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

만취 신동진

by 광화문덕

1차에서 간단하게(?) 소맥을 말아먹고 선배를 따라 홍대로 넘어왔다.


애초 가려던 곳에는 밴드가 연습 중이었다. 고육지책으로 연습실로 임대하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대화할 수 없을 정도라 판단돼 이내 거리로 나왔다. 거리는 한적했다. 클럽이 있는 길목과 달리 인적이 드문드문했다. 홍대의 밤길 운치가 느껴졌다. 감성이 술기운을 북돋웠다.


술집을 찾아 걸었다. 큼지막한 간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지하식당으로 내려가는 계단 위에 걸려있는 간판이었다. 곱창 전문이란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 위에는 조그맣게 '젊은 지성의 쉼터'라고 쓰여 있었다.

'지성'이란 단어의 매력에 끌려 들어갔다. 곱창은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었다. 우리에겐 술이 필요했다...


안으로 들어갔다. 곱창은 온데간데없었다. 맥주 바였다. 외국인도 있었고 젊은 학생들도 있었다. 대다수는 40~50대였다.


노랗고 어두운 조명 아래 너덜너덜해진 의자가 보였다. 어릴 적 봤음 직한 의자였다. 벽에는 버려진 스피커 같은 것들로 인테리어가 돼 있었다. 인상적이었다. 내 스타일이었다.


노랫소리는 상당히 컸다. 싫지 않았다. 가사를 더 음미할 수 있어 좋았다. 노래가 배경음악이 아니라 내가 그 공간에 엑스트라로 느껴졌다. 뮤직비디오 속에 흘러가는 장면이랄까...


가슴 속 추억을 후벼 파는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잊고 지냈던 추억들이 머릿속에 영화처럼 투영됐다. 선율과 노랫말에 취해갔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은
잊지 말고 기억해줘요...

가슴이 먹먹했다. 내 삶의 하루하루가 덧없이 지나감에 가슴이 아려왔다.


이 세상에 나란 존재가 살고 있었음을 기억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슬펐다. 그래서 술을 펐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간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주지 않겠냔 믿음에서다...


에필로그

제가 '만취 신동진'으로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만취는 제 스스로 붙인 호입니다. 세상에 취하고 싶어서입니다.

취한다는 것은 술에 의해서만은 아닙니다. 사람의 정에 취하기도, 그리움에 취하기도 하고, 시와 글에도 취하기도합니다.

제 브런치를 찾아주시는 분들도 제 글에 취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잊혔던, 아니 잊고 살았던 감성을 되찾고 싶어 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취하지 않으면 감성이 돋아나질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더 취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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