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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y 10. 2023

"그럼 그럼 꽃은 마음이지"

스타벅스 노원KT점 앞 꽃가게 사장님의'마음 가득 꽃 한 다발'

5월 가족의 날 연휴 덕택에
여기저기 꽃 매대가 한창인 요즘이다

노원역에도, 중계동 은행사거리에도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임시 꽃판매를 위해 매대가 들어서 있다.

 

어버이날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이들이 꽃꽂이를 해 만든 꽃들을 가지고 나와 저마다 목이 좋은 곳에 터를 잡고 판매에 나선 것이다.


판매자분들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20대부터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분들까지 말이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아내에게 꽃을 사다 주고 싶은 날

오늘이 그런 날이다. 늘 아내에게 잘못한 날 사과의 의미로 꽃을 사다 주곤 했는데, 오늘은 그냥 꽃을 사다 주고 싶었다.


마침 길을 걷다 발견한 꽃가게가 있어 가까이 다가갔다.

"사장님 이 꽃다발은 얼마 정도 해요?"


"그거 5만 원이요"


"아... 그럼 사장님 요거는요?"


"그건 3만 원이요"


"사장님 정말 죄송한데요... 아내한테 줄 건데, 조금 작은 꽃다발은 없을까요?"


"얼마 짜리를 원하시는데요?"(오해 없길 바란다. 사장님의 목소리는 무척 상냥하셨고, 인자하셨다)


사실 쉽사리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가격대는 1만 원짜리라서.... 혹여나 사장님께서 당황하실까 눈치가 보였다.


"말해봐요~ 얼마 짜리를 원하실까요? 내가 가격에 맞게 만들어 드리면 되지요~"


"저.... 사장님.... 죄송하지만.... 1만 원짜리.....도 가능할까요...?"


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그럼 그럼~ 그렇게 말하면 내가 잘 만들어드리지요~"


사장님은 나의 1만 원이란 말에 오히려 가격을 정확히 말해줘서 좋다는 얼굴로 꽃꽂이를 하기 시작하셨다.


"아내한테 줄 거라구요? 꽃은 비싼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마음이 중요한 거지. 꽃은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니까요. 내가 예쁘게 잘 만들어 드릴게요~"


사장님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꽃꽂이를 시작하셨다. 그리고 얼마 후에 1만 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멋진 꽃다발이 완성됐다.


너무도 예쁘고 싱싱한 꽃다발이다
너무 마음에 들어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바빠졌다

빨리 가서 집에서 육아로 지쳐있을 아내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늘 혼나서 아내한테 짐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이런 꽃을 사갈 때에는 빨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오다가 생각나서 꽃 사 왔어. 늘 사과할 때만 꽃을 사다 준 것 같아서. 이번엔 잘못한 거 없어"


쿨하게 주고 싶었지만,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있는 아내를 보니... 나도 모르게 주저리주저리 꽃을 사 온 이유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사실 꽃다발 덕택에
내 기분이 더 좋아졌다

꽃을 받는(?) 아내보다 내가 신났다. 아내는 꽃을 받고 그냥 침대 옆에 뒀다. 그래서 내가 챙겨 나와서 예전에 사다 놓은 투명한 꽃병을 꺼내 물을 담고 꽃다발을 가지런하게 옮겨 담았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진을 찍고나서 지금봐도 뿌듯하고 기분이 참 좋다
이것이 1만 원의 행복 아닐까!

꽃이 참 예쁘다.. 아내가 좋아하는 노란 꽃과 붉은 장미, 핑크 보라 그리고 싱그러운 초록이 골고루 잘 배치됐다. 위에서 찍어도 예쁘고 옆에서 찍어도 고급스럽다.

 

장미는 금방 시들겠지만, 사진 속에 담긴 꽃다발에 담긴 나의 마음은 이 글과 함께 오래오래 간직될 것이다.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스타벅스 KT노원점 앞 꽃가게 사장님께서 내게 주신 꽃다발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다. 사장님 덕택에 소중한 또 하나의 기록을 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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