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을 많이 자서 그런지 몸이 가벼웠어. 씻고 밖으로 나오니 오늘은 맑음이야. 이제 본격적인 파리 여행을 시작해 볼까?
지하철 역에 도착했는데 날씨가 맑음이지만 이 습도는 뭐랄까. 늘 발동되고 있는 자연현상인가? 줄어들지 않았어.
그렇게 눅눅한 12호선을 타고 Solférino역에 내렸어. 이 역에 내린 이유는 오르세 미술관에 가기 위해서야. 그런데 역에서 나오자 당황스러웠어. 왜냐면 미술관은 어딨는지 보이지 않았거든. 그냥 일반적인 주택가 같았지. 물어보고 싶어도 사람이 없었어. 난 아침잠이 많아서 여행객으로서는 아침이 늦는 편이야. 그래도 그렇지 오르세 미술관 가까운 역에 사람이 없다니!
얼른 디지털로는 구글맵을 보고, 아날로그로는 주위에 오르세를 가리키는 안내판을 찾았어. 먼저 안내판이 '설마 이 골목으로 가란 말인가'라고 생각되는 골목을 가리키고 있었어. 그곳은 차 하나 지나갈 수 있는 작은 골목이었어. 구글맵이 이 골목이 맞다길래 디지털과 아날로그 데이터의 일치로 그 길로 나아가기로 했어.
골목을 따라 한 블록 지나니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기념품 가게도 보였어. 하지만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어. 건물 1층에 다양한 가게들이 주위와 잘 어울리는 게 딱히 특별할 게 없는데도 왠지 마음에 들었어. 그렇게 가게들을 구경하다가 한 블록을 더 지나자 짜짠하고 커다란 건물이 나왔지.
오르세 미술관 (Musée d'Orsay)
원래 기차역이라고 들었는데, 태생이 미술관이었다고 해도 믿을 거 같은 외모였어. 그보다 눈에 더 띄는 건 너무나도 긴 줄. '이거 언제 들어가냐'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른 대뇌 피질에서 '뮤지엄 패스'를 떠올렸어. 우리에게는 특별한 티켓이 있다는 걸 알려주었지.
뮤지엄 패스를 구매하면 파리의 박물관과 유적지를 수시로 들어갈 수 있어. 기한만 있고 횟수와 상관없이 하루에 몇 번이고 가능해. 가장 좋은 건 줄을 안 선다는 것! 나 같은 이에게 아주 좋지. 기한이 있기 때문에 처음 사용한 날짜와 이름을 써놔야 사용할 수 있어. 한국에서 구매해서 게하에서 받았어. 가격이 다소 하긴 하지만 한두 곳만 갈게 아니라면 금전적으로도 이득이야. 시간과 돈 둘 다 이득이니 파리에 간다면 강력 추천!!
하지만 반전이 있었어. 뮤지엄 패스 소지자들만 출입하는 곳에도 줄이 있었어. 결국 기다리는 건 매한가지인가. 그래도 줄이 빠르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긴 줄에 비해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어.
프랑스 3대 미술관인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는 차례대로 작품의 시대에 따라 전시되어 있어. 오르세는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의 작품이, 루브르는 오르세보다 앞 시대, 퐁피두는 오르세보다 뒷 시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따라서 오르세는 인상파 그림들이 다수야.
그래서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들을 볼 수 있었어. 그 전의 르네상스 작품을 선호한다면 루브르, 현대 작품을 선호한다면 퐁피두를 자신의 취향에 따라 들리면 돼. 시간이 된다면 모두 가보고.
긴 줄이 서 있는 오르세 미술관. 왼쪽은 일반 입장, 오른쪽은 뮤지엄 패스 입장
오르세에서 주의사항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왜 줄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어. 그 이유는 소지품 검사와 몸수색이었어. 미술관에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조금 당황스러웠어. 바티칸은 입국 심사라 여겨 그다지 당황스럽지 않았지만 프랑스에서는 예상하지 못했지. 아마 테러나 미술품 훼손을 막기 위해서인 거 같았어. 프랑스에서는 이런 경우가 많으니 짐을 가볍게 하고 가는 걸 추천해.
그리고 오르세는 가방을 가지고 입장하지 못해. 내가 메고 간 가방은 두 손바닥만 한 크로스 백이었어. 이것도 입장 불가라 바로 옆 보관소에 맡기고서야 입장이 가능했어.
사진 촬영도 불가한 미술관에 사진기만 들고 입장했어. 하하...... 그런데 몇 년후에 미술관 내 사진 촬영이 가능해졌다는 기사를 보았어. 아~어이없어. 나 갔을 때부터 해주지!!
기억으로는 그림 촬영만 안 됐던 것으로 기억해. 왜냐면 사람들이 미술관 자체는 사진으로 남기고 있었어. 원래 역이라서 보통 미술관과 달리 천장이 투명해 채광이 좋아. 밀라노 역 기억나? 그곳도 마찬가지였는데, 비슷한 시기에 지어져서 그런지 디자인도 비슷한 느낌이야. 그래도 난 사진을 찍지 않았어. 사진을 찍지 말라는 경고문 때문에 셔터를 누르지 못하겠더라.
오르세 미술관 앞
오르세 0층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그리 커 보이지는 않았어. 그래서 차근차근 돌면 충분히 다 볼 수 있을 거 같았어. 0층부터 시작하면 누구나 '어!' 하면서 한 그림 앞에 서게 될 거야. 그 작품은 밀레의 <이삭 줍기>. 생각보다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놀랐어. 밀레가 사실주의 화가라는 것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지. 그림이기보다는 사진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야. 더 정확히 말하면 사진을 포토샵 해서 그림의 목적과 느낌을 더욱 살린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몇 발자국 더 걸어 눈을 사로잡은 그림이 있었어. 밀레의 <봄>. 어느 시골의 풍경을 띠고 있지만 빛이 아주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있었어. 특히 황금색 무지개와 짙은 녹색을 띤 나무와 전체적으로 반사되는 강렬한 빛은 현 세계가 아닌 마치 요정들이 살고 있을 거 같았지. 자세히 보면 사람도 있는데 땅 요정 같았어. 그리고 그 가운데 길은 그림 속으로 초대하는 듯했어. 아니면 그 길을 걸어가게 될 거라고 말하는 거 같았지. 한 발 물러서 보면 그림 자체에서 빛이 나는 듯한 강렬한 느낌을 받았어. 봄이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이 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 같았지. 그림을 보면서 그 에너지를 받아 사람에게 생기를 돋게 하는 것 같았어.
뒤돌아서면 중앙에 큰 그림이 있어. 토마스 퀴튀르의 <타락한 로마인>. 작품이 워낙 크기도 했지만 로마를 다녀와서 그런지 관심이 갔어. 이 그림도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그림을 보다 보니 폼페이에서의 로마인들이 생각났어. 제목으로 보나 그림으로 보나 비판적 내용이었어. 당시 로마인들이 본다면 전혀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 같지만 말이야.
센강. 오른쪽 건물이 오르세 미술관
오르세 2층
2층에는 후기 인상파, 자연주의 화가의 작품이 있어. 그래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흐 작품이 있는 곳이지.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나. 고흐 작품은 서울에 가있었어. 아...... 정말. 내가 파리에 왔는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오르세 미술관전을 한다니.
원래 고흐 작품이 있을 거라 생각되는 곳에 내부 인테리어를 고치고 있었어. 그래서 출입이 되지 않았지. 대신 앞에 큰 포스터로 특별 고흐전을 한다고 나와있었어. 기간은 이틀 후부터. 그때부터 작품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어. 뭔가 억울하다고 해야 하나. 고흐 작품은 아예 볼 수 없었고 모네, 드가, 세잔, 고갱 작품의 일부가 서울로 가 있었어.
오르세 5층
한 바퀴 돌고 보니 5층도 있었어. 중간에 층은 없고 바로 5층이라니 원래 역이라서 그런가 봐. 5층은 정말 미술관스러운 인테리어가 되어있어서 오히려 좀 낯설어. 이곳의 주인공은 인상파 화가들이야. 여기도 몇몇 작품이 없었어. TT
오르세 미술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어. 그리고 전형적인 미술관 느낌이 났던 곳에, 근대에 만들어진 역 꼭대기에 반드시 있다는 거대한 시계로 역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이곳은 휴게실로 사용되고 있었고, 쇼파도 시계도 미술관의 한 작품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재밌었어. 잠시 쉬었다가 파리에 있는 동안 한 번 더 들려야겠다 생각하고 나왔어. 고흐 그림은 봐야 하니깐.
아~그림뿐 아니라 조각도 있지만 미켈란젤로에 한창 빠져있을 때라 크게 다가오지 못했어. 로댕의 지옥의 문만 빼고. 이곳에 있어서 다소 놀랐어. 로댕의 미술관을 방문할 예정이었거든.
이날 오르세 작품이 감정과 기억에 다소 덜 남아있는 건, 이후에 한 번 더 방문했을 때 나에게 깊이 스며들었던 한 작품으로 인해 덮어쓰기 되어버려야. 그건 그때 가서 이야기해줄게.
오르세를 나와서 센강의 다리에서 보는 풍경은 그림 같았어. '맑은 날의 파리 하늘은 이렇게 생겼구나.' 특히 구름이 손에 닿을 듯이 낮게 있었어. 파리에 있는 동안 이 구름들이 안락한 지붕 같은 느낌을 줘서 너무 좋았어. 아마 고위도라 대기권이 낮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
다리에서 보는 오르세는 '아 정말 기차역이구나' 하는 외모였어. 이런 기차역 내부를 오묘한 느낌의 미술관으로 바꾸다니 대단한 거 같았지.
뛸르히 정원 (Jardin des Tuileries)
그대로 다리를 건너 뛸르히 정원으로 갔어. 그냥 다리가 있어서 건너고 정원이 보여 들어간 거였는데, 사진으로 보던 프랑스 귀족들이 다니던 정원이었어. 한국과는 달리 나무들이 같은 모양에 줄이 서 있어. 이게 이쁜 긴 하나,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내가 한국인이라서 그런 거겠지? 그렇지 않은 곳도 있지만 크기를 맞춰놓지 않은 나무들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해야 하나.
멀리 로마에서 자주 봤던 오벨리스크가 보여서 쫓아갔어. 그러다 가운데 큰 연못이 있어서 연못을 보며 벤치에 앉아 쉬었어. 다시 오벨리스크를 쫓아가니 멀리서 뽀쪽한 게 보였어. 그건 파리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에펠탑이었어. 철탑과 석탑이 오묘하게 낯선 느낌을 주었어.
뛸르히 정원
콩코드 광장 (Place de la Concorde)
오벨리스크가 있는 곳은 콩코드 광장이야. 피의 역사가 있던 곳으로 파리에서 가장 넓은 광장이지. 하지만 공사 중이라 아주 가까이 가지는 못했어.
그런데 이집트 오벨리스크가 여기에 왜 있는 거야? 이름은 록소르 오벨리스크. 훔쳐 온 게 아니라 이집트 총독이 선물로 주었다고 해. 기단 부분에 옮겨 온 과정을 금박으로 묘사해놨는데, 이것도 굳이 왜 해놨는지 모르겠어. 쭉 뻗은 멋진 외모에 거슬려. 낮에는 에펠탑보다 이 이집트에서 온 석탑이 더 마음에 드는 건 왜일까? 거기다 뒤쪽에 그리스풍의 마들렌 사원까지 있어서 희한하게 잘 어울려. 파리에서 그리스 풍 건물 배경에 이집트 석탑이라. 이것도 프랑스의 감각인가.
콩코드 광장과 록소드 오벨리스크
이곳에서 뛸르히 정원 반대편을 바라보면 멀리 개선문이 보여. 개선문의 규모를 다시 느낄 수 있었지. 그대로 다리를 건너면 센강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알렉상드로 3세 다리와 에펠탑을 동시에 담은 그림을 볼 수 있어. 당연히 포토타임.
개선문
에펠탑과 알렉상드로 3세 다리
록소드 에벨탑과 뒤로 보이는 마들렌 사원
앵발리드 (Hôtel des Invalides)
그러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어.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그대로 다리를 건너 앵발리드로 향했어. 이곳은 군사적 의미를 갖는 곳이야. 군인들의 묘지와 요양소, 박물관, 그리고 성당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람들의 줄이 길었는데, 다들 방문한 주목적은 나폴레옹 때문이야. 프랑스 전쟁사의 최고의 영웅이니까. 높고 화려한 황금빛 돔 내부 지하에 그의 유해가 있어. 이런 화려한 곳에 나폴레옹이 있다니! 프랑스에 반하는 모든 국가들에게 승리하고 혁명하는 줄 알았더니 황제가 되어서 계속된 전쟁으로 결국 섬으로 쫓겨난 그를 반대하는 사람도 많지만, 프랑스에는 대단한 영웅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 프랑스의 최고 전성기는 나폴레옹 때라고 말하니까.
앵발리드 황금돔. 이 아래에 나폴레옹 유해가 있다.
박물관은 생각보다 양이 방대했어. 중세 갑옷부터 근대 총까지 진열되어있었어. 심지어 유럽 외에 동양의 무기까지 전시되어 있어서 군에 관심이 많다면 엄청 좋아할 거 같았어.
박물관을 나왔더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어. 그래서 이곳으로 올 때 보다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어. 그것도 잠시, 로댕 박물관이 보이기 시작하자 비가 점점 거세져서 빨리 뛰어가야 했어.
로댕 미술관 (Musée Rodin)
본래 목적은 이곳이야. 로댕은 초딩들도 아는 아주 유명한 조각가지. 작품은 꽤 많아. 그의 작품이 아닌 것도 있고, 건물을 나가 정원에도 작품이 있어. 이곳에 로댕의 대표작인 지옥의 문(La Porte de l'Enfer)이 있어. 그리고 그 일부인 생각하는 사람(Le Penseur)도 있고. 정원에 들어서면 바로 생각하는 사람이 보여. 이름 때문에 인연이 있는 조각상으로 막상 보니 느낌이 묘했어.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지.
정원에서 들어가면서, 나오면서 본 생각하는 사람.
지옥의 문 앞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바로 알 수 있었어. 비로 인해 다들 우산을 쓰고 있어서 정원의 작품을 관람하는데 다소 불편했어.
하지만 비 오는 날 로댕의 작품을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거 같아. 왜냐면 지옥의 문이 더 강렬한 느낌이 들었거든. 청동이 비에 젖어 더욱 날카롭게 보이고 표면이 강하게 반사되었어. 단테의 신곡을 표현한 작품으로 인간의 욕망, 쾌락 등의 어두운 본성들을 표현한 작품이라 왠지 더 비와 어울렸던 거 같아. 그리고 내가 앞에 있을 때는 빗방울이 더 굵어져 사람들이 떠나서 더 자세히 오랫동안 볼 수 있었어.
지옥의 문을 보고 싶었던 건 단테의 신곡 때문이 아니라 의외로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좋아하는 만화 때문이야. 이 만화에 나오는 진리의 문이라는 것이 있어. 그 문을 보며 로댕의 지옥의 문을 떠올렸는데, 그 이후로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거든.
하지만 그런 생각보다 지옥의 문 앞에 서니 무게감에 압도되어 이 문에 잡혀버렸어. 여러 생각들과 여러 마음이 들었던 거 같아. 로댕의 최고의 걸작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어. 여러 생각과 마음들을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히려 지옥이 아니라 다른 세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었어.
로댕 <지옥의 문>
지옥의 문을 지나니 비가 서서히 줄어들었고 완전히 그치진 않았지만 해가 나왔어. 희한한 날씨야. 정원을 나가면서 다시 생각하는 사람을 봤어. 확실히 지옥의 문의 일부라고 느껴졌어. 처음 볼 때와 다른 느낌이야.
미술관을 나와 게하로 향했어. 돌아가는 길에 생각하니 로댕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거칠다는 느낌이야. 신체를 미켈란젤로만큼 잘 표현했지만 뭔가 하다만 느낌이랄까. 스스로도 완벽히 정리가 되지 않을 만큼 많은 고민들을 하면서 작품을 했다는 느낌이었어. 생각하는 사람은 그가 아닌가 싶어. 지옥의 문 앞에 선 로댕. 더욱이 생각이 많은 내가 봐서 그럴까? 이런 점들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해서 사람들은 로댕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어.
로댕 미술관에서 본 앵발리드의 황금돔
샤오 궁(Palais de Chaillot)에서 본 에펠탑
게하에서 조금 쉬다가 해 질 무렵 나왔어. 밤의 에펠탑을 보기 위해서 샤요 궁으로 향했지. 이곳에서 에펠탑 사진을 찍으면 와우! 할 수 있거든. 이곳에는 에펠탑 열쇠고리를 파는 아저씨들이 많아. 특히 한국말하는 흑인 아저씨들이 있었어. 말만 잘하면 엄청 깎아줘.^^
우리는 에펠탑이 보이는 계단에 자리 잡았어. 그런데 사람들이 엄청 많아 사진이 걱정이었어. 다행히 자리를 잘 잡아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달라지는 에펠탑은 좋더라. 역시 에펠탑은 불빛이 들어와야 해. 우리는 슈퍼에서 산 싸구려 와인을 마시면서 12시를 기다리고 있었어. 기다리던 12시가 되고 와!!! 에펠탑이 하얀 불빛으로 반짝반짝거렸어. 딱히 별거 아닌 거 같은데 좋더라~. 기다린 보람이 있었어.
하얀 빛이 들어오기 전과 후의 에펠탑
기다리던 것도 봤으니 게하로 다시 돌아왔어. 꽤 늦은 시간이니까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갔지. '내일은 어떤 파리가 기다리고 있을까'하는 기대감을 안고 잠에 들었어.
오르세와 로댕 미술관만 정하고 다른 곳은 발길 닿는 대로 다녔어요. 그래서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얼마 되지 않는 작은 반경이에요. 이 반경 안에 다른 미술관이나 전시관도 많으니 파리 가신다면 하루 이 코스로 다니시는 건 어떨까요? 하지만 너무 많은 곳을 방문하시는 건 비추에요. 미술관이기 때문에 다리는 꽤 힘들답니다. 그리고 작품을 보는 수가 늘어날수록 머리와 가슴에 되새겨볼 여유가 줄어들니까요.
앵발리드의 박물관은 사진 촬영이 가능했는데 박물관에 촬영을 안 하는 건 습관이 돼버린 거 같아요. 중세 유럽 배경의 게임을 좋아하는 저에게도, 독자분들에게도 보여드리지 못해 조금 아쉽네요. 그리고 이날 날씨가 이리저리 계속 바뀌어서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어요. 빛의 양이 계속 변하니까 초보에게는 정말 어렵웠답니다.
이번에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들으면서 썼어요. 나폴레옹과도 연관 있는 곡이니 이번에는 이 곡을 들으면서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에펠탑 앞에서 박정현의 미아를 들으며 12시를 기다렸어요. 이 곡도 같이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