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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y 29. 2023

내 행동이 그대에게 이롭길...

인생은 바둑같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잘 살아보려 애쓰지만 쉽지 않다

"문이 닫힙니다"


출근길 지하철. 헐레벌떡 탔다. 승강장까지 들려오는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를 들으며, 젖 먹던 힘까지 짜네 뛰고 또 뛰었다. 다행히 지하철은 문이 열려 있었고, 내가 타고 조금 더 있다가 출발했다.


나는 4호선 라인 종착지 근처인 상계역에서 타곤 한다. 예전 당고개역이 종착지였을 때에는 늘 앉아서 탔지만, 진접까지 확대되고 나서부터는 지하철에서 앉아갈 확률은 그날그날 상황에 달렸다.


오늘은 사람들이 만석이다. 급하게 뛰어서 탔다 보니 열차의 앞쪽으로 탔다. 2호선으로 갈아타기 편한 열차 칸은 맨 뒤칸이어서, 천천히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조심하며 맨 뒤 열차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맨 뒤칸에 도착하니 빈 좌석이 눈에 들어왔다. 5군데 자리가 비어있다. 서서 고민했다. 3분 정도 망설이다 앉았다.


"이번 역은 ㅇㅇ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디스탑 이즈 ㅇㅇ, ㅇㅇ 스테이션"


지하철 문이 열리고 빈자리를 향해 사람들이 뛰어들어왔다. 앉은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떤 이는 뛰었지만 자리를 앉지 못했다. 그의 표정은 실망으로 가득했다. 또 다른 이는 자리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다시 문밖으로 나갔다.


나도 저들의 모습과 같았을 때가 떠올랐다. 아직도 그의 눈빛이 잊히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다. 그날도 아침 출근길이었다. 상계역으로 들어오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대기열 맨 앞에 서서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문이 열렸고, 난 눈앞에 보이는 빈 좌석을 정하고 거기로 걸어갔다. 그런데 그 좌석을 왼쪽 칸 입구로 들어온 분이 먼저 앉아버렸고, 난 잠시 주춤하다 다른 좌석에 가서 앉았다.


"아이참!!!"


뒤에서 원망 가득한 한숨이 내 귀를 강타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앉아있던 나를 향해 싸늘하지만 강렬한 눈빛을 쏘아붙였다. 그것도 부족하다 싶었는지 두어 번 비난하는 몇 마디를 더 내뱉은 뒤에야 다른 자리로 이동했다.


사실 이날 동대문운동장역에 내리기 전까지 계속 '어찌 됐든 내가 잠시 멈칫한 것으로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앉지 못한 것을 사과해야 할까'라고 심각하게 계속 고민했다. 그리고 마음을 먹고 사과하려고 그를 찾아봤으나 이미 내리고 없었다.


'나로 인해 누군가의 아침 기분이 상했구나'란 기분이 들자 미안한 마음이 종일 내 마음 한 구석에 남게 됐다. 지금도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만약... 만약에 말야... 내가 지금 앉은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앉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 앉은 이들도 달라져 있지 않을까?'


내가 앉기로 선택한 이것이 어쩌면 누군가에겐 '신의 한 수'였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이에게는 '악수'였을 수도 있다.


나비효과란 말처럼 내 행동의 파장이 미치고 미쳐 누군가에게는 큰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나를 위해, 혹은 내 가족을 위해, 또는 연인 혹은 그 누군가를 위해 행동을 하며 산다. 그런데 그 행동은 또 다른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우리는 그런 행동들의 얽혀 혼재된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바둑은 둘이서 두지만, 한 수 한 수를 두는 것이 상대편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는 등 상대의 행동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나의 생각 없이 하는 행동 하나로 인해 어떠한 결과가 일어났을 때가 있었다. 그때 나의 생각 없음을 자책했고,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반성하며 더 조심스럽게 말과 행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수를 완벽히 줄일 수는 없다는 것에 늘 괴로워하고 있다.


인생은 바둑 같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새 판을 시작해도 늘 실수를 반복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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