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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ug 14. 2023

호주 시드니 3박4일 뽀개기#2

호주 시드니 여행#2 포트스테판스 투어(돌핀크루즈+사막투어+와이너리시음)

도서관에 가서 해야 할 공부가 산더미다. 시간을 쪼개서 살아도 이렇게 할 게 많으니 계속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엄마 나 오늘은 학교 끝나고 도서관 공부해야 해"


학교 가기 위해 옷을 갈이 입으려고 옷장을 열었다. 화려하게 빛나는 정장과 와이셔츠들이 가지런하게 걸려있었다.


학생이란 신분과 고급 브랜드 정장이 다소 어울리지 않을 듯할법한데도 전혀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학교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고르는 모습이 아이러니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익숙하다는 듯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매고 있었다.


"띵동 띵동"


어디선가 알람이 울렸다. 알람을 끄기 위해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소리는 계속 울리고, 알람은 보이지 않았다. 알람 소리는 계속 울리고, 나는 주변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걱정에 알람이 어딨는지 주위를 찾아보다가... 잠에서 깼다.


'아 지금 여행 중이었지'


지금 시간 새벽 5시 30분. 오늘은 투어를 가야 해서 일찍 나가야 하는 날이다.


몸이 천근만근이지만 일어나야 한다. 밤비행기를 타고 불편하게 잠을 자고 종일 어제 다닌 탓에 피로가 누적됐었다보다.


'오늘은 어떤 하루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피곤함보다는 설렘이 더 강했기에 금세 몸은 상쾌해졌다. 역시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잠시 후 아내가 일어났고, 아들도 깼다.


그렇게 호주 시드니에서의
둘째 날 여행이 시작됐다.


우리는 호텔을 나서며, 호텔에서 제공하는 네스프레소 머신 커피를 내려서 호텔 1층에 있는 'Brew Bros'란 브런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새벽 6시. 이른 시간이었지만, 카페에는 이미 아침식사를 즐기는 이들이 있었고, 직원분들도 손님맞이를 거의 다 마친 상태였다. 먹음직스러운 베이컨과 계란프라이, 해시포테이토, 요즘 귀하다는 신선한 토마토가 먹기 좋은 크기로 슬라이스 되어 있어 식욕을 자극했다.



"당신 뭐 먹을 거야?"


아내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블랙퍼스트~~~!!"라며 마음의 소리가 나왔다.


메뉴에 보면 빅 블랙퍼스트란 메뉴가 있었다. 메뉴 구성을 보니 베이컨에 계란프라이에 거하게 차려진 한상 느낌의 조식이었다. 26달러. 우리나라돈으로 1끼에 2만 원가량 가격이었다.


"너무 많지 않겠어?"라는 아내의 물음에 "조식이 먹고 싶진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 과할 것 같긴 해~"라고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을 수습했다.



아들은 스크램블과 토스트와 애플주스를, 아내와 난 베이컨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나눠먹기로 했다. 그렇게 지출한 돈은 우리나라 돈으로 2만 5천 원 정도다.


식사를 할 때마다 환율계산을 해볼 때면, 호주 물가에 매번 놀랄 뿐이다. 평온한 카페에서 맞이하는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풍경이 평화롭다.


이런 게 여행에서 느끼는 행복이겠지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 내 삶에서는 바로 여행할 때다. 이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다 생각이 들어 카페에서 나오는 낯익은 음악을 들으며 창밖으로 눈을 돌려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해는 떴지만, 건물 사이로 달이 아직 보인다.



'그래 날은 밝았지만, 천천히 쉬어가렴. 밤사이 우리를 지켜주느라 고생했어. 이제 낮은 해에게 맡기도 좀 쉬렴'

 

아내와 아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카페에서 조식을 간단히 먹고 오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어젯밤에 갔던 콜스 마트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숙소에서 10분이 채 안 걸리는 곳이다.


공기에서 겨울 냄새가 난다. 익숙한 찬 공기 냄새다. 그제까지 폭염에 시달렸다고 생각하니, 겨울냄새가 코끝에 와닿으니 반갑기도 하고, 또 한 해가 지났나 싶은 마음에 마음이 아려왔다. 아직도 난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데 계절이 흘러 겨울이 됐다고 마음이 착각했나 보다.


모퉁이를 돌자, 여행사 픽업 차량이 보인다. 한국말소리가 들린다. 가이드분도 함께 차를 타고 갈 분들 모두가 한국인이다. 뭔가 안도감이 든다.


아들 어디가?


아들이 아내와 어디론가 바삐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더니 가게로 들어가 음료수 하나를 사서 나왔다. PRIME이라고 적혀있는 500ml 작은 페트병이다.


"어제도 이거 주황색으로 된 거 마시더니 이게 뭐야?"


"아빠! 내가 호주에 와서 새로운 맛을 얻었어"


아들이 한껏 행복하다는 듯 함박 미소를 지으며 손에 쥔 음료수를 들어 보인다.



아들의 그런 귀여운 말과 행동에 나도 미소가 절로 나왔다.


아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예전 아내와 둘이 떠났던 여행과는 또 다른 행복이 있다. 아들이 있어 나의 40대가 더욱 값져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30대엔 30대여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추억과 행복이 있고, 40대엔 40대로서 누려야 할 행복들이 있는 것 같다. 40대가 되어 20대나 30대에 느꼈던 순간들을 찾고자 하면 그것이 바로 사고가 되는 듯하다.


아들과 함께 한 여행 속에서 아내와 둘이 함께 했던 여행과는 다른, 예상치도 못한 아들의 귀여움과 행동을 보며 얻는 행복이 크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을 함께 할 제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돌핀크루즈를 타고 사막투어, 그리고 호주 와이너리를 체험하는 일정으로 오늘 하루를 보낼 예정이에요"


버스에 올라타니 우리의 오늘 일정을 책임져주실 가이드님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오늘 우리는 포트스테판스란 곳을 여행할 예정이다. 시드니에서 편도로 250km를 가야 하는 여정이라, 현지 관광업체에 투어 신청을 해서 함께 하기로 했다.



자동차를 렌트할까 싶기도 했으나, 이곳은 한국과 달리 일본처럼 차량운전이 반대방향이라서 사실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다. 힐링하러 여행 갔다가 혹시나 있을 불상사를 겪고 싶지 않아서다. 가장 좋은 건 숙달된 전문가가 안내해 주는 대로 몸을 싣고 다니는 게 최고 아니겠는가! 자유여행 속에서도 이런 장거리 투어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 다녀오는 게 최고란 걸 나는 아내와 오랜 여행경험을 통해 이미 터득해 알고 있다.


제이는 우리에게 호주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해줬다. 그는 스무 살에 호주로 넘어와 올해 30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슬하에 자녀는 4명을 두고 있으며, 첫째 둘째는 대학생, 셋째는 고등학생, 막내는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했다. 나는 제이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 듣기 시작했다.


한국과 호주는 반대인 것이 있어서
소개해드릴게요


제이는 리드문, 본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하도록 하는 한 문장을 꽤 매력적으로 잘 뽑았다. 첫 문장에 내 귀는 쫑긋 하고 제이를 향하고 있었다.


한국은 여름이지만, 호주는 겨울이다. 한국은 북반구에 속하지만 호주는 남방구에 속한다. 그에 따라 별자리도 다르다.


"해가 지면 밤하늘의 별을 보면 북두칠성을 볼 수 있는데, 호주에서는 북두칠성을 볼 수가 없다. 북두칠성이 북반구 별자리여서다. 호주에서는 남반구 별자리인, 남십자성을 볼 수 있다. 호주 인근 배 항해사들은 저녁에 남십자성을 바라보며 키를 돌렸을 것이다.


제이는 익살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익살스러움에 나는 정답이 없겠다는 생각을 직감하며 들었다.


"적도에서 배를 항해한다면 북두칠성이 보일까요? 남십자성이 보일까요?"


버스 안이 조용하다. 제이는 침묵의 시간이 너무 오래가는 게 부담스러운 듯 말을 이어갔다.



"그때그때 달라요. 자전은 약간 기울어져서 돌기 때문에 그래요. 숙소에 도착하면 세면대에 물을 받아놓고 물을 빼보세요. 그리고 소용돌이치며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세요. 한국은 시계반대방향으로, 호주 시계방향으로 소용돌이치며 빠져나갈 거예요"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세면대에서 물이 빠지면서 만드는 소용돌이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였다.


'사소한 곳에도 과학이 숨어있구나'라며 나는 몰랐던 것에 대한 깨달음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제이는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한국은 해가 동쪽에서 떠서 남쪽을 지나 서쪽으로 지죠? 그럼 호주는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뜰까요? 어디에서 뜰까요?"


역시나 버스 안에는 조용했다.


"호주에서도 해는 동쪽에서 떠요. 단 다른 점이 있다면, 북쪽을 지나 서쪽으로 져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남향집이 좋다고 하잖아요. 호주는 북향집으로 집을 지어요"


제이는 참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었다. 그의 오랜 노하우이겠지만. 이어 제이는 우리를 향해 돈과 관련한 다른 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액수가 커질수록 돈이 커지지만, 호주 돈은 액면이 클수록 동전이 작아져요. 호주는 플라스틱 돈을 써요. 제조 원가는 2배 비싸지만, 수명은 지폐보다 7배나 길다고 해요. 젖지 않아서 좋고요. 세균도 번식하지 않지만, 가장 큰 단점은 플라스틱돈은 한번 접으면 펴지지 않아요."


제이는 호주에서 사는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운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줬다.


"호주 기념주화는 한국에서 만든다. 한국 풍산금속에서 만들어서 수출하고 있어요. 호주의 전철 보셨죠? 호주 전출을 만든 게 한국 로템이라는 회사예요. 시드니 전철의 80%가 한국 로템에서 제작한 거구요, 나머지 20%는 한국 로템에서 기술 이전받아서 호주 공기업에서 만든 거예요"


호주 전철 기술이 한국기술이었다니 우리나라 기술이 역시 짱이다. 그런데 왜 한국엔 이런 훌륭한 전철을 도입하지 않은 건지 의아하긴 했다. 물론 이권이 걸린 거라 그것은... 흠..... 아무튼!!!



제이의 다음 이야기 주제는 호주의 날씨였다.


"저는 30년 동안 호주에 살았어요. 호주는 겨울이 여행하기 참 좋아요. 지금 이 시기에 오신 건 정말 잘하신 거예요. 호주는 여름에 너무도 더워요. 제가 아직도 기억해요. 1999년 1월 1일에 51도 정도였어요."


아마도 우리가 이 시기에 와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국의 겨울에 더운 나라가 가고 싶다면 동남아가 아닌 호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주말부터 비소식이 있어요. 하지만 비소식을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라며 호주에서 비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제이는 설명했다.


제이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호주에서 비가 오는 날이 연 30일이 안 된다고 한다.  연평균 200mm 정도라고. 그만큼 호주에서 비를 만난다는 것은 희귀성이 있는 하나의 볼거리라고 생각해도 좋다는 게 제이의 설명이었다. '언제 또 볼지 모르는 호주 비이니 여행 기간 중에 만난 비는 오히려 기뻐해야 할 행운'으로 받아들여도 좋다는 얘기였다. 그만큼 호주에서 비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국지성 소나기가 강하게 내리는 3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관광객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3.7.31/뉴스1


문득 한국에서 봤던 사진 기사가 떠올랐다. 명동거리에서 서울에서 비가 오자, 외국인 관광객 한 분이 춤을 추듯 두 팔을 벌리고 비를 맞으며 즐기고 있는 모습을 사진 기자가 찍어서 포토뉴스로 올려놓았던 것을 봤었다. 그 사진을 보고 조금 의아하긴 했는데, 어쩌면 이렇게 물부족 국가나, 비가 보기 드물게 오는 곳에서 지내는 분들에게는 비가 특별한 의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버스가 하버브리지를 지나고 있다. 제이가 하버브리지의 역사와 기록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다.


하버브리지 역사와 기록 정리


하버브리지는 시드니 북부와 남부를 연결하는 다리로, 1923년 7월에 시공하여 1932년에 완공된 다리다. 전체 길이는 1,149m이며 왕복 8차선과 2개의 기차선로가 놓여있다. 시드니 현지 주민들은 다리가 옷걸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The Coat Hanger'라는 별명으로 부른다고 한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함께 시드니의 대표 랜드마크로 꼽히는 건축물이다. 새해엔 큰 규모의 불꽃놀이가 열린다.


이 다리의 꼭대기인 맨 위 고리 부분까지 걸어 오를 수도 있는데, 아치 꼭대기의 풍광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350 호주달러(30만 원)를 지불해야 한다. 다리에 오르기 전, 안전을 위한 장비 착용 교육만 30분 걸리고, 음주측정도 받는다고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하얀색 페인트를 얼굴에 그어주는데,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꼭대기에는 호주 국기와 원주민 기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하버브리지는 가장 많은 차선을 보유한 다리로 등재돼 있다. 자전거 도로, 인도 등 총 12개 차선이 운행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 하버브리지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차량 기준 약 22분인데, 인도로 가면 16분이면 간다. 최근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하버브리지 밑에는 왕복 4차선의 해저터널이  완공되어 현재 하버브리지는 총 16개 도로가 운행 중이다.



관광버스는
고속도로를 한창 달리는 중이다


둘째 날, 아침에 일어나서 느꼈던 겨울냄새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됐던 내 마음속 잔잔한 물결, 그 마음들을 기억하려 이렇게 난 기록하고 있다.


버스 안 사람들은 아침 일찍 나와서 피곤해서인지 눈을 감고 있다. 나도 이제 좀 잠시 눈을 감고 쉬어야겠다. 그래야 오늘 하루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제 일어나셔야 해요. 곧 넬슨베이에 도착합니다"


제이는 잠든 우리의 정신을 맑게 해 주려고 또 다른 재미난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제가 커피에 진심이거든요. 커피 이야기 좀 해드릴게요"


제이는 흥미로운 이야기보따리를 푸면서 우리의 피곤함을 날려주려 애썼다.


"호주 사람들은 커피에 진심이에요. 호주에서 스타벅스가 진출 실패한 거 아시나요? 처음에 시드니에 대대적으로 진출했다가 지금은 몇 개 안 남았어요. 호주는 커피를 블랜딩 해서 내려줘요. 커피콩을 비율대로 잘 섞어서 커피를 추출하는 걸 블랜딩이라고 한답니다. 물론 직접 로스팅까지 다 해요."


'호주에서 첫날 스타벅스를 보며 뭔가 반가움을 느꼈었는데, 내 느낌과는 다른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타벅스였구나'


'호주 스타벅스'로 검색해 보니 이미 스타벅스 호주 진출 실패 사례는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비즈니스 경영 사례로 언급되고 있었다. 스타벅스 호주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호주에 매장은 66개가 운영 중이었다. 시드니, 골드코스트, 브리즈번 등 주로 관광객과 유학생이 오는 주요 도시에 매장이 집중돼 있었다.


https://www.starbucks.com.au/


스타벅스가 유일하게 망한 나라
호주


2023년 7월 6일 기준으로 한국의 스타벅스 매장은 2023년 7월 6일 기준 전국 1800여 개에 달한다. 한국은 스타벅스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니 말이다. 스타벅스 굿즈가 명품처럼 오픈런을 해야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이고, 나 역시도 스타벅스 브랜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보니 스타벅스가 호주에서 망한 사례가 너무도 궁금해 찾아봤다.


요약하면 이렇다. 2000년 7월, 스타벅스는 시드니에 호주에서 첫 번째 점포를 열고 다른 나라에서 하듯이 빠르게 점포를 확장시켜 나갔다. 한국에서 '스세권(스타벅스 점포가 있는 권역)'이라는 말이 생겨났듯이,  마찬가지로 호주에서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스타벅스가 자리하게 됐다. 그런데 이것이 독이 됐다고 평가한다. 호주 사람들에게 스타벅스는 새롭고 가봐야 할 커피숍이 아니라,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호주 커피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시장으로 불릴 정도로 큰 규모이고, 역사 또한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는 점도 스타벅스의 실패 요인 중 하나로 손꼽는다.


호주의 카페 문화는 커피를 마시러 오는 곳이 아닌 호주 지역주민들의 만남의 공간이고, 호주 사람들의 커피 기호 역시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를 선호하고 있어 굳이 비싸고 달달한 커피를 마시러 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그렇다 보니, 호주 사람들은 내 취향까지 다 알고 있는 바리스타가 있고, 친구들과 모임을 할 수 있는,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한 동네 카페를 두고 스타벅스를 갈 필요가 없어 자연스럽게 스타벅스는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실패를 반면교사해 스타벅스는 호주 주민이 아닌 호주에 오는 관광객과 유학생들을 타깃으로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시드니 등을 중심으로 점포를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AUSTRADE 등 호주 정부 웹사이트, 보도자료 및 현지 언론 보도내용 등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호주 방문자 경제 지출 규모가 2024년까지 호주달러 1660억 불 (우리나라 돈으로 약 148.6조 원), 2030년까지 2300억 불(약 205.9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관광객만 타깃으로 해도 어마어마한 수익이 날 것 같다...


제이는 우리의 이목이 집중되자 호주에서 아메리카노 주문방법과 그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호주에서 아메리카노 주문하는 방법 알려드릴게요. 아메리카노에서는 커피가 롱블랙, 숏블랙으로 불려요. 숏블랙은 에스프레소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래서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 주세요'라고 하면 직원분이 모르실 수 있어요. 아메리카노는 롱블랙에서 물을 더 추가한 거거든요. 그래서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드시고 싶으시다면, 이렇게 주문하시면 돼요. 롱블랙은 많이 짙어요. 그래서 옅은 롱블랙, weak 롱블랙이라고 말하면 아메리카노를 맛보실 수 있을 거예요"


내친김에
아메리카노 역사까지 정리해 보자


출처: 스타벅스 공식 홈페이지


제이는 더 나아가 아메리카노의 역사에 대해서도 설명하기 시작했다.


영국이 인도를 점령하고 인도에서 생산되는 티로 만든 홍차를 마셨고, 이를 전량 영국으로 가져가 귀족들이 마시면서 '티를 후식으로 마시는 문화'가 생겨났다. 콜럼버스가 북아메리카를 발견하고, 영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은 동인도회사에서 홍차를 수입해 마셨다.


그런데 영국왕실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홍차에 과도한 세금을 징수하게 됐고, 결국 1773년 12월 16일 북아메리카 식민지 주민들이 인디언으로 위장해 보스턴 항에 정박한 배에 실려 있던 홍차 상자들을 바다에 버리는 이른바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이 일어나게 된다. 이 사건은 미국 독립 전쟁의 불씨를 일으키는 데 일조한 것으로 여겨지는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기도 하다.


그 후 북아메리카 식민지 주민들이 홍차를 안 마시고 북아메리카 대륙과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커피콩을 가져와서 홍차처럼 연하게 우려서 마시기 시작했고, 이것이 아메리카노의 시초가 됐다.


아메리카노라는 명칭이 생긴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당시 나치 독일, 이탈리아 왕국, 일본 제국을 중심으로 침략 전쟁을 일으킨 진영에 가담했던 이탈리아가 1943년에 항복했을 때 로마에 입성하던 연합군 자격의 미군 병사들이 이탈리아식 커피인 에스프레소가 너무 써서 여기에 물을 희석하면서 마셨는데, 이를 본 이탈리아인들이 미국인을 뜻하는 '아메리카노'라고 부르면서 명명됐다고 한다.


넬슨베이에 도착했다.



호주에서 돌고래를 보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 바로, 여기 넬슨 베이라고 한다. 비가 오는 날과 비 온 다음 날이 아니면 돌고래를 볼 수 있을 정도여서 돌고래 볼 확률은 98% 정도라고 했다. 비 오는 날이나 비 온 다음날에 돌고래를 보기 어려운 이유는 비가 오면 바다의 염도가 떨어져서 한치와 오징어, 정어리가 외향 바다로 떠나게 되고, 그래서 돌고래도 먹잇감을 따라 외향 바다로 나간다는 것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돌핀크루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탑승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요즘 한국 관광객들이 많아져서 외국인 선장님이 한국어를 배우셔서 직접 돌고래가 나타난 곳을 한국어로 직접 지휘해 주신다고 했다.


"애기 돌고래 왼쪽~ 돌고래 오른쪽~~~ 앞쪽~~~ "이렇게 말이다.


제이는 우리에게 과도한 기대는 삼가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는 돌고래쇼를 보러 가는 게 아니에요. 저희는 돌핀크루즈 타고 돌고래가 숨을 쉬러 수면 위로 올라올 때 등을 보는 거예요. 사진 찍기 어려워요 동영상을 찍어야 한다. 돌고래쇼가 아니라는 점 다시금 참고해 주세요"


제이의 입담은 재미있기도 했지만 아주 현실적이었다.


그러면서 넬슨베이에 사는 돌고래에 대해서 설명해 줬다.


"여기 돌고래가 100여 마리 서식하고 있어요. 병코돌고래예요. 최대크기 2.5m까지 자라고 몸무게는 100kg 이 동네사람들은 돌고래 조상도 삼촌도 다 알 정도예요. 등지느러미가 있는데 사람으로 말하면 지문 같은 존재예요. 그걸 보고 구분한다고 해요"


#병코돌고래 정리
큰 돌고래, 병코돌고래 또는 대서양 병코돌고래(학명: Tursiops truncatus, common bottlenose dolphin 또는 Atlantic bottlenose dolphin)는 참돌고래과 큰 돌고래 속에 속하는 돌고래의 한 종류이자, 가장 흔하고 잘 알려진 돌고래 중 하나였다. 병코돌고래는 장어, 오징어, 새우 등을 먹고, 음식을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킨다. 돌고래 집단은 물고기 떼를 사냥하기 위해 집단으로 움직이지만 종종 개별적으로 사냥하기도 한다. 병코돌고래는 음파 탐지기의 한 형태인 반향위치를 주로 사용하여 먹이를 찾는다.


넬슨 베이에 상어는 없으니
안심하세요



제이는 돌고래 하면 함께 떠오르는 상어에 대해서도 설명해 줬다.


"전 세계 상어의 2/3가 호주 인근에 서식하고 있어요. 돌고래는 상어한테 물려 죽는데 이곳에는 상어가 없어요"


상어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오해와 상식에 대해 알려줬다.


"상어는 물개류를 좋아한다고 해요. 스쿠버와 서핑하시는 분들이 상어의 공격을 받기도 하는데요, 그건 스쿠버, 서핑하는 분들이 입는 검은색 슈트가 상어가 봤을 때 물개로 착각해서 먹잇감이라 생각해서 공격하는 거래요"


제이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바지를 좀 더 따뜻한걸 입거 올 걸'


돌핀크루즈가 출발하고 바닷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여긴 겨울이지만, 한국 날씨로 따지면 초가을 정도되는데, 배 속도 탓에 바닷바람이 차다.


그럼에도 바다가 참 좋다.


크루즈 바깥 의자에 앉아 안전바에 턱을 괴고 바다를 바라보니 광활하게 펼쳐있다 내향바다라 하지만 이 또한 끝없는 미지의 공간이었다.


인생은 미지의 세계. 우리는 살면서 작은 공간에서 인생을 보내며 사는 게 대부분이다. 비좁은 사무실이란 작은 공간에서 다등바등하며 그것이 사라지면 전부를 잃은 듯 목숨까지 내놓기도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으니...


바다와 마주하니 부질없단 생각마저 든다. 이 넓은 세상...


눈이 부셔 선글라스로 태양빛을 가렸다. 선글라스로 가려져 눈부심은 줄었지만, 그만큼 바다와 빛이 아우러낸 감동도 반감됐다. 선글라스를 다시 벗었다.


'눈은 좀 편해졌지만 자연이 주는 감동이 줄어들었구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어야지... 그게 인생이지...'



돌고래 봤어?


아내와 아들이 상기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어 멀리서 봤지~"


"짜잔~" 아내가 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아들이 선장님의 돌고래가 나타났다는 신호에 따라 열심히 움직인 덕택에 배 옆으로 돌고래가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포착한 것이다.


"우와~~!! 난 저 멀리서 물 위로 잠시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돌고래를 봤지~"


요건 내가 찍은 영상, 자세히 보면 저 멀리 돌고래가 보인다


이제 이동할게요


"자 이제 저희는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가 사막투어하러 이동할 예정입니다" 제이가 우리의 다음 일정을 설명해 줬다.


점심은 비빔밥에 설렁탕 국물이 함께 나왔다.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한식당으로 제이는 우리를 안내했다. 전형적인 비빔밥이었지만, 호주에서 맛봐서 그런지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설렁탕 국물도 진해서 좋았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관광버스로 돌아가는 길에 이 친구를 만났다. 제이는 "한국에서는 멸종된 두루미"라고 알려줬다.



호주에서는 한국에서 길다가 보면 쉽게 만나는 비둘기처럼 여기서는 이 친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시드니 선착장에 가면 공원 같은 곳 긴 의자에 앉아 점심 야외 식사를 하는 분들이 보이는데 얘네들이 자꾸 다가가자, 저리 가라고 워이워이하는 모습을 어제 봤던 적이 있다.


버스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
제이가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사막투어다. 해변가에 모래가 바닷바람을 타고 퇴적되면서 만들어진 사구인데 거대한 모래더미라서 사막투어로 관광객 유치를 하고 있다. 사실 사구투어라고 하면 좀 어렵지만, 사막투어라고 하면 직관적이어서 홍보, 마케팅하기엔 더 매력적인 단어이니 말이다.


우린 호주에서 가장 큰 사구인 스톡턴 해변(Stockton Beach) 사구로 향했다. 지도에서 보이는 노란 부분이 바로 스톡턴 샌드(사구)다.



제이의 설명은 언제나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다.


"사막투어라고 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사구예요. 바닷가에 모래를 바닷바람이 실어 날라서 형성된 모래더미인데 꽤 어마어마해서 사막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요" 제이는 사막투어장소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사실 예전 두바이에서 사막투어를 했던 경험이 있어 겁부터 났다. 그때 갤로퍼 같은 차량을 탔는데 하필이면 맨 뒷좌석에 앉아서 멀미로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였다. 약 1시간 정도를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락내리락했는데 "제발 그만 좀 내리고 싶어"라고 외칠 정도였다.


물론 호주 사막투어는 약 20명가량 태울 수 있는(운전석 옆에 보조석 포함) 밴같은 차량으로 이동해서 두바이에서 느꼈던 엄청난 꿀렁꿀렁거리는 코스는 없었다. 주차장에서 밴을 타고 모래썰매를 타러 가는 곳까지는 약 6분 정도 소요됐다.


스톡턴 샌드에서
모래 썰매 타기


모래를 밟는다는 기분과 눈앞에 펼치진 큰 모래더미에 진짜 사막이 아니더라도 기분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꽤 흥미진진할 것 같아 기대감이 한껏 솟았다.



아들도 아내도 모두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이번 여행을 정말 잘했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들은 끊임없이 썰매를 탔다. 6번 이상을 탔으니 체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난 가족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주는 게 좋았다. 아내와 아들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 이어서다.


어차피 썰매는 다 비슷하지 않은가. 기분이 좋으면 그걸로 족한 것이니 말이다. 물론 더 멋진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긴 했다. 에너지 소모는 아들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자부한다. 내가 열심히 사진 찍고 동영상을 찍은 덕택에 우리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남았다. 모두 정말 잘 나왔다.


같이 온 관광객 한 분이 모래썰매를 타고 내려오다 모자를 중간에 떨어뜨려서 다시 주우러 가신 사이에 한 컷


제이 덕택에 충분히 사막투어에서 잘 놀고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모래가 많이 묻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워낙 고운 모래이고 툭툭 털어지는 모래여서 기분이 찝찝하지 않았다. 당연히 아들은 모래범벅이 되었다. 그럼에도 땀이 좀 마르고 나니 모래는 툴툴 잘 떨어졌다.


호주 와이너리로 이동


"즐거운 시간 되셨나요? 이제 저희는 와이너리로 이동하겠습니다"


사구 뒤쪽에 와이너리 농장이 있었다. MURRAY'S. 제이는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했다.



원래 총 3종류의 와인 시음이었다. 화이트, 레드, 디저트 와인! 그리고 마지막에 와이너리 사장님(?)의 기분 덕택에 포트와인이 추가됐다. 난 포트와인은 마시진 않았다.


화이트는 화이트만의 시큼함이 시원함에 더해져 매력적이었고, 레드 와인도 향과 맛이 참 좋았다. 다만, 디저트 와인은 달달함보다는 화이트 와인에 기포가 들어간 느낌이어서 달달함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 있는 시음이었다.



와이너리의 풍경을 사진 찍으니 예전 와인에 진심이었을 때가 떠올라 기분이 묘해졌다. 지금도 진심이긴 하지만 절대적으로 먹는 횟수가 적어 민망한 생각이 들어 "예전 와인에 진심이었을 때"라고 그렇게 표현했다.


시드니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꿀잠


와이너리에서 맛본 아주 미세한 양의 알코올덕택이었을까.


침까지 흘리며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시드니에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시간은 어느덧 6시 45분을 향해가고 있었다. 하버브리지다. 새벽에 출발하며 지났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호주 시드니에서의 둘째 날의 여정도 마무리되어 간다. 새벽 6시부터 시작한 오늘의 12시간의 여정이 대단원의 막을 내려간다랄까.


제이는 마지막이라며 '호주 고기 굽는 법'을 설명해 줬다.


"호주 소고기는 마블링이 없어서 미듐으로 구워야 해요. 마블링이 없는 이유가 호주 소는 넓은 들판에서 키우는 건강한 소라서 그래요. 활동량이 많으니 체지방이 없을 수밖에 없어요. 호주 농가에서는 한국 바이어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해요. 건강하게 키운 소를 도축하기 전에 가둬서 마블링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고 하니까요."


뭔가 생각이 많아지는 이야기였다.


숙소로 가는 길에 아들은 조각 피자를 샀고, 우리는 호주 대형마트인 콜스에 들러 소고기를 샀다. 오늘은 제대로 구워보리라 다짐하며 말이다.


오늘도
호주 소고기 굽기에 도전!!!


제이의 조언 덕택이었을까. 웰던을 포기하고 약간 덜 익은 정도로 구우니 어제보다 훨씬 식감도 좋았고, 맛도 좋았다.


'첫날 웰던으로 구워서 씹기가 너무도 힘들었었구나. 내일은 조금 더 미듐에 가깝게 구워봐야겠다'


어제는 사발면을 먹었는데, 사실 기대보다 별로여서 오늘은 봉지 신라면을 사 와서 끓여 먹었다. 역시 한국인에게는 신라면이다! 농심관계자분 보고 계시죠 ㅎㅎㅎ



참고로, 아내가 예약한 호텔은 취사가 가능한 호텔이라서 저녁은 소고기와 한국식당인 시티한호식품에서 라면을 사 와 먹고 있다.


그렇게 오늘의 일정도 마무리 됐다. 맥주 한 잔을 하고 싶었지만, 호주에서는 편의점이나 슈퍼나 마트에서 을 팔지 않아 따로 라이선스가 있는 "Bottle shop(보틀샵)" 에서 가야 했는데, 굳이 주류전문샵에 가서 살 정도까지는 아니었기에 그냥 음료로 대신했다.


맥주는 마시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가 좋은 거지, 막상 마시고 나면 상상했던 그 맛이 아닐 때가 많아서다. 물론 여행 기간 중에 하루 정도는 레스토랑에 가서 맥주 한 잔 정도 아내와 '짠'하면서 맛볼 생각이긴 하다. 그건 맥주를 마신다기보다 분위기를 마시는 것이니 말이다.


'호주에서의 또 하루가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일기를 적듯 오늘 있었던 일들과 마음속 울림을 적어 내려 나의 호텔 속 서재에 앉았다. 아내와 아들이 잠든 고요한 시각, 이렇게 홀로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내게는 꽤 소중한 여행 속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오늘의 기록이 언젠가는 아들에게 아빠의 소중한 유산(?)이 되어 아빠가 보고 싶거나 2023년 8월 아빠와 함께했던 호주의 날들이 그리울 때면 이 글을 꺼내 보면 될 테니 말이다.


난 글을 쓴다기보다, 혹시라도 내가 사라지고 없을 그날 아빠를 그리워할 아들에게 편지를 쓰는 마음이다.


이제 잘 시간이다. 소파에 누워 눈을 감고 생각했다. 스르르 눈이 감겨왔다. 그리고 난 계속 되뇌었다.


'우리는 오늘 모두 오늘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한 하루였다. 그럼에 더욱 감사한 하루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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