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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y 01. 2023

뜻밖의 힐링 시간

춘천레고랜드 근처 애견동반 카페 '춘천 어반그린' 카페

아빠 레고랜드 가는 날이야

우린 용인 에버랜드, 잠실 롯데월드, 과천 서울랜드보다 춘천 레고랜드를 즐겨간다. 어린이날이나 기타 공휴일에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등을 가면 놀이기구를 타는 시간보다 줄을 서서 기다리며 버려지는 시간이 너무도 아까워서다.


레고랜드는 아무리 어린이날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로 사람에 치이지 않아서 좋다. 사전 예약제이기도 하고 예약하고 당일 못 오는 분들도 있다 보니 갈 때마다 여유롭게 놀이동산을 즐기고 온다는 마음이랄까.


그리고 내 경우, 이건 정말 내 경우에 해당할 수도 있는 건이다, 공포를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 어릴 적에도 수학여행을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로 가면 놀이기구를 타기보다 주변을 걸었다. 롯데월드는 퍼레이드를 구경하는 것이 좋았고, 에버랜드에서는 넓은 정원에 꽃들을 구경하며 걷는 것이 좋았다. 물론 범퍼카나 신밧드의 모험, 바이킹 정도까지는 그래도 놀이동산에 왔으니 타곤 했지만... 이야기가 없이 무조건 공포나 스릴을 느끼기 위해 놀이기구를 타야 하는 것에 늘 '왜 이걸 타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다녔다.


그러다 미국 디즈니랜드에 가서 공포를 파는 놀이기구가 아닌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스릴이 재미요소로 더해진 놀이기구를 보며 그때 그동안 품고 있던 의문들이 모두 해소됐다. 내가 찾던 놀이동산이란 개념이 이런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춘천 레고랜드가 개장했고 방문하고 같은 감동을 느꼈다. 공포를 느낄만한 고난도의 놀이기구는 없었지만, 오히려 내겐 더 큰 만족감으로 다가왔다. 놀이기구를 잘 못 타는 부모들도, 아이들도 다 같이 타면서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이랄까.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레고놀이, 그리고 부모는 아이의 감각기관 발달을 돕기 위해 같이 레고 만들기를 하곤 하는데 레고랜드는 바로 그런 개념을 그대로 잘 적용해 놓은 느낌이었다.


무섭지 않아도 레고랜드는 꿈과 사랑이 가득한 가족을 위한 공간이었다. 그래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간이용권을 구매했다.

반려견 '우니'의 나이도
이제 12살이 되었다

아들보다 한 살 빠른 우리 집 반려견 '우니'도 나이가 점점 들어간다. 2kg 남짓한 아이지만 이젠 할아버지가 됐다. 그렇다 보니 우리 가족은 되도록 반려견동반 카페나 펜션을 위주로 여행을 다닌다. 그게 우니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배려여 서다.


그렇다 보니 레고랜드에는 아내와 아들이 들어가고, 난 우니와 함께 애견카페를 방문해 이렇게 의도치 않은 힐링 시간을 가지게 됐다.


춘천 레고랜드 주변 검색을 하다 아무래도 강을 끼고 있다 보니 테라스에는 애견동반이 가능하다고 적힌 카페들이 꽤 보였다. 노트북을 켜놓고 오랜만에 글을 좀 쓰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테라스에 전원 공급 장치가 있는 곳이 있나 봤으나, 내 욕심이었다. 그래서 후기를 살펴보다가 우니가 좀 편히 뛰어놀 수 있는 잔디(?)가 있는 곳으로 가보기로 하고 네비를 찍었다.

춘천 어반그린 카페
(지하 1층 테라스에선 애견동반 가능)

춘천 레고랜드에서 네비로 10km 거리에 위치한 춘천 어반 그린 카페다. 이곳은 지하 1층(?) 야외 테라스에는 애견동반이 가능하다. 지하 1층이라는 것은 도로가 대지가 높아서 그렇게 해놓은 것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레고랜드가 보인다는 후기가 있어서 "오잉??? 10km나 떨어져 있는데???"라고 의구심을 품긴 했지만, 실제로 와보니 레고랜드 건물이 보인다. ㅎㅎㅎ


강을 사이에 두고 있어 한참을 돌아온 느낌이긴 하지만, 강을 바라보며 강아지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가치 있는 공간이다.


이곳 카페는 건물 전체를 사용하고 있고, 주차장도 넓게 완비되어있다 보니 유지비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만 팔아서는 유지가 될까 싶을 정도랄까.


커피 가격은 아메리카노 6,000원, 달달한 딸기케이크는 8,200원이다. 비싸다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곳의 건물 임대료(실제 구매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을 임대료 기준으로 환산하면 되니)와 인건비, 많은 이들이 행복한 추억을 쌓고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한 인테리어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여기서 체류 시간이 3시간이 넘어서면 커피 한 잔을 더 구매할 생각이다. 그게 카페 사장님에 대한 예의라 생각해서다.

노원에 커피전문점 하나 차려볼까 했지만...
유지비가 ㅎㄷㄷㄷㄷ

최근 내가 사는 동네인 노원에 카페를 하나 차려볼까 알아보러 다닌 적이 있다. 그런데 정말 유지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게 돼 자영업의 현실을 피부로 체감했다.


노원에 테이크아웃전문점이 아닌 테이블이 있는 정도 커피숍을 차리려고 한다면 월세만 수백만 원이다. 거기에 내가 직접 할 수 없으니 매니저를 구하거나,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고정비로 인건비만도 어마어마해진다.


여기에 초기 인테리어 비용도 들어가니 결국 월 최소한의 고정비만 500만 원이 들어간다고 치면, 2,500원짜리 커피를 하루 100잔을 판다고 하면 월 25만 원이 되고, 여기에 하루도 빠짐없이 판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매출액이 750만 원이 된다. 커피 원두값과 기타 부대비용 등 원료값을 빠지면 영업이익이 500만 원이 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하루 100잔의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를 고민해야 한다. 커피 가격을 5,000원으로 하면 하루 50잔만 팔면 된다. 과연 가능한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한다고 하면 15시간 영업하는 셈이다. 100잔을 팔려면 시간당 7잔을 팔아야 하고, 50잔을 팔려면 시간당 3잔만 팔면 된다. '시간당 3잔은 팔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주변 환경을 살펴야 한다.


주변에 1,500원짜리 메가커피 같은 저가 커피숍이 넘쳐난다. 3,200원짜리 이디야 커피부터 4,500원짜리 투썸플레이스, 고객 충성도가 쩌는 스타벅스가 동네마다 넘쳐난다. 여기에 빵집인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 던킨도너츠 심지어 아이스크림 넘사벽 가게인 '배스킨라빈스31'에서도 커피를 저렴하게 판다.


과연 개인 카페에서 시간당 5,000원짜리 커피 3잔을 어떻게 해야 팔 수 있을까에 대한 판매전략 수립이 필요한데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당연히 2,500원짜리 커피를 시간당 8잔을 팔 것인가에 대한 전략도 아직 모르겠다.


우리 집 근처 한 이디야 매장에서는 아메리카노 가격을 3,200원이 아닌 2,500원에 팔고 있다. 커다랗게 창문에 현수막까지 붙여서 말이다. 그 이유는 바로 앞에 메가커피가 생겼고, 손님의 발길이 모두 메가커피로 쏠리고 있어서다. 길 건너 메가커피에는 테이블이 만석이다 못해 테이크아웃 대기줄까지 길게 늘어서 있지만 이디야 커피숍은 2,500원에 판다고 현수막까지 붙였지만 가게가 한산하다.


이게 현실이다. 이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커피숍을 차려봤자 소용없다. 그래서 현재는 그에 대한 답을 찾는 중이다.

아들이 엄마와 레고랜드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의 또 다른 가족인 '우니'를 봐주며 춘천 어반그린이란 애견동반 카페에서 의도치 않은 힐링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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