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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r 11. 2024

타코야끼집에서 만난 새치기 방지 아이템

일본 오사카 여행② 여행이란 무엇일까

'여행하며 글쓰기'는 '광화문덕'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마음속 울림들을 기록하는 공간이다. 단순히 여행을 하면서 맛집을 소개하는 글은 지양한다. 그보다는 '광화문덕'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관찰 속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나누고자 한다. 이 기록들이 소상공인 및 기업 혁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디 나의 글이 이 글을 보는 독자분들의 마음속에 변화와 혁신의 씨앗이 되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광화문덕]


'반신욕을 하고 자서일까?'


숙면을 취했다. 정말 달콤한 꿀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전 8시가 됐다! 그렇게 둘째 날이 시작됐다.


신선한 식재료에 갓 튀긴 튀김
무제한 조식이 2만 원


오늘은 호텔 라운지에서 조식을 먹기로 했다. 애초 조식 포함 패키지를 구매하진 않았지만, 이곳 호텔이 너무도 마음에 들어 구석구석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조식 식사권을 현장 구매했다.


2층 라운지에 도착하니 조식 안내문이 우리를 반겼다. 소인 1,100엔, 대인 2,300엔!이다. 우리는 추가로 5,700엔을 결제했다. 환율 900원을 곱하면, 아들 9,900원에 성인 1인당 2만 700 원해서 총 5만 300원 정도인 셈이다. 


전체 통유리로 되어 있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일본풍으로 인테리어를 해놓으니 조식을 먹으면서도 일본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어 여행객 입장에서는 이 또한 좋았다. 일반 사무실이었다면 별로였겠지만, 이곳은 여행객을 위한 공간이니 이러한 것 역시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우리 가족은 어제저녁 무제한 라멘을 먹었던 도로뷰 좌석에 다시 앉았다. 도로뷰가 참 좋아서다. 지나가는 클래식한 택시도 볼 수 있고, 출근길 일본 직장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여행객에게 낯선 공간은 모든 게 호기심이니 말이다.


일본 하면 떠오르는 음식들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다는 '특별함'


이곳 호텔에서 맛본 조식의 특별함이라고 한다면, '신선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신선한 생선, 횟감이 한가득이었다. 튀김도 한 번에 많이 내놓지 않고 손님들이 가져가면 그때그때 조금씩 튀겨서 내어주니 튀김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식감이 고급 일식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아삭한' 식감 그대로였다.


내 옆자리에는 일본인 노부부가 앉으셨다. 일본인 어르신은 튀김을 무척 좋아하시는지 다른 건 안 드시고 튀김만 드셨다. 튀김을 먹는 본인만의 방법도 있으셨는데, 갓 튀긴 튀김을 가져와 와사비 가루를 뿌려 맛있게 드셨다. 튀김을 계속 리필해 드셨다.


여기 음식의 또 하나의 장점은, 간이 세지 않아 좋았다. 밥도 쌀밥과 초밥용 밥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초밥용 밥 위에 신선한 횟감을 가득 담아 간장과 김가루(?)를 뿌려 비벼 먹었다.


채소도 신선했고, 고등어구이도 건강한 맛이었다. 반찬으로 나오는 두부, 그 외 나물무침, 멸치볶음 등도 모두 간이 세지 않아 재료의 고유맛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느낌이 들정도였다.


생각해 보니 나도 한우 1++ 등급을 맛볼 때에는 그 어떤 간도 하지 않고 구운 한우의 맛 그 자체를 즐긴다. 그런데 다른 음식을 먹을 때에는 그 재료가 주는 고유함을 맛보기보다는 양념과 소스 맛으로 먹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여기 조식을 먹으며 내가 한국에서 먹어왔던 음식에 대한 관점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듯해서 그 또한 감사했다.


싹싹 비웠다


세 식구가 5만 원대에 이렇게 신선한 식재료로 된 일식을 맛볼 수 있음에 감사한 아침이었다.


감사히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 본격적으로 둘째 날 여행을 떠나기 위해 호텔을 나왔다.


어제 도착한 곳이지만, 밤사이 친해졌는지 구글 지도를 켜고 걷는 길이 낯설지 않다. 아들의 사진 작품 촬영은 계속됐다.


일본 최초 봉지라멘 출시
세계 최초 컵라면 개발
이케다 市 '컵라면박물관'


오전 일정은 '컵라면박물관'이다. 오사카 컵라면 박물관은 1958년에 치킨라멘을 개발한 안도 모모후쿠의 업적을 기념하여 1999년 이케다시에 다시 지어진 시설이다. 관리 및 운영은 닛신 스포츠·식문화 진흥재단이 하고 있다.


 오사카 라면박물관은 숙소 앞에 있는 요도야바시역에서 탑승한 뒤 메다역에서 한큐 다카라즈카행으로 환승하고, 이케다역에서 내리면 된다. 약 50분가량 소요된다.


참고로, 컵라면박물관은 일본 요코하마에도 5층 규모로 지어져 있는데, 요코하마 컵라면박물관은 닛신 식품 창업자인 안도 모모후쿠의 탄생 100주년(2010년)과, 세계 최초의 컵라면인 컵누들의 발명(1971년) 40주년을 기념하여 2011년 9월 17일 개장한 곳이다.


닛신 식품 창업자 안도 모모후쿠는 1958년 일본에서 최초로 봉지라면을 제품으로 출시했고, 1971년에는 컵라면을 일본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우메다역은 서울역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많은 라인이 즐비해있어서다.


한큐 다카라즈카행 전철은 고풍스러웠다. 내부 인테리어뿐 아니라, 벨뱃 같은 소재의 의자가 인상적이었다.


한국과 이질감이 많지 않다 보니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구글지도 덕택이다.


세상이 정말 좋아졌다. 어느 나라를 가든지 파파고를 통해 대화를 할 수 있고 어느 나라를 가든지 구글지도를 통해 택시가 아닌 대중교통을 맘 편히 이용할 수 있다. 


이제 AI 시대가 도래하면 이 모든 것들도 자동화가 될 테고, 파파고를 사용하지 않아도 다른 언어로 대화가 가능하고 구글지도 앱을 열지 않아도 원하는 곳으로 편히 이동할 수 있는 시대가 오겠지.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현실이 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됐다. '불가능'이란 단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케다 역에 내려서 컵라면박물관으로 향했다. 역에서 내려서 가다가 길이 헷갈려 잠시 멈춰서 있으니 인상 좋으신 할아버지께서 일본어로 친절히(?) 가르쳐주셨다.


일본어로 말씀하셨지만, 그 안에 '컵누들뮤지엄'이란 단어가 명확하게 들어가 있었기에 눈치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쪽으로 가시는 길이라고 하셨다.


할아버님과 동행하다 보니 팻말이 보였다. 할아버님은 역을 나와서도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주셨고 우리 가족도 90도 인사를 하며 "땡큐"라고 답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걷다가 만난 '컵누들뮤지엄'!


컵라면박물관에 들어가니 마스코트 병아리가 우릴 반겼다.


1층에는 라면의 역사가 전시돼 있었고, 그 안으로 더 들어가면 컵라면 만들기 체험이, 2층에는 봉지라면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일본 라면의 역사가 한눈에 펼쳐져 있어 스케일에 놀랐다. 이렇게 라면에 둘러싸이니 기분 또한 묘했다. 라면 한 사발 들이키고 가야 할 것 같은 배고픔이 밀려왔다. ㅎㅎㅎ


맛집이란 무엇일까?


라면 만들기 체험을 하고 나오니 하늘이 정말 맑아 색보정을 한 것 같은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가 박물관에 있는 동안 비가 왔어서 그런지 하늘이 정말 맑았다.


우리는 간식으로 타코야끼를 먹으러 우메다역으로 향했다.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면 우메다역이 나오기에 어렵지 않았다.


타코야끼는 일본 요리 중 하나로, 밀가루 반죽 속에 문어를 넣어 지름 3~5cm 정도로 둥글게 구운 요리를 말한다. 1935년 오사카에서 노점상 엔도 토메키치가 처음 개발한 음식으로 타코와 야끼를 합성한 명칭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메다 역에 내려 타코야끼 검색 맛집으로 향했다. 이번이 오사카 첫 여행이다 보니 오사카에 들르면 꼭 가봐야 하는 식당들이라고 해서 메모해서 간 곳인데, 30분가량 기다린 것 치고는......


사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감동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타코야끼 맛이었다.


그래도 여기는 현지 일본인들도 즐겨 먹으러 오는 곳인 듯 보여,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가성비 좋은 타코야끼집이 아니었을까 싶다.


타코야끼집에서 만난
새치기 방지용 프로세스 및 업무효율화


작은 가게여서 줄 서 있다 보면 새치기(?)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 가게는 새치기를 아주 영리한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바로 '파란색 테이크아웃'과 코팅된 메뉴판이 그것이다. 코팅된 메뉴판이 없는 사람은 새치기로 간주돼 다시 줄을 서야 한다. 간주된다기보다는 명확하게 말하면 새치기가 맞다.


테이크아웃팀과 매장 옆 식사는 분리가 되니 이것 역시 업무효율화에 성공한 것이라 칭찬해주고 싶다. 이번 일본 여행을 하면서 사업 관점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는데 이 역시도 얻은 영감 중 하나다.


편의점에도 있었다
콘센트가 구비된 1인좌석


원래 일정은 오사카성으로 가서 사진 찍고 돈키호테가 있는 오사카 강(?)에서 관광하는 것이었는데, 아들이 뻗었다. 지친 아들을 잠시 쉬게 하기 위해 숙소로 향했다.


숙소 1층에는 편의점이 있어 간단하게 음료라도 사고 갈 생각으로 들어갔다.


여기 일본 편의점에도 식당처럼 1인좌석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심지어 콘센트까지 있다 보니 노트북을 연결해 간편식을 먹으며 업무를 보는 직장인도 있었다.


한국에는 도입이 어렵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일본은 이렇게 자리가 빈 곳이 많지만, 한국은 커피 한잔 시켜놓고 독서실처럼 사용하는 이들이 많아,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편의점 제품이라고 얕봐선 안돼
고퀄리티 닭튀김에 받은 감동


"아빠 여기 닭튀김이 무척 맛있어"


생각지도 못한 득템을 했다고 아들이 신났다. 편의점에서 기 튀김을 샀는데 롯데리아에서 파는 '지파이'와 비슷하다며 야무지게 먹어치웠다. 또 먹고 싶다며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나는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사려고 보다가 벚꽃 아사이가 보여서 샀다. 캔을 따면 신기하게 열렸다. 그리고 안주로는 사온 타코야끼와 편의점에서 산 샌드위치, 멜론 소보로를 안주삼아 오전 피로를 달랬다.


여기는 어딜 가나 벚꽃 에디션이 눈에 띄었다. 일본 하면 벚꽃이라 생각할 수 있어서겠지란 생각이 들면서도 우리나라에는 그럼 왜 무궁화 에디션은 없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편의점 샌드위치 빵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함께 사온 샌드위치는 국내 편의점에서 파는 샌드위치와 비교하면 빵이 굉장히 부드러웠다.


한국에서도 파는 샌드위치가 부드러운 게 있을 수 있지만, 내가 그동안 먹었던 편의점 샌드위치 경험만 비춰보면 이 빵은 정말 쉬폰을 먹는 정도로 부드러웠다.


멜론빵은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는 소보로빵과 같다. 향이 멜론향이 나서 오묘했다.


30여분 기다려 사온 타코야끼는 파가 올려져 있는데 딱 그 정도만이 신기한 정도랄까. 그냥 타코야끼였다. 바로 먹었다면 맛이 더 드라마틱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긴 했다.


호텔에 대한 만족도
10000% 그 이상!!!


10만 원 초반대 호텔이다. 이 정도 실내 인테리어에 무료로 제공되는 다양한 먹을거리, 온천탕까지 이 정도면 엄청난 가성비라 생각된다. 게다가 그냥 사우나가 아니라 온천탕이다.


뻗은 줄 알았던 아들이 편의점에서 사 온 치킨과 콜라를 먹더니 온천욕을 하러 가자고 해서 13층 온천탕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우린 온천탕 내 마련된 '항아리탕'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항아리탕이 너무도 좋았다. 노천탕과 같은 개념인데 나무로 된 욕조 앞에 창문이 열려 있다. 바깥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며 온천 위로 드러난 상체를 시원하게 감싸준다. 항아리탕 안에 들어가 있는 몸은 뜨끈하다.


그리고 잠시 나와 항아리탕 뒤에 마련된 비치베드에 누워 뜨거워진 몸을 겨울바람에 그대로 맡길 수 있다. 그러다 몸이 차가워지면 옆에 마련된 항아리탕에서 바가지로 물을 떠서 몸에 뿌려주면 여기가 천국이었다.


항아리탕 안에 아들과 둘이 발 뻗고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시 나와 그 옆에 마련된 벤치에 기대 뜨거워진 몸을 외부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에 식힌다. 그렇게 누워서 눈을 감고 있으면 지친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느낌이다. 아들도 그 패턴이 마음에 들었는지, 내 옆에서 함께 항아리탕과 벤치를 오가고 있다.

항아리탕 사진. 온천탕 내에서는 그 어떤 사진촬영도 금지된다. 이 사진은 해당 호텔 공식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사진이다. 오해 없으시길...


오사카의 성지, 돈키호테는 비싸다?
경영자 관점에서 보면 납득된다


1시간 여 동안 온천을 즐기고 이제 오사카 시내(?)로 향했다. 도톤보리 거리다.


도톤보리는 과거에는 극장이 밀집된 지역이었으나, 현재는 밤문화와 오락시설이 밀집된 지역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오사카 하면 유명한 달리는 남성의 광고판이 떠오르는데 그 광고판이 있는 곳이 도톤보리다.


달리는 남성 광고판은 오사카의 제과회사인 에자키 글리코의 피니싱 라인을 통과하며 달리는 남성의 모습이라고 한다.


도톤보리 거리에는 강이 흐르는데 여기에 배를 뛰워 '크루즈' 관광코스를 개발해 이를 통해 상인들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우리도 크루즈를 타고 도톤보리를 구경했는데 나름 운치 있는 경험이었다.


아들은 작은 감성 포텐 터지는 배 안에서도 사진작가가 되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그래 마음껏 눌러 그렇게 누르다 보면 너만의 감성이 담긴 구도가 나오고 언젠가는 그것이 진짜 작품이 되겠지'


글도 사진촬영도,
악기와 운동처럼 하다 보면
실력이 된다


내 경우가 그렇다. 결혼하기 전에는 구도도 모르고 사진도 잘 못 찍었다. 그런데 결혼하고 아내와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 여행 가면 보통 300장 이상을 찍곤 했다. 그리고 아들이 태어나고서는 수시로 사진을 찍었고, 여행을 가게 되면 보통 1,000장 정도를 찍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느낌적으로 사진을 찍게 됐고, 내 생각에는 나쁘지 않게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구도를 이론적으로는 모르지만, 찍어보면 이렇게 찍으면 괜찮다는 것을 몸으로 알고 있다. 이런 우리는 '체득'이라고 부른다. 머리는 몰라도 몸소 경험하여 알게 되다는 뜻이다.


일본 산토리 하이볼에 대한 환상을
산산조각 내 준 고기덮밥집


크루즈 투어를 마치고 아내가 메모해 놓은 오사카 추천 맛집이라는 고기덮밥을 주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도 한국사람이 꽤 많았다. 과장하면 대부분이 한국사람이었다. 이곳 역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꽤 많이 한 듯했다.


너무 기대해서 그럴까.... 사실 고기 덮밥은 그렇다 하더라도 하이볼에 대한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다.


'일본에서 산토리 하이볼을 드디어 직접 맛보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레몬소다와 하이볼 모두 물 같았다...


파파고를 켜고 "너무 물 같아요"라고 입력한 뒤, 직원분께 말해볼까를 여러 차례 반복하다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물 마시듯 삼켜버리고 나왔다. 하이볼은 한국 하이볼이 맛과 향이 좋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내가 한국인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임대료와 인건비를 생각하면
비쌀 수밖에 없는 '돈키호테'


돈키호테로 이동했다.


나는 살 게 없었지만, 돈키호테는 오사카의 명물, 랜드마크와도 같은 곳이기에 들렀다. 아들과 아내가 돈키호테를 둘러보는 동안 난 층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 보니 오고 가는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귀에 전해졌다.


"여기 다른 데보다 비싸네..."


"이 인형 아까 본 곳에서는 450엔인데 여긴 650엔이네..."


"어! 여기서 1,500엔이네... 좀 전에 간 곳에서는 1,000엔이었는데"


한국사람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하고 지나가셨다.


난 돈키호테가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순전히 내 의식의 흐름일 뿐이니 오해 없으시길...


돈키호테가 유명한 이유는 웬만한 것들이 다 있어서 일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부터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상품까지 구비해 놓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돈키호테에 가면 없는 게 없다고 평했을 것이다.


그런데 돈키호테 점주 입장에서 보면 품목당 매출이 일어나는 것도 있지만, 어떤 품목은 자리만 차지하고 오히려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손해가 되는 품목도 있다.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손해 나는 품목에 대한 비용 보전, 일본말로 반까이를  잘 팔리는 상품을 통해 해야만 한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잘 팔리는 상품의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키호테를 마지막으로 오사카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들과 아내는 오늘 써야 할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 기진맥진한 상태다.


난 숙소 1층 편의점에 들러 점심에 아들이 극찬한 닭튀김과 너무도 아쉬웠던 하이볼의 속상함을 달래줄 '하이볼'로 보이는 산토리 캔을 하나 사 왔다.


벌써 여행 이틀째가 지나간다고 생각하니 서글퍼지며 좌뇌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아들과 나의 라멘과 온천탕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아빠 우리 반신욕 하러 가자"


점심에 나와 함께 했던 1시간 여가 너무도 좋았는지 다시 13층 온천장에 가자고 했다.

  

"아빠!!! 13층 가기 전에 2층 라운지 가서 라멘 먹고 가는 거 알지?"


아들은 호텔 2층 라운지에서 저녁에 제공하는 무제한 라멘을 잊지 않고 있었다.


"후루루루룩! 후루루루룩!!"


아들의 면치기 소리는 언제 들어도 경쾌하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2층 라운지에서 제공해 주는 라면에 후추와 빨간색 양념을 모두 넣어 먹어보았다. 어제 먹은 라멘은 약간 간장국물에 삶은 면을 넣은 듯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새로움을 시도해보고자 한 것이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라멘과 함께 제공되는 양념스프(?)들을 좀 넣었다고 국물의 맛 깊이가 달랐다. 심지어 풍미까지 더해져서 멋진 라멘 한 그릇이 되었다.


물론 어제 면을 삶아준 분과 오늘 삶아준 분과의 면 삶기 숙련도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제는 좀 어린 여성분이셨는데 면이 좀 덜 익은 듯해서 식감이 내게는 좀 맞지 않았지만, 오늘 면을 삶아준 분은 나이도 좀 있으셨고 숙련도도 높아 보이셨다. 면발이 적당히 쫄깃쫄깃하게 잘 익어서 그런지 더욱 맛있었다.


"아들!!! 양념 조금 넣어서 먹어봐 맛이 달라"


"응! 안 그래도 나도 넣었는데 맛이 깊어~"


'ㅎㅎㅎ 역시 넌 빠르구나'


내일은 정든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교토로 이동해야 한다.


여행하는 것보다 더 큰 행복
'여행하며 글쓰기'
지금 시각 새벽 12시 2분...


하루가 또 지났다. 6시간 뒤인 아침부터 또다시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기에 아내와 아들은 꿈나라로 출발했다.


난 오늘 다녀온 오사카 이야기 초안을 써 내려가고 있다. 오늘의 이 마음을 잊어버릴까 두려워서다. 내 욕심일 수도 있지만, 오늘 여행 속에서 얻은 마음들을 잊어버리지 않고 모든 걸 다 담아내고 싶다.

 

아들과 손가락 걸고 한 약속


밤에 13층 온천탕 내 마련된 항아리탕에서 아들이 내게 손가락을 걸고 약속해 달라고 한 말이 있다.


"아빠 여기 항아리탕 옆에 있던 바가지 여기에 점심때 놓았었는데 저녁에도 여기에 놓여있네. 3개월 뒤에 우리가 왔을 때에도 여기에 놓아져 있으면 신기하겠다~ 그치?"


"바가지가 원래 있던 자리가 그 자리 아니었어?"


"응 아빠 여기 바가지 놓는 자리가 따로 없어서 내가 여기에 두면 안전할 것 같아서 뒀거든!"


"아 그랬구나 아빠도 몰랐네! 근데 여기 사람들은 놓인 자리에 있는 물건을 그 자리에 두는 게 문화인 것 같아서 3개월 뒤에도 이 자리에 있을 것 같은데?"


"아빠 우리 3개월 뒤에 여기 다시 와서 바가지가 그대로 있는지 같이 확인해 보고 싶어!!!"


"그럼! 3개월 뒤에 또 오자! 엄마가 바빠서 힘들다고 하면 우리 둘이서라도 꼭 다시 오자"


"아빠 그럼 약속해~ 새끼손가락 걸고 엄지로 도장 찍고 약속해~! 꼭이야"


그렇게 난 아들과 2024년 2월 27일 새끼손가락 걸고 엄지 도장 찍으려 약속했다.


3개월 뒤면 5월 말이 된다.


아들~!!! 그땐 우리만의 방식으로
식도락(食道樂) 어때?
식도락이란, 여러 가지 음식을 두루 맛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일을 말한다.


"아들! 그럼 그때에는 우리 오사카에서 우리가 맛있어 보이는 가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먹어보는 건 어때?"


"응 나도 그게 좋을 것 같아"


우리는 사실 여행을 하면서 한 번의 기회이기에, 또 언제 올지 기약할 수 없기에 열심히 검색해서 소위 '맛집'을 검색하고 어디를 갈지 선택지 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런데 때로는 그렇게 열심히 검색하고 치열하게 선택한 나의 노력이 무색하게, 실제로 방문했을 때에 실망할 때가 있다.


한 번이기에, 또 언제 올지 모르기에 열심히 검색하고 고르고 또 고른 식당이었는데... 정작 가보면 모두 한국인뿐이고 정작 가보면 서울에서도 흔히 맛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가게들일 때도 있다.


어쩌면 이러한 실망이 내가 너무 기대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오랜 시간 줄 서서 기다린 나의 노력은 너무도 서글퍼진다. 그러한 면에서 시간낭비, 돈낭비라는 생각이 들면 속상한 마음이 커진다.


오늘이 그랬다. 기대가 컸는지 모르겠지만 실망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난 다음에 오게 되면 그냥 그런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아들과 둘이 길 가다 맛있어 보이면 들어가서 간단히 먹어보면서 경험해고 싶었다. 대신 소량으로 주문해서 다식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들과 나의 목표는 1일 8 식이다. 소식하며 계속 먹는 게 목표다. 그게 아들에게도 나에게도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 같았다. 

물론 실제로 지켜질지는 5월의 비행기삯과 내 업무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여행이란 완벽하고 싶지만
완벽할 수 없다


우리 인생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남이 정해놓은 길을 가기보다 내가 아들과 함께한 추억의 조각들을 남겨보고 싶다.


무엇 먹을지 함께 고민하고 함께 맛보고 좋았으면 좋은 대로 실망했으면 실망한 대로 그 모든 게 다 아들과 나의 소중한 추억이 될 테니 말이다.


- 다음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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