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잊어야만 하는 아픈 기억

들국화 '사랑한 후에'(1993년)

by 광화문덕

잔잔하게 흐르는 피아노 선율..... 가볍지 않은 묵직하면서도 어두운.... 그리고 뽑아져 나오는..... 전인권 님의 거친 고음... 절제된 감정선....


백발이 된 전인권 님의 감정이 너무 좋아 요새 반복하며 듣고 있는 노래... 갈라지는 음색마저 매력적이다...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 편에
빨간 석양이 물들어 가면
놀던 아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집으로 하나둘씩 돌아가는데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하다. 신나게 놀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조차 모르는 아이들의 순수함, 해맑음.


그 아이들 너머로 해가 저물고 있다. 노을이 지고 아이들은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쉰다. 아이들에게 걱정은 없다. 그저 오늘 하루가 빠르게 지나감이 야속할 뿐이다.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저 석양은 나를 깨우고
밤이 내 앞에 다시 다가오는데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숙제, 과제, 누군가에게든 실수하면 안 된다는 중압감, 사람 관계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스트레스 등등으로부터 자유롭던 시절이...


요즘 문득 '나는 무얼 위해 살아가는가'에 대한 자조적인 물음을 던질 때가 있다. 물론 숙취로 고통받고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사실 난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며 술자리에서 버티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살아가길 10년이 넘었고 이제는 나도 모르게 그게 내 삶이 되어버렸다. 조금만 마셔야지라고 되뇌고 술자리를 가지만 좋은 사람들과 술 한두 잔 마시다 보면......... 역시... 다음날 내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다....

이젠 잊어야만 하는 내 아픈 기억이
별이 되어 반짝이며 나를 흔드네
저기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의
커다란 울음으로도 달랠 수 없어

누구에게나 '전성기'란 것이 있다. 소위 '과거의 영광'.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과거의 영광'이란 프레임에 갇히곤 한다. 자신이 가장 뿌듯했던 자신의 잘 나가던 시절 말이다.


"예전에 내가 말이야"


흔히 이 이야기를 꼰대의 전유물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 이리라. 하지만 난 안다. '과거의 영광' 속에 갇히면 미래도 함께 닫힌다는 것을. 작은 성공에 빠져 사람들의 박수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이내 박수는 손가락질로 바뀐다는 것을.


어쩌면 '왕년의 잘 나갔던 나'는 잊어야 하는 나일지도 모른다. 내 기억 속에선 영원히... 사람들에게 기억될지라도 말이다...

어디서 왔는지 내 머리 위로
작은 새 한 마리 날아가네
어느새 밝아온 새벽하늘이
다른 하루를 재촉하는데
종소리는 맑게 퍼지고
저 불빛은 누굴 위한 걸까
새벽이 내 앞에 다시 설레는데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마음의 뜨거움이 요즘 나를 설레게 한다. 아직 뚜렷한 무언가를 찾지 못했지만 그 뜨거움이 이른 새벽, 아침잠에 빠져 있는 내 정신을 깨운다.


글을 다시 쓰는 이유도 이러한 나의 마음을 쏟아내기 위함이다. 하루하루 우리의 삶에는 이벤트가 발생한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것으로 인해 우린 선택을 강요받는다.


어둠 속 저 멀리 빛이 보인다. 그 불빛을 바라보는 이가 나만은 아닐 것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내가 느끼는 이러한 뜨거운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을 테니.


난 그저 내게 주어진 소명을 찾아 오늘도 달려갈 뿐이다. 매일 아침 새벽은 날 찾아온다. 예전과는 다른 새벽이다. 어둠속에 절규하듯 고통받는 내가 아닌, 이른 새벽 빛나는 아침을 맞이하는 나다. 뜨거운 마음을 안고 일어나는 나다. 잠시 잊었던 나를 다시 찾은 느낌이랄까. 무기력했던 내 마음이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들국화, 사랑한 후에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 편에
빨간 석양이 물들어 가면
놀던 아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집으로 하나둘씩 돌아가는데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저 석양은 나를 깨우고
밤이 내 앞에 다시 다가오는데

이젠 잊어야만 하는 내 아픈 기억이
별이 되어 반짝이며 나를 흔드네
저기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의
커다란 울음으로도 달랠 수 없어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오늘 밤엔 수많은 별이 기억들이
내 앞에 다시 춤을 추는데

어디서 왔는지 내 머리 위로 작은 새 한 마리 날아가네
어느새 밝아온 새벽하늘이 다른 하루를 재촉하는데

종소리는 맑게 퍼지고 저 불빛은 누굴 위한 걸까
새벽이 내 앞에 다시 설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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