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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r 16. 2018

매트릭스 vs '스미스 요원'

우리 몸에 비유한다면 암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매트릭스 정주행 중

매트릭스를 정주행중이다.


인생을 살아갈수록 오묘한 느낌을 받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공간이 매트릭스는 아닐까 의심하곤 한다.


최근 난 무엇에라도 홀린사람처럼 매트릭스 전편을 정주행했다. 난 굿다운로드를 지향하는 사람이어서 구글 플레이에서 각각 1200원씩 총 4편을 결제했다.

어릴적 놓쳤던 것들

사실 1999년 5월 개봉했을 당시에 봤던 매트릭스는 충격 그 자체였다. 기계가 인간을 장악하고, 결국 인간은 기계의 수명연장을 위한 배터리로 이용된다는 것 자체가 내겐 너무 공포였다.


사실 당시는 많이 어렸다. 줄거리를 음미하기보다 액션신에 더 몰입했다. 2편이 나오기 무섭게 영화관을 찾아갔던 기억, 그리고 완결을 기대했던 내게 'to be continued'가 줬던 실망감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래서일까 매트릭스가 정말로 전하고자 했던 심오한 세계관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내 기억속에는 그저 세로로 흐르는 초록색 디지털 문자들에 대한 흥분과 기대만이 아련히 남게 됐다.


놀라운 시나리오

20여 년이 흐르고... 20세였던 나는 이제 중년이 됐다. 그리고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을 겪으며 내적 성장을 이뤄냈다.


그리고 다시금 매트릭스가 너무 보고 싶어졌다. 막연했던 기억이 아닌 지금의 나이에 본 매트릭스는 어떤 느낌일지가 궁금했다.


그러다 알게 됐다.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편이 있었다. 바로 애니매트릭스였다. 애니매트릭스는 1편 매트릭스 시대 배경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왜 인간이 기계의 배터리로 전락됐는지, 하늘은 왜 검은 구름으로 뒤덮여졌는지 등에 대한 것들을 말이다.


애니매트릭스를 보고 나니 매트릭스를 더 잘이해할 준비가 됐다. 동시에 두려움은 더 커졌다. 어쩌면 먼 미래에는 인간이 정말 기계의 배터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매트릭스의 시나리오는 경이로울 만큼 대단했다.


공부하고 보면 더 심오한 매트릭스

사실 매트릭스란 영화는 굉장히 탄탄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트릭스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보는 것이 좋다.


전편에 광범위하게 심어져있는 이야기를 다 이해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본론 시작

스미스 요원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하다보니 서론이 참 길었다. 글쓰기를 이야기할 때 두괄식으로 쓰길 바란다고 늘 말해왔던 나였기에 더 민망하다. 하지만 배경 지식에 대한 부분을 설명하지 않고 바로 본론만 이야기한다면 너무 불친절한 글이 될 수 있기에....


사실 오늘 글을 쓰고 싶었던 주제는 바로 '스미스 요원'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지극히 내 생각일 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하고 싶다.

스미스요원

1편에서 스미스요원은 매트릭스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요원이다. 그러다 니오가 그를 파괴한다. 파괴된 프로그램은 삭제되어야 하지만 스미스요원은 삭제되지 않고  매트릭스 공간에 남는다. 아울러 이전에 없었던 능력이 생긴다. 복제능력이다.


2편과 3편에 걸쳐 스미스요원은 무한 복제를 시작한다. 3편 결말즈음에는 매트릭스 자체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한다. 매트릭스란 체제를 지키던 요원이 매트릭스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는 건 어쩌면 아이러니한 전개과정이다.


조직에서도

이런 논리를 조직에도 대입할 수 있다. 처음 회사에 입사해서 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며 승승장구했던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순간부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어떤 계기로 인하여, 그들은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들은 조직 내에 존재하는 합당한 인사 조치인 감봉, 정직, 징계, 파면, 해임, 해고 등으로 다스려지지 않는 순간 스미스요원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조직 내 수명 연장을 위해 자신의 불법적인 또는 불합리한 행위를 주변으로 전이시킨다. 스미스요원처럼 복제를 시작하는 것이다. 조직은 점점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게되고 병들어가게 된다.

우리 몸에서도

사실 우리 몸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몸의 세포는 만들어지고 파괴되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파괴되어야 할 세포가 파괴되지 않고 분열, 번식을 계속하게 되면 결국 그 세포는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우리 몸을 지탱하기 위해 있어야 할 세포들이 결국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숨을 거두게까지 한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

나는 참 많은 다양한 조직에서 살아왔다. 스타트업에서도 있었고, 한창 성장하고 있는 조직에서도 있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조직에도 있었다.


이번 매트릭스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조직이 왜 병드는지에 대한 혼자만의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됐다.


요즘 인사와 조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으로 인해 움직이는 조직과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조직에 대해서도 나름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결론을 내릴 순 없다. 하지만 매트릭스와 그 속에서 인물인 스미스요원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지금도 난 의심한다. 내가 서 있는 이 공간은 어디일까... 난 어떤 존재일까... 난 왜 여기에 있는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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