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하 식구들과 인사를 하고 나와 파리를 떠나는 비행기를 타러 갔어. 그전에 어제 시테섬에서 핀과 함께 샀던 엽서를 한국으로 보내야 했어. 지하철역 부근에 우체통이 있었던 거 같았는데 보이지 않았어. 이럴 땐 현지인에게 물어봐야지.
그래서 가까이 보이는 기념품 가게 혹은 문방구로 보이는 곳에 들어가서 점원에게 물어봤지. 대답은 '내가 보내주겠다.'였어.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괜찮냐고 다시 물었더니 우체부가 가끔 들리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셨어. 의외의 답변에 의외로 전혀 의심하지 않고 엽서를 그녀에게 맡겼어. 미소를 띠며 연신 '메르시'하고 가게를 나왔어. 프랑스인들 '친절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지.
부 바이스 (보베 띠예) 공항버스 타기
공항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어. 공항이 너무~~ 멀어. 그래서 13시 30분 비행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나왔지. 이렇게 투덜거리며 가야 하는 공항은 파리 부바이스(Beauvais). 서울에서 인천공항을 이용하듯이 파리에서 보베까지 가야 해. 비행시간보다 공항 가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려.
먼저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Gare de Neuilly - Porte Maillot 역에 도착했어. 이곳까지 오는데도 멀어. 이번에는 캐리어를 끌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들을 쫓아갔어. 대형 몰 같은 커다란 건물과 연결되어 있어서 대형 버스 터미널이 있나 보다 했지. 그러나 지하에서 나오니 건물 밖이야. 다들 여기서 멈춰서 지도를 확인하더라고. 우리도 확인하다가 안내판을 발견했어. 몇몇 사람들이 그쪽으로 가는 거 같아 눈치껏 따라갔지.
길 건너 공원 같은 곳에 도착하니 조그마한 터미널이 있었어. 지붕만 있고 벽은 없는 간단한 구조물이었어. 놀이공원 입구처럼 생겼다고 하면 상상이 될까? 놀이공원처럼 입구에 버스 티켓을 파는 곳이 있었어. 티켓을 사고 들어가자 사람이 정말 많더라. 엄청 긴 줄이었어. 바로 타지는 못하고 다음 공항버스를 타야 할 거 같았어.
캐리어에 앉아서 멍 때리는데 7월 여름임에도 추웠어. 거기다 할 게 없으니 너무 지루하더라. 여기에서도 상대성 이론을 실감하고 있었어.
한참을 기다리던 버스를 타자 파카 입은 사람도 있어서 또다시 파리 날씨를 실감했어. 유럽에 나보다 추위 더 타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어.
공항까지 1시간 넘게 가야 했지. 그리고 아침이라 그런지 한 거 없이 피곤했어. 그래서 자려고 노력했는데 버스라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깨다 자다를 반복했어. 그러다 깨서 본 풍경은 끝없는 들판이야. 언덕과 산이 가득인 한국과 전혀 다른 풍경이었어. 누군가에게 좋은 풍경이겠지만 나는 지루했어. 똑같은 풍경이 반복될 뿐이니까. 그래서 눈감고 기다리다 이내 또다시 잠들었지.
라이언 에어 이용하기
도착한 공항이 화물공항인 줄 알았어. 아주 긴 컨테이너 가건물이 공항 건물이었거든. 터미널이 두 개여서 처음에 사람들 쫓아갔다 잘 못 갔다는 걸 알았어. 작은 공항이라 딱히 당황하지 않았어. 바로 옆이야. 걸어서 3분 정도? 도착했더니 역시나 사람이 정말 많았어. 저가 항공에서 사용하는 공항이라 그런지 다들 작은 백팩 정도만 들고 있었어. 우리만 짐이 잔뜩이었지.
이번에 우리는 라이언 에어를 이용할 거야. 유럽에서 엄청 싸기로 유명해. 국외로 가는 비행기지만 국내 제주도 행 보다 싸. 그 대신 수화물이 사람보다 비싸. 그래서 최대한 기내 수하물에 밀어 넣었어. 물론 기내 수화물도 제한이 있기에 무게와 크기를 신경 써야 해. 넘으면 또 추가 요금. 내 백팩은 기내 수화물 크기 기준에 간당간당한 수준이라 불안했어. 그래서 줄 앞에 직원에게 물어봤지. '옆에 있는 작은 틀에 들어가면 추가 요금이 없다'라고 했어. 그래서 압박해서 누르니 조금 여유 있게 들어갔어. 그러자 직원이 오버 차지가 없을 거라 말해줬어. 추가 요금이 너무 비싸서 걱정이었는데 큰 짐을 덜은 거 같았어. 왠지 이런 돈 정말 아깝잖아.
그리고 비행기 티켓은 반드시 프린트해서 와야 해. 아니면 추가 요금. 위탁 수화물 줄 앞에서 티켓을 확인해야 줄을 서게 해 줘. 우린 이미 프린트해왔지. 캐리어 맡길 때 프린트한 티켓 밑부분을 찢어서 주더라고. 확인했다는 거겠지?
캐리어를 맡기고 잠시 의자 앉아있었어. 그때, 근처에 한국인 여자 두 분이 캐리어의 무게를 줄이고 있었어. 그래서 형에게 '캐리어 저울 빌려주면 어떻겠냐'라고 했더니 형이 전달해주고 왔어. 이럴 때 도와야지. ^^
점심을 공항에서 간단히 먹고 검색대와 탑승구로 갔어. 그런데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서 정신없었어. 멍하니 비행기를 탔더니 좌석 간격이 정말 좁더라. 왜소한 나에게도 좁을 만큼. 역시 싼 데는 이유가 있지. 나머지는 다른 저가항공과 차이점은 없었어.
2시간 채 안 돼서 다음 여행지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어. 갑자기 웅성웅성하는 분위기 뭐지? 조금 지나 착륙하면서 바퀴가 바닥에 닿자 사람들이 막 박수를 치는 거야. 오히려 그 모습에 당황해서 형이랑 웃었어. '아~ 다행이다. 살았다.' 하는 느낌이었어. 롤러코스터도 못 타는 내가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의 비행이었는데 말이야. 유럽에서 2~3번 정도 이 광경을 봤어. 이때는 딱히 난기류가 있지도 않았지만 왠지 라이언 에어의 이미지가 이런 게 아닐까 싶었지. 나도 사람들을 통해 익히 들었거든.
인연이란
도착한 여행지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축구와 가우디의 예술품으로 유명한 곳이지. 이곳에서는 가우디 투어 말고는 딱히 계획이 없어. 컨셉은 쉬었다 가기야. 나도, 형도 여행의 중간점이라 쉬엄쉬엄할 예정이야.
바르셀로나 공항은 엄청 커. 규모에 맞게 공항버스가 자주 있어서 버스를 타고 도심부로 이동했어. 유럽 공항버스에는 캐리어 놓은 곳이 있어 너무 편한 거 같아.
아까 부바이스 공항에서 캐리어 저울을 빌려준 분들과 한 버스에 탔어. 그래서 버스 가장 뒷자리에 4명이 앉아 갔지. 이야기하다 충격적인 건 우리가 오늘 본 게 처음이 아니래. 형이랑 나랑 '어?'하고 당황했어.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은 베르사유 궁전 정원의 꼬마 기차였어. 우리가 앞칸에 타고 있었고, '이거 타고 가면 되나요?'라고 물어봤다는 거야. 처음에 전혀 몰랐다가 한참 지나 '아!!'하고 생각났어. 인연이라 참 신기한 거 같아.
다른 공항에 비해 도심부가 가까워서 빨리 도착했어. 내린 곳은 카탈루냐 광장이야. 바르셀로나 첫인상은 '도시 같은 도시에 왔다'라는 느낌이었어. 한 달 넘게 각 국가의 수도와 주요 도시를 다녀왔지만 한국의 도시보다 뭔가 불편했어. 도시 인프라로 인한 편안함이라는 게 부족하달까? 바르셀로나는 전혀 그렇지 않을 거 같아 보였어.
그런데 이 분들께서 숙소 주소만 달랑 가지고 처음 오는 곳에서 숙소를 찾는다고 하잖아. 우선 내 폰에 오프라인으로 저장된 구글맵에서 검색이 되지 않았어. 그래서 다 같이 우리가 예약한 게하로 향했어. 우리야 전날에 공항버스에서 내려서 어떻게 가는지 찾아보고 왔기에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지. 거기서 와이파이를 연결해 숙소를 찾아주기로 했어.
게하에 짐을 풀고 다시 일행들의 숙소를 찾으러 갔어. 구글맵에 주소를 넣으니 카탈루냐 광장 바로 옆이었어. 그래서 왔던 길이라서 쉽게 찾았지. 그런데 만약 구글맵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거 같았어. 카탈루냐 광장 중심으로 해서 방사형 도로가 여러 개라 생각보다 복잡했거든.
일행들의 숙소는 세계적으로 여러 지점을 가진 유명한 호스텔이었어. 그래서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놀랐어. 처음인 외국에, 여자 둘이다 보니 안전하기로 유명한 곳이라 예약했다고 했어. 역시 안전이 가장 우선이지.
하지만 그렇게 유명한 호스텔도 예약에 문제가 있더라. 우리처럼 작은 게하에서나 그런 줄 알았더니. 한참 동안 실랑이를 통해 어찌저찌 해결했어. 덕분에 더 피곤해졌지. 역시나 이동한 날에는 체력 소비가 만만치 않아. 각자 게하에서 쉬다가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어.
바르셀로나
반복되는 신시가지
게하로 돌아갔더니 마침 청소 시간이었어. 그래서 쉬지 못하고 강제로 동네 산책을 했어. 게하가 있는 곳은 신시가지로네모 반듯한 계획도시라서 놀랐어. 바르셀로나도 오래된 도시라 이런 도시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
구글맵을 보니 1센티 오차도 없이 자로 잰 듯한 네모 반듯함이었어. 심지어 건물 색도 같고 모양도 비슷해. 그래서 헷갈려. 그 길이 그 길인 거 같거든.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다니니 문든문득 '여기 어디야?'를 반복했어.
그래도 색다른 재미가 있었어. 미세하게 다른 건물들이 반복되며 작은 네모들이 큰 네모를 이루는 그림은 꽤 아름다워. 프렉탈 이론처럼 말이야. 거기다 조금 다른 구역이 나오면 역시 그 비슷한 건물과 길들이 반복돼. 카메라를 안 들고 온 걸 후회할 만큼 의외로 재밌었어. 그러다 게하로 돌아가는 길을 놓쳤지. 하하하^^;; 길을 잘 못 든 적은 있지만 왔던 길을 헷갈려하다니.
그러다 점점 해가 지기 시작했어. 이곳은 파리와 달리 한국과 비슷한 시간에 해가 져. 그렇기에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당황했어. 파리에 적응했는지 시간이 엄청 늦은 거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안 되겠다 싶어 왔던 길로 돌아가기로 했어. 최대한 기억을 떠올려 가다 '어! 여기 왔던 곳이다'하며 찾아갔지. 그렇게 가다 보니 익숙한 대문이 보였어. 주위 건물이 똑같아서 그냥 지나칠 뻔했지. 들어와서 사장님께 말씀드렸더니 처음 오는 사람들은 다 길 헤맨다고 하셨어. 그래서 밤길을 더욱 조심하라고 하셨지. '이제 머릿속에 저장되었으니 그럴 일 없겠지.'라고 이때까지는 자신했지만......
저녁은 빠에야
게하에서 잠시 쉬다가 약속한 대로 일행들을 만나 저녁을 먹으러 근처 식당에 갔어. 스페인에 왔으니 당연히 빠에야를 먹어야겠지. 그중에서 바르셀로나에서 유명한 해물 빠에야와 먹물 빠에야를 주문했어. 빠에야는 원래 발렌시아 음식으로 발렌시아어로 프라이팬을 뜻한다고 해. 즉 프라이팬 볶음밥. 한국 식당에서 후식으로 먹는다는 볶음밥과 유사해.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무난하게 잘 먹는 거 같았어. 맛도 조금 비슷한 느낌이야. 정확하게는 다르지. 쌀도 다르고 올리브 오일을 사용해서 그런 거 같은데. 음..... 가장 큰 차이는 한국처럼 바싹 볶는다는 느낌보다는 약간 끓인다는 느낌이 있었어. 볶는다와 끓인다 중간쯤? 아마 가게마다 집마다 다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차이가 느껴졌어.
아! 주의할 점은 주문할 때 반드시 노 솔트!!! 그렇지 않으면 빠에야가 아니라 소금밥을 먹게 될 테니까. 잊지 마! 스페인에서는 No, salt!!
배를 채우고 게하로 돌아왔어. 낮에 쉬지 못해서 그런지 저녁 관광은 안 되겠더라고. 그런데 게하에서 2인실을 내줬어. 원래 6인실을 예약했는데 말이야. 우연히 오늘 예약이 비어서 특별히 편안히 쉬라고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셨어. 덕분에 체력 보충을 할 수 있었지. 30대 아재들을 위한 배려였던 거 같아.
바르셀로나 여행 컨셉은 여유. 시작부터 아주 좋은 하루였어.
이렇게 유럽에서의 기억 1.0을 마쳤어요. 아마 브런치 북에 편수 제한이 없었다면 모든 이야기를 한 권으로 마쳤겠지만 오히려 잘 된 거 같아요. 한 권으로 하기에는 많은 내용이니까요.
늘 제 글이 너무 길어 폰으로 보는 게 힘들 거라고 생각해왔어요. 여러 생각과 대안들이 떠올라도 글이 쌓이다 보니 대규모 수정은 어려워졌어요. 긴 글을 쓸려면 독자분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재미를 주어야 하는데 처음 하는 일에 어렵네요.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과 코로나로 인해 답답한 사람들에게 여행을 대신할 수 있는 글을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25편의 글을 써왔네요. 봐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계속할 수 있었어요. 부족한 글임에도 매주 읽어주시고 라이킷도 눌러주시고 구독도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유럽에서의 기억 2.0에도 같이 여행하실 거죠? 부족한 제 글이 독자분들의 마음속 어딘가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존재가 되길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