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Dec 22. 2015

아!!! 배아파....

지하철 안에서 고통을 느끼며...

큰 일이다.

배가 아프다. 아직 환승역까지 가려면 8정거장을 더 가야 한다. 밤샌 뒤 퇴근 지하철 안. 지하철 타기 전에 너무 배가 고파 먹었던 어묵 3꼬치가 내 위를 자극한다.


몸이 비틀어진다.

괄약근에 힘이 들어간다. 무릎을 쭉 펴고 오스카상 모양처럼 서 있다. 이제 6정거장 남았다. 온 신경을 브런치에 집중시키자. 뇌가 브런치 글쓰기에 푹 빠지게 해야 한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내 쪽으로 다가온다. 하필이면 내쪽인가. 지하철은 텅텅 비었는데...


맞은 편으로 까치발을 하고 조심스럽게 이동한다. 한 걸음 한 걸음씩. 아직도 6정거장 남았다. 브런치에 몇 줄이나 썼는데...


마법이 시작됐다

시간이 느리게 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상대성의 원칙이었던가... 배속에 묵직한 것이 장을 자극한다. 아프다. 콕콕 찌른다. 쑤신다.


웃지마라

괄약근이 씰룩 거린다. 얼굴은 점점 굳어간다. 이를 악물고 있다. 입술도 굳게 다물었다. 온몸이 경직됐다. 통증은 아랫배로 전이됐다. 임박했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제 3정거장 남았다.


내리면 환승구간이 길다. 화장실까지는 200미터 정도 된다. 그래도 다행이다. 개찰구 밖으로 안 나가도 된다. 개찰구에서 버튼을 누르고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고 지하철 직원분께 양해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 민망함을 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만약 개찰구 밖으로 가야한다면...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 번의 추가 교통비를 지불할 것인지 아니면 양해를 구할 것인지... 만일 직원이 응답하지 읺는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역이라 참 다행이다...


이제 두 정거장 남았다

맨 앞칸으로 조심조심 이동한다. 배에 울림을 최소화해야 한다. 남들의 시선은 상관없다. 무사고가 제일이다.


앗!!!

예상치 못한 급정거에 당했다. 다행이다. 배에 힘이 조금만 더 들어갔으면 큰일날 뻔했다. 적당히 들어갔다. 이제 내릴 준비를 한다.

들켜버렸다

괄약근이 하품을 한다. 눈치챘다.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 이제 내린다. 마음은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현실은 경보하듯 걷고 있다. 괄약근에 힘을 꽉주고.

계단

복병을 만났다. 계단이 무지 많다. 안되겠다 싶어 잠시 멈췄다. 배를 달래야 한다.


우루루쾅쾅 배 속에서 전쟁이 심하게 났다. 괄약근을 중심으로 아군이 적극 방어에 나섰다. 십이지장에서 진격하는 적군의 공격이 거세다.

도착

이제 고지에 왔다. 하지만... 비어있는 1번 사로에 들어갔다. 막혀있다. 더러운 꼴만 봤다. 다시 나왔다. 마지노선이 무너지려는 찰나... 3번 사로가 열렸다.


감사

전쟁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거센 물줄기와 함께... 적군을 저 멀리 보내버렸다. 슬프지 않았다. 말그대로 "속 시원했다".


끝!!! 다소 더러울 수 있는데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김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올 여름 찍었던 72초 영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