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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y 09. 2023

29살 간절했던 나를 찾았다

그 날들을 기억할 수 있었던 건 글쓰기 덕택이었다

우연히 29살에 쓴 글을 보게 됐다

사실 이 글을 왜 쓰게 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짐작해 보건데, 너무도 간절했던 마음, 과연 내가 그토록 바라던 기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운 마음으로 인해, 하루하루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었던 때였으리라.


그때 나는 무모했지만 확신이 있었다. 원서를 수없이 냈고 1차 서류심사에서 매번 쓰디 쓴 술이 든 고배를 마셨지만, 그럼에도 '기자'가 될 것이란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기도하며 나는 반드시 멋진 기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하루하루 그러한 불확실한 삶 속에서 하나님을 부여잡고 살아갔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마주한
나의 20대 모습

네이버 블로그를 다시 재정비하던 중에 비공개로 해놓았다고 생각했던 포토로그에서 20살의 내 사진들을 발견하게 됐다.


20대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니 그때의 내가 그리워졌다. 가슴속 저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던 그때의 그날, 그날에 느꼈던 그 마음들이 아련하게 느껴지는 듯해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땐 아침에 눈뜨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다

새날이 시작됐고 내 에너지가 리셋됐으니 또다시 꿈을 향해 내 모든 에너지를 불사를 수 있는 기회가 생김에 행복했다랄까.


물론 아무런 비전도 없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그 어떠한 근거도 없었기에 불안하고 두려운 나날들이만...


하지만 그땐 그런 것들 조차 무시할 수 있는 강력한 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하루하루 그 꿈이 이뤄질 것이라고 막연하지만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던 때였다. 가진 건 하나도 없었지만, 그 누구보다 마음만큼은 풍요로웠다. 꿈을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랄까.


다시 보니
참 볼품없었구나

블로그 메뉴 가장 끄트머리에 포토로그란 게시판이 눈에 띄었다. 어떤 사진들을 저장해 놓았나 궁금하여 클릭했다.


온통 내 얼굴 사진들이다. 얼굴뼈만 앙상하게 남아있지만 표정에는 한껏 폼을 잡고 찍었다. 볼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정말 볼품없던 내 모습이지만 눈빛만큼은 순수해 보여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포토로그에 담긴 내 사진들을 보니 여러 복잡한 마음들이 내 안을 휘감는다.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고, 이렇게 15년을 잘 살아와준 것이 대견하기도 하다.


힘들었던 날들이었지만, 그때 그 마음을 기록으로 남겨둔 것이 감사한 마음이다. 이렇게 15년이 지나 지금 내 나이 44살이 되었지만, 이 글 덕택에 난 나의 29살 당시 나의 간절함을 다시 기억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요즘은 하루하루가 두렵기도 했다

삶의 난도는 점점 더 높아지기만 하고, 내게 주어지는 인생의 과제는 풀어내기엔 한계에 부딪힌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누구를 원망해서도, 누구를 비난해서도 내 삶이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사악한 들에 대한 심판은 하나님께 맡기고, 하루하루 내게 주어진 삶에 더 집중하며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갈 뿐이다.


이렇게 삶을 되돌아볼 때면
아들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이제 아들은 첫 사회생활인 '학교'에서 하루하루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상처받지 않는 법, 살아남는 방법 등을 터득해 가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어제도 아들과 함께 걷다 장난치듯 앞서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애틋함이 밀려왔다. 요 작은 마음이 세상의 혹독함으로 인해 상처받으면 어쩌나 하는 그런 부성애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제 저물어가고
아들은 이제 20대가 되어간다

29세의 내가 있었던 그날은 아니겠지만, 아들도 20대가 될 것이다. 본인의 미래에 대한 꿈을  것이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지만 눈앞이 깜깜해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날에 아빠가 남겨 놓은 이 글을 읽었으면 한다. 아빠의 무모했지만 간절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성공사례를 기억하며, 아들도 무모하지만 간절함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길 절히 바란다.


인생에서 누구나
어둡고 긴 터널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누군가는 어둡고 긴 터널이 두려워 중간에 되돌아가거나 도중에 멈춰서 신세한탄을 할 수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묵묵히 두려움을 참으며 터널 끝에서 밝은 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도 있다.


아빠가 해냈듯이, 아들도 그런 이가 되길 바란다. 좌절하지 말고 본인이 가지지 못했음을 신세한탄하며 주변을 탓하기보다, 본인의 믿음과 신념을 더욱 강화하며 어둡고 긴 터널을 끝까지 뚫고 지나가길 바란다.


오늘 이 글을 쓰며 기도한다. 아들이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갈 때 우연히 이 글을 읽고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가길. 우연이라고 썼지만, 아들이 이 글을 읽게 되는 날엔 '반드시' 들이 자신을 둘러싼 모든 어려, 두려움에 맞설 강한 믿음을 갖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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