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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r 15. 2021

#1. 깨진 유리창 이론

[광화문덕 시즌2 : 나를 찾아서] 나는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형님 죄송해요

이젠 나도 나 스스로에게 지쳐간다. 저녁 일정에 익숙해져간다 싶어 안심하려고 하면 늘 기억이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다음 날 난 다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쏟아내고 있다.


나 자신에 대한 자책은 물론이거니와 이러다 내 주위 사람들이 다 떠나갈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마저 들었다. 실수는 두 번은 용납이 안되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 어디에 하소연하고 싶지만, 마땅히 연락할 곳이 없어 또다시 내 '자아'는 더욱 동굴 안으로 숨어버리려 한다.


넌 왜 늘 그 모양이니

아픈 속을 부여잡고 나를 자책하며 오전을 보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왔고 속이야기를 터놓는 선생님을 찾아가 상담을 청했다.


"정말 많이 속상해요. 또 이렇게 됐네요"


"저는 요즘 운동을 시작했어요. 케틀벨이라고 있는데. 이걸로 운동하고 나니 몸도 마음도 맑아지는 기분이에요. 운동 관련 책도 사서 읽고 있어요. 의지력에 대한 책도 읽고 있고요"


"전 어느 순간부터 나태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반신욕하고 삼국지 읽으며 하루를 보내며 저만의 성취감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 저는 침에 일어나는 것도 7시가 다 되어 일어나서 씻고 출근하기 바쁘네요... 하루의 시작부터 그러고 보니 무너져 있네요"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고 아세요?

"똑같은 모델의 자동차를 나란히 세워두는 건데 한쪽은 유리창을 깨뜨려 놓고 다른 한대는 멀쩡한 채로 두고 실험을 했어요 결과는 깨진 유리창 쪽 차는 거의 폐차 수준으로 망가졌다는 이론이에요.


아침의 시작부터 패턴이 무너졌다면 아무리 작은 변화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작은 구멍이 되어 결국 몸의 전부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거죠.


시작은 작지만 그 피해는 점점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어요"


하루를 완벽하게 시작했다는 뿌듯함으로 맞이했던 때를 떠올렸다. 성취감과 함께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으리라 긍정적 기운으로 가득 찼던 그때를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은 하루하루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도 흐려지는 것 같았다. 더욱 부지런하게 살아야 한다고 나를 채찍질하던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순간부터인지... 글을 쓰는 것도 멀리하고 무기력한 나날들을 보내는 나만 있다.


바로 잡아야 산다

수시로 난 '페르소나'로서 나를 의식하고 있다. 가면을 쓴 나를 쫓기보다 그 안에 숨어있는 진짜 나를 찾기 위해서다. 내 안에 무의식적으로 간헐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거친 나가 진짜 내 모습은 아닐 것이라 믿고 싶다.


아직 진짜 나를 아직 찾지 못했기에 나를 찾아야만 한다.


그 시작으로 잠시 끊었던... 이른 오십견으로 인해 중단했던 아침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마침 하남스타필드에 들렀는데 데카론이란 곳이 있었고 거기서 케틀벨이 있어 하나님께서 내게 운동하라고 하신 것이라 믿으며 16kg짜리를 하나 사 왔다.

새벽 5시 28분

혹시 오늘도 늦잠 자는 게으른 내가 나타날까 두려워 알람을 2개나 맞추고 잠이 들었는데, 다행히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이 떠졌다.


물론 게으름쟁이인 나를 단숨에 물리치기는 힘들어 2분 동안 잠시 누워있다가 30분에 '나와의 약속이니 일어나야 한다'뿌리치고 일어났다.


모자를 쓰고 운동화를 신고 집 근처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20분간 뛰었다. 걷고 뛰고를 반복했다. 다시 내 안에 내가 잊고 있었던 긍정적이던 내가 조금씩 모습을 보이는 듯한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케틀벨 데드리프트, 스윙,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까지 하고 나니 7시가 됐다. 성취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온몸을 감싸는 운동 후의 근육통(?)과 그에 따른 근육들의 긴장감이 너무도 기분 좋은 아침이다.

나는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관심사를 함께 나누는 것도 좋아한다

나는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기록하며 삶을 되돌아보고 그 안에서 느낀 삶의 교훈이나 감동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공감해주면 더 잘하려고 애쓴다. 그게 나다.


운동을 오래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이다. '나'가 꾸준히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탈퇴했던 인스타그램에 다시 가입했다. 그리고 아침운동 일지를 기록했다. 운동을 같이 할 사람을 찾고자 함이 아니다. 아침 운동은 나와의 싸움이다. 예전 같았다면 함께 운동할 사람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달라질 것이다. 함께할 사람을 찾기보다 '나'에 더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의존하는 나가 아닌 독립적인 나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견디기 어렵고 힘든 시간이 아닌 나와 대면하는 소중한 그리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나를 찾아가는 그런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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