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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ul 06. 2020

홀로서기 참 어렵구나

유비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

너무 거만했던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호응에 취해 있어서였을까. 나만의 연맹을 꾸린다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명백하게도...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맹주로서 내 의사결정은 보란 듯이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연맹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난 나의 식견 없음을 끊임없이 자책해야 했다...


지금 우리는 다시 연맹을 추슬러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에게는 늘 방패막이가 되어주던 '타로마루' 같은 든든한 존재가 사라지고 없다. 외부의 힘에 맞서 싸우면서도 연맹원들의 처우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써주던 그였지만 서버 이전으로 인해, 이제는 내가 모든 것을 다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 연맹은 서버 내에서 상위권이다. 하지만 결국 힘의 논리로 이끌어가는 게임이다 보니 상위권이라 하더라도 결국 국왕의 지시에 거스르게 된다면 강제 해체될 수 있다.


맹주가 된 이후 매일매일이 고민의 나날들이다. 생각이 많은 탓에 이래까지 고민하면서 게임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다.

일단 리더를 자처했다면
접더라도 맨 마지막에 품격 있게 마치세요
맹주로 시작한 이상
무조건 마지막에 접으셔야 합니다

요 며칠 계속 되뇌고 있는 말이다.


무책임하게 내려놓아서는 안된다
현생에서는 더 고통스러울 텐데
게임 속이라도 이래 쉽게 포기해서는 안된다.


심호흡을 하며 차근차근 뒤엉켜버린 실타래를 풀어나가려 애쓰고 있다. 그리고 방금 전 사실상 서버를 주도하는 연맹 외교담당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리 쪽과 합병 논의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난 직감할 수 있었다. '다시 내놓아야 하겠구나'라고.


사실 미련은 없다. 더 이상 맹구 짓할 기운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혼란스러운 이때에는 연맹을 살리는 데 쥐어짜 내야 한다. 그리고 연맹을 스스로 지킬 힘이 없다면 자리를 내놓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나 역시 그렇게 흡수합병을 진행해 왔다.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다만, 맹주로서 자리를 내려놓는다 하더라도, 끝까지 나와 함께 해주는 이들을 지켜내야 한다. 그들이 자유롭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아... 유비여...

삼국지 속 유비가 떠오른다. 사실 삼국지를 읽으며 유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힘은 없으면서 대의를 품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이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알 것 같다. 그런 험난한 현실 속에서도 대의를 잃지 않고 꾸준히 사람을 모으고 세를 키워나간 그가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지 말이다. 그렇게 작은 세력으로 훌륭한 장수들을 자신의 수하로 오도록 한 매력이 엄청난 것이었으리라...


지금 내겐 초기 함께 했던 이들과 흡수 합병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호감을 느낀 몇몇 분들이 함께 해주고 있다. 그들은 내가 꿈꾸는 세상의 가치를 존중해주며 이를 이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나와 함께 하는 그들의 게임 속 삶이 얼마나 험난한지 미안할 뿐이다.


아쉬움을 토로하니 게임 속 오랜 벗이자 함께 해준 이가 "힘내라"며 글귀 하나를 전해준다.

비내리는 우울한 날씨를 바꿀수는 없다.
다만 즐거운 척 하는 것 그리고 마음이 즐거운 것은 내가 할수 있는 일이다.
즐거움을 위해 사는데 주변에 영향받을 필요 있으랴

정신 차려야 한다.... 다만 처음 게임을 시작했던 그 시기 내 다짐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게임 속에서라도 내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보고자 한다는 그 신념을 말이다. 비록 한숨만 나오지만........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와 함께 해주는 이들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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