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족 나들이...뮤지컬 호두까기 인형
오랜만에 뮤지컬
두 달 전 아내가 예매한 공연이다.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았던 뮤지컬. 처음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가족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나들이 간다는 것이 내겐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아련한 추억
국립중앙박물관은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해주고 있어서다.
대학 시절 리포트를 쓰기 위해 옛 유물들을 보러 왔던 적이 있었다. 그때가 떠올랐다. 백제 금동대향로 매력에 흠뻑 심취했던 그때를 말이다.
그로부터 10년여가 지났고, 이곳도 많이 변했다. 내 상황도 많이 변했다.
난 한 아이를 둔 아빠가 됐다. 흰머리도 늘었고, 얼굴에 주름살도 많아졌다. 무엇보다 57kg의 나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70kg의 배 나온 아저씨만 있을 뿐이다.
이곳도 다양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가족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가 눈에 띄었다.
주차시설도 잘돼 있었다. 주차비도 저렴했다. 공연을 보는 이들에게는 시간에 상관없이 2천 원이었다.
푸드코트도 훌륭했다. 정갈하게 잘 꾸며놨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즐비했다. 우리도 공연 보러 가기 전 짜장면과 왕돈가스로 허기를 채웠다.
송승환의 명작동화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
예매권을 표로 교환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화장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시간이 됐고 입장했다. 우리 자리는 맨 앞자리였다.
공연 시작
무대 위에 요정이 나타나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줬다. 시나리오는 탄탄했고, 출연진분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이야기는 매끄럽게 흘러갔다. 1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아들은 몰입해서 공연을 봤다. 진지한 표정을 짓다가 웃기도 하고, 이따금씩은 슬픔을 느끼는 것 같았다.
상상을 해봐요. 안되는 게 없어요
메시지도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인상적이었다.
상상하면 안 될 게 없다는 것을 난 31살이 넘어서야 알게 됐다. 온라인 매체에서 어떻게든 인정받겠다고 발버둥 치던 그 시절, 그리고 특채 합격, 또 한 번의 경력공채 합격...
그 모든 것이 어쩌면 "안 될 게 없다"는 나의 오기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번 뮤지컬은 아들뿐만 아니라 내게도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공연이 끝났음에도
여운은 길었다
메시지가 내 마음속에 울림을 주었다. 어릴 적 꿈많던 아이. 누구나 그렇듯이 나 역시 그랬다.
초등학교 때에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겠다면서 박스를 이용한 요새 설계도면을 그렸던 나. 아이들과 서로 이 세상의 중요한 요원임을 인증하기 위해 만든 종이를 문방구에서 코팅했던 내 모습. 코팅된 결과물을 보고 설레서 잠 못 이루던 그때.
초등시절 내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떠오른 어머니...
어린 시절 내 모습과 교차해 떠오른 분이 있다. 어머니. 내 어린 시절 기억과 떼레야 뗄 수 없는 분이다. 나를 키우기 위해 문화생활이라곤 단 한 번도 없었던 어머니... 그 흔한 영화 한 편 보러 가신 적 없는 분이다.
새벽 일찍 일어나 새벽에 잠이 드셨다. 밤낮 가리지 않으시고 일만 하셨다. 우리 집은 그 흔한 외식도 거의 없었다. 가족 여행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군대를 다녀와서 결혼하기 전까지는 주말에 종종 어머니 손을 잡고 영화관에 가곤 했었는데... 요새는 그런 걸 통 못했다...
내년에는 시간을 어떻게든 좀 내서 부모님과 영화도 좀 보고 해야겠다. 더 늦기 전에 부모님과의 시간을 더 자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오늘 이 공연...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들이 "상상하면 안 될 게 없다"는 메시지를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어떤 고난과 시련이 와도 상상력과 믿음으로 굳건하고 기발하게 헤쳐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6년 12월 18일. 37살에 나와 4살 아들, 그리고 아내가 함께 본 공연.
공연은 완벽했고, 메시지는 훌륭했다.
우리 가족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로서로 협력하고 배려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나와 아내는 나이가 들 것이다. 아들도 결혼해 자녀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아주 어쩌면 아들도 자녀와 '호두까기 인형'을 볼지도 모른다.
부디 그날 아들이 그 시기에 나와 아내를 떠올려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