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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Feb 16. 2019

내 마음속 감정 인정하기

영화 '인사이드아웃'을 보고

마음속 다양한 감정들
기쁨·슬픔·까칠·소심·버럭

요즘 마음의 감기를 겪고 있어서일까. 이 영화는 내게 복잡한 마음을 전달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위로받는 느낌이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최근 내가 고민했던 '행복해지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와 같은 감정은 어쩌면 '기쁨'을 갈구하는 내 마음속 상태였을 수 있다. 우울, 불안, 초조, 분노 이런 감정들을 모두 부정적인 것들로 치부해버리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으니 말이다.


끊임없이 이런 나쁘다고 생각했던 느낌들을 지워버리려고 애썼다. 그것이 내 안의 존재하는 하나의 나일 수 있음에도 말이다.

왜 난 그토록 좋은 생각을 해야만 한다고 나 자신을 속박하고 나 자신을 몰아붙였던 것일까. 내 마음속 기쁨뿐 아니라 분노, 우울, 까칠, 소심 이 모든 것들 역시 나인데 말이다.


그러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무언가 모를 마음의 동요가 커짐을 느끼게 되었다. 자칫하면 펑펑 울뻔했다. 그 장면은 바로 기쁨과 슬픔, 분노, 소심, 까칠 등의 감정이 하나의 구술 안에 융합되어 나타났을 때다.

우리는 어릴 적에는 단순히 하나의 감정을 느끼고 표출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양한 경험 속에서 상처받고 치유하면서 성장하게 된다.


물론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는 상처받고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성숙하게 된다. 여기서 성숙한다는 것은 그런 감정들에 둔감해진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슬픔과 역경을 이겨내면 지난번 겪은 그 이상의 고통이 오지 않을 경우 잘 털어버리고 일상으로 보다 쉽게 돌아올 수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쁨이 슬픔이 되기도 하고, 슬픔이 분노가 되기도 하며, 까칠하다가 소심해지기도 하고 그러다 슬퍼지기도 한다. 지금 내가 마음속 감기를 겪고 있고 과거 굉장히 심한 상태였을 때를 돌이켜보면 매 초 단위로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소용돌이치는 여러 감정들 속에서 정말 너무도 괴로웠다.


지금은 많이 버티고 이겨낸 상황이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정말 끔찍했다. 지금은 마음의 평온이 깨지면 고민하곤 한다. '오늘은 감기약을 먹고 버텨야 하나...'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기도하게 된다.

마음의 성장

내가 마음의 감기를 주변 가까운 이들에게 이야기할 때면 느끼는 게 있다. 상대는 이미 감기를 겪었던 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감기에 걸렸던 사실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그는 이미 나보다 더 마음이 단단하게 느껴졌던 것이었다. 어떤 시련과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한차례 아니 수차례 과거 경험을 통해 성숙해져서였다.


아픔 없이 성숙해질 수 없다. 경험을 통해 우리는 배우고 성장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시련과 역경 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버티며 성장해나가고 있다.

영화를 본 뒤 내 마음속 감정들을 의인화하게 됐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내 핵심기억이 만들어 놓은 내 마음속 섬들을 상상하게 됐다. 내 어릴 적 추억, 내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사명감 등등에 대해서 말이다.


복잡한 마음속 감정들. 성장할수록 더욱더 복잡하게 내 마음을 휘젖는 감정들. 이러한 감정들이 더욱더 견디기 힘들게 느껴진다면 난 다음 레벨로 넘어서기 위해 고통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 마음속 섬은 이전보다 더 커질 것이고 내 마음속 감정들의 컨트롤 패널은 더욱더 복잡해지고 정교해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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