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돈이 얽힌 일이야!

금전거래는 명확해야만 사후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구!

by 광화문덕
음......
뭔가 석연치 않아....

마이데이터를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실무자로서 비용 문제가 계속 찜찜했다.


사업 추진부서에서 해당 내용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을 거라 믿지만, 혹시나 하는 노파심이 나를 자꾸 조바심 나게 했다. 결국 다시 팀장님께 달려갔다.


“팀장님 마이데이터 기관에서 저희 쪽에 데이터를 제공하라고 요구했잖아요. 그런데 비용에 대한 부분은 일체 얘기가 없었구요. 당연히 저희 쪽에 데이터를 가져가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상대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가지고 저희들을 소집한 것이니 거기에 대고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을 것 같고요. 답답하네요”


“음...”


“만약 저희가 마이데이터 사업자 면허를 따지 않게 되면, 관련 데이터 의무전송 범위도 고민해야 할 듯하네요. 결국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돈이 되는 데이터 정보를 가져가고자 할 테니까요. 핵심 데이터는 저희 입장에서는 사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구요.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에요"


어찌 됐든...
분명한 건...

실무자로서 해당 API 규격에 맞춰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맞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입장을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수시로 우리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관련 데이터를 가져간다고 한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API 구축 및 서버 유지 관리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니 말이다.


"과도한 트래픽으로 저희 네트워크에 문제라도 생기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휴.... 끔찍하네요.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지. 안 그래도 지금 관련 논의가 한창인 것 같더라구. 우리 회사의 경우에도 윗분들의 의사결정을 토대로 우리도 입장을 정리해야 할 테니 관련해서 사업부서에 관련한 내용을 전달해서 의사결정을 받아보자고”


“넵”


결국...

마이데이터 사업자 윤곽이 나오면서 예상대로 비용 이슈가 불거졌다. 그리고 머지않아 관련 기사가 검색됐다.


“팀장님 기사 보셨어요?”


“응???”


나는 기사를 프린트해서 팀장님께 전달해드렸다.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 수수료가 제도 시행 1년 동안 무료로 운영된다고 합의했다네요”


내 예상과는 달리,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 수수료 관련 내용은 생각만큼 이슈가 되지 않았다. 수수료 이슈는 마이데이터란 거대한 바람을 이루는 아주 작은 논쟁 중 하나일 뿐이었나 보다. 대세를 거스를 수 있는 큰 변수가 아니니 말이다.


분명한 것은 제아무리 사업자들이 비용 부담 책임을 놓고 왈가왈부하며 다툰다 하더라도 결국 정부의 말 한 마디면 정리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언론 입장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이슈일 수 있겠다 싶었다.


정부에서 1년 동안 무료로 운영하기로 방침을 정한 만큼 더 이상 사업자들이 여기에 토를 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에 탈룰라급으로 수긍이 갔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데이터 실무자이기에...

현재 수수료 관련한 쟁점에 대해서 정리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정리했다. 기사에 언급된 내용들을 토대로 말이다.

ㅁ 국내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 후 사업자 간 비용 문제 불거짐

ㅇ 마이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신용정보원이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55개 사업자에게 마이데이터센터 운영 경비 절반을 부담하라고 공문을 보낸 것이 시발점
- 현재 책정된 마이데이터 센터 운영 비용은 30억 원인데, 이중 절반인 15억 원은 마이데이터 정보를 줘야 하는 제공 업체가, 나머지 절반인 15억 원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는 55개 사업자가 'n분의 1'로 부담하도록 함. 사업자당 약 2700만 원 정도로 추정

ㅇ 영세 핀테크 사업자들의 경우 이 비용이 부담된다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
- 마이데이터로 수익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라고 주장.
- 기존 사실상 마이데이터와 유사한 사업을 해왔던 업체들은 다른 은행·증권·보험·카드사 등의 사용자 데이터를 얻기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긁어오는 '스크래핑' 방식을 써왔음
- 이 경우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스크래핑 전문 업체들을 통해 개인정보를 긁어올 수 있었음
- 하지만 데이터3법 개정안 시행으로 스크래핑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긁어오는 것은 금지가 됐고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통해서만 가능해짐. 즉, 오픈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방식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신용정보원의 마이데이터센터를 거치게 되어 운영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임

ㅇ 은행이나 보험사 같은 대형 사업자들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면서 정보까지 제공해야 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
- 신용정보원은 마이데이터센터 운영비용으로 30억 원 중 절반인 정보제공료를 부담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자로서 정보 이용료도 함께 부담해야 하는 상황임
- 대형 사업자 입장에선 정보를 제공하고 받기도 하면서 돈은 2배로 들어가는 구조라고 지적

ㅇ 금융당국은 영세업자와 대형 사업자 간 의견 조율을 사전에 마쳤다는 입장으로, 향후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간 데이터 이용료를 과금한다는 방침이어서 비용 논란 이슈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
- 비용 배분 문제는 1년간 한시적으로 운용해 본 후 조율할 예정으로 1년 동안 무료로 운영해보고 1년 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데이터를 많이 활용하는 쪽이 비용을 더 내는 방향으로 일부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음
※ 신용정보원
: 종전의 은행연합회 등 5개 금융협회 및 보험개발원에서 분산하여 관리하던 신용정보를 보다 안전하게 집중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6년 1월에 설립된 종합 신용정보 집중기관이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란 속담이 있다

비용 이슈를 놓고 대립하는 모습을 정리하다 보니 이 속담이 생각났다. 같은 근거라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삼아서 주장하는 셈법에 따라 전혀 다른 주장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에휴... 사업자별 셈법은 다 다르지만 저마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같네'


그랬다. 기업에게 비용 이슈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돈을 얼마나 벌 지 알 수 없고, 시장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도 알 수 없는 모든 게 불확실하고 불명확한 상황이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려면 수백억 원을 투자해야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특히 작은 기업에서는 굉장한 리스크를 떠안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향후 몇 년간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에서 설비 투자뿐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으로 추가로 수억 원을 집행해야 하니 자칫 회사 존립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일 수 있다.

대기업이라고
상황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신사업 투자를 하려면 재무 쪽을 설득해 투자 당위성을 입증해야 한다. 시장 전망치와 사업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예상 수익 전망에 대한 연도별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나온 시장 전망이 없고 향후 면허가 몇 개가 발급될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예상 수익을 전망하여 수치화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노답인 상황이다.


하물며 사업을 추진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도 이런데 늘 비용절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재무 쪽에서 신사업 투자를 해야 할 우리 쪽의 손을 들어줄 리 만무하다. 그게 기업 내 조직의 현실이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회의감도 짙어졌다.


'이렇게 불확실함이 가득 차 보이는데, 도대체 마이데이터를 하게 되면 뭐가 좋아진다는 걸까? 누구한테 좋아진다는 걸까? 정말 이것이 수백억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것일까?'


흐음....

마이데이터의 이로움에 대해서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이제 기대효과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다....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