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접촉 사고 소식

차주가 아니라서 보험 안할테니 10만원 달라고? 어디서 개수작이야!!!

by 광화문덕
나 사고났어

전화기 너머로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백화점 주차장에서 주차하려다가 진입하는 차량과 부딪혔다고 했다.


자동차 사고가 처음이었던 아내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상대방은 아내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며 급히 볼일이 있다고 재촉을 했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로 아내는 어쩔줄 몰랐다.


아내에게 내 명함을 건네주라고 했다. 그리고 전화기는 끊겼다. 아내에게 전화를 다시 걸었다.

상대방 차 번호랑 연락처는?

상대방은 자신의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어디론가 가버렸다고 했다. 상식 밖의 행동이었다. 접촉사고가 난 위치가 주차장에서 차들이 오르내리는 곳 인근이어서 차량 당시 현장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다고 했다. 뭔가 이상하다. 도대체 상식적으로 지금 상황이 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직업병 발동

난 직업병이 도졌다. 상대측의 대응이 상식 밖이 많아서다. 하나하나 따져봤다.


(1) 상대는 아내에게 자신의 차가 아니라고 했다. 차주는 따로 있으니 그 차주와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 잉? 보험에 가입은 돼 있는지 의심스럽네.

(2) 그 차주는 내 아내에게 보험처리 하지 않을 테니 10만 원의 현금을 달라고 했다.

: 잉? 아내가 100% 과실이라는 전제를 깔고 말하네. 쌍방 과실인지 아닌지는 따져봐야지!!!

(3) 사고 후 돈을 달라고 한 뒤 쏜살같이 사라졌다.

: 요거 상당히 의심스러운데. 왜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현장을 빠져나갔을까. 우리 쪽에서 합의해주지도 않았음에도... 보통 사고가 나면 아무리 급한 경우라도 현장을 지키는 게 기본인데...

(4) 내리자마자 "운전을 이렇게 하면 어떡하느냐"고 으름장을 놓았다.

: 내리자마자 아내 탓을 했다고 했다. 뭐지? 소리치면 갑인 세상이 아닌데...


정황을 보아하니 이건 대충 넘어갈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상대측이 고의든 아니든 간에 상대 측이 현장을 빠져나갔다. 아내에게 현금을 달라고 했다. 난 이런 것들에 상당한 의구심을 가졌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상대측이 뺑소니로 우리를 신고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10만원을 보내지 않았을 경우에... 그게 아니라면 생뚱맞게 입원을 하는 등으로 우리에게 합의금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난 그 사람을 전혀 모르니...

순리대로 처리하자

아내에게 우리 측 보험사 쪽에 사고 신고를 하라고 했다. 그게 순리였다. 난 그사이에 자동차 보험을 권유했던 분께 전화를 걸어 상황을 말하고 자문했다.


"상대방은 사라졌고, 우리는 그 사람의 차 번호도 모르고, 차종도 몰라요. 아는 것은 오로지 회색 차라는 것밖에... 어떡하죠?"


보험사 분도 난감해 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사고 접수가 됐으니 담당 직원이 배정되면 전화해 주겠다고 했다.


난 현장 CCTV 확보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라도 상대방의 차 번호를 확인해야 했다. 해당 백화점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CCTV 담당자를 찾아 아내의 위치를 말했고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다행히 백화점 직원분이 흔쾌히 도와주시기로 했다. 역시 백화점 직원분들은 굉장히 친절하다. 이런 분들에게 갑질하는 사람들은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고 있는데, 한 통의 문자가 왔다.


"방금 가볍게 접촉사고 난 운전자입니다. 크게 사고 난 것도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차주가 아니라 세차비만 받으라고 하네요"


문자가 황당했다. 아내가 일방적으로 사고를 낸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었다. '뭐지?'란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보험사 사고 현장 확인 직원분이 도착했다는 연락이었다. 아내에게 현장 출동 직원분과 함께 CCTV를 확인해보라고 했다. 출동 직원분과도 통화했다.


잠시 후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아내는 CCTV를 확인해보니 쌍방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조건 쌍방 과실이다. 특히 주차장 오르내리는 곳에서 차가 주차하는 차를 보지 못하고 주차장 안으로 진입하다 부딪힌 상황까지 가능해진다. 그 차가 오히려 들이받은 상황으로 바뀐다.


문자를 보낸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고가 났는데 현장에서 벗어나시면 안되죠.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아내는 지금 현장에 있으니 현장에 가주셨으면 합니다. 보험사 직원도 나와있으니 가셔서 확인해주세요. 저희는 보험처리 하겠습니다."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지금 cctv 다 확인했고 상대방 차주가 나타나지 않아 경찰에 신고도 하려고 했습니다"라고.


그는 "제가 바빠서 지금 백화점이니 곧 가겠다"고 내게 답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던 것은 단 하나였다. 현금을 달라는 그가 의심쩍었고, 사고 직후 여성 운전자에게 "운전을 그렇게 하면 어떡하냐"라는 식의 말을 하며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생뚱맞은 경우를 당할까 걱정돼 아내에게 112에도 신고할 것을 주문했다.


우리가 사고 신고를 하며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가 물러섰다. 그는 보험사 직원에게 "CCTV에 둘 다 차가 움직였다고 하니 그냥 없었던 거로 하죠"라고 했단다. 보험사 직원은 우리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되물어왔다.

10만 원은 왜 달란 거지?

'처음부터 자신도 움직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왜 아내에게 10만 원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돈을 요구한 것인가?'


난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더는 아내를 힘들게 할 수 없었다. 이번 일로 아내는 정신적 충격이 컸을 것이다. 게다가 차에는 3살도 안 된 아들도 있었다. 엄마가 당황해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통에 아들은 엄마가 자신을 차에 두고 어디론가 가버린 줄 알고 서럽게 울었다고 했다.


아들은 집에 오자마자 당시 놀란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채 잠이 들었다고 했다. 저녁 7시 전에 잠을 자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는데 오늘은 7시 전부터 자기 시작했다고 했다. 차 안에서 차 밖에서 우왕좌왕하는 엄마를 보며 두려운 마음에 한없이 엄마를 울부짖으며 찾았을 아들 모습을 떠올리니 너무 속상하다.


난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래도 잘 마무리가 됐으니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저자세로 통화했다.


"자꾸 전화를 걸어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내가 운전이 미흡해서 많이 당황하셨죠. 쌍방이 다 움직였던 거라고 CCTV에서 확인이 됐더라고요. 저희 보험사 측에게 없던 일로 하시겠다고 하셨다고 해서요"


"네"


'....... 뭐지???'


정말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내 아내를 당황하게 하고 심리적으로 부담을 준 것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도 없었다. 난 그것에 분노해 이렇게 브런치에 적는다.


초보 운전자분들에게
이것은 꼭 명심하세요!!!


경미한 접촉사고라도 하더라도 일단 사고가 났다면!!!

(1) 현장 사진은 꼭 찍어야 합니다.

: 사고 난 두 차가 잘 보이도록 찍고, 가까이에서도 찍고 번호판이 보이게도 찍고, 바퀴의 방향이 어떻게 돼 있는지가 보이도록 찍으세요.


(2) 차 번호 판과 상대방의 운전면허증은 반드시 대조해서 사진으로 찍어두셔야 합니다. 운전자가 보험 가입자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 특히 심야의 경우엔 알코올 섭취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고 신고는 반드시 하는 게 좋습니다.


(3) 양 측이 모두 움직이고 있었다면 한쪽에 100% 과실이란 없으므로 상대방 측이 고압적인 자세로 나온다 하더라도 위축되지 마세요.


(4) 상대방 측이 차주가 아니라고 한다면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럴 경우엔 보험으로 하자고 하면 현금을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보험신고 자체가 안되기 때문이죠.


(5) 사고 나면 보험처리 하는 게 좋습니다. 현금으로 주게 되면 나중에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가벼운 사고의 경우엔 사고 접수 후에 합의를 봐도 괜찮습니다. 경찰에 신고해 기록을 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그래야 딴소리를 안 합니다.


(6) 돈을 달라고 하는 사람은 조심하세요. 사건 사고를 다루다 보면 이런 식으로 용돈을 버는 이들도 많습니다. 물론 제 아내가 경험한 것은 이런 부류의 인간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내를 가해자, 자신을 피해자로 일방적으로 구분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그렇습니다.



다만 다음은 형사처벌 대상이니 명심하세요!!! 안전운전하세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11대 중과실 사고유형

- 신호위반
- 중앙선 침범
- 시속 20Km 이상 속도위반
- 앞지르기 방법 또는 금지 위반
- 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 횡단보도 보행자보호 의무위반
- 무면허 운전
- 음주운전
- 보도침범사고
- 개문발차 사고
- 어린이 보호구역 내의 어린이 보호의무위반
- 이 외 음주운전과 도주사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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