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May 19. 2020

이젠 잊어야만 하는 아픈 기억

들국화 '사랑한 후에'(1993년)

잔잔하게 흐르는 피아노 선율..... 가볍지 않은 묵직하면서도 어두운.... 그리고 뽑아져 나오는..... 전인권 님의 거친 고음... 절제된 감정선....


백발이 된 전인권 님의 감정이 너무 좋아 요새 반복하며 듣고 있는 노래... 갈라지는 음색마저 매력적이다...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 편에
빨간 석양이 물들어 가면
놀던 아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집으로 하나둘씩 돌아가는데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하다. 신나게 놀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조차 모르는 아이들의 순수함, 해맑음.


그 아이들 너머로 해가 저물고 있다. 노을이 지고 아이들은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쉰다. 아이들에게 걱정은 없다. 그저 오늘 하루가 빠르게 지나감이 야속할 뿐이다.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저 석양은 나를 깨우고
밤이 내 앞에 다시 다가오는데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숙제, 과제, 누군가에게든 실수하면 안 된다는 중압감, 사람 관계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스트레스 등등으로부터 자유롭던 시절이...


요즘 문득 '나는 무얼 위해 살아가는가'에 대한 자조적인 물음을 던질 때가 있다. 물론 숙취로 고통받고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사실 난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며 술자리에서 버티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살아가길 10년이 넘었고 이제는 나도 모르게 그게 내 삶이 되어버렸다. 조금만 마셔야지라고 되뇌고 술자리를 가지만 좋은 사람들과 술 한두 잔 마시다 보면......... 역시... 다음날 내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다....

이젠 잊어야만 하는 내 아픈 기억이
별이 되어 반짝이며 나를 흔드네
저기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의
커다란 울음으로도 달랠 수 없어

누구에게나 '전성기'란 것이 있다. 소위 '과거의 영광'.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과거의 영광'이란 프레임에 갇히곤 한다. 자신이 가장 뿌듯했던 자신의 잘 나가던 시절 말이다.


"예전에 내가 말이야"


흔히 이 이야기를 꼰대의 전유물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 이리라. 하지만 난 안다. '과거의 영광' 속에 갇히면 미래도 함께 닫힌다는 것을. 작은 성공에 빠져 사람들의 박수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이내 박수는 손가락질로 바뀐다는 것을.


어쩌면 '왕년의 잘 나갔던 나'는 잊어야 하는 나일지도 모른다. 내 기억 속에선 영원히... 사람들에게 기억될지라도 말이다...

어디서 왔는지 내 머리 위로
작은 새 한 마리 날아가네
어느새 밝아온 새벽하늘이
다른 하루를 재촉하는데
종소리는 맑게 퍼지고
저 불빛은 누굴 위한 걸까
새벽이 내 앞에 다시 설레는데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마음의 뜨거움이 요즘 나를 설레게 한다. 아직 뚜렷한 무언가를 찾지 못했지만 그 뜨거움이 이른 새벽, 아침잠에 빠져 있는 내 정신을 깨운다.


글을 다시 쓰는 이유도 이러한 나의 마음을 쏟아내기 위함이다. 하루하루 우리의 삶에는 이벤트가 발생한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것으로 인해 우린 선택을 강요받는다.


어둠 속 저 멀리 빛이 보인다. 그 불빛을 바라보는 이가 나만은 아닐 것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내가 느끼는 이러한 뜨거운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을 테니.


난 그저 내게 주어진 소명을 찾아 오늘도 달려갈 뿐이다. 매일 아침 새벽은 날 찾아온다. 예전과는 다른 새벽이다. 어둠속에 절규하듯 고통받는 내가 아닌, 이른 새벽 빛나는 아침을 맞이하는 나다. 뜨거운 마음을 안고 일어나는 나다. 잠시 잊었던 나를 다시 찾은 느낌이랄까. 무기력했던 내 마음이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들국화, 사랑한 후에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 편에
빨간 석양이 물들어 가면
놀던 아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집으로 하나둘씩 돌아가는데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저 석양은 나를 깨우고
밤이 내 앞에 다시 다가오는데

이젠 잊어야만 하는 내 아픈 기억이
별이 되어 반짝이며 나를 흔드네
저기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의
커다란 울음으로도 달랠 수 없어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오늘 밤엔 수많은 별이 기억들이
내 앞에 다시 춤을 추는데

어디서 왔는지 내 머리 위로 작은 새 한 마리 날아가네
어느새 밝아온 새벽하늘이 다른 하루를 재촉하는데

종소리는 맑게 퍼지고 저 불빛은 누굴 위한 걸까
새벽이 내 앞에 다시 설레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미안... 지금도 실수투성이인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