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각자의 42.195km를 달리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고 글을 쓰며 나아갈 뿐

by 광화문덕

이른 새벽, 희미한 안개가 길 위를 감싸고 있다. 바람은 살짝 서늘하지만, 가슴 한편이 벅차오른다. 출발선에 서 있는 나는 한 손에 작은 노트를 쥐고, 펜을 단단히 잡는다. 아직은 첫 페이지, 하얗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처럼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글쓰기는 단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나는 요즘 후배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며 그 사실을 더욱 깊이 깨닫고 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문득 서른 초반의 나 자신이 떠오른다. 그땐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할지 몰랐다. 그 누구도 내게 방향을 잡아주지 않았고, 혼자 부딪히며 답을 찾아야 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넘쳤지만, 그 마음을 표현할 길을 몰라 밤마다 좌절했던 나날들.


"선배님, 핵심 문장을 한 문장으로 만드는 거 너무 힘들어요... ㅠ_ㅠ"


그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후배들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애정을 담아 조언해 주려 한다. 나는 웃으며 말해준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어요. 일단 뭘 말하고 싶은지 스스로 논조를 잡아야 해요. 그게 안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요"


후배들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도, 곧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여전히 펜을 들고 머뭇거린다. 나는 그들의 그런 모습이 너무도 익숙하다. 불안과 설렘이 공존하는, 나 또한 지나온 시간 속에서 수없이 겪어왔던 감정들.


"선배님, 그런데 정말 잘할 수 있을까요?"


한 후배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창가 너머로 동이 터 오르고 있다. 붉은빛이 새벽안개를 서서히 걷어내고, 멀리 가로수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 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햇살은 조금씩 세상을 비추고 있다. 마치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문장들이 스스로 길을 찾는 것처럼.


나는 천천히 대답한다.


"좌절 금지! 그냥 익숙하지 않은 일일 뿐이에요"


내가 걸어온 10년의 길을 돌아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10년 후면 나는 50대 후반이 되고, 이 후배들은 서른 중후반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또 다른 후배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치 내가 지금 이들에게 그러하듯이.


인생은 마라톤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포기하지 않고 애쓰면서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다 보면 글은 반드시 좋아진다.


발걸음이 무거워질 때, 마음 한구석이 흔들릴 때, 나는 가만히 길가의 풍경을 바라본다. 새벽녘의 태양이 먼 지평선 너머로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어둠 속에서도 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글도 마찬가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 이야기를 계속해서 써 내려가는 거다. 그리고 내가 쓴 글을 끊임없이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의 반복이다.


때로는 속도가 느릴 수도 있다. 어떤 날은 문장을 한 줄도 쓰지 못할 수도 있고, 어떤 순간엔 썼던 글을 모조리 지워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과정이다.


마라톤을 뛰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고비가 찾아오지만, 그 순간을 넘기면 또 다른 길이 펼쳐지듯이, 글쓰기 역시 그렇다. 오늘은 어렵지만, 내일은 조금 나아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 안의 목소리를 믿고, 끝까지 내 길을 가는 것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쓰는 거지. 처음에는 숨이 차고, 너무 멀어 보이지만,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게 될 거야"


나는 후배들에게 다시 한번 말해준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42.195km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길 끝에는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나 자신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난 이렇게 글을 쓴다. 조바심을 내기보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고 글을 쓰며 나아갈 뿐...


- 2025.02.07. 오늘도 광화문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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