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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r 04. 2024

라멘 프랜차이즈의 업무효율화 혁신

일본 오사카 여행① 여행객이 되면 보이는 것들

'여행하며 글쓰기'는 '광화문덕'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마음속 울림들을 기록하는 공간이다. 단순히 여행을 하면서 맛집을 소개하는 글은 지양한다. 그보다는 '광화문덕'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관찰 속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나누고자 한다. 이 기록들이 소상공인 및 기업 혁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디 나의 글이 이 글을 보는 독자분들의 마음속에 변화와 혁신의 씨앗이 되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광화문덕]


'여행하며 글쓰기'의 첫 번째 여행지는 일본 오사카다. 지난해 연말 에어로케이 특가 오픈 시기에 득템 한 티켓이다. 여행 시기는 2024년 2월 기준이다.


일본 환율이 900원이 무너졌다


요즘 일본이 여행지로 핫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환율이 900원이 무너졌다.

출처: 네이버 환율정보

환율이 떨어지니 체감 여행 비용이 대폭 낮아졌다.


여행 가서 일단 먹고 자는 것이 중요한데, 환율이 싸지면 먹고 자는데 드는 비용이 줄어든다.


ㅇ 밥값 : 한국에서 밥 한 끼가 시내에서 1만 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일본에서 밥 한 끼가 보통 1,100 엔 이하이니 한국보다 저렴해진다.


ㅇ 숙박비 : 국내 숙박비도 요즘은 부르는 게 값이 된 지 오래다. 웬만한 여행지 펜션에도 '치솟는 여행지 물가'로 여행계획을 세우기가 정말 고민스러운 요즘이다. 하지만 일본에는 온천시설이 있는 숙소가 1박에 10만 원대다.


그러니 비행기삯만 특가로 잘 구하면 밥값도 숙소도 한국보다 저렴하니 국내 여행할 돈으로 차라리 일본 여행 다녀오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무조건 비난만 할 게 아니라, 국내 여행을 촉진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기적으로는 통할지 모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청주국제공항 거점 국제항공사는
에어로케이(Aero_K)


청주국제공항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제주도를 갈 때 김포공항보다 청주국제공항으로 가곤 한다. 무엇보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한적해서 좋다.


노원에서 리무진을 타고 김포공항으로 가는 시간이나, 청주국제공항으로 가는 시간이나 큰 차이도 다.

정확하게 따지고 들자면 수십 분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청주국제공항이 주차나 혼잡도 등 측면에서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더 낫다는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이날 오후 12시 출발하니 청주국제공항에 2시쯤 도착했다.


공항 수속을 마치고 우리는 오사카 인근에 있는 간사이 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아들의 오늘 드레스코드는 '민트'다. 이제 나와 함께 본격적인 여행을 위해 캐리어도 장만했다.


이번 여행에서 아들의 콘셉트는 '사진작가'다.


청주국제공항은 군사시설이 있어 공항시설 사진 찍는 것이 금지돼 있어 공항 내에서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에어로케이 항공사 비행기다. 아들이 어디서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공항에서 에어로케이 항공사 이름에 대해 내게 설명해 줬다.


"아빠 에어로케이는 거꾸로 하면 KOREA래"


"우와!!!! 정말이네!!!"


비행기가 하늘로 오른다. 구름을 뚫고 올라간다. 구름이 눈 아래로 펼쳐지니 기분이 새롭다. 설렘이랄까.


아들은 창가자리에, 아내는 가운데, 나는 통로 쪽에 앉았다.


아들은 따갑게 내리쬐는 태양과 광활하게 펼쳐진 구름을 보며 영감을 얻었는지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통로자리에 앉은 나도 그 광경을 찍고 싶어 카메라앱을 켜고 팔을 쭉 뻗어본다. 창에 최대한 가까이 휴대폰을 가져가 비행기 아래 펼쳐진 구름장관을 찍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팔이 짧다.


'톡톡'

아들을 불렀다. 그리고 간절한 표정을 지으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들어 스마트폰과 1을 번갈아 표시하며 입모양을 뻥끗거리며 을 전했다.


"아들~! 아빠 사진 한 장만 찍어줘"

다행이다. 아들은 눈치가 빨랐다.

'찰칵'


아들이 정말 한컷만 찍어줬다. 내가 원하는 구도가 아니었다. 아들을 불러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다시 입모양을 뻥긋거리며 부탁했다.


"아들~ 수평을 맞춰서 다시 찍어줘~!"


"응"


아들은 자신의 작품 촬영 시간에 성가시게 한다는 듯 뾰로통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면서도 내 부탁을 흔쾌히 들어줬다. 하지만 이번에도 내가 원하는 구도가 아니다. 다시 요청했다.


"아들~ 내가 원하는 구도는 이런 게 아니야~ 다시 부탁해"


아들이 나를 향해 말한다.


"아빠 프링글스 하나 사줘"

딜이 들어왔다.


"알았어. 프링글스 어니언으로 하면 되지?"


"응!"

아들이 사진을 두어 장 더 찍어줬다. 내가 생각하는 구도는 끝내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감사한 마음이다. 프링글스 어니언 4천 원 비용보다 더 가치 있는 구름장관을 얻었으니 말이다.


청주공항에서 간사이공항까지 비행시간은 1시간 10분가량이 소요됐다. 짧다면 짧은 비행시간이지만 지루한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잠을 청하기에도 애매하고... 아들을 위해(?) 주문한 프링글스 먹으며 5분을 흘려보낼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간사이 공항 → 오사카행 공항버스
5번 승강장에서 탑승


공항에 도착해 지문과 얼굴 데이터를 등록하고 입국 심사를 마쳤다. 공항을 나오니 꽤 어둡다. 시간을 다시 보니 오후 7시다. 오후 7시에 간사이 공항은 컴컴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공항 게이트를 나와 오사카 역 쪽으로 가기 위해 공항버스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5번 탑승장이다. 운이 좋았다. 마침 공항버스 문이 열리고 승객 탑승이 시작됐다.


5번 탑승장 바로 앞에는 표를 살 수 있는 매표소가 자리하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공항버스 직원분께 짐을 맡기고 표를 사서 무사히 버스에 올랐다.


버스 좌석 통로도
좌석으로 변신!


공항에서 오사카역까지는 약 30분 정도 거리였다. 우리는 저녁으로 라멘을 먹으러 오사카우메다역으로 향하고 있다.


공항버스 실내구조가 특이했다. 좌우 2자리씩이 있고, 그 사이에 통로가 있다. 그리고 우측 통로 쪽 좌석 좌측 팔걸이 쪽에는 의자가 붙어있었다. 등받이도 있다. 그 좌석을 펼치면 총 한 줄당 5 좌석이 있는 셈이다.


오사카우메다역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공항과는 다르게 도시 화려함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제 여행 온 것이 실감이 났다.


"일본에 오면 이 라멘은 꼭 먹어봐야 한대"


오늘 우리의 저녁은 일본 프랜차이즈 라멘집이다. 구글지도에서 검색하니 지점이 꽤 많았다. 관광객들의 성지 같은 느낌이었다. 라멘집에 도착하니 줄이 인도까지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많이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아?"


아내가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은 작품 촬영에 열심히라 "괜찮아"라며 쿨하게 답했다.


우린 그렇게 30분 이상을 기다린 뒤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실 맛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아 실망할 게 없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보게 된
'업무효율화 혁신'


오히려 내게 들어온 건 '꽤 체계적인 업무프로세스'였다. 업무혁신을 이룬 것 같은 느낌이랄까. 굉장히 인상 깊었다.


우선 가게 입구에 들어가면 키오스크가 있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나면 직원 한 분이 주문용지를 가져다준다. 주문용지에는 선택항목이 나열돼 있어 기호에 맞게 적어서 내면 맞춤형 라멘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솔직히 한국에서 코코이찌방야에 갔을 때에는 왜 이렇게 귀찮게 선택을 하라고 하는 거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직장인에게 식사는 편안하게 빨리 먹고 일하러 가야 하는 하루 일상 중 하나여서다. 그런 측면에서 이런 주문 프로세스는 불필요한 업무가 추가되는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고 비판적으로 바라봤었다.


그런데 막상 관광객 모드가 되니, 이러한 선택 주문 용지가 나를 더 배려해 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주문형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사실 주방 입장에서 보면 번거로운 일일 텐데 그럼에도 손님 한 명 한 명의 기호를 최대한 맞춰주려고 하는 노력으로 보여 '사려 깊은 가게'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


역시 서는 위치가 달라지면 보이는 것들도 달라진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놀라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Counter Booth Seating Chart'라는 아날로그 시스템 경이로웠다. 가게 현관(?)에 나와 있는 직원이 이 자리 현황판을 보고 대기 손님을 안내한다. 단순한 것 지만 꽤 놀라운 업무효율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국 같으면 대형 모니터로 했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훨씬 오래전부터 만들어놓은 시스템 아닐까'라고 생각하다.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방식이라면 엄청난 업무효율화 혁신임에 틀림없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안내받아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바테이블처럼 길게 놓여진 테이블에 1인 좌석들만이 있었다. 자리 뒤편에는 짐을 놓을 수 있는 바구니가 있었고, 외투를 걸  수 있는 옷걸이도 준비돼 있었다.


1인 좌석에도 '업무효율화 혁신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었다. 엄청난 고민의 산물 같았다. 놀라운 업무효율화 혁신과의 잇따른 만남에 내 눈은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위를 더욱 관심을 가지고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자리에는 벨도 있었다. 하지만, 벨을 누르고 직원에게 말로 요청하는 방식이 아니다. 직원분에게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시스템과 매뉴얼'이 구비되어 있었다.


주변이 시끄러워요! 아이들 그릇을 주세요! 주문방법을 모르겠어요! 잠시 자리를 비울게요!(화장실 이용 등)와 같은 의사소통은 나무 팻말 하나로 가능하다. 놀라운 아이디어였다.


친절하게도 일본어, 영어, 한국어 이렇게 상세히 적혀있었다!


일본에서 이렇게 유명한 라멘 프랜차이즈다 보니 파트타임 직원을 구한다는 공고도 포스가 남달랐다.


1주일 1시간부터 할 수 있고, 교통비도 지급하고 사회보험, 고용보험도 가능하고 유급휴가도 준다고 적혀있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작은 공간에 놀라며 감탄하고 있는데, 벌써 내가 주문한 식사가 나왔다. 직원분은 내쪽을 쳐다보지 않았고 살짝 빗겨 서서 인사를 했다. 여기 시스템이 서로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란 생각까지 들게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불필요한 비말을 섞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 측면이라면 또한 납득이 가는 손님 응대 매뉴얼이다.


나는 이번 일본 여행기간 동안 1식 1 아사히에 도전할 생각이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보다. 반주가 꽤 즐겁다.


'원래 반주는 혼자 마실 때가 더 설레는 법 아니겠는가~!'


아들이 옆에서 라멘을 먹는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 쳐다봤더니 칸막이 에 이렇게 팻말을 올려놓았다. ㅎㅎㅎ


'귀여운 녀석!!!"


싹 비웠다
맛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에
실망도 없었다.


맛이라는 것은 주관적이기에 맛있다 없다를 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맛집'이라는 표현 자체를 싫어한다. 내게 맛없다는 것이 모두에게 맛없다는 것이 아니라서다.


또한 그 어떤 자영업자분들도 망하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그런 자영업자분들의 노고를 한 번 방문해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왜곡이라 생각한다. 똑같은 음식도 오늘의 내 기분과 오늘의 내 감성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인간이라 생각해서다.


맛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는 음식을 통해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미각과 후각 이외에 가게에느껴지는 분위기(시각, 공감각), 주방에서 분주하게 요리하는 소리와 식당 내 함께 식사를 하는 이들의 소음(청각) 등 오감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또한 오감 이외에 수시로 변하는 나의 감정과 감성이란 변수가 존재한다. 모든 것이 나와 맞았다면 좋게 느껴지지만 갑자기 식당이 가기 전 마음의 평온을 잃을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기분이 다운됐거나 하는 등의 나를 둘러싼 환경변수가 개입하게 된다면 그날의 맛에 대한 평가는 뭘 먹어도 별로일 것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집중력과 프로의식을 가진 미식가가 아닌 이상 음식 맛을 음미하는데 멘탈적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음식이 맛이 없었다고 단정 짓는다면 그것은 너무도 자영업자분들에게 가혹하고 잔인한 그리고 무책임한 평가가 된다.


그래서 난 '맛집'이라는 표현 자체를 싫어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임을 거듭 밝힌다.


이 공간에서 나는 굉장한 '업무효율화 혁신'에 대한 놀라움을 얻었기에 맛을 음미하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을 얻었다.


물론 다시 올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다른 이야기다.


아들의 평가는 확실했다. 아들은 너무도 맛있어서 자기 스타일이라고 강조하며 내일 또 먹으러 오자고 했다.


라멘을 먹고 이제 우리는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린이용 교통카드 구매 장소
'Travel Service Center OSAKA'


여행기간 동안 이동을 하려면 교통카드를 구매해야 한다. 성인용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지만, 아이용을 사려면 '여행 서비스 센터(Travel Service Center OSAKA)'를 찾아가야 한다.


이곳은 찾기 쉽지 않으니 역 내에 있는 지도를 잘 확인해야 한다. 오사카 역은 워낙 커서 초행객에게는 미로 같다.


우리도 이곳을 찾느라 한참 걸렸다. 다행히 우여곡절 끝에 찾아내 아들의 교통카드를 구매했다.


교통카드를 샀지만, 오사카역 속 미로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구글 지도에는 아주 심플하게 보여지는 '버스정류장'이 내게는 왜 그토록 가기 어렵기만 했는지... 미로 속을 한참을 헤맨 끝에 버스정류장을 찾을 수 있었다.


62번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기타하마니초오메 정류장에 무사히, 잘 도착했다.


무제한 라멘과 온천탕이 있는
10만 원 초반대 숙소


버스 정류장에 내리니 바로 오늘과 내일 우리가 묵을 숙소가 보였다. 마음이 놓였다. 무척 반가운 마음이었다. 피곤함이 급 몰려왔다.  


새로운 곳에 나를 던져 넣는다는 것은
도전이자 긴장의 연속


오사카에 와서 모든 게 낯설었다. 말도 안 통하고 일본어도 모르니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너무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던 교통카드 구매부터 버스 타는 곳을 찾는 것 하나하나가 모두 도전의 연속이었다.


반면, 낯선 오사카라는 곳에 도착해 첫 대면한 라멘집에서의 '업무효율화 혁신' 모습을 보곤, 내일이 기대되는 강렬한 설렘도 얻었다.


숙소 제공
무제한 라멘


"우리 체크인하고 들어가서 라멘 먹으러 갈까?"


"좋지!!!"


저녁에 라멘을 먹었지만, 그럼에도 라멘은 또 먹고 싶은 질리지 않는 마법 같은 메뉴다. 아내가 예약한 이곳 호텔에서는 저녁에 투숙객을 위해 무제한 라멘을 서비스로 제공해주고 있다고 하니 아니 즐길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라멘은 어떤 맛일지 궁금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행자에게 숙소란


호텔  앞에 도착하니 1층 입구에서 만난 간판과 인테리어를 보며 일본에 온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로비에 들어가니 일본에 온 느낌이 더욱 물씬 풍겼다. 완벽한 일본풍이었다.


로비에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도록 되어 있다 보니, 입구에 캐리어 바퀴 세척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새로운 광경에 '여기가 일본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호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 이어서다.


이 또한 신선한 아이디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얼마나 깨끗하게 세척이 되느냐는 다른 이야기일 테지만...


신발을 벗고, 로비에 마련된 신발장에 넣어두고 양말을 신은 채어색했지만 우리가 묵을 방이 있는 5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안에 간이 의자가 있었다. 엘리베이터 앞에도 앉아서 기다릴 수 있게 의자가 구비돼 있었다. 잠깐 동안임에도 앉아서 편히 있으라는 배려 같았다.


곳곳에는 꽃과 나무가 비치되어 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화려하진 않지만 짜임새가 있으면서도 뭔가 무척 정갈한 느낌이었다. 일본의 감성이 물씬 느껴졌다.


숙소에 도착하니 숙소에서 제공한 일본식 찜질방 옷 같은 것이 있었다. 성인 2명에 아이 1명이다 보니 아이 1명에 대한 추가 비용을 지불했고, 아들용 찜질방 옷도 전달받았다. 아들용 옷과 세트가 너무도 귀여워 사진으로 담았다.


특히 오리 모양 스펀지는 아들의 애장품이 됐다. "꽥꽥"하며 가지고 다니는데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역시 아들은 뭘 해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양말도 함께 제공됐는데 일본식 발가락 양말이다. 벙거리장갑 같은 발가락 양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신었을 때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가 너무도 이물감이 심해 난 집에서 가져온 내 양말을 신었다.


이곳은 철저하게 관광객들에게 "당신이 있는 곳은 일본입니다"를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알려주고 있었다.

여행자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인지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그 나라를 여행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자각하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해서다.


가끔 여행 가면 내가 서울에 있는 건지, 어디에 와 있는 건지 모를 때가 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비중이 외국인이 더 많다는 것뿐이라는 인식을 하는 순간 여행지에 대한 설렘도 거품 꺼지듯 사라짐을 느낀 적이 있다.


지방자치단체 나라님들이 지역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지역 고유성, 아이덴티티 아닐까 싶다. "왜 우리 지역에 방문해야 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없다면, 결국 다른 지역에서 하고 있는 축제나 이벤트를 별다른 고민 없이 살짝 바꿔서 ctrl+C → ctrl+V 하는 꼴밖에 안 되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그 지자체만 죽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새롭게 해보려고 하던 복사 대상이었던 지자체도 망한다. 결국 나만 망하는 게 아니라 공멸하게 되는 것이다.


저녁 간식으로 무제한 라멘
언제든, 몇 번이든 갈 수 있는 온천탕


호텔에서 제공한 찜질방 옷 같은 옷으로 갈아입고 2층 라운지로 라멘을 먹으러 왔다! 호텔 내에서는 다들 이 찜질방 옷 같은 옷을 입고 돌아다녔다.


식기 하나부터 모든 게 정갈해서 자꾸 사진 찍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정갈하고 정갈하고 정갈하다!!!'


라멘을 먹고 방으로 올라가는데, 아들이 엘리베이터에 적힌 층 안내를 보더니 신나서 말했다.


"아빠!!! 여기 13층에는 온천탕도 있어"


숨겨진 보석을 찾은 느낌
13층 비밀의 힐링 공간


"우오오오오~~~ 아들 여긴 우리들의 천국인걸~~~ "


아들과 난 방에 가서 체크인 때 받았던 작은 바구니와 바구니에 담겨있는 큰 타월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으로 향했다.


13층에 올라가니 새로운 세상이었다. 만화책도 구비돼 있었고 만화책을 잘 모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얼마 전 새롭게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했던 슬램덩크 만화책도 있었다! 물론 일본어 판이어서 읽지는 못했지만...


만화책 공간 앞에는 온천욕 후에 먹을 간단한 요깃거리로 작고 아담한 막대 아이스크림이 아이스크림용 냉동고에 비치돼 무료로 제공되고 있었다.


아들과 나의 최애템
온천탕으로 궈!


13층 구경을 마치고 마침내 아들과 난 온천탕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이 호텔의 숨겨진 보석 같은 존재였다. 온천탕에 출입 횟수 제한도 없으니 방키만 있으면 언제든 들어갈 수 있다.


아들과 난 오붓하게 온천 반신욕을 함께 즐기며 여독도 풀고 끈끈한 부자간의 추억을 쌓았다.


그렇게 오사카에서의 첫째 날이 추억 속으로 잠들어갔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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