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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ug 23. 2023

호주 시드니 3박4일 뽀개기#4

호주 시드니 여행#4(피시마켓+호주해양박물관+골드코스트로 이동)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 안에는 내가 아는 이도 있다. 한 사람이 작별인사를 하고 떠난다. 슬픈 모습이었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떠나는 모습이 멋지다 생각됐다.


단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여기서는 작은 거짓말도 해서는 안된다. 백색거짓말, 회색거짓말 따위란 없다. 침묵하거나 사실만을 이야기해야 한다. 작은 허세라도 거짓이 단 한 마디라도 포함돼 있으면 바로 퇴출이다. 그것이 룰이며, 그 룰에 따라 방금 전 참가자가 아웃됐다.


'아... 이거 완전 살벌하구나'


오랜 친구가 내게 전화를 했다. 그가 곤경에 처한 듯 보였다. 그리고 내게 도움을 청했는데, 그것이 진실게임 양상이었다.


'이봐, 그건 거짓이 포함된 변명인데.... 그렇다고 사실을 얘기하자면 분명 네가 곤란한 상황에 처할 테고... 아... 친구의 거짓 변명을 받아들여 친구를 곤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울 것이냐, 외면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의 고민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햄릿의 유명한 대사가 떠올랐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의 관점은 이렇다. 죽는 것은 자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죽는 것으로써 이 고통을 끝낼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인간은 죽음 후에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두려움에 떤다. 결국 인간은 사후가 두려워 현실에서의 고통을 어쩔 수 없이 견디며 살려고 애쓴다. 비록 현실에서의 문제를 외면하는 비겁한 선택을 하며 살아갈지라도 말이다.


딱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맞닿아있다.


'아.....'


깊은 한숨 속에서 고뇌하고 있는데, 옆에 괴상하게 생긴 이가 내게 말을 건넸다. 그런데 소리가 이상하다.


"띠리 디디 띠리 디디"


눈을 떴다. 꿈이었다.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시드니에서의 넷째 날이 시작됐다.


'아... 다행이다... 꿈이었구나...' 안도의 한숨이 나도 모르게 쉬어졌다.


오늘은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피시마켓으로 가서 랍스터를 먹고 시드니해양박물관에 들렀다가 호주 국내선을 타고 골드코스트로 이동할 예정이다.


골드코스트 숙소는 해변과 주변 이동성 편의를 위해 '번화가 서퍼스'에 잡았다. 물론 이처럼 완벽한 동선을 짜주신 것은 내가 아니라 아내님임을 다시 거듭 강조하여 밝힌다!


시드니 피시마켓으로 이동


우리는 호텔에서 나와 브런치를 먹기 위해 피시마켓으로 향했다. 길 안내는 내가 맡았다. 무료 로밍서비스로 호주에서 버틴다는 것은 많은 인내가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무료이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사용 중이다.


어젯밤에 호텔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시드니와 골드코스트 지역 구글 지도를 다운받아놓았다. 구글 지도를 미리 다운받아놓은 덕택에 느린 무선망이지만 구글 지도를 나름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웹브라우저를 켜는데 3분~5분 정도의 기다림 따위도 두렵지 않다! 이제는 익숙해졌으니.


구글 지도를 켜고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인 피시마켓으로 설정했다. 걸어서 가는 방법이 3가지가 표시됐다. 해안선을 따라 걸어가는 방법이 있고, 고가를 따라가거나, 다리를 건너가는 방법 이렇게. 배가 고프다는 아들의 말에 지름길 같아 보이는 고가를 따라가는 길을 선택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도상으로 보면 우리가 잡은 호텔에서 멀지 않은 거리로 되어 있어서 너무 쉽게 생각한 탓일까... 구글 지도를 보며 따라가면 될 거라 생각하고 출발했는데, 달링하버 고가 도로 있는 곳에서 헤매기 시작했다.  분명 구글 지도에는 지나가라고 되어 있는데,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건 거대한 건물이었다.


"어디로 가세요?"


백팩에 슬링백까지 맨  모습은 딱 봐도 차림새가 관광객이었다 보니, 현지인으로 보이는 숙녀분께서 우리의 사정을 간파하시고 물어보셨다.


난 "피시마켓"이라고 말했고, 숙녀분은 가던 길을 잠시 멈추우리 가족에게 가는 방향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해안선을 따라 쭉 돌아가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못했다. 분명 지름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글 지도에 표시된 걸 보면 분명 이곳에 지름길이 있다. 난 반드시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쓸데없는 오기를 부렸다.


결국 나의 부질없는 고집으로 우리 가족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헛걸음을 반복하게 됐고, 아내와 아들에게 미안하다 여러 번 사과하는 내 모습으로 귀결됐다. 결국 나는 가장 멀어 보이지만, 가장 확실해 보이는 길인 해안가를 따라 걷기로 했다. 나의 이런 무모한 고집으로 인해 아내와 아들은 배고픔을 견디며 걸어야만 했다...


이날은 달링항에서 요트 박람회 행사를 하고 있었다. 참 많은 보트들이 있었지만, 길을 헤매고 있는 상황이라 행사장으로 가로막힌 시야는 답답하기만 했다.



어렵게 돌고 돌아 도착한
시드니 피시 마켓


그렇게 금방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시드니 피시마켓은 돌고 돌아 겨우겨우 한참만에 도착하게 됐다. '시드니 피시 마켓 지도'란 안내판이 얼마나 반갑던지...


피시마켓에 도착해서 보이는 건물마다 들어가 봤다.



GetFish 건물에는 신선한 해산물을 패키징 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포장해 가는 용도여서 바로 요리를 해주거나 그런 서비스는 없었다. 굴 같이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나, 신선한 회를 얹은 초밥, 회로 만든 샐러드(?) 정도는 바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신선한 해산물을 보니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수산물 시장에 왔음이 실감이 갔다.



배를 채워야 하겠기에 GetFish 마켓에서 나와서 그 앞에 있는 시드니 피시마켓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가니 제대로 들어온 듯했다. 여기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푸드코트 처럼 되어 있어 우리는 자리를 잡고 시식을 준비했다.



아내는 신선한 GetFish 마켓에서 신선한 굴을 사 왔고, 나는 하나만 먹어도 배부를 것 같은 초밥을, 아들은 피시칩스를 골랐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으니 맛은 봐야겠다는 생각이 가족용으로 치즈가 듬뿍 들어간 랍스터 구이를 샀다.


굴은 아주 신선해서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맛이었고, 초밥은 만들어놓은 것을 판매대에 진열해 놓고 팔다 보니 밥알이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지만 거기에 올려진 수산물은 훌륭했다. 가격은 개당 3.8 호주달러로 약 3,500원 정도다. 주관적인 내 입맛으로 평가를 해보자면, 개당 3500원만큼의 푸짐한 맛이다.


랍스터와 피시앤칩스는 오히려 본다이 비치에서 먹었던 피시앤칩스가 그리울 정도랄까. 랍스터는 치즈가 듬뿍 들어있긴 했지만, 놀랄만한 그런 맛은 아니었고, 그냥 비주얼용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스타용이랄까. ㅎㅎㅎ;;;;;



배불리 먹고 나오니 주차장 도로 한가운데 펠리컨이 보였다. 한 마리도 아니도 여러 마리다. 생선냄새가 나서 그런지 도로 한가운데서 길을 막고 생선을 달라고 시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관광객들은 펠리컨 주변에서 신기하다는 듯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런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이 바로 호주의 모습이겠지란 생각이 들었다.


피시마켓에서 아침 겸 점심을 때우고, 우리는 아들이 꼭 가고 싶어 했던 국립해양박물관으로 향했다.


우리는 호텔에서 피시마켓으로 오는 동안 너무 많은 체력소모가 있었기에 가는 길은 경전철을 타기로 했다. 피시마켓에서 나오면 L이라고 적힌 곳이 보이는데 그 아래로 내려가면 경전철을 타는 곳이 있다. 거기서 센트럴 행을 타면 3 정거장 뒤에 피어먼트 베이 정거장에서 내리면 된다. 거기에 해양박물관(MU SEA UM)이 자리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 해양 박물관 도착


오스트레일리아 국립 해양 박물관은 피어몬트 베이 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인다. 여기가 좋은 것은 전함과 잠수함을 직접 타보고 내부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웬만한 것들은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오픈해 놓아서 아들이 정말 좋아했다. 물론 나도 신기한 것들이 많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으며 봤다. 겉으로 보기에는 '저길 굳이 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들어와서는 보는 내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 전시장에는 헬기와 호주의 해군 관련 용품, 그리고 레고로 만든 다양한 전시물이 눈을 즐겁게 했다.



피어몬트 브리지를 건너
UGG 매장으로


아들과 아내가 너무 지쳐 보였다. 아침에 나 때문에 아내와 아들이 고생한 것 같아서 내가 먼저 말했다.


"호주에 오면 UGG가 싸다고 하는데 어그 사러 갈까? 내가 쏠게"라며 아침에 신경질적이었던 부분을 만회하려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아내와 아들은 갑자기 힘이 어디서 났는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좋아"라고 동시에 외쳤다.


그래서 우리는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어그 매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다리를 건넜다. 아침에 다리를 건너야 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은, 우리나라처럼 자동차 도로와 함께 있어서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는데.... 호주의 피어몬트 브리지는 사람 전용 다리였다....



'아.... 아침에 호텔에서 나와서 이 다리를 건너서 갔다면 그렇게 고생고생하면서 돌고 돌아서 피시마켓으로 가지 않았을 텐데....'


다리를 건너며 후회가 밀려왔다. 체력은 떨어지고, 길은 자꾸 헤매고 하다 보니 신경이 예민해져 가족에게 다소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던 내 모습을 반성했다. UGG 매장에 도착하면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시원하게 질러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리를 건너 두 블록 정도 더 가니 큼직한 UGG 매장이 길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렇게 거대하게 UGG라고 적혀있으니 가품을 파는 곳은 아니리라 생각하고 매장으로 들어갔다.


한국에서 어그의 유행은 지났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양털 신발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UGG라는 건 부인할 수 없으니 하나쯤 사두면 유용하게 잘 신을 것 같았다.


UGG 무스탕부터 액세서리에 어그 부츠, 슬리퍼 등 다양한 품목의 상품이 큰 매장에 빼곡하게 전시돼 있었다. 할인상품부터 신상품까지 가격대도 다양했다.


아내는 UGG 양털 슬리퍼를, 아들은 UGG 양털 신발을 골랐다.


둘째 날 만났던 제이의 말이 떠올랐다.


"호주에서 UGG 싸게 살 수 있어서 추천해요. 다만 가짜도 있으니 확인해보셔야 해요. 가짜 양털로 만든 UGG는 본드로 양털을 붙인 거라서 손으로 쓸어보면 털이 빠질 거예요"


제이는 호주에서 UGG를 여름용으로 신는다고 했다. UGG 양털신발을 겨울용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라고 했다. 양털이 여름에 통풍용으로 시원해서 오히려 좋다는 얘기였다.


물론 우리는 한국에서 겨울에 신으려고 샀지만... ㅎㅎㅎ

여담으로 말하자면, 호주에서 8박 9일 일정을 모두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시드니 국제공항에서 걷다가 마주친 UGG 신발의 가격은 우리가 시내에서 산 가격의 1.5배~2배 정도 가격이었다. 싸게 잘 산 것 같아서 뿌듯했다.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아들의 모습은 이 노래를 연상케 했다. 어릴적 나도 엄마가 길음시장에서 사다준 새신발을 보면 설레서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나서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UGG 신발을 결제하고 나오는데 아들이 "아빠 나 신고 갈래"라고 해서 직원분께 신발 택 좀 잘라달라고 하니 의아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직원은 "정말 떼어드려요? 밖에 비 오는데 어그 신발을 신고 가시려고요?"라며 내게 한 번 더 물었다.


"네. 아들이 신고 싶다네요. 비가 와도 어쩔 수 없죠 ^^"라고 답하며 택을 떼서 아들을 신겼다.


우리가 분명 매장에 들어올 때에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매장에서 나오니 부슬비가 오고 있었다. 빗줄기가 굵지 않았고, 비를 맞고 다녀도 될 정도의 가느다란 비여서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아들은 새 신발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는지, 우산을 쓰고 사뿐사뿐 걸으며 호텔로 향했다. 우린 골드코스트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체크아웃하고 맡겨놓은 짐들을 찾으러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그부츠는 여름용?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 필수품으로 알려진 어그(UGG Austrailia)를 만든 이는 호주 출신 서퍼 브라이언 스미스다. 호주 서퍼들은 서핑하다 쉬는 시간에 발을 따뜻하게 하고 물기를 말리기 위해 양털로 된 신발을 신곤 했었다고 한다.

1978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난 브라이언 스미스는 호주에서 신던 양털 신발에서 착안해 UGG 브랜드를 만들었다. 천연양털의 기본적인 특징은 온도와 습도를 적절히 조절해 줘 추운 겨울엔 따뜻하게, 더운 여름엔 시원하게 해 준다는 것에 착안했다. 한 여름 호주 바닷가에서는 30~40℃가 넘는 뜨거운 날에도 어그 부츠를 신은 이들을 볼 수 있다. 이는 허그 부츠의 양털이 보송보송하고 시원하게 발을 관리해 줘서다.

호주는 전 세계 양털의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호주에서 양털은 다양한 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제이도 강조했다. 자동차 시트커버나 여름에 땀이 많이 나는 분들에게는 사무실 의자 방석으로 양털 제품을 써보라고 말이다. 양털은 세균 번식이 되지 않으며 먼지도 나지 않아 훌륭한 제품이라고 제이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텔에서 공항까지
DiDi로 부른 차량 탑승


호주에서 사용하는 DIDI 앱에서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줄 차를 불렀다. 차량은 바로 잡혔다. 아내가 미리 DiDi라는 앱을 다운받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세팅해 놓은 덕택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국내선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비용은 31달러 나왔다.

참고로 호텔에서는 공항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비용은 75달러였다.


이제 골드코스트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1시간여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탑승수속을 밟아야 하니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저녁 식사는 하고 비행기에 탑승해야 하기에, 바로 앞에 큼직하게 보이는 간판인 KFC로 향했다. 너무도 배고파하는 아들과 는 한국에서도 먹지 않았던 KFC에서 치킨과 베이컨 버거를 주문했다. 아내는 역시 미리 봐둔 것이 있었다. 현지 베이커리 카페에서 만든 호주 미트파이였다.


호주 KFC 치킨은 기름이 좔좔, 느끼함의 향연이었고 베이컨버거는 가격은 1만 3,000원 정도인데 맥도널드에 비해 퀄리티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또 한 번 후회했다. KFC 옆에 보니 맥도널드가 있어서였다.


'조금만 더 시야를 넓게 가졌더라면... KFC 옆에 있던 맥도널드에서 빅맥을 시켰을 텐데....'


공항에서 간단히 저녁식사를 마치고 골드코스트행 국내선에 탑승했다.



골드코스트 공항으로 이동


4일간의 정든 시드니를 생활을 마치고 골드코스트로 이동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매일매일 여행 일정을 마치고 그날의 감동과 감정들을 잊지 않으려 하루하루의 생각들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비행기 안에서도 이렇게 오늘 일정을 기록하고, 그 사이에 떠오른 마음속 이야기들을 적어내고 있다.



이제 곧 골드코스트 공항에 도착한다.


골드코스트 공항 도착
서퍼스 파라다이스 역 호텔로 이동


국내선 항공이라 그런지 입국수속도 출국수속도 간편해서 좋았다. 우리는 가장 먼저 편의점에 가서 교통카드를 구매했다. 시드니에서는 교통카드가 오팔카드였다면, 골드코스트의 교통카드는 고카드다. 교통카드가 호환이 안 된다.

시드니에서는 비자, 마스터카드에 와이파이 같은 모양이 있으면 교통카드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 골드코스트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교통카드를 따로 구매했다. 교통카드는 선불 충전식이어서 소액충전을 하면서 잔액이 최소한으로 남도록 사용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공항 출구로 나오자, 바로  정류장에는 우리를 서퍼스로 데려다 줄 777번 버스가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777번 버스를 타고 Broadbeach South 역에서 트램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4 정거장 후인 Surfers Paradise 역에 내렸다. 그리고 드디어 골드코스트 숙소인 Q1 Gold Coast - Resort And Spa에 도착했다.



Q1 호텔 도착


Q1 호텔은 세련된 신축아파트 같은 느낌이었다. 빌트인으로 싱크대와 세탁기, 건조기까지 다 완비돼 있다. 넓게 꾸며진 거실에, 타일로 된 바닥이 세련미를 더했다. 드레스룸도 따로 마련돼 있었고, 한편에는 회의실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스위트 룸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크기와 시설이었다.


성공한 직장인의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성공하려면 더 부단히, 애쓰며 살아야 하지만....



저녁 장보기는
IGA 지역 마트에서


배가 고파왔다. 시드니 국내선 공항에서 먹은 KFC가 너무도 부실했다. 기름기만 좔좔 흐르고 느끼하기만 하고 배는 부르지 않았다... 밤 9시가 넘어선 시각이었지만, 아들과 난 호주 소고기와 내일 아침에 간단히 먹을 과일 등을 사러 근처 마트로 향했다.


시간이 9시가 넘었다 보니 근처 울월스마켓은 문을 닫았고 자정까지 문을 여는 IGA 로컬마켓에서 식료품을 살 수 있었다. 꽃등심과 바나나, 쾌변을 도와줄 요거트를 샀다. IGA 로컬마켓에는 할인하는 상품이 많아서 좋았다.


직원분에게 아들이 영어로 과일이 개당 가격인지, KG인지 물어보니 아빠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그리고 차근차근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다.



IGA 로컬마켓에서 사 온 호주 소고기에 시드니 한인 마트에서 산 신라면을 함께 맛보며, 골드코스트에서의 첫날밤을 우아하게 마무리했다.


아들과 나는 배불리 한국인답게 먹고 고급스러운 월풀 욕조를 보며 외쳤다.


"우리 반신욕 해야겠구나"/"아빠 반신욕하자!!!"


아들과 난 반신욕 마니아다. 나는 욕조에 물을 받았고 아들은 빨리 물이 받아지길 기다렸다.


"아빠~~~ 이것 좀 봐~~"


아들이 월풀욕조 버튼을 눌렀고 공기방울이 부우우웅하며 올라왔다.


"좋아 그럼 아빠 차례네~~"라며 난 바디워시액을 부어 거품을 만들었다.


"우오오오오오오~~~~~ 좋아~~~" 아들의 추임새가 이어졌다.


아들과 난 욕조에 앉아 반신욕을 즐겼다. 호주에 도착해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뭉친 다리 근육이 뜨거운 욕조 안에서 시원하게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아들은 반신욕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꿈나라로 향했다. 많이 피곤했던 것 같다.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아들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몰려왔다. 많이 걷기도 했고, 오늘은 특히나 식사 시간을 계속 놓쳤기에 허기짐을 견뎌야 했을 아들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기 전
오늘 하루 일정을 정리하며
되돌아봤다.


오늘도 아내와 아들은 먼저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이렇게 테이블에 앉아 오늘을 기록하고 있다.


문득 해양박물관에서 봤던 레고블록이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선택이란 레고 블록의 연속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블록을 가지고 시작했어도 저마다 다른 모습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다만, 레고와 인생이 다른 점이 있다면, 레고는 블록을 해체할 수 있지만 우리의 인생은 한번 선택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살면서 나는, 우리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레고 블록을 어디에 쌓을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조립할 것인지, 어떤 사람과 함께 할 것인지 등 모든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난 수없는 선택 속에서 삶을 조립해 왔고, 내 선택의 결과는 단순히 나의 블록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 아내와 아들의 블록에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어느 정도 최근에 한 선택은 수정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우리 인생에서 선택했던 모든 것을 전체 리셋하지는 못한다. 수정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고, 수정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위해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무엇보다 수정을 하기로 선택함에 따라 그것이 수정될 때까지는 다른 선택을 할 기회를 잃어야 하는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인생이다.


호주에 오게 된 것은 "내가 낼 테니 어디든 해외로 가자"라는 나의 말에서 비롯됐고, 그 선택에 결과로 지금 난 호주에 와 있다. 앞으로도 난 선언을 할 것이고, 그 선언은 미래의 나를 규정짓게 될 수 있다.


내가 오늘을 잊지 않으려, 나의 미래인 '나'에게 오늘의 감동을 다시 일깨워주고자, 브런치에 쓰는 이 들이 내 미래의 모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나의 이러한 노력들이 분명 미래의 나를 규정하게 될 것이란 것이다. 나는 그 부분만큼은 확신한다.


2014년 여름이었다. 브런치란 플랫폼이 처음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고 난 신기함에 가입하고 작가 신청을 했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사회생활을 첫 내디뎠던 30살 때로 돌아가 그날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소환하며 브런치란 공간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시간이 될 때면 브런치에 내 삶을 기록해 왔다. 그렇게 기록한 지 이제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 덕택에 브런치스토리 공간에는 내 30살부터 현재까지의 기억하고 싶은 나의 오늘이 기록돼 있다.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분명... 지금 나의 이러한 노력들이... 마음속 이야기들의 쏟아냄이... 그리고 그렇게 하겠다고 한 나의 지금 선택이 미래의 나를 규정하게 될 것이다........'


눈이 스르륵 감겼다.... 진지함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각이 많아지고 있음에도 잠이 온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기에.... 잠기운에 내 몸을 맡겼다. 그렇게 호주에서 나흘쨋날은 마무리 됐다.


- 다음 편부터는

'호주 골드코스트 3박4일 뽀개기#1'로 이어집니다.

호주 여행기는 매주 수요일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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