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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un 01. 2023

택배 상자 안에 담긴 마음

"정말 소가죽 맞습니다. 믿어주세요"

내겐 애장품이 하나 있다

마음 속 감기가 걸려 하루라도 무언가를 사지 않으면 불안함에 떨어야 했던 날들 때 수집한 제품이다.


버건디에 미쳤었고, 까르띠에라는 브랜드가 가진 감성에 미쳐 정말 미친사람처럼 버건디 색상이면, 까르띠에라면 닥치는대로 사들였던 때가 있었다.


그때 우연히 발견하고 꽤 고가의 비용을 들여 사들인 제품이 바로 이 까르띠에 산토스 벨트다. 샀을 당시에는 허리 가죽 벨트가 샀던 모습 그대로 온전히 새상품으로 보존돼 있었으나, 사용해보고 싶은 욕구를 참지못하고 벨트를 자르고 나선 고이 모셔두기만 했다.


이 제품을 내게 파신 분의 말씀에 따르면, 아버님이 프랑스 파리 가실 일이 있으셨을 때 사놓고 사용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보증서에 찍힌 날짜는 1988년 12월 23일 구매한 것으로 적혀있는 것을 보면,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구매하셨던 것 같다.


처음에는 모셔두려고 샀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냥 바라보며 마음 속 감기가 들었던 시기에 사뒀던 벨트를 가끔 바라보며 당시를 회상하곤 한다. 사실 벨트를 하고 다닐 엄두가 나지 않은 것도 있기도 하다. 그냥 보관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러다 최근 사용하던
벨트 가죽이 헤져서 고민하던 중

사용하지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던 벨트와 같은 벨트를 우연히 보게 됐고, 질렀다.


새상품과 같은 컨디션이긴 하지만, 완전히 새것은 아니었기에 이것은 사용할 요량으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벨트 가죽을 보기 위해 열심히 또 열심히 검색을 했다. 


어차피 가죽 벨트의 경우 소모품이다보니 사용하다보면 수동벨트의 경우에는 구멍이 있는 부위가 헤져서 교체해야 하는 이슈가 있기도 하여 가성비 좋으면서도, 버클이 가진 감성을 헤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폭풍검색했다.


많은 곳들 중에 최종적으로 3곳 정도로 추렸다. 한 곳은 가죽공방과 같은 곳이었는데 자투리 가죽을 활용해서 가죽 벨트를 만든다고 적혀있었다. 다만, 주문하면 가죽 소재느낌이 랜덤으로 오는 방식이어서 꽤 가성비 좋은 벨트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들었지만, 실제로 주문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또 한 곳은 가죽인데 실제 몽블랑 벨트 등 처럼 가죽인데 광이나도록 한 벨트가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또한 가죽 너비부터 폭까지 디테일까지 자세하게 수치를 적어주셔서 믿음직스러웠다. 하지만 아쉽게도 3곳 중에 가장 비싸서 일단 조금 더 살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의 선택을 받은 곳은 바로, '어버너'란 곳이다. 가죽 공장을 촬영한 영상부터 아주 자세하게 적어놓은 설명들이 마음이 갔다. 그리고 고르고 고른 3곳 중에서 가장 저렴했다. 속는 셈치고 결제해도 될 정도의 가격이었다. 그래서 정말 속는 셈치고 검정색 민무늬 가죽 벨트와 아몬드브라운 민무늬 가죽 벨트 2개를 주문했다.


그리고
이틀 후

택배가 도착했다. 택배 상자를 열고는 상품 후기를 써야겠다고 마음 먹게 됐다. 바로 이 팜플렛에 적힌 문구 때문이다.


"정말 소가죽 맞습니다. 믿어주세요"


사실 광고 팜플렛이라고 생각하고 버릴 수도 있지만, 이 문구 하나로 인해 차근차근 '어버너(URBANER)'란 곳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가죽 벨트는 실제로는 저렴했지만
퀄리티는 괜찮았다

검정색과 아몬드브라운 2개를 주문했는데, 검정색은 검정 가죽 벨트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아몬드브라운 색상이 사실 많이 걱정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실제로 보면 아래 보는 색상보다 더 짙다. 갈색에 버건디 색상이 더해진 색감이라고 해야할까. 


짙은 갈색인데 버건디 느낌이 있는 그런 색상이라 까르띠에 버클과 잘 어울려서 만족한다.

실제 색감은 사진보다 조금 더 짙다. 갈색에 버건디 색감이 더해진 것 같은 느낌인데 고급스럽다. 검정색은 검정색이다.

후기를 쓰기 위해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보던 중 정말 반가운 표시를 추가로 발견했다. 택배 배송 조회를 해보니 '서울도봉우체국'에서 집하됐다고 나와있다. 그렇다. 알고 주문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요즘 밀고 있는 노.도.강사는사람들의 권역에 있는 곳이었다. 서울특별시 도봉구 마들로 703 3층.

정말 소가죽 맞습니다. 믿어주세요

사람들이 이 가격에 정말 소가죽 맞냐고 얼마나 물어보고 항의(?)했으면 사장님이 팜플렛에 이렇게까지 이런 문구를 적어놓으셨을까하는 마음이 들어 감정이입이 됐다.


사장님께서 적어주신 문구들 하나하나가 마음 깊이 와닿았다. 정말 좋은 제품들을 잘 만들어서 싸게 팔려고 하는데 소비자들이 사장님의 이런 마음과 '양심적으로 가격을 책정해 판매한다'는 기업 철학을 몰라준다는 그런 푸념이 담겨있는 느낌이랄까.


'하이퀄리티 로우프라이스'. 기업체와 정부기관 등에 납품하고 있다는 레퍼런스, 중국 자체 생산 넥타이 공장과 국내 생산 넥타이는 LG패션 등 브랜드와 동일한 공장에서 생산.


어쩌면 이미 OEM 주문제작 시장은 평정하셨고, 이제 차근차근 독자적 브랜드로 거듭나시기 위한 과정 중에 있으신 것이리라. 요새처럼 고금리에 소비심리가 죽어 있는 경기에서는 버티는 것조차 힘겨운 기업들이 많은데, 2009년부터 14년여 동안 기업운영해 오신 노하우로 더 잘 되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후기를 남겨본다.


그나저나, 아몬드브라운 가죽벨트가 나의 산토스 버클과 잘 어울려 너무 기분이 좋다. 내일부터 기분 좋게 벨트를 하고 다닐 것 같아 늦은 시간임에도 후기를 남기고 잠을 청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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