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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ug 29. 2018

#11. 콧가를 스치는 달콤한 산들바람

생떼밀리옹의 흑마 '슈발 누아 보르도 루즈 2016'

신선한 과일향

뭉실뭉실 떠가는 하얀 구름 아래 콧가를 스치는 달콤한 산들바람. 그 뒤로 체리향이 아주 희미하게 알코올을 타고 스치듯 사라진다. 조금 더 집중하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눈을 감고 잔에 코를 가져가지만 집착할수록  더 희미해지는 느낌이다.


무언가 다을 듯 다다르지 못하는 애틋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희미하게 느껴지는 달콤한 향이 좋다. 다만 코로 머금은 향은 오래가지 않는다. 잠시 기분을 내려고 하면 이내 사라진다. 사라져도 쿨하게 잊을 수 있다. 달콤함 향을 오롯이 느껴서다. 시큼한 향이 방해하지 않으니 달콤한 향과 잠시동안이었지만 미련은 없다.

처음 내게 모습을 드러낸 자태는 선명한 자주빛이다. 한 모금 마셨을 때 입안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달콤하면서도 신선함에서 오는 과일의 신맛.


메를로 100%여서일까. 입안 가득 채워지는 부드러움. 가볍다는 것과는 다른 촉감이다.


꿀꺽 삼키는 순간 모든 것은 사라진다.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나쁘게 말하면 여운이 없어 아쉽다.

2시간 여가 지나니

빛깔이 조금 더 매혹적으로 변했다. 선명한 자주빛에서 루비색을 닮아가고 있다.


향은 더 달달해졌고 복잡해졌다. 어릴적 달고나 아저씨 주변에서 맡던 은은하지만 침샘을 자극하는 그런 느낌.


여운도 더해졌다. 목에서 넘어가도 난 뒤에도 타닌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목구멍에서부터 입가로 밀려오는 느낌이랄까.

슈발 누아???

프랑스어로 슈발은 말을, 누아는 검정을 뜻한다. 슈발 누아는 곧 우리나라 말로 '검은 말(흑마)'이다.


흑마가 있으니 반대로 백마가 있나 검색해봤더니 있었다.


'하얀 말(백마)'를 뜻하는 브랜드, 바로 '슈발 블랑'이다. 프랑스어로 블랑이 흰색이다.


여기서 잠깐
슈발 블랑을 짚어보자

샤또 슈발 블랑은 굉장히 유명한 와이너리다. 슈발 블랑은 생테밀리옹(Saint-Émilion)의 최고 와인으로 꼽힌다.


부르봉 왕조의 시조인 앙리 4세가 슈발 블랑이 있는 여관에서 백마를 갈아타고 길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설도 있다. 물론 사실 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생테밀리옹의 수많은 와인 중에서 그랑 크뤼 A 등급은 단 두 군데 샤또, 오존(Ausone)과 슈발 블랑뿐이다.


샤또 슈발 블랑은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품종을 많이 사용한다. 까베르네 프랑 품종은 뼈대가 약하고 견고하지 않다고 하여 주 품종보다는 블랜딩하는 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슈발 블랑하면 기억해야 할 기업이 있다. '세계 1위 명품 기업, 프랑스의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이다. LVMH는 루이비통, 펜디, 불가리, 디올, 셀린느 등 패션 브랜드와 태그호이어, 제니스, 위블로 등 시계 브랜드, 모에샹동 등 와인 브랜드까지 총 60여 개 브랜드를 갖고 있다.


슈발 블랑은 LVMH그룹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이 1988년 개인 명의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LVMH 소유 와이너리로는 모엣 샹동과 공동으로 한 샴페인 하우스 크룩과 뵈브 클리코가 있으며, LVMH그룹은 보르도 최고의 디저트 와인 샤토 디켐(Chateau d'Yuuem)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와이너리 슈발 누아

1895년에 설립된 슈발 누아. 보르도 브랜드 중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 중 하나로, 프랑스 생떼밀리옹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슈발 누아는 마고의 그랑크뤼 클라세 3등급인 샤또 팔머와 같은 회사이며, 2010년부터는 샤또 앙젤루스의 오너가 양조를 맡고 있다고 한다.


메를로(Merlot) 100%

원산지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쌩 떼밀리옹 지역으로, 잎이 크고 색이 진할 뿐 아니라, 포도알이 큰 편이다. 조생종(같은 종류의 농작물 중에서, 다른 품종보다 일찍 성숙하는 품종)이며 소출(논밭에서 생산되는 곡식의 양)이 많다.


형태적으로만 보면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과 대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메를로 품종은 오랜 기간 동안 보르도 지방에서 까베르네 쏘비뇽과 상호보완적 블렌딩 파트너였다고 한다. 까베르네 소비뇽이 남성적이라면 메를로는 여러모로 여성적이다. 까베르네의 야생적인 향 대신 메를로는 향에서 훨씬 과일 향과 같은 느낌이 나며 타닌 역시 매끄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터프한 까베르네 쇼비뇽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최적의 블렌딩 파트너로 인정받아 왔다.

석회 점토질이나 점토질 토양에서 잘 자라는 편이어서 메독 지역보다는 강 건너편(Right Bank)인 쌩 떼밀리옹이나 포므롤(Pomerol) 지역에서 더 많이 재배되며 메독과 그라브 지역에서는 까베르네 쇼비농의 보조 품종으로 활약하고 있다. 보르도 지방 전체적으로도 까베르네 쇼비뇽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양이 재배된다.


이탈리아에서는 토스카나와 시칠리아 지방에서, 스페인의 까딸루나 지방에서도 재배 면적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전역에서 생산한다.


유럽에서는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80%이상을 메를로를 사용하는 곳은 드물다. 신세계 생산지역에서는 메를로만의 단일 품종도 생산하고 있다.


레이블에 ‘Bordeaux AOP(AOC)’라고 표시된 일반급 보르도 와인은 대부분 Merlot(메를로)를 주품종으로 까베르네 쇼비뇽과 까베르네 프랑을 블랜딩한 와인이다.


오크통에서 비교적 잘 숙성되며 병입 후에는 진화가 빠른 편이다. 까베르네에 비교한다면 대체로 중,단기 보관용으로 분류된다. 물론 세계 최정상급의 메를로 와인은 장기보관도 가능하다.


▼ 메를로 품종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내용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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