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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Sep 14. 2020

백성들 위에 군림하려 하는가?

영화 천문 명대사...."내가 맞닥트린 현재 같아 마음이 아프다"

사람들이 그리워 찾아간 곳

나와 함께 게임 속 세상을 즐기던 이들이 흩어지고 우리는 각기 다른 서버에 캐릭터를 둔 채 톡방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내곤 했다.

 

하지만 함께 있을 때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말이 그렇듯 우리는 서로 함께 하던 그때처럼 즐겁지 않았다. 그저 이제는 서로 누가 먼저 게임을 접고 현실 생활로 돌아가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 됐다.


결국 나로 인해 모인 사람들이니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도 그들이 있어 게임을 접지 못하고 마지못해 하고 있는 시기가 이어졌으니 말이다.


오랜만입니다
저희 서버 이동 좀 받아주실 수 있을까요?

다들 게임 접는 것보다 우선 함께 하는 방법을 선택했고, 나는 머리를 숙여야 했다. 서버를 이전하려면 게임에서도 여권을 사야 한다.


여권은 전투력에 비례해서 구매해야 하는데, 서버 이전을 먼저 한 이들이 투력이 높다. 또한 그들은 이미 한 번의 서버 이전으로 비싼 여권을 한차례 소비한 상황이라 남아있는 이들이 넘어가는 게 맞다고 봤다.


먼저 머리를 숙이고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지만, 내 머리 조아림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다시 즐거워질 수 있다면 몇번인들 못하.


우리의 이전을 강하게 반대하는 이와 우리에게 호의적인 이에게 모두 먼저 말을 건넸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나 확실한 대답은 바로 들을 순 없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고 우여곡절 맘고생 끝에 우리는 끝내 상봉하게 됐다.

뒤늦은 후회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라 했던가.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던 이들이 그리워졌다. 참여는 늘 열려있던 그때. 의사결정 과정에 누구나 언제 의견을 보탤 수 있던 그때. 다수의 의견을 경청한  안건으로 올려 토론하고, 되도록이면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내리려고 했던 그곳. 나는 그들을 보며 늘 감탄을 이어갔다. 그들의 인내심과 민주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후회해도 이제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그때가 좋았구나'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그래도 우리가 얻은 것은 있다.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하나로도 우리에겐 큰 의미다.

비판해서 무엇하리
우리는 우리 식대로 살아갈지니

우리만의 재미를 찾아보려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차 이별했다가 다시 만나 기쁨도 있지만, 이제는 소수만의 대화창이 되어버린 톡방에 더 이상 애정을 쏟고 싶지 않아. 많은 이들이 대화에 참여하도록 하고픈 마음에 맹구 짓도 서슴지 않았던 나였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음에 기운이 빠졌다.


우리는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얻었지만, 게임 내 자율권을 잃어버렸다. 이주한 이곳 서버는 소수를 위한 통제만 있을 뿐 자율은 다.


소수만을 위한 게임 세상이 되어버린 공간에 나는 그렇게 서있다. 오직 전투력으로만 인정받는 날 것의 세상에 벌거벗겨진 체 놓인 느낌이다.


무엇인가 해보려 생각하다가도, '그들이 내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규율에 벗어나서 독단적인 행동을 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눈치 보는 내 모습에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상과 현실 차이

게임을 하는 이유는 현실 속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믿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누군가는 현실 속 열등감을 게임 속에서 우월감으로 대체하려 하는 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들의 리더십은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게임 속 세상에 가져다 놓은 듯했다.


요즘 현실 세상이나 게임 속 세상이나... 너무도 똑같다...


현실 속에서는 돈과 권력 가진 이들이 오히려 법과 상식을 기만하고, 게임 속 세상에서는 돈과 전투력을 가진 이들이 대다수의 게임 속 유저들의 자율권을 박탈하고 있다. 그들의 말이 곧 법이요 그들이 하는 것만이 오직 선인 양....


최근 봤던 영화 '천문:하늘에 묻다'에서 나온 대화가 생각이 나는 요즘이다.

그대들은 정치를 왜 하는 것이오?
단지 백성들의 위에 군림하면서
권세를 누리기 위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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