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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ug 11. 2023

호주 시드니 3박4일 뽀개기#1

호주 시드니 여행#1(QVB+더 록스+캡팍+본다이비치)

새벽에 호주행 비행기
티켓 예약했어


아침 출근하려고 준비하는 데 아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좋아 좋아~~"


지난해 초부터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내가 허세를 부리며 한 말이 있었다. 바로 "내년에 내가 비용 다 부담할 테니까 어디든 가자"였다.


그렇게 수차례 아내에게 허세를 부렸고, 아내는 우연히 호주 비행기삯 특가를 발견하게 됐고 망설임 없이 결제했다고 내게 알려준 것이다.


당연히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미리 알고 있었다. 내가 잠든 사이인 새벽에 달러로 결제가 난 문자를 아침에 봐서, 뭔가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직감하긴 했다. 아내가 여행을 위해 결제를 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헉.... 보이스피싱..........;;;;


호주여행 티켓 예약 소식에
기뻤던 건 오히려 나였다.


드디어 코로나 이후 첫 가족과 해외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직전에 다녀왔던 미국 캘리포니아와 L.A, 라스베이거스, 디즈니월드까지 아내의 여행 계획은 완벽했으며 그 어떤 패키지여행보다 최적의 동선과 가성비까지 겸비한 일정이었다. 그래서 난 아내와 여행이라면 거기에 아들까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무조건 찬성이다!


이번 여행도 나의 여러 번의 부탁으로 아내가 응해준 것이라, 너무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지난번 미국행도 중국남방항공 특가 덕택에 말도 안 되는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베트남 여행도, 태국 여행도 언제나 아내의 초이스는 탁월했으며 완벽했다. 난 그저 같이 다니며 아내가 준비해 준 것들을 함께하면서 짐을 들거나 아내가 시키는 일을 잘 수행하면 된다.


아들과 난
미션 실패!!!


비행기 예약을 마치고 아내는 아들과 내게 미션을 줬다. 8박 9일간의 일정을 둘이 같이 짜보라는 것이었다. 아들은 태블릿을 켜고, 난 컴퓨터 앞에 앉아 여행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가고 싶은 곳들에 대한 정보를 찾으며 엑셀 파일에 차근차근 적어나갔다. 여행 장소는 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장소로 골랐고, 음식점은 구글 지도를 보며 근처에 있는 평가 좋은 식당으로 정했다.


이틀 간의 아들과의 대단원의 협업을 통해 만든 엑셀파일 최종본을 아내에게 제출했다... 역시... 아내는 우리의 초짜 여행가들이 보내온 일정이 너무 어이가 없었는지 모두 리셋하고 다시 처음부터 다시 계획을 수립해 나갔다...


이번 호주 여행도 오로지 아내 덕택에, 아내 덕분에 완벽한 여행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모든 일정과 비용을 아낄 수 있도록 최적의 예약을 해준 아내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말씀 올린다. 아내 덕택에 '호주 시드니 편과 골드코스트 편'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시작해 보겠다.


"여행 준비할 땐 광화문덕의 뽀개기 여행기를 꼭 함께 해주시길~~~~~"


기분 좋은 여행의 시작을 열어주신
멋진 공항버스 기사님 감사합니다


아들은 코로나 이후 첫 여행이라 그런지 설렘에 밤잠을 설친 듯 보였다.


"아빠!!! 빨리 가야지~ 빨리 나와"


밤 비행기임에도 오후 3시부터 빨리 공항으로 가자고 노래를 부른다.


"그래 나간다 나가~"


아들의 설렘으로 시작한 여행이지만, 공항버스를 기다리기엔 너무도 날씨가 혹독했다. 아내와 아들은 폭염 속 내리쬐는 태양볕에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지쳐가고 있었다. 애매하게 도착해 20분가량을 기다려야 하는데, 1분 1초가 앉아있기조차 너무도 힘든 시간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후 4시 55분 차가 우리가 기다리는 공항버스가 중계역 정류장(당현천근린공원)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일행이 어른 2분에 아이 한 명이실까요?". 문이 열리고 버스 기사님이 내려오시며 내게 물어보셨다.


"네 안녕하세요. 저희는 어른 둘에 아이 한 명이예요!"


"저희가 지금 이벤트 중이어서요 어른 2분이시면 아이는 무료세요. 짐 넣어드리고 어른 두 분만 결제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예상치 못한 소식에 기분이 좋아졌다.


"네! 감사합니다"


여행의 첫 시작은 어쩌면 공항버스를 탑승하면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런 우리의 첫 여행의 시작에 정말 친절하신 공항버스 운전기사님을 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수락산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안내하시는 분에게도 "네 알겠습니다"라고 힘차게 대답하시는 모습에서 그의 성실함과 근면함이 느껴졌다.


이 여행기를 빌어 공항버스 8월 1일 오후 4시 55분 중계역 정류장을 지나가신 공항버스 기사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인천공항 도착!


인천공항에 도착해 제트스타 체크인 구역인 H열로 향했다. 제트스타 항공사 카운터에서 캐리어를 보내기 위해서는 먼저 온라인으로 체크인을 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체크인을 하지 않았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제트스타 직원분이 오셔서 줄 서 있는 고객 한 분 한 분 온라인 체크인했는지 확인해 주시고 방법도 알려주셔서다. 우리도 직원분이 도와주셔서 온라인 체크인을 잘 마쳤다.


항공사 카운터에서 짐 보내는 것도 순조롭게 잘 마쳤다. 우리는 공항검색대로 이동했다. 빨리 들어가서 안에서 저녁 먹고 기다리면서 좀 쉴까 해서다.



"삐 삐 삐 삐"


여행 간다는 설렘에 주머니가 많은 바지를 입었더니 연신 삐삐 거려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혹시나 이것저것 많이 주머니에 넣어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에 입었는데, 막상 입고 나니 주머니는 디자인이었을 뿐, 실제로 여행하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닐 일이 별로 없긴 했다.


몸 검색대를 무사히 지나가고, 이제 안으로 들어가나 했는데, 검색대 직원분이 나를 불렀다.


"혹시 가방 좀 열어봐도 될까요?"


"네! 그럼요!"


직원분이 가방에서 와인오프너를 꺼내 들고 물으셨다.


"이거 칼날이 있어서 폐기해도 될까요?"


"네 그럼요... 어쩔 수 없죠"


사실 공항으로 오기 전에 '와인오프너 해외여행', '와인오프너 기내반입' 등의 키워드로 검색했었다. 분명 여러 게시물에서 반입가능하다고 적혀있었는데... 와인오프너는 앞에 날이 있어서 기내 반입이 불가하다. 혹여라도 와인오프너 기내 반입 키워드를 검색하다 이 글을 보는 분이 있다면 확실히 말해드리고 싶어 붉은색으로 표시했다.


그래도 직원분께 감사하다. 혹시 가능한지 여기저기 물어봐주셔서다.


나의 애장품이자 전문가용으로 큰 맘먹고 샀던 폼잡이용 와인오프너와는 그렇게 작별인사를 해야만 했다... 허망했지만 가족과의 즐겁고 신나는 여행을 위해 미련을 두지 않으려 애썼다. 물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8시간이 지났음에도 아른거리지만...


어찌 됐든 공항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하고 우린 에어스타 에비뉴 먹거리 식당가로 이동했다.



뭐 먹을 거야?


아내의 물음에 난 망설임 없이 외쳤다.


"김치찌개~~!!"


이유는 단순하다. 이제 9일 간 김치찌개 못 먹어서다.



"이게 9,500원이야". 아내가 말했다.


"이 정도 퀄리티에 공항 식사인데 9,500원이면 꽤 가성비 좋은 것 같은데~" 아내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실제로 꽤 가성비 좋다고 생각했다. 백화점에서 한 끼 식사를 먹으려면 1만 5,000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말이다.


아들은 타코를 주문했다. 요즘 아들은 타코사랑에 푹 빠졌다.


서른 살에 처음 공항에 왔던 때가 떠올랐다. 모든 게 신기하기만 했고, 비행기를 탄다는 설렘에 잠못이루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그리고 그 후 30대 때에는 공항에 오면 면세점에서 쇼핑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면세점에서 사야 싸게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40대 중반이 된 지금은 면세점 쇼핑은 하지 않게 됐다.


쇼핑이 취미가 되어서 그럴 수도 있기도 하고, 더 이상 면세점 쇼핑이 저렴한 명품 구매라는 환상에서 벗어난 탓도 있다. 그만큼 지난 10년 사이 온라인 유통 시장이 빠르게 변화했고 성장했다. 도심 아웃렛이 넘쳐나고, 해외 직구사이트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넘쳐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몰이 넘쳐나다 보니, 면세점 쇼핑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유통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아들도 성장해 있음을 요 '뽀로로와 세계여행'  키즈존을 보고 나서야 새삼 깨달았다. 지난번 해외여행 때(코로나 전)에는 인천공항에 와서 아들과 키즈존에서 시간을 보는데...


벌써 이렇게 세월이 흘러 나는 이제 40대 후반으로 향하고 있음을 다시 인지하고나니, 세월의 무상함과 서글픔이 밀려왔다. 이 서글픔을 잊으려면 이번 여행에서도 가족과 후회 없이 오늘만 산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시간을 보내고 와야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110번 게이트로 이동!!!!


호주 시드니행 제트스타를 타기 위해 110번 게이트로 이동했다. 오후 10시 30분 탑승인데 오후 9시쯤 도착해서인지 한적했다.


내일 오전 시드니에서의 여행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각종 스마트 기기의 배터리를 완충해놓아야 한다.  스마트폰이 카메라이기도 하고 캠코더이기도 하고, 내비게이션이기도 하고, 전화기이기도 하고, 번역기이기도 하니 충전을 든든하게 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 맘 편히 돌아다닐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게이트 근처에 마련된 배터리 충전소 옆자리에 앉아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충전기가 있는 곳엔 만석이 됐다. 여기가 충전 맛집이었다.



"잠시 후 제트스타 시드니행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이제 탑승이다.


제트스타 비행기 안에서는 승무원분들이 꽤 많이 계셨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50대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 승무원이 현장을 지휘하고 있었고 남자 승무원이 여자승무원보다 많았다는 점이었다. 모두 외국인으로 보였는데, 한국어를 하시는 분도 계셨다. 교포 같기도 했다. 또한 한글로 설명해 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모니터에도 한글로 호주입국 심사에 대한 설명이 나와서 반가웠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호주관광청에서 미디어 광고를 하는 것을 말이다. 캥거루가 뛰어놀고, 오페라하우스가 펼쳐지는 광경을 보여주며 호주로 놀러 오라는 광고였다. 호주에서 한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많이 애쓰고 있는 노력이 느껴졌다.


이번 호주 여행에서 통역은 아들이 맡기로 했다. 영어 울렁증이 있는 내게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 같아 믿음직스러웠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각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8월 2일 오전 7시 13분을 지나고 있다. 비행기 모니터 정보로는 1시간 21분 후면 도착한다. 지금은 Rockhampton 상공을 지나고 있다.



제트스타 항공기 내 콘텐츠 서비스는 모두 유료다. 13달러, 10달러 등 패스권을 구매 후 즐길 수 있어 우린 그냥 새벽비행기이기도 하여 잠을 청했다. 팁을 주자면, 제트스타 항공기를 예약했다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 영상을 다운로드해 놓길 권한다. 10시간 여행동안 우리는 밤비행기라 잠을 자면 됐지만, 낮비행기라면 자다가 지쳐서 뭐라고 하고는 싶은데 할 수가 없어 정말 답답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빠 해가 이렇게 떴어"라고 아들이 손을 아래에서 위로 쑥 하고 들어 올렸다.



아들의 말대로 오전 6시 반쯤 갑자기 비행기밖이 환해졌다. 해가 우뚝 솟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그런 상황이었다.


배고픔을 달래려 햄치즈토스트와 오렌지주스를 주문했다. 아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찍고 싶었지만 실패다.



"아빠 나 좀 맘 편히 맛있게 먹으면 안 돼?"


아들의 핀잔에 서운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아들의 성장하는 모습하나하나를 간직하고픈게 나만의 욕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쪽은 아들이, 나머지 반쪽은 아내와 나눠먹었다. 한국에서  맛본 햄치즈토스트와 비교하면 짠맛이 강했다. 호주에서는 음식을 좀 짜게 먹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짠맛이면 어떠랴 그 또한 여행의 새로운 발견과 즐거움 아니겠는가'



이제 곧 시드니에 도착한다. 설렘도 설렘이지만, 어떤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너무도 기대된다.


참고로 호주는 한국보다 1시간이 빠르다. 고로 호주 도착시간은 한국시간으로는 8시 20분이지만 호주 시간은 9시 20분이다! 이제 비행기가 착륙을 준비하고 있다.


구름 안을 지난다. 어릴 적 늘 궁금했었는데. 구름 안은 어떤 모습일지. 어떤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 펼쳐지는 건 아닌지. 하지만 없다. 그저 구름 안은 구름안일뿐이다. 하지만 구름 안이라는 공간은 지금도 그 누군가의 마음속엔 무궁무진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공간이겠지.



드디어 시드니에 도착했다. 첫 호주 여행인데, 비행기에서부터 입국수속을 밟는 동안 느낀 인상은  '참 친절한 나라구나'였다.


입국 심사를 도와주는 이들 한 분 한 분이 모두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환대해 줬다. 친절한 말 한마디가 이렇게 중요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


시드니 공항 도착

출국심사대를 지나 공항 게이트를 나오자, 여기저기서 SYD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우리를 반겼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바로 로밍 네트워크였다. 5G 스페셜 요금이라 자동로밍이 된다고 안심하고 별도 유심을 사지 않았는데... 정말 카톡만 되는 수준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호주 네트워크망이 워낙 한국과 비교해 안 좋아서 더더욱 그랬을 수 있다고 했다.


호주에서의 무료 로밍 인터넷 속도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는 수준의 속도이니, 혹여라도 빠른 것을 기대한다면 현지 유심을 사거나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빠른 인터넷 부가 서비스에 가입해서 사용할 것을 적극 추천한다.


예전 태국 갔을 때에는 5G 무료 로밍서비스가 꽤 만족할 수준이었는데, 호주에서는 네트워크 속도가 너무 느려서 카톡 외에는 거의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구글 지도를 미리 다운로드하여놓고 위치만 확인하는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하니 그것은 걱정 안 해도 된다. 구글 지도를 오프라인용으로 미리 다운로드를 해놓은 상태가 아니라면, 구글 지도 사용이 사실상 불가한 수준이니 꼭 미리 다운로드해 놓아야 함을 기억하시길...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 아내에게 "5G 로밍이 있으니 걱정 마"라고 큰소리쳤는데... 도착하자마자 맞닥트린 민망한 수준의 네트워크 속도에 난 도착하자마자 민폐남편이 되어버렸다.


결국 30분가량을 기다리던 아내는 급기야 "그냥 현지 유심 사러 갔다 올게"라며 공항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30분가량을 허비한 꼴이 됐으니... 솔직히 할 말은 없다. 송구할 따름이었다.


그렇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현지 유심을 가지러 가니 QR코드를 찍어서 웹브라우저로 넘어가는 것을 하나 줘서 받아왔는데.... QR코드를 인식하고 웹브라우저가 열여야 하는데.... 그것도 함흥차사... 세월아 네월아 한다....


아내는 결단을 내렸다. 그냥 공항에서 숙소까지 전철을 타고 가는 것으로 말이다. 예전에 아내가 호주에 와본 적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둘 다 초짜 여행객이었다면 정말 난감할 뻔했다. 나는 아내의 기억 속에 있는 네비를 따라서 졸졸 쫓아갔다.


전철을 타고 뮤지엄역으로


공항역에서 전철을 타고 뮤지엄역에 내렸다. 아내는 참 대단하다 20년 전에 와 본 호주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아내를 졸졸 쫓아가면서 신기한 풍경에 연신 카메라를 찍고 뛰고 하기를 반복했다.



뮤지엄 역밖으로 나오니 신세계가 펼쳐졌다.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풍경이 내 눈앞에 그려졌다. 모든 게 신기했다. 역 생김새도 신기하고 사람도 신기하고!


여행 왔다는 것이 실감이 갔다. 너무도 설레서 마구마구 사진을 찍어댔다. 남는 것은 사진이라고 하지 않은가!



호주가 영국 지배를 받아서 엘리자베스 거리가 있다고 했다. 스타벅스도 보였다.


보이는 대로 찍었는데, 작품이 나왔다. 역시 외국에서는 어떻게 찍어도 멋이 있는 풍경이다. 외국인들도 한국에 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버스킹을 하는 바이올리니스트를 만났다. 라이브 콘서트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너무도 멋진 공연이었다. 호주 도로에서 느낀 첫 소감은 자유로움이었다. 차는 사람이 앞에 있으면 언제든 멈춰 섰다. 크락숀도 거의 울리지 않았다.



YEHS HOTEL 3성급


우리가 시드니에서 3일을 묵은 숙소는 바로, 시드니 여행 중심에 있는 'YEHS HOTEL'이다. 3성급이며 여기에는 취사가 가능해서 호주 소고기를 콜스(coles)나 울월스(woolworth)에서 사 와서 저녁을 해결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세탁기와 건조기도 있어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옷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이다.



퀸빅토리아빌딩으로


숙소에서 걸어서 두 블록 정도 가면 나오는 퀸 빅토리아 빌딩으로 향했다. 거기에 우리의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해 줄 맥도널드가 있어서다.



나와 아들이 좋아하는 맥도널드이지만, 우리의 메뉴 선택은 갈렸다. 나는 한국의 빅맥 마니아다 보니 호주에서 빅맥이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빅맥을 시켰고, 아들과 아내는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앵거스 버거를 주문했다. 모두 호주산 소고기로 만든 패티를 사용한다고 적혀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차이를 모르겠다.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는 호주 빅맥이 좀 더 퍽퍽한 느낌인 것 같지만... 그것도 나의 기억의 오류일지도 모르겠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같이 보탠다.


한국 빅맥과 호주 빅맥을 놓고 같이 먹어봐야 차이가 뭔지 알듯하다. 그냥 빅맥은 빅맥일 뿐인 듯... 다만 한국 빅맥이 더 푸짐하다고 생각이 드는 건 환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행 끝나고 한국의 빅맥을 다시 한번 먹어봐야겠다.



앵거스 버거를 두 가지 버전을 시켰는데, 하나는 오리지널이고 하나는 베이컨 앵거스다. 그냥 왔으니 먹어보는 정도라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큰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지니 말이다.



배를 채우고
퀸빅토리아빌딩 구경하기



퀸빅토리아빌딩 근처 트램 역 이름이 'QVB'다. 난 이게 뭔가 했는데, 이게 바로 퀸빅토리아빌딩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앞자만 따서 'QVB'. 이곳은 실제 빅토리아 여왕이 호주를 방문했을 때 사용했던 궁전이라고 한다.


트램을 탈 때에는 우리나라 버스카드를 사용하듯이, 정거장에 있는 단말기에 가져다 대고 타고, 내린 뒤에도 정거장에 있는 단말기에 가져다대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동하는 버스 안에 있지만, 여기에는 정거장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트램을 타고
서큘러키(Circular Quay)로 이동


호주의 역사를 익히러 가기 위해 트램을 탔다. 트램은 정말 자유여행객에게 꽤 유용한 이동 수단이었다.



서큘러키 정거장에서 걸어서
더 록스(The Rocks)로 이동


'더 록스'는 유럽에서 이주해 온 이민자들이 최초로 정착해 살았던 역사적인 마을이다. 서큘러 키 정거장의 동쪽에는 오페라하우스가, 서쪽으로는 '더 록스'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더 록스' 마을이 호주 역사의 시작이 되는 곳이다.


'더 록스' 마을에서는 주말이면 록스 마켓이 열려 현지인과 관광객이 어우러져 거리 음식과 수제 패션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우리가 간 날은 평일이어서 여유롭게 카페와 브런치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만이 있었다.



'더 록스' 마을을 구경하다가 마주친 'sticky' 사탕 가게. 아들이 어찌 이 달달한 가게를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역시나 사탕 한 봉지를 사서 여행기간 동안 아껴먹었다.



호주의 역사를 볼 수 있는
The Rocks Discovery Museum


작은 공간이었지만, 호주의 시작과 연도별로 된 콘텐츠가 인상적이었다. 아들은 여기서 깨진 접시 맞추기 퍼즐을 했는데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 놀이였다고 했다.


난 호주에서 원주민에 관련한 콘텐츠를 보며, 서대문 형무소가 떠올랐다. 여행객들이 단순히 먹고 즐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서대문형무소 등과 같은 역사체험공간을 방문해서 우리의 지난날의 역사를 같이 공감하고 이해해 줘서 그것이 그들의 인식 속에 자리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이기도 하다.


퀸 엘리자베스 빌딩 안에 시계탑(?)에도 영국 식민지배에 대한 역사인식이 들어가 있었는데, 그것을 보며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호주 역사에 대한 인식을 하게 뜸한 것은 굉장히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시드니 현대 미술관도 '더 록스' 마을 근처에 있으니 방문해 보면 좋을 듯하다. 우린 시간 관계상 가보지는 못했다.



페리를 타고
왓슨스베이로 이동


페리로 이동하는 사이 아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쳐다보고 있어 살펴보니 대형 뽑기 가판대였다.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 보였으나, 실제로 아무리 100보 양보해도 내 ㄱ준에서는 기념품으로 살만한 것은 없었다.



2번 선착장에서 왓슨스베이행 페리를 탔다. 페리를 타고 바닷바람을 쐬니 그간 스트레스가 확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너무도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너무도 상쾌해졌다.


시드니의 랜드마크, 오페라하우스
시드니의 랜드마크, 하버브리지


아들도 나와 같은 느낌이었을까? 한동안 저렇게 뱃머리에 서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도착한 왓슨스베이.



아들은 갭팍(Gap Park)에 작은 놀이터에 있는 신기한 놀이기구(?)를 보자마자 여기서 30분가량 신나게 놀았다. 여행이 별거 있겠는가... 아들과 아내가 즐거우면 그게 여행 아니겠는가...



그리고 드디어 본 갭팍 절벽이다. 흔히 빠삐용이 마지막에 뛰어내렸다고 하는 곳으로 알려졌다고 해서 찾았는데, 한국으로 돌아와 내용을 정리하며 브런치의 글을 정리하다 알게 됐다. 이곳이 빠삐용이 마지막에 뛰어내린 절벽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는 것을... 빠삐용이라는 단어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그냥 아름다운 절경을 봤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듯하다.



버스를 타고
본다이 비치로 이동


"아빠 난 도저히 이제 못 돌아다니겠어"


아들이 이제 체력이 바닥났다며 그만 숙소로 돌아가자며 길바닥에 드러누우려 했다. 새벽 비행기 안에서 불편하게 잠을 잔 뒤, 시드니 공항에 오전 9시에 도착해 계속 돌아다녔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마지막 일정이 있기에 "아들, 우리 호주 왔으니 바다를 보며 피쉬앤칩스도 한번 맛봐야지"라고 하니 "아빠 여기도 바다가 보여"라며 응수했다.


"아들 아빠가 여기서부터 업어줄 테니 가자"라고 했지만, 이제 자기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며 끝끝내 업히지는 않겠다고 강하게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일단 본다이 비치까지 보고 바로 숙소로 가는 것으로 합의했다.


본다이 비치 도착


해변이 보였다. 번화가다. 여기서도 찍는 대로 작품이 됐다.



버스 정류장 맞은편에 있는 본다이 서프 시푸드 가게로 향했다. 시드니 최고의 피쉬앤칩스란 명성을 맛보고 싶어서다. 가게 안에는 신선한 해산물이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전시되어 있었고, 사장님들은 연세가 좀 있어 보여서 더 믿음이 갔다.



이런 피쉬앤칩스라면
난 무조건 먹을 테야


간판에 써 있는 대로, 최고의 피쉬앤칩스였다. 신선한 생선튀김이 정말 맛있었다. 감자튀김도 너무 좋았다. 시드니 최고인지는 다른 피쉬앤칩스를 맛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갓 튀겨낸 신선함과 탱글탱글함, 그리고 갓 튀겨낸 그 맛있는 아삭아삭함을 느낄 수 있어 너무도 행복한 피쉬앤칩스였다.


여기에 시원한 화이트 와인이나 맥주 한잔이 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으나, 알코올이 들아가면 피로가 급격하게 밀려올까 두려워 음료로 대신했다.



아빠 난 저걸 꼭 타봐야겠어


아들은 맛있는 피쉬앤칩스를 맛보고는 힘이 난 듯보였다. 그리고 저걸 꼭 타야겠다며 성큼성큼 다가갔고, 아내와 아들은 타고난 무서운 건 질색이라 밖에서 멋진 사진을 담당하기로 했다.



숙소가 있는
타운홀로 이동


우린 본다이 비치에서 버스를 타고 타운홀로 이동했다. 타운홀 지하에는 전철이 있고, 지상에는 퀸빅토리아빌딩이 있는 QVB정거장이 있다.



홈스윗홈


아들은 호텔방에 문을 열며 말했다.


"홈스윗홈"


이제 지친 몸을 쉬게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의 표현처럼 들렸다. 3성급 호텔이라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했다. 역시 아내님의 초이스는 탁월했다. 듣기로는 여기도 갑자기 특가가 떠서 운이 좋게 예약을 했다고 들었다. 원래 예약했던 곳은 여기가 아니었다고 들었다.


특히 이곳의 장점은 취사와 세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탁기도 있고 건조기도 있다. 아이가 음식을 먹다가 옷이 더러워져도 좋다. 바닷가에서 물놀이에 흠뻑 젖어도 두렵지 않다. 여기서 세탁해서 건조하면 되니 말이다.



우뚝 솟은 건물 사이로 노을이 진다. 호주 시드니에서 첫날이 저물어가고 있음이 아쉽기만 하다.



호텔 속 나의 서재


하루하루 그날그날의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적기 위해 가족이 잠든 시간 나의 작업 공간이다. 이곳에서 나는 그날 찍은 사진과 영상을 브런치에 저장하고, 그날그날의 기록들을 담아냈다.



우리의 저녁은
호주 소고기와 라면으로!


본다이 비치에서 피쉬앤칩스를 맛보긴 했지만,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우리는 숙소 근처에 있는 한인마트인 한호식품에 가서 한국식 라면과 햇반, 김치를 사고, 콜스에서는 호주 등심 소고기와 통닭, 생수 등 먹을거리를 한 아름 사서 왔다.


한호식품은 YEHS 호텔에서 나와서 좌측으로 쭉 가다 보면 날 수 있다. 5분 정도 거리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구글 지도를 붙여넣기 위해 찾아봤으나, 나오지 않아 설명으로 대신한다.



호주에서 있는 동안 호주 소고기를 부위별로 사서 매일 저녁에 구워 먹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호주산 소고기는 굽기가 매우 중요하다. 소고기에 지방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덜 익혀야 부드럽고 맛있다. 콜스나 울월스에 가면 갈릭버터가 함께 들어가 있는 등심소고기 팩이 있는데 그걸 추천한다.


팬을 달군 뒤에 갈릭버터로 팬 전체를 두르고, 그 위에 등심을 굽는다. 바싹 구우면 질겨 먹기 힘드니, 좀 덜 익었다 하는 정도가 좋다. 가위로 잘랐을 때 싹둑싹둑 잘 잘리면 먹어도 좋은 굽기이니 그때 먹으면 된다.



내가 고른 사발면은 랍스타맛킹컵이다. 팔도라서 믿고 샀지만, 랍스터맛 킹컵의 맛은 그냥 농심 새우탕 큰 사발 맛과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좀 묽은 느낌이랄까. 향은 새우탕 큰 사발과 흡사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그렇게 우린 허기진 배를 고기와 라면과 밥과 김치로 가득 채우고 잠이 들었다. 밤비행기에서 1박을 하고, 호주 시드니 공항에 도착해 종일 돌아다녔으니 아들은 바로 꿈나라로 직행했다.


나는 내일 투어 준비를 위해 오전 5시 반 알람을 맞추고, 구글 지도 앱을 열고 시드니 지도를 다운로드했다.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네트워크는 너무 느려서 울화통이 터지지만... 그럼에도 지도를 다운로드하면 위치정보만 받아서 사용하면 되니 나름대로 방법을 찾은 것이다. 


나는 오늘 일들을 나의 여행 일기장인 브런치에 기록을 하고, 짐들을 정리를 하고, 내일을 위해  각종 스마트 기기들을 충전을 하고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쇼파에 누워 내일을 기약하며 꿈나라행 열차에 탑승했다. 쇼파가 오늘따라 더욱 포근히 나를 반겨주는 느낌이 들어 금세 잠이 들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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