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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y 20. 2023

유명세를 치렀음에도 장사하기 쉽지 않은 요즘

쾌적하고 매우 친절하셨다 심지어 음식도 가격도 충분히 좋았다

토 달지 마라.
그는 오직 그가 직접 가보고 맛본 곳 중
최고의 집으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니
- 광화문덕 -

고독한 외식가 선배님의 발걸음을 따라 오늘도 걷는다. 고독한 외식가 선배님이 함께 밥 먹자고 하신 날에는 무조건 순순히 따라갈 뿐이다. 그 어떤 의심도, 그 어떤 불안도 사치다. 그는 먹는 것에 진심이고, 그의 삶은 식도락에 있음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여기야 여기"


묵묵히 고독한 외식가의 걸음을 쫓아가다 마주한 곳. 바로 이번엔 '장천'이란 중국집이다.



"여긴 진짜야~ 노원에 본점이 있는 진짜라구"


그랬다. 고독한 외식가는 모든 히스토리를 꿰고 있었다.


"요즘 이런저런 간판을 놓고 장사를 하는 곳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긴 여기가 진짜야. 다른 곳은 압구정이나 강남이 본사이고 여기에 같은 간판은 붙어있지만 그건 가맹점이거나 분점을 낸 거거나 그런 거거든. 여기 장천은 노원에 있는 여기가 진짜야"


2층에 위치한 장천
하지만 그 옆에 가게는 폐업한 듯 보였다

가게에 들어가니 시간이 정오쯤 됐음에도 우리가 점심 첫 손님인 듯했다. 요즘 경기가 정말 안 좋다는 게 실감이 났다. 이렇게 유명하고 노원에서도 입소문이 난 중국집인데... 심지어 유명 방송까지 타면서 '달인'으로 유명세를 치렀음에도...  한창 붐벼야 할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이곳마저 한적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 정도로 유명한 집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어려운 시기임이 직감됐다.


입구에 들어서면 나를 반기는 사장님의 영혼(?)이 담긴 커다란 액자다. 흔히 여기 이곳은 불 맛이 특징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유명한 것은 차돌박이불짬뽕인데 매운 불맛이라고 했다.


여긴 짬뽕이 유명해

고독한 외식가님의 추천에 따라 이날 함께한 분들은 홍합짬뽕과 맵지만 시그니처이기에 '차돌박이불짬뽕'에 도전하셨다. 그러다 한 선배님이 쟁반짜장면이 드시고 싶다고 하셨는데,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서 나는 쟁반짜장면을 같이 먹겠다고 했다.


사실 짬뽕보다 쟁반짜장 맛이 궁금하기도 했다.


"여기 사장님 딱 보니 중국 본토분 같은데?"


"그러니까 이 정도로 유명하려면 중국 본토에서 오셔서 정통 중국요리를 하시는 분이지 않을까?"


사장님의 포스를 보고 다들 "으아~~ 대단하신 분이다"라는 감탄사를 자아내시면서 사장님이 어떤 분일까 궁금해하며 서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는 사이 드디어 짬뽕이 나왔고, 비주얼이 어마어마하여 난 넋을 잃고서 보게 됐다. 내 앞에 주어진 요리가 아니어서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매운 불짬뽕이다보니 난 시킬 수도 없는데... 하는 아쉬움에 바라만 봐야 했다.

사장님은 중국 분이세요?

고독한 외식가 선배님께서 서빙보시는 사장님(?)께 주방에 계신 사장님이 어느 나라 분인지 물어보셨다. 정말 궁금하셨던 것 같다.


"대구 토박이세요"


"헉!"


서빙보시는 사장님(?)의 답변에 모두들 잠시 멍하니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머쓱해져서 음식을 먹는 데 집중하는 척했다.


아마도 이런 질문을 많이 받으셨던 것 같았다. 그래서 "대구 토박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해 주신 듯하다. 답변 속에 내공이 느껴졌다. "더 이상 토 달지 마라"라는 포스랄까.


쟁반짜장 나왔습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사진 잠깐 한 장만 찍어도 될까요?"


양해 말씀을 구하고 재빠르게 찍으려 했다. 


'단 한 번의 기회다. 두 번 하면 민폐가 될 수 있다.'


심호흡을 한번 가다듬고 찰칵 찍었으나... 초점이 나갔다..... 

돌아와라... 나의 초점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홍합을 잘 발라낸 뒤에 쟁반짜장을 한 젓가락 뜨고 맛을 봤다. 볶음 짜장인데, 여기에 매콤한 사천 소스가 가미된 듯했다. 내겐 꽤 매력적인 맛을 선사했다. 다른 데서는 맛보지 못했던 쟁반짜장 맛이었다.


아들 생각이 간절했다. 약간 맵긴 하지만, 짜장면을 무척 진심으로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먹으면 더욱 즐겁고 행복할 것 같아서였다. 


먹으면서 계속 미련이 남아 아쉬움이 깊어졌다.


'더 잘 찍어둘걸.... 노도강사는사람들에 올려야 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군만두라도 잘 찍어보자

아쉬운 마음에 내 앞접시에 놓아둔 군만두라도 잘 찍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만두가 6,000원이라 이것도 사 먹으려면 용기가 필요해서다. 물론 군만두도 맛있었다. 하지만 보통 가족과 먹다 보면 군만두를 시키기보다는 탕수육을 시키게 마련이다.


'찰칵'


카메라 소리가 나자 주변의 시선이 내게 쏠림을 느낀다. 아... 민망하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


하......


군만두 역시 초점이 나갔다. 이런...


군만두 역시 돈이 아깝지는 않았다. 다만 그동안 생각해 보면 가족과 중국집에 와서, 지인과 중국집에 와서 탕수육을 시켰지 군만두를 거기에 추가해서 시킨 적은 없었다. 다 먹지 못할 뿐 아니라, 어쩌면 어릴 적부터 서비스란 개념이 더 커서 편견이 생겨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암튼 오늘 먹는 군만두가 내 생애 마지막 군만두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이 맛을 더 간직하고 싶다는 애틋함이 밀려왔다...

아들~!!!
아빠랑 같이 노원에 짜장면 맛있게 하는
중국집 가보지 않을래?

아들과 아내에게 몇 차례 제안했고, 드디어 어제저녁 식사로 '장천' 중국집이 당첨됐다.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있는 아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호접몽'을 미루고 내가 제안한 노원역 6번 출구 근처에 있는 '장천'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주차였다

역시 노원역은 저녁 시간대가 되자 핫플레이스로 변화했다. 발 디딜 틈이 없이 수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조금 멀리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아들과 아내와 함께 걸어갔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가족과 함께 온 중국집 '장천'.

지난번에 찍지 못한 사진을 꼼꼼하게 찍었다. 가족과 왔으니 사진 찍는 것에 눈치 보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물론 다른 손님들 계실 때에는 사진 찍는 소리로 다른 사람의 즐거운 식사를 방해할 생각은 전혀 없어 조심하고 있긴 하다.


지난번 점심때에도 든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유명세를 치른 중국집이지만, 2층이라서 그런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이날도 손님이 3테이블 정도밖에 없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고민이 많이 드는 대목이다. 

아빠 난 짜장면~!

아들은 역시 짜장면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짜장면을 보면 아들 생각이 한가득이다. 


"여기 짬뽕이 유명하대, 지난주에 왔을 땐 차돌박이불짬뽕 비주얼이 장난 아니더라구. 매운 걸 우린 잘 못 먹으니 일반 짬뽕 말고, 홍합 짬뽕으로 먹어봐. 후회하지 않을 거야~"


아내에게는 짬뽕을 맛볼 것을 권했다.


"우리 탕수육도 먹어봐야지~? 일반 탕수육을 먹을까? 찹쌀 탕수육을 먹을까?"


"찹쌀 탕수육~~~"


아들이 중국집에 와서 기분이 좋은지 바로 대답한다. 


'아들이 기뻐하면 나도 너무도 기쁘다'


그렇게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탕수육 '소'자를 시켰다.

우와 드디어 나왔다~~~

"잠시만~ 나 사진 한 번만 찍을 게~ 노도강사는사람들에 올리고 싶어서~"


물론 가족과 함께라도 해도 사진을 여러 번 찍으면 눈치가 많이 보인다. 기회는 2~3컷에서 끝내야 한다.  다행히 잘 찍혔다.

먹음직스럽게 나왔다. 아내도 아들도 즐겁게 식사를 했다.   

가게도 깔끔했고
서빙 보시는 사장님(?)도 친절하셨다

세 가족이 배불리 먹고 나와서 결제한 금액은 4만 1,000원(짜장 7,000원 + 홍합짬뽕 1만 1,000원 + 찹쌀탕수육 2만 3,000원) 이었다.


요즘 생각해 보면 저녁 시간에 세 식구가 배불리 식사를 하고 나왔을 때 4만 1,000원이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라는 생각은 하지만...


요즘은 노도강사는사람들 블로그를 열고, 인근 식당을 다니면서 '지역상권활성화'에 대한 고민은 더 커지는 것 같다. 결국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지갑은 더 가벼워지고, 외식이 아닌 집밥으로 전환하는 가구가 많아질 테니... 자연스레 아무리 좋은 식재료로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다고 해도 전체 외식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니 마케팅비를 지출하지 않는 소상공인의 경우에는 손님이 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컨설팅해 드리고 싶다
마케팅비를 지출하는 것은 말리고 싶습니다. 소상공인의 가치는 한번 찾아온 손님이 그 가게를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오게끔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손님이 찾아와야 다시 찾아오게끔 하지 않겠냐"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으시지만, 전 이렇게 답변드리고 싶어요.

"정말 손님이 한 명도 없다면 그건 정말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하는 이슈겠지만요, 최근 몇 달간의 포스 단말기에 찍힌 데이터를 살펴봐주세요. 오늘도 누군가는 우연히든 의지를 가지고 오든 사장님 가게에 오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혹시 데이터를 보실 줄 모르신다면 언제든 '톡톡'으로 문의해 주세요. 제가 같이 데이터를 살펴봐드리면서 같이 고민해 드릴게요. 

노원, 도봉, 강북 그리고 모든 지역의 소상공인분들을 응원합니다.

- 광화문덕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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