아들이 일어나 내게 안긴다.


뭔가 짠하면서도 잘 해줘야지란 마음의 울림이 생겨 시계를 봤다. 7시쯤 됐다.


"아들 우리 축구하러 갈까?"


아들과 난 얼마 전 커플룩을 맞췄다. 반팔 반바지 트레이닝복이다. 난 커플룩에 대한 로망이 아직도 크다. 열망이랄까. 그래서 아들과 옷을 같이 입는 걸 원한다. 아내는 싫어하지만 아들은 아직까지는 내 스타일을 따라준다.

커플룩 인증샷 ㅎㅎㅎ

자전거를 타고 집 근처 공터로 나갔다. 자전거에는 아들을 태울 수 있는 유아용 보조시트가 장착돼 있다. 아들은 아빠의 자전거 뒤에 앉아 "아빠 달려"를 외친다.


공터에서 공놀이를 하며 1시간여를 놀았다. 아빠와 운동 뒤엔 늘 달콤한 간식이 준비되어 있다. 오늘은 콜라와 감자칩이다. 콜라는 나의 선택이고 감자칩은 아들 픽이다.


집에 돌아오니 9시쯤 됐다. 아내가 일어났다. 푹 잔 것 같아 보여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들을 위한 보조시트를 장착한 제 자전거에요
휴일엔 내가 요리왕

아침을 준비해야 한다.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설거지도 내 몫이다.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해지면 온 가정에 평화는 유지된다.


오늘 아침엔 아들을 위한 양상추소고기듬뿍짜장떡볶이와 아내와 내가 먹을 김치전이다.


아들은 야채를 잘 안 먹는다. 하지만 아빠가 해주는 요리는 군소리 없이 다 먹는다. 아빠가 무서워서일 것이다. 난 편식하는 걸 정말 싫어한다.

양상추소고기듬뿍짜장떡볶이
김치전
바다로 가자

오늘은 기왕 아들에게 특별히 잘해주기로 마음먹은 날이니 여행을 떠나야겠다. 마침 지난해 겨울 아는 형님이 물려주신 고무보트가 떠올랐다. 사람이 더 많아지기 전에 바다로 가서 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과 아내는 매우 좋아했다. 아들과 늘 서열 다툼 중인 요크셔 우니도 좋아하는 것 같다. 신이 나는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다.


서해로 왔다. 고무보트를 펴고 바람을 넣었다. 팔이 빠지는 듯한 고통이 온다. 아들이 무척이나 설레나 보다.


힘은 들지만 아들의 미소를 보니 피로가 다 사라지는 느낌이다. 사실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막막하긴 하다.


'일단 보트에 아들을 태우고 바다에 띄우자'


행동이 중요하다 무엇이든. 보트를 타고 바다 위에 있다는 것 자체가 아들에겐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잔잔한 파도가 아들과 즐거운 놀이를 해줬다.


아들은 노를 저으며 파도를 즐겼다. 유유히 떠다니는 느낌이 좋은 듯 보였다. 난 아들이 파도를 계속 느낄 수 있게 도와주면 됐다.


30분 정도 지나자 아들은 보트 위에 누워 잠이 들었다. 난 그 후로 40여 분 동안 조용히 파도 위 요람이 된 고무보트가 떠내려가지 않게 해 주면 됐다. 파도가 아들을 잘 재워주니.


아들은 따사로운 초여름 햇살 아래 누워 단잠에 빠졌다. 선선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스쳐 지나가고 파도가 자장가를 불러준다. 새파란 하늘 아래 에메랄드 빛처럼 반짝이는 바다, 그 위에서 평온한 얼굴로 곤히 잠든 아들을 보며 기도했다.


'하나님 이런 게 행복인 거겠죠. 오늘도 감사합니다'


그렇게 오늘도 고되지만 마음의 울림을 느끼며 아빠가 되어감을 느낀다...

바다 위에서 아들을 위해 고무보트를 열심히 밀어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