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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Dec 18. 2015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마음을 담아...

스마트워치를 사려다 애꿎은 사람만 고생시켰다

기어S를 사고 말테야

며칠 전부터 스마트워치를 살펴보고 있었다. 기어 시리즈부터 LG 워치 시리즈, 소니 스마트워치 시리즈, 모토로라360 유투브 리뷰를 샅샅이 살폈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관리와 메세지 수신 기능은 내게 필요한 것이라 생각했다.


낭비일지도...

새 것을 사기엔 부담됐다.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요즘 내 삶에 깊숙히 자리하고 있는 절약과 상충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타협점을 찾았다. 중고품을 사기로... 대학시절 놀던 놀이터 네이버 중고나라에 접속했다. 공대생이던 나는 대학시절 중고나라에서 IT제품들을 사곤했다. 당시엔 지금보다 더 돈이 없어서 새 것을 사는 건 꿈꾸지도 않았다.

오호

후회없는 중고거래를 위해 제품별 시세를 살폈다. 아울러 내가 지불할 수 있는 예산도 정했다.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글을 모두 살폈다. 마음에 드는 제품은 가격이 높았고 가격이 마음에 들면 금새 팔려나갔다. 잠시 망설이는 사이...

인내 인내 인내

난 지름신을 참고 또 참았다. 중고제품을 기다리다 지쳐 새 것을 사는 순간 후회할 것을 알기에... 시세보다 웃돈주고 사면 두고두고 배가 아플 것도 알기에...


끊임없이 알람이 울렸다. 역시 삼상전자 제품은 사는 사람도 많지만 중고로 내놓는 사람도 많았다. 이틀 동안 중고나라에 푹 빠져 살았다.


팔렸나요?

이정도면 괜찮겠다 싶어 판매자에게 문지를 보냈다. 이전에 올렸던 글을 보니 전문 판매자는 아니었다. 외대앞에서 직거래가 가능하다고 하니 학생같기도 했다.


물론 사전에 아내에게 "질러도 되냐"고 허락을 구했다. 아내는 흔쾌히 "사고 싶은 거면 사라"고 했다. 아내의 열렬한 지지 덕분에 마음은 더욱 가벼워졌다. 가벼운 마음은 괘속 질주하기 시작했다. 지름의 길로...

밤 10시30분쯤

판매자로부터 답변이 왔다. 오늘 중으로 살 수 있다고 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단숨에 달려갔다. 학생인 것 같아 네고 흥정은 하지 않았다. 요즘 말로 쿨거래를 시도했다.


집에서 지하철까지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렸다. 40분 간 지하철을 타고 외대앞 역에 도착했다. 판매자는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대로 학생이었다.


드디어!!!

이틀 만에 기어S가 내 손에 들어왔다. 샀다는 성취감에 빠져있는데 판매자가 내 휴대전화를 보더니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저... 이거 삼성폰만 되는데요..."


"네????????"


"기어S는 삼성폰만 호환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아니에여. 저 기어매니저로 기어S2연결해봤는데 잘되던데요~~~"라고 말은 했지만... 불안했다.

"혹시 모르니 연결좀 해볼게요"라고 말하며 기도했다. '제발 연결되게 해주세요'라고


'헉.... 헉....... 헉........'


연결이 안됐다..... 난감해졌다. 판매자분이 뻘쭘해 했다. 연결이 안 되니 살 수 없었다. 양해를 구해야 했다...


"저.... 정말 죄송한데요...."


"괜찮아요. 어쩔 수 없죠모..."


판매자는 쿨하게 답했다. 가격 흥정하지 않고 쿨거래를 시도한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정말 뻘쭘했지만 판매자의 넓은 이해심 덕분에 사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을 탔다.


미안해요

오는 길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날도 상당히 추웠는데...


기본적인 정보도 제대로 검색하지 않고 무작정 사려고 했던 나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한심한 때문에 애꿎은 한 학생이 헛걸음 했다는 것에 죄책감도 들었다. 뭔가 그 친구에게 보상을 해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고맙습니다. 잘 마실게요

기프티콘 앱을 열고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선물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다시 한 번 사과했다. "모른 체 할 수도 있었을텐데 삼성폰에서만 연결된다는 귀한 정보를 알려준 것에 대해서도 고마워요"라고도 전했다.


그제서야 내 마음은 평온함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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