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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ug 13. 2020

감정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돼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렴"

아들이 운다

문제집을 풀고 채점을 하니 예상보다 많이 틀렸고, 속상함이 밀려왔다고 했다.


"누구나 틀릴 수 있어. 기운 내"


좋은  말로 다독였다. 그리고 지켜봤다. 정을 억누르는 것보다는 마음껏 배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울음을 그칠 줄 모른다. 점점 더 아들은 깊은 슬픔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슬픈 감정 속에서 빠져나오고자 하는 의욕 자체가 없어 보였다. 슬픔이란 감정 속에 자기 자신을 던져버린 듯했다.


"아들 이리 와 봐. 이야기 좀 하자"


방에 들어가 앉았다. 아들을 내 앞에 마주 앉혔다.


"아들 뭐라 그리 속상해? 틀릴 수 있어. 틀리면 안 틀릴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풀면 되지. 그러다 보면 실력은 더 좋아질 거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야.


구구단 처음 외울 때를 생각해봐. 처음에 구구단 버벅거려서 막힘없이 말할 때까지 계속 반복했지? 그래서 어떻게 됐지? 이제는 막힘없이 노래하듯 말할 수 있잖아"


"응"


"아직도 속상해?"


"응..."


"시련이란 말 알아? (아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련은 어려움을 말하는 거거든.


앞으로 네 에 이것보다 더 큰 어려움들이 기다리고 있어. 네가 크면서 어려움과 맞서 싸워야 하고 그걸 이겨낼 힘을 키워야 해. 한 번에 이겨내면 좋겠지만 매번 단 번에 이겨낼 수 없을 거야. 때론 커다란 벽처럼 느껴져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을 거야. 그런데 거기서 주저앉으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커다란 벽처럼 느껴지는 건 네 두려움 때문이야.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만 잃지 않으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어. 아빠가 살아보니 그래"


"..."


"아들, 이겨내는 방법 알려줄까?"


"응"


"중요한 건!!! 오늘처럼 어려움 앞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때 이때다 하고 아들을 흔들려고 하는 감정을 통제해야 해. 통제란 말 알아? 컨트롤!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을 통제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야. 하지만 이것도 훈련하다 보면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아빠가 보기에 아들의 지금 모습은 감정을 다스리는 게 아니라 감정에 통제를 받는 아이 같아.


문제 몇 개 틀린 게 이렇게까지 슬퍼할 일은 아닌 것 같아. 틀렸으면 맞출 때까지 반복해서 풀면 되잖어. 매번 작은 어려움 앞에 부딪힐 때마다 슬픔에 빠져 있을 거야? 아니잖아.


아들, 명심해. 아빠는 아들이 감정을 다스리는 주인이 되길 바라"


그리고 아들을 꼭 껴안아줬다. 그리고 속삭였다.


"아들, 지금은 마음껏 울어. 참지 말고. (아들이 서럽게 운다) 엄마랑 아빠랑 있을 땐, 혼자 있을 땐, 마음껏 울어도 돼.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땐 감정을 통제해야 해. 그래야 사람들이 아들을 얕잡아 보지 않아. 울고 싶을 땐 마음껏 울어. 하지만 장소는 가려야 해. 알았지?"


내 품에 안겨 펑펑 울고 난 아들은 이내 웃음을 되찾았다. 그리고 다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아들, 아빠는 네가 여리고 여린 마음을 가진 아이인 걸 알기에 부디 상처 받지 말고 성장해 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부족한 아빠로 인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고, 모진 세상 속 수많은 마음들과 어울면서 받은 상처도 잘 치유하면서 크길 바랄 뿐이야.

고통 속에서 성장한다는 게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이란다. 어려움을 겪고 나면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힘이 생긴단다. 어려움을 만나 좌절하기보다 어려움 속에서 지혜를 얻길 바란다. 그 지혜가 쌓이고 쌓여 진심으로 주위를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가 되었으면 한다.

2020.08.13.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에 폭염이 찾아온 날...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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