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생일 축하해"

아들의 한마디에 힘이 나는 하루

by 광화문덕
출근 준비

오늘도 어김없이 6시쯤 일어났다. 늘 그렇듯이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고 커피를 내린다

아침 공복을 달래줄 바나나 한 개. 여기에 오늘은 전날 사다 놓은 단팥빵 하나를 가지런하게 아들이 만들어 준 접시에 담아 욕조 받침대에 올려놓는다. 뜨거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줄 삼국지 책과 함께...

어릴 적부터 난 반신욕을 좋아했다. 따뜻함이 온몸을 감싸주는 그 느낌,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전해주는 상쾌함이랄까.


오늘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아침 시간을 보냈다.


오늘 읽은 부분은 왕윤이 초선을 통해 여포와 동탁 사이를 멀어지게 하고, 결국 동탁을 제거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정권을 잡은 왕윤은 정의를 외치며 항복하는 이 모두를 죽이고자 한다. 하지만 가만히 죽을 수 없다고 저항하는 이들에게 결국 성을 내주게 되고 왕윤은 그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면서 이런 평이 나온다.


'비록 정의일지라도 지나치게 독선에 흐르면 화가 따른다'


이 대목은 매번 읽을 때마다 한참을 되새겨보게 하는 구절이다.

아빠

아들이 일어났다. 7시쯤 됐다는 소리다. 평소 아빠와 자동차 침대에서 함께 자는 아들은 아침이 되면 일어나 엄마 옆으로 가서 다시 잠을 청한다. 허전해서 란다.


일어나면 아빠를 한 번은 안아주고 엄마한테 가는 터라, 씻고 나와 아들과 포옹했다. 그런데 오늘은 아들 내게 할 말이 있는 듯 서성인다.


아빠한테 할 말 있어?

"응 아빠 오늘 생일이야?"


"어... 그래? 한번 봐볼게. 잠시만"

나는 음력 생일을 챙긴다. 부모님께서 어릴 적 음력 생일을 챙겨주셔서다. 그렇다 보니 매년 바뀌는 생일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챙겨달라고 말하는 것도 좀 그렇고 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생일이라는 것에 대해 '챙겨주면 고마운 거지만 안 챙겨줘도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물론 나 이외의 가족 생일은 꼭 챙긴다.


"아빠 오늘도 저녁 약속 있어? 일찍 들어오면 안 돼?"


아들의 말이 너무 고맙다.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난 오늘이 내 생일인지 모르고 저녁 약속을 잡아버린 상태다. 한번 밀렸던 터라 취소하기엔 부담이 크다. 하지만 다행히 내일은 토요일이라 가족과 다 함께 맛있는 걸 먹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오늘 약속이 있지만 우리 내일이 토요일이니 맛있는 거 먹자. 그리고 아빠 생일 챙겨줘서 고마워"


아들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 한 번 더 포옹했다. 전일 과음으로 인해 몸은 뻐근하고 마음은 공허함으로 지쳐있었는데, 아들의 말 한마디가 내게 큰 힘이 됐다.


출근길 내내 아들의 목소리가 귀에 아른거렸다. 그리고 아들이 많이 보고 싶다. 마음이 여린 아이여서 이 험한 세상에서 잘 살아남길 바라는 걱정도 크지만, 내가 못한 것들을 이 아이가 해주지 않을까란 기대도 된다.


아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