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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ul 19. 2020

"맹주님 잘 지내시죠?!"

오랜만에 반가운 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띵동!
오랜만이에요 :>

늦은 밤, 게임 내 메일로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반가운 편지라 설렌 마음을 부여잡고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잘 지내시고 계시죠? 꽤 긴 시간을 함께 했는데, 매일 톡방에서 뵙다가 못 보니 마음이 서운하더라고요. 가끔 그리울 때면 찾아올게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사실 기존 함께 하던 이들이 서버를 다 떠나고, 난 남은 이들과 새로운 연맹으로 흡수됐다. 지금은 조용히 시간 때우기용 정도로 게임에 접속하는 정도다. 오픈 카톡방에서 실없는 소리도 거의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저 현생에서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진지모드로...


가끔은 나도 예전 맹구 맹주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맹구 같이 행동했던 나의 행동의 자유로움이 그리웠던 것은 아니고, 그렇게 어이없는 말장난과 맥락 없는 이모티콘을 수없이 난발했음에도 싫은 내색 하나 없이 맞장구 쳐주던 이들이... 그들과의 즐거웠던 6개월 간의 기억이 드문드문 떠오를 때면 혼자 헛웃음을 짓기도 한다.


인연을 이어간다는 것 역시
용기가 필요하구나

사실 그는 내게 메일을 보내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사람의 인연을 이어나간다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니 말이다. 게다가 대다수는 내가 떠난 영문도 모른 체... 어쩌면 내가 그들을 떠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를 믿고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던 이들에게 어쩌면 난 큰 실례를 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메일을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미안함과 고마움이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라도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노트북을 켰다. 혹시 내 글을 읽는 이가 있을 수도 있어 나를 그리워해주는 이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리워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서버 이전을 한 이가 "함께 게임하면 좋겠다"며 마음을 전해오긴 했다. 하지만... 내가... 그런 분위기의 불씨를 단숨에 꺼버렸다. 내심 좀 더 내 말에 반박해주길 바랐으나, 그들은 ' 내 마음의 상처'를 더 걱정해줬다. 늘 그렇듯, "내가 아직 인생의 쓴 맛을 덜 본 것 같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대고 이 주제는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안 그래도 오늘 아침 내 마음속에 던져진 한 마디로 예전 함께 했던 이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고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 반가운 이의 메일을 보니 '나 역시 그들이 많이 그립다'는 마음이 울컥하는 밤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는 것뿐, 그저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할 뿐이다.


리더로서 더 많이 포용해야 했었나 싶은 후회도 들기도 하고, 어차피 요새 게임 접속하는 빈도를 보면 그냥 남기로 한 게 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현재 기존 멤버들 중에 우리 서버에 남은 이는 나와 게임을 함께 즐기는 이들 10명 내외다. 그들 외에 나머지는 모두 떠났다. 우린 이제 흡수 합병돼 그저 조용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 자아가 좀 더 성숙했더라면... 이런 상황에서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었을까... 지금 내가 지나간 일로 인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혼란스러운 밤이다.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 "잘 지내냐"라고 묻는 것이 성숙한 사람인 건지, 아니면 어차피 게임 속에서 만난 인연이니 물 흘러가듯 잊히면 잊는 것이 맞는 것인지... 정말 잘 모르겠다... 

DJ DOC
모르겠어
- 노랫말 -(앨범 삐걱삐걱  발매 1997.04.01.)

모르겠어 모르겠어 난 정말 모르겠어 뭐가 뭔지 모르겠어 짜증 나 미치겠어 
왜 방송에 나오는 가수나 연예인 들은 모두 착한 척 내숭을 떠시는지
왜 슬픈 노래 가사엔 다들 사랑 
하는 사람이 하늘로 가시는지 왜 그렇게 들 유치한 건지 
그렇게 슬픈 노래로 누굴 울리려는지 왜 듣기 싫은 라이브는 자꾸 하는지 노래도 
안돼면서 왜 가수 하는지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나는 영화도 많은데 
노래엔 욕하면 왜 안되는지 왜 판매중지까지 돼야 하는지 
왜 학교에선 힙합 바지를 못 입게 하는지 왜 다들 하고 다니는 귀걸이를 
가수들이 하면 방송정지까지 당해야 되는지 이 그깟 힙합 옷과 
귀걸이가 애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건지 난 모르겠어 
(BRIDGE)
요즘에 나오는( )는 왜 노래보단 춤에 신경을 더 많이 쓰시는지 
혹시 댄서가 아니신지 난 참 어이가 없어 어어 또 자기들이 
랩을 못하면 못한다 말하지 왜 랩 가사는 알아듣기 힘드네 
어쩌네 하면서 왜 다른 래퍼들을 모욕하시는지 한 대 맞고 싶어 그러시는지 
노래도 못하지 랩도 못하지 약장수 개장수 목소리로 노래 못하는걸 
커버하려 해 보지만 우린 알고 있지 너네 정말 노래 못하지 이이 
운동 조금 했다고 걸핏 하면 옷장 까고 다리도 짧으면서 
왜 핫 반바지를 입고 나와 왜 우릴 민망하게 만드는지 난 정말 모르겠어
(BRIDGE)
why( ) 아줌마들은 툭하면 방송국에 전화해 콩나라 팥나라 하는지
아줌마들 왜들 그러시는지이 난 정말 모르겠어 어어 돌아오는 
대선 누굴 찍어야 할지 누가누가 누가 잘할지 이 누가 늑대인지 
누가 양인지 일단은 겪어봐야 안다니깐요 모두 다 자기를 믿어달란 말하지 
모두 다 자기를 찍어달라 말하지 누가 늑대인지 누가 양인지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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