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어둠 속에 들어갔다 온 이후 내겐 두려움의 대상이 생겼다. 바로 내 안에 잠자고 있는 나다. 어쩌면 내 안에 쌓인 스트레스가 내 안의 헐크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평소 나는 욕을 하지 않는다. 되도록 바른말을 사용하려 한다.
하지만 술 마신 뒤 기억을 잃은 뒤 나를 지배하는 나는 굉장히 거칠고 집착이 심한 이다. 말 그대로다.
할 수 있는 약속을 자신과 하세요
속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이 계시다. 그는 20대 전신마비로 인해 삶과 죽음 사이에 놓여졌고 그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고 했다.
"전 지금 살아있음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알아요"
내 속을 꺼내보였다. 그러자 그는 내게 '자아'와 '페르소나'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페르소나는 가면, 인격, 타인에게 파악되는 자아를 말한다.
나처럼 주변을 많이 의식하게 되면 나라는 사람의 본연의 모습은 작아지고, 보여지는 모습 '페르소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지금 '나'라고 생각하는 건 내가 아니라 '가면'이라는 것이다.
내가 아니라.... 가면이라....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상대가 하길 원하는 것에 맞추는 걸 좋아한다. 내가 먹고 싶은 것보다 상대가 먹고 싶어 하는 걸 같이 먹는 게 행복이라 믿었다. 실제로 상대가 행복과 기쁨을 느끼면 나 역시 그게 내 행복이자 기쁨이라 믿었다.
그러다 내 속의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이라고 치부했던 '나'가 떠올랐다.
늘 외로움을 많이 타서 늘 누군가와 함께 하고팠던 아이. 늘 누군가 옆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내재하고 있어 타인으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 너무도 기뻐했던 모습들... 잠시도 혼자 있지 못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너무도 못 견뎌하며 누군가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연락을 돌리던 아이...
그게 진짜 나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뭘 좋아하지?
궁금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취미, 취향 등등. 그리고 이제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내 속에 아이를 더 이상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의존적인 나에게서 독립적인 나로 거듭나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광화문덕 시즌2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볼 생각이다. 더 이상 주변에 의지하지 않고 나를 나답게 만들고 싶어 져서다.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 대한 기록 자체가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와 같은 성장통을 겪고 있는 이들이 어딘가에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