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May 18. 2023

우니 초밥에 얽힌 추억

처음 맛본 '우니'의 밀키함에 빠져 초밥이 흡족하면 꼭 맛본다


요즘은 업무로 인해 의정부와 남양주 별내 등 노.도.강 인근 경기도를 자주 다니곤 한다.


오늘도 업무지원을 위해 찾아간 곳은 바로 경기도 의정부시 장곡로 620 인근에 있는 금오플라자다. 좀 더 쉽게 설명해 보면, 경기도청북부청사역 인근이다.


내 나이도 이제
40대 중후반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소화기능이 자꾸 떨어져서 너무 무거운 음식보다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초밥류를 선호하곤 한다. 사실 점심 약속이 없을 땐 자주 굶기도 한다. 굶는 대신 점심시간인 1시간 동안 산책을 하곤 한다.


원래 컨설팅을 하게 되면 보통 2시간 내로 끝나는 게 보통인데, 오늘은 열정을 크게 한 스푼 더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오전 컨설팅 2시간이 모자라 점심을 먹고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사실 여기서 점심식사까지 할 것이란 생각을 못해서 미리 점심 먹을 장소를 찾아보지 않았다.



사전 계획 없이 찾게 되는 우연한 인연


그런 우연한 인연 속에 우리의 삶이 역사가 되고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나의 게으름을 합리화해 본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며 주변을 천천히 탐색하며 걷다가 마주친 초밥전문점이란 글자였다. 이름은 '주수사'다.


아담한 초밥전문점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가 최근에 맛봤던 홍대 가성비 갑으로 유명해진 오마카세 초밥집인 오사이초밥이 떠오를 정도로 '전통' 일식집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다.


사장님 모둠 초밥 1만 원짜리 부탁드려요


멋스러운 일식 셰프의 모자를 쓰신 사장님이 나를 반겨주셨다. 그리고 난 구석진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고는 모둠 초밥을 주문했다.

오마카세(일본어: お任せ)는 "주방특선" 요리 형식을 가리키는 일식 용어다. 그날의 재료로 요리를 준비한 상차림을 의미한다.


사장님이 그 자리에서 직접 만들어 주신다. 모둠 초밥을 시켰으니 셰프님께서 그날의 재료로 가장 신선한 초밥을 만들어주시는 것이니, 가히 '오마카세'라고 칭할만하지 않은가. 게다가 1만 원이라니! 가성비 정말 갑이다.


모둠 초밥
초밥 10피스 + 미니우동


아주 고급 일식 초밥을
기대하지 않길 바란다.

가격을 보시라 1만 원이다. 10피스에 미니우동이 나오는 셈이니 1피스에 1,000원이 안 되는 가격이다. 보통 회전초밥 집에서 미니우동도 3,000원은 한다.


하지만 이 가격에 이러한 감동적인 초밥을 맛볼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래는 사진을 찍으려 하지 않았으나, 모둠 초밥이 나오는 나무로 된 접시(?)를 눈으로 보자마자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나는 초밥마니아이니 이런 건 무조건 찍어둬야 한다.

주수사 셰프님이 주신 감동에
우니가 궁금해졌다


예전 홍대 오사이초밥에 가서 '오마카세'를 먹을 때 실장님이 설명해 주셨다. 초밥집의 품격은 '우니'에서 나온다고 말이다.


우니는 일본어로 성게를 뜻한다. 우니 초밥은 성게알을 얹은 초밥이다.


보통 김으로 둘레를 쌓아주시지만, 주수사 셰프님은 밥알 위에 우니를 얹어주셨다.


한국 초밥집에 유통되는 우니는 '일본(홋카이도)', 러시아, 북아메리카 대륙(캘리포니아산)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우니는 웬만한 초밥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유가 까다로워서라고 하셨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보관해서 판매한다는 것이 웬만한 테이블 회전이 되지 않으면 엄두가 나지 않아서라고 하셨다.


우니 초밥은 잘못 먹으면 엄청 비려서 신선도 유지가 굉장히 중요한 재료임에는 틀림없다.


의정부 금오동 주수사
우니초밥은 5천 원

주수사 우니 초밥은 5천 원이었다. 홍대 오사이초밥에서 맛봤던 우니초밥은 1피스에 6천 원이었다. 가격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내게 우니초밥에 대한 추억은 감동 그 자체이기에 남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 올해 초 홍대 오사이초밥에 갔을 때의 일이다. 예전 '신동진 기자의 글쓰기3GO' 책 작업을 같이 했던 출판사 팀장님이 한빛미디어 출판사 팀장님이 되셨기에 오랜만에 안부인사겸하여 홍대로 나들이를 나갔던 때다.


팀장님이 가성비 좋은 홍대 오마카세 초밥집이 있다며 내게 소개해주고 싶으시다고 하셨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바로 '오사이초밥 홍대점'이다.


오사이초밥 홍대점에서 느낀
우니초밥의 감동

사실 주방장님, 여기서는 실장님이란 호칭을 쓰셨다. 예약은 1시간 단위로 받고 있었고, 식사 시간은 40분에 한정됐다. 실장님이 시간이 되니 앞에 나타나셔서 본인 소개와 오마카세의 의미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실장님이 굉장히 미남이셨고 말씀하시는 톤도 저음으로 사람을 경청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으셨다.


몇 년 만에 만나는 출판사 팀장님과의 자리였지만, 실장님이 손수 앞에서 만들어주시는 초밥에 올라가는 재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자니, 팀장님과 대화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팀장님과도 대화를 너무 나누고 싶었지만, 실장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초밥 재료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느끼고 싶은 지적 희열을 놓칠 수가 없었다.


난 실장님께 질문도 해가며 열심히 경청했다. 초밥을 만들어주시는 실장님께서 "오마카세를 이렇게 잘 이해하고 식사를 해주시니 감사하다"며 내가 엄청 실장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경청하는 모습에 감탄과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셨다.


기자님
오사이초밥에 오면
꼭 우니를 맛보셔야 해요

팀장님은 여전히 나를 부르실 때 "기자님"이라고 부르신다. 그게 편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장님은 우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고, 추가로 우니초밥을 주문한 우리를 위해, 그리고 실장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들어준 모범생(?)인 우리를 위해 실장님은 정말 우니를 듬뿍듬뿍 아낌없이 초밥 위에 올려주셨다. 정말 신선한 우니 그 자체였다.


우니 1피스당 6천 원짜리이었지만, 내가 맛본 우니는 원래 주시는 것 2배 이상으로 듬뿍 우니가 올라간 것이었다.


그럼에도 느끼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우유를 먹는 듯한 밀키함이 있었다. 그리고 우니 초밥을 목으로 넘긴 후의 갈증이 밀려왔었다. 난 내가 느낀 것을 실장님께 설명해 드렸고, 실장님은 "정말 제대로 우니를 맛보신 것"이라며 또 한 번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야말로 난 이날 초밥 우등생이 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이날 맛본 우니초밥이
내 생애 첫 경험이었다

비주얼이 별로여서 팀장님이 권하지 않으셨다면 절대로 내가 시켜서 먹을 일은 없는 초밥이었지만, 팀장님이 추천해 주신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눈 딱 감고 맛본 것이다. 거기에 실장님께서 나를 칭찬하며 우니를 아낌없이 올려주셨으니 그 성의를 봐서라도 난 맛있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그날 이후 우니의 감동이 각인됐고, 이제는 초밥집에 가면 메뉴판에 우니 초밥이 있는지를 확인하곤 한다. 물론 일반 초밥이 내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절대로 우니 초밥을 주문하지 않는다. 우니 초밥을 셰프님께 요청한다는 것은 내게 이 초밥에 대한 최고의 극찬이라는 의미이니 말이다. 한번 제대로 맛보게 되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중독성 깊은 것이 바로 우니 초밥이다.


의정부 금오동 주수사 우니초밥도
맛보길 추천한다

신선하면서도 밀키함이 느껴진다. 인사를 하고 나와서 길을 걸으면서도 느껴지는 밀키함이 있을 정도였다. 오해하지 마시라. 절대로 느끼하고 비린 느낌이 아니다. 우니만의 그 고유한 맛이 있다. 그건 말로 하기 어렵지만, 제대로 우니 초밥을 맛보고 나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맛이다. 그야말로 '밀키하다'란 느낌을 혀와 목구멍으로 느껴보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그럼 그럼 꽃은 마음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