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

3년 여만의 저녁 데이트… 잠시 잊었던 행복

by 광화문덕
마포역 뒷골목에 위치한 종로빈대떡에사 먹은 빈대떡(고기+김치)과 오뎅탕.
우리 참 오랜만이네


"응 그러게"


"이런 게 행복이지. 소소한 행복"


아내와 참 오랜만에 데이트다. 저녁에 식당에서 이렇게 음식을 시켜놓고 마주한 게 얼마만이던가.


임신 중이었을 땐 매주 금요일이면 야구장도 다니고 했는데... 갑자기 먹고 싶은 게 생기면 함께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밤 중 데이트를 하기도 했고...


하지만 아들이 태어난 이후로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밤 중 데이트 나갈 시간에 잠 한숨 더 자는 게 현실적이었다...


거대한 불꽃

이날은 63빌딩 앞에서 하는 불꽃놀이를 보러 가기로 했다. 3년여 만에 나온 저녁 나들이에 온 가족이 설렜다.


아들은 요즘 통신사 대리점 간판에 불꽃이 내려오도록 꾸며진 것을 보고 연신 신기해했다. 아내와 난 그런 아들에게 거대한 불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세상에 이런 불꽃도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내와 아들 그리고 우니, 이렇게 네 가족은 한강으로 이동했다. 우니를 집에 두고 대중교통으로 가려니 마음이 찜찜해 차를 끌고 가기로 했다. 오후 5시쯤 한강 변에 도착했다. 이미 한강 주위는 통제 중이었다. 도로 주변도 불꽃놀이를 보려는 이들로 만석이었다.


마포역으로 향했다. 마포역은 여의도로 넘어가는 마포대교와 맞닿아 있는 곳이다. 거기서 마포대교를 걸어서 건너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곳도 이미 인산인해였다. 이제 차를 주차해야만 했다. 시간도 시간이었지만 나와 아내 모두 배가 너무 고팠다. 골목골목을 살피며 주차할 곳을 찾았다. 갓길에 주차된 차들로 곡예 운전을 해야 했다.

배고파

어렵게 어렵게 자리 여유가 있는 유료주차장을 찾았다. 차를 댔다. 허기진 배를 채워야 했다. 마포역 뒷골목에 있는 먹자골목을 돌아다녔다.


가장 먼저 아들이 좋아하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하나 샀다. 아들은 아이스크림 하나에 행복해졌다.


아내는 빈대떡을 좋아한다. 마침 종로빈대떡 가게가 보였다. 주인분께는 강아지와 함께 앉아도 된다는 허락을 얻었다. 우니와 함께 도로변 테라스 맨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빈대떡 세트와 어묵탕 주세요.


주문하고 아내의 얼굴을 살폈다. 모처럼 활짝 폈다. 아내의 미소는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빈대떡을 먹는 게 3년 만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랜만이다. 비록 둘이 아니라 넷이지만 이 중 한 명만 없어도 이젠 뭔가 허전하다.


느긋하게 밥을 먹고 7시쯤 마포대교로 향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마포대교를 진입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아들에게만이라도 불꽃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포대교 끝자락에서 아들을 목마 태웠다. 저 멀리 나뭇가지 사이로 겨우겨우 보이는 불꽃이 터질 때면 효과음도 넣었다. 아내의 효과음은 참 맛깔 난다. ㅎㅎ.

20여 분간 짧은 관람을 끝으로 마포대교를 빠져나왔다. 아들도 너무 많은 사람에 놀랐는지 집에 가자고 했다.


집에 오며 아내는 아들에게 물었다.

"오늘 재미있었어?"

"응"


난 아내에게 물었다.

"오늘 즐거웠어?"

"응"


나도 즐거웠어. 우리 행복하자.
늘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