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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Oct 09. 2015

부산 탐구생활

밀면, 비빔면, 씨앗호떡, 비빔당면, 순대, 물떡

내 생애 두 번째 부산 여행

내 나이 36살. 태어나서 두 번째로 부산을 찾았다. 팀 일정이 있어서다.


사실 내게 주말은 육아를 해야 하는 시기라 맘 편히 다녀오진 못했다. 아내는 10월에 뭐가 그리 주말 근무가 많으냐며 내게 서운함을 드러냈다. 아주 많이...


그렇게 미안함을 느끼고 10월 첫째 주 금요일 오전 7시 집을 나섰다. 첫 번째 목적지는 서울역 KTX 타는 곳. 8시 30분에 서울에서 출발하는 부산행 KTX 열차에 몸을 실었다.

사실 지난 2011년도 3월 1일 삼일절 기념으로 무작정 떠났던 기억은 있다. 그런데 그때 어떻게 다녀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무작정 열차표를 끊고 다녀왔던 터라...


한 4시간 걸리나요?

내 질문에 팀 동료는 어이없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KTX 타면 2시간 30분이면 가!". "아...." 사실 난 서울에서 부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KTX 안에서는 부산 가서 어떤 영상을 찍어야 할지 고민이 한가득했다. 그러는 사이 벌써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역이다. 기억났다.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1만5천 원 택시비를 지급했던 것도 기억났다. 처음 왔을 땐 밤이었는데. 낮에 오니 새롭다.

버스를 타고

지금은 얼마일까 궁금했지만... 버스를 타기로 했다. 부산에서 오래 생활했던 선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침 부산역 맞은편에 61번 버스가 왔다. 마치 우릴 기다렸다는 듯이... 버스를 타고 남포동으로 향했다. 버스에 분홍색 자리가 눈에 띄었다. 여성, 노약자 배려석이었다. '부산 버스도 서울과 같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 뒤 선배를 따라 내렸다. (좌) BIFF거리, (우) 자갈치시장. 변한 게 없었다. 똑같았다. BIFF거리를 훑어봤다. 그때 왔을 때는 그냥 길거리를 하염없이 걷기만 했는데... 선배의 설명을 들으며 걸으니 뭔가 신기했다. 아~! 이런 곳이었구나 등등. 역시 여행엔 가이드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우선 배가 고프니 밀면을 먹으러 갔다. '할매가야밀면'으로 먹으러 갔다. '광복로 패션거리'란 곳 뒤쪽에 있었다. 다음 지도를 찾으며 갔으나 처음 오는 이들에게 쉽지 않은 위치였다. 조금 헤맸다.


당시 내 입속은 혓바늘이 돋아있었고 입술 주위는 하얗게 헐어있었다. 피로와 스트레스에 따른 것이라는 게 병원 측의 설명...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밀면과 비빔면을 모두 맛보고 싶었다. 욕심을 내서 도전했다. 그 나름대로 맛이 있었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아깝지 않은 그런 맛!

후식이 필요해

BIFF거리로 다시 나왔다. '씨앗호떡'을 파는 곳. 사람들의 줄이 길게 서있다. 아마 저기가 맛집인가 보다. 난 상대적으로 줄이 적은 곳으로 갔다. 어차피 맛은 비슷하리라 생각했다. 파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씨앗호떡! 그냥 여기 왔으니 먹어보는 정도 아닐겠느냐란 생각....


노트북을 켜야해서 아리랑거리 입구 옆에 있는 엔제리너스로 들어갔다. 서울의 경우 보통 이런 대기업 가맹점 커피숍엔 콘센트가 있는 게 보통이다. 적어도 내가 갔던 곳에서는 대부분 콘센트가 있었다. 그런데 여긴 없었다. 나와야 했다. 커피가 아니라 콘센트가 필요했다.

'어느 하루' 커피숍

옆에 '어느하루'라는 커피숍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올라갔다.


'브라보~'!!!


이곳엔 콘센트가 있었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그런 느낌. 뭔가 여기서 책도 읽고 싶고 글도 쓰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자리를 잡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셀카도 만끽했다. 사진도 잘 나왔다. 느낌 있다. 하하하...


이제 남은 건 아리랑거리 속 음식들이었다. 간식이라 생각하고 '아리랑거리'로 갔다. 할머니가 나를 불렀다. '다 비슷하겠거니'란 생각에 앉아서 주문했다. 충무김밥에 물떡에 비빔당면. TV를 보면 이 정도는 먹어주는 거라고 해서 나도 그렇게 시켰다.


맛은... 음...........


먹다가 목이 말라 옆에 식혜 아주머니께 식혜를 샀다. 딱 2국자에 1천 원....... 음.... 그래도 식혜 맛은 좋았다. 식혜는 바로 계산했다. 2천 원.


순대도 먹고 가야 할 것 같아 순대도 시켰다. 할머니께서 가격을 도통 말씀 안 해주신다...


아까 시키기 전에 충무김밥 6천 원, 비빔당면 2천 원, 물떡 2천 원이라고 했던 것 이외엔 가격을 말씀 안 해주셨다. 물떡은 가래떡 어묵 국물에 담근 거 1개와 어묵 2줄이다. 서울에서도 어묵 1개에 500원 정도 하니...


다 먹고 이제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내가 잘못들은 것은 아닌데.... 1만1천 원에 순대까지 총 1만5천 원... 귀를 의심해야 했다. 하지만 "아까 1만 원이라고 하셨는데..."라고 되묻지 않고 그냥 1만5천 원을 내어 드리고 나왔다. 1천 원에 야박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충무김밥(6천 원)+비빔당면(2천 원)+물떡(2천 원)+식혜 2잔(2천 원)+순대(?)=1만7천 원이면....


국제 시장으로 향했다. 꽃분이네를 보고 싶어서였다. 국제시장 입구에서 꽃분이네를 가는 길에 수많은 다양한 상점들이 있었다. 꽃분이네 역시 한산했다. 평일이라 그런 거라 생각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더는 먹을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 자갈치 시장으로 향했다. 부산에 왔으니 보고 가야겠기에... 자갈치 시장에서 보이는 게 바다(?)겠지. 바다도 보고 싶었다. 부산하면 갈매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갈매기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갈매기는 없었다... 내가 갔을 때 다들 어디로 놀러갔을지도...


그렇게 남포동 투어는 끝이 났다. BIFF거리였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열기를 느끼지는 못했다. 그냥 시장거리 같았다.


지하철을 타고 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이동했다. 그날 먹었던 회는 두툼한 게 좋았다. 저녁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술.......에........... 취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청사포 앞에 위치한 호텔이었다. 목이 말라 호텔 곳곳을 뒤졌지만.... 물은 없었다. 창문 밖으로는 광활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청사포 상징도 보였다.

마비된 위를 부여잡고 택시를 타고 해운대로 이동했다. 안 되겠다 싶어 택시에서 내려 약국에서 여명을 사 마셨다. 시외버스터미널 근처 국밥집에서 국밥을 먹었다. 가격이 무지 쌌다. 4천 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난 국물만 먹었다. 국물 리필도 해주셨다. 감사했다.


해운대 앞 2층에 위치한 전망 좋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여유를 만끽했다.

택시를 타고 부산역으로 이동했다. 택시비는 1만6천 원정도 나왔다. 4년 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택시를 오래 타서였을까 뱃속에서 신호가 왔다. 화장실에서 결국......


1박 2일동안 먹었던 것을 부산역에 다시 내려놓고 서울행 KTX에 올랐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다음번 부산은 언제쯤 오게 될까...라고...


주말동안 속을 다스려야만 했다. 내 위는 계속 마비돼 있었다. 알코올에... 월요일에 출근해 부산에서 찍어온 영상 기획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김원유 PD와 서로 '덤앤더머'라고 놀림을 받으며 이것저것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온종일 기획 아이디어를 쥐어짰다. 그리고 김 PD와 난 이 영상을 만들어냈다.


[촬영:노컷뉴스SNS팀][기획/제작:김원유PD,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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