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과 자유와 파리

여행 25일. 프랑스 5일.

by 어린왕자

2014년 7월

파리


내일 파리를 떠나야 했기에 짐 정리도 해야 해서 일찍 게하로 들어가야 해. 그래서 오늘 목적지는 두 곳만.


첫 번째 목적지인 노틀담 성당으로 갔어. 노틀담은 한강의 여의도 같은 센강의 시테섬에 있어.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4호선 시테 역에 내렸어. 역시나 역에서 나오면 '여기 어디야'.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그냥 걸었어. 시테섬은 작거든. '구경할 겸 돌다 보면 노틀담이 나오겠지' 하면서 말이야. 정말 난 '눈앞에 오래된 건물들이 궁금할 뿐'인 건지 앞으로 걷기만 했어. 역 근처 큰 건물에서 '이 건물 뭐야' 하는데 그곳에서 나오는 법복 입은 사람을 봤어. 역시나 팔레 드 쥐스티스, 프랑스의 법원이었어. 바로 옆은 샹트 샤펠 성당과 콩시에르주리가 있었어. 이 셋을 묶어 팔레 드 라 시테라고 부른다고 해.


건물을 따라가다 보니 섬을 돌고 있었어. 얼마나 큰 거야? 이 정도 건물이면 원래 다른 목적의 건물이었겠지. 딱 봐도 법원처럼 생기지 않았거든. 아마 궁전이었던 거 같아. 그러니 안에 성당도 있고,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진 건물들이 있는 거겠지? 아무튼 탐구활동은 여기까지 하고 우리는 노틀담을 찾아야 돼.


하지만 센강을 따라, 시테섬을 따라 산책 나온 파리지앵처럼 여유를 즐기며 구경했어. 이른 아침이라 맛있는 빵 냄새와 드문드문 열린 가게들, 종종 가판대에 그림 같은 예술품이나 기념품들이 눈에 들어왔어. 고정된 가판대들이 길 따라 있어서 조금 신기했어.


그렇게 다니다 퐁뇌프 다리도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그런데 지하철 역 벗어나니까 왜 이렇게 사람이 없니. 많은 사람들이 보이면 쫓아가기라도 할 텐데 말이야. 문뜩 파리의 찌린내가 진하게 나서 정신이 번쩍. 어서 노틀담을 찾아야 해.


팔레 드 라 시테 일부




노틀담 성당 (Cathédrale Notre-Dame)


구글맵을 보면서 걸어갔어. 지도를 보며 걸으니까 뭔가 초조해지더라. 조금 전만 해도 여유로운 파리지앵 같았는데 말이지. 노틀담이 안 나와. 이 조그마한 섬에서...... 구글맵을 자세히 봤더니 구글맵의 화살표가 내가 걸어가는 방향과 다른 방향을 나타내고 있었어. 이런이런.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 위치로 가서 북쪽을 찾고 지도 따라가기. 결국 다시 역으로 가서 동남쪽으로 가니 바로 나왔어. 정말 얼마 걷지 않자 바로 노틀담 첨탑이 보였어. 아니 이렇게 바로 옆에 있는 걸 그냥 지나쳤다고? 길 잘 찾는 것, 한 번 간 길 잊지 않는 것이 나의 자랑인데, 어이도 없고 바보 같아서 형이랑 웃었어. 그야말로 먼가 홀려서 마냥 걸었던 거 같아. 정말 파리지앵이 되어서 취한 거 같아.


아무튼 노틀담 성당 앞 광장에 서니 길 헤맨 건 잊어버렸어. 정말 멋있더라! 유럽의 성당이 각자의 매력이 있었지만 정말 내 마음에 들었어. 네모 반듯한 좌우대칭의 형태는 사진으로 볼 때와 달리 균형미가 더 돋보이고 새로웠어. 이때까지 본 성당은 다 뾰족했으니까. 둥근 돔이 있더라도 쿠폴라의 끝은 뾰족하니까. 물론 옆으로 돌아 측면과 후면을 보면 뾰족한 고딕 형식이야. 그래서 반대로 더 정면이 독특해 보이고 정갈해 보이는 느낌이었어.


정문부터 한 줄이 길게 있어서 짧은 감상 후에 줄을 섰어. 파리에서 며칠 동안 줄 섰던 거에 비하면 한 번도 꺾이지 않는 이런 직선 줄 정도는 잠깐이지.


노틀담 성당


노틀담이란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프랑스어야. 그래서 프랑스에 같은 이름으로 된 성당이 많아. 그러나 노틀담 성당이라고 하면 이곳을 떠올릴 만큼 여러모로 상징적인 곳이야.


혁명으로 인해 기득권의 상징이었던 이 성당은 버림받기도 했지만 유명한 파리의 노틀담(노틀담의 꼽추)으로 다시 사랑을 받았다고 해. 나도 어릴 적 디즈니에서 만들었던 노틀담의 꼽추로 알게 됐어. 이곳은 성당 말고는 딱히 볼 게 없는 곳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서있거나 그늘에 앉아서 성당을 바라봤어.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


노틀담 성당


성당 정면에서 보면 왼쪽으로부터 성모 마리아의 문, 최후의 심판의 문, 성녀 안나의 문 이렇게 3개의 문이 있어. 이름에 맞게 조각이 화려하게 되어 있어. 기억이 맞다면 가장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 왼쪽 문으로 나갈 수 있게 해 놨어.


얼마 기다리지 않고 금방 성당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 뮤지엄 패스가 없어서 신경 쓰지 않고 들어갔는데 무료였어. 그래서 사람이 더 많았던 거 같아.


성당 안은 생각보다 너무 어두웠어. 내부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잔뜩 줄어든 동공이 미쳐 커지지 않았는지 스테인글라스만 보일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어. 그리고 너무나도 조용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마치 다른 곳에 왔듯이 눈과 귀가 먼 듯한 느낌이 들었어.

장미 스테인글라스


감각이 무뎌지며 이곳이 어딘지 알기 위한 본능인 듯 주위를 둘러봤어. 중간쯤 들어오니 양쪽에 유명한 장미 스테인글라스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어. 크기에 놀라고 섬세함에 놀랐지. 내 눈에는 장미보다는 연꽃이나 국화처럼 보였어. 그보다 색감이 너무나 좋았어. OLED 저리 갈 정도의 원색 감이야. 정말 화려한 꽃이었어.


성경을 모르기에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성모 마리아를 비롯한 12 사도와 많은 성자들, 왕들이 창 안에 있다고 들었어. 모든 종교의 사원에는 예전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그림으로 경전의 내용을 전해다고 해. 그래서 장미 스테인글라스 외에도 수많은 스테인글라스를 통해 경전은 신에게 통하는 창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어. 왜냐면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빛이 아름다운 창을 통해 색과 뜻을 가진 빛으로 사람들에게 전해지니까.


노틀담 성당 내부


어느덧 점점 감각들이 돌아오기 시작했어. 은은한 향냄새와 높은 천장과 커다란 기둥들 그리고 사람들의 속삭임들이 들렸어. 내부가 엄청 컸지만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비좁았어. 정면의 제단뿐 아니라 많은 곳에 사람들이 앉아 속삭이거나 기도했어. 서 있는 사람들은 사진 찍기 바빴지.


그만큼 천장부터 많은 창, 기둥, 바닥까지 아름다운 곳이야. 루브르에서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본 기억이 났고, 왜 이곳에서 대관식을 하는지 알 수 있었지. 나라도 이곳에서 할 거 같았으니까.


노틀담 성당 내부


성당 가운데에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상이 있고, 그 뒤쪽으로 길게 ∩ 형태로 예수의 일생이 부조로 조각되어 있었어. 부조를 따라가다 보면 가운데에 피에타가 있어. 바티칸에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보고 와서 그런지 별 느낌은 없었던 거 같아. 바티칸에서의 감상을 들었다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 거야. 오른편에 성유물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가 있는데, 이상하게 종교와 관련된 보물은 사진을 찍으면 안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어.


그곳을 나와 입구 쪽을 바라보면 장미 스테인글라스와 그 아래에 프랑스에서 가장 크다는 파이프 오르간이 보여. 유럽에 와서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듣고 싶었는데, 노틀담에서 듣지 못해서 아쉬웠어.


조금 쉴 겸 의자에 앉아 성당을 바라봤어. 천장 한가운데 파란 바탕 위로 별과 성모 마리아 그리고 예수가 보였어. 마치 성당의 중심을 잡아주는 느낌이었지. 그러고 보니 기둥 내부의 공간이 십자가 형태라는 게 느껴져서 성당 안에 커다란 십자가를 품고 있다는 게 흥미로웠어. 성당 올 때마다 말하지만 정말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느낌이 참 좋아.


장미 스테인글라스와 파이프 오르간 (좌), 노틀담 성당 제단(우)


잠시 앉아 쉬다 성당을 나왔어. 성당을 다시 보니 성당 조각들이 보였고, 특히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유대 왕들의 조각상이 가장 눈에 들어왔어.


그대로 강 쪽 공원으로 돌면서 성당의 외관을 살펴봤어. 각진 네모난 정면이랑 전형적인 고딕 성당 같아 보이는 측면, 궁전 같아 보이는 후면은 노틀담 성당의 가장 큰 매력인 거 같아.


많은 조각들 중에 성당과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가고일이 툭툭 튀어나와 있었어. 빗물받이로 사용되기 때문에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고 해. 그리고 가고일이 악마로부터 성당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전해져. 한국에도 똑같은 기능을 하는 석루조가 있는 것처럼 말이야. 석조루는 보통 용, 해태 형태를 띠고 있어. 희한하게 기능이며 상상의 동물이며 비슷한 게 신기하지. 무섭게 해서 도망가게 하는 거겠지? 아주 멀리 살지만 이런 것을 생각하는 건 거기서 거기인가 봐.


성당의 왼편에는 긴 줄이 있었어. 이 줄은 종탑을 오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었어. 줄을 보고 반쯤 망설였어.


그때, 형의 컨디션이 안 좋아졌어. 다시 성당 정면의 공원으로 가서 형 등을 두드렸어. 급체가 온 거 같다고 해서, 앉아서 쉬니 혈색이 돌아오는 거 같았어. 갑자기 그래서 조금 놀라 돌아갈까 했지만 형의 출발 신호에 다음 행선지를 향해 갔어.


가운데 파랑 바탕에 별과 성모 마리아, 예수
가운데 일렬로 서 있는 석상이 유대의 왕들
노틀담 성당 측면
노틀담 성당의 후면
가고일 형태의 빗물받이




파리의 언덕 : 몽마르뜨


지하철에서 내리자 역시 '여긴 어디?', 에펠탑이 보이지 않고 갈림길은 얼마나 많은지. 그냥 언덕이니까 경사가 있는 곳을 따라가자 싶어 걸어 올라갔어.


좁은 길에 조금 연식이 있어 보이는 2~3층 건물들이 빈틈없이 붙어있었어. 숙대나 한남동 같은 느낌? 물론 건물은 프랑스식이지만. 이때까지 본 파리에는 언덕이 없어서 이곳은 새로운 느낌이었어. 우리가 가는 경로는 역시 사람이 없어. 그래서 더 동네 구경하는 느낌이었던 거 같아.


중간쯤 넘어서 사람들이 많아졌어. 집도 점점 좋아지더라. 아마 이곳에 살면 탁 트인 파리 시내를 볼 수 있으니 그런 거 같았어. 중간중간 작은 공원들도 있어서 이곳에 살면 꽤 괜찮겠다는 느낌이었지.


어느 골목으로 들어서 갑자기 사람이 많아졌어. 이곳은 많은 예술가들이 모인다는 테르트르 광장이었어. 생각보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있어서 오래 구경하지 못하고 답답했어.


샤크레 쾨르 성당으로 가는 길. 몽마르뜨




사크레 쾨르 (Sacré-Cœur) 성당


마침 사크레 쾨르 성당의 끝이 보여서 그걸 쫓아갔어. 좁은 골목을 빠져나가자 성당이 짜잔~ 기독교 사원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슬람틱한 이 느낌은 정말 새로웠어. 앞서 그리스에서 말했지만 비잔틴 양식이란 서유럽과 중동 문화의 중간 형태인 거 같아. 지리적으로도 그렇고. 특히나 오전에 노틀담 성당을 보고 와서 차이점을 느낄 수 있어 좋았어.


성당 정면으로 가자 성당보다는 파리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어. 그 덕분에 성당에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았어. 왜 이곳에 오면 계단에 앉게 되는지 수긍가는 그림이었지.


도시를 크게 보면 어디든지 파란 하늘에 회색 네모난 건축물이 있는 풍경이라 하지만, 자세히 보면 건물이 다른 건 물론이고 하늘도 다른걸. 파리는 대체로 일정한 네모난 창이 반복된 은색 지붕이 있는 건물 위로 푸르고 낮은 하늘이 있는 그림이야.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계단에 앉아서 멍 때렸지. 많은 사람들이 햇볕을 즐기는 듯 신발 벗고 잔디 위에 벌러덩 누워있었어. 파리 사람들이 자유롭다고 해도, 특히 이곳에는 더욱더 자유로움을 즐기는 곳 같았지. 올라올 때도 벽이나 표지판과 하나가 된 그림이나 도심의 정돈된 길이 아닌 꼬불꼬불한 길들이 이곳은 마치 억압된 것이 없다는 느낌을 주는 장소였어.


샤크레 쾨르 성당
몽마르뜨에서 보는 파리




팔찌 강매인


해가 정오인 듯이 보여도 해가 늦게 지는 이곳에는 시간이 제법 됐어. 그래서 내려가려는데 길 양쪽으로 몽마르뜨에서 유명하다는 팔찌 강매 흑인들이 길막을 하고 있었어. 네다섯 명정도의 키 큰 흑인들이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는 강제로 팔찌를 채운 뒤 강매를 해. 그래서 애초에 잡히지 않는 게 중요해. 여행 와서 실랑이 자체가 피곤하니까.


그러나 가는 사람마다 다 잡으니 이걸 어찌 뚫나 고민했지. 앞에 사람이 잠시 잡힌 사이 '뛰어' 갔어. 그들과 거리가 가까워진 순간 어깨를 잡으려는 커다란 손이 뒤에서 느껴져 살짝 몸을 돌려 피해 위기를 넘겼어.


그들을 지나서 벤치에서 숨 고르고 있는 사이, 다른 사람들이 역시나 잡혔지. 그때 한 아주머니께서 벤치에서 일어나서 큰 소리로 팔찌 강매인들을 나무랐어. 강매인들 한 마디도 못하더라. 그 사이 잡힌 사람들은 빠져나갔지. 그래도 계속 그곳에서 강매인들이 서 있자 벤치에 앉아서도 큰 소리를 나무랐어. 그제야 길을 비켜주더라. 역시 아주머니들이 짱이여. 프랑스어라 잘 모르지만 '도둑놈들아 나라 망신시키지 마라' 이런 뉘앙스? 느낌 같은 느낌이었어.




소프트 아이스크림


우리도 호흡이 돌아와 그곳을 내려왔어. 역 근처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더라. 다들 이곳으로 와서 몽마르뜨를 올라가나 봐. 그곳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건 소프트 아이스크림!! 줄이 있어도 더운 날씨에 뛰어서 먹고 싶었어. 그래서 하나씩 사 먹으니 역시 아이스크림이 최고야~~ 유럽의 우유는 상당히 다른 맛인 거 같아. 다른 음식도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특히 우유맛이 달랐어. 조금 더 달달하고 고소한데 딱 맞는 표현이 아닌 거 같아. 약간 '농농하다'(?) 이런 느낌 같은 느낌이야. 하하^^


시테 역 내부




약국 들리기


지하철을 타고 약국에 들렀어. 약을 사러 온 게 아니라 화장품을 사러 왔어. 옛날 유럽의 물은 좋지 않아서 피부병이 많았기에 피부병을 치료하던 약이 화장품으로 발전한 거야. 그래서 화장품을 약국에서 팔아.


여행 중에 만난 유학생들을 통해 아직도 유럽의 물에는 석회가 많이 섞여 있어서 피부병으로 고생했다는 사람들을 종종 보고 들었어. 그래서 정수기나 필터를 설치해서 사용하거나 특정 화장품을 사용한다고 해. 한국은 물 좋은 곳이라더니 정말 그렇다는 걸 알았지.


하지만 한국인들은 프랑스에 오면 화장품을 산다는 것. 거의 필수로. 아이러니 하지? 아니 당연한 건가? 그래서 대형 약국마다 한국인이 반 이상이라 한국어를 하는 직원들이 있어. 당연히 이곳에도 있었고, 조금 신기하더라. 내부는 올리브영과 약국이 혼합되어 있었어. 파란 바탕에 약국 같으면서 아닌 거 같은 독특한 분위기였어.


형이 계산하는 동안 인파를 피해 밖에 서서 근처에 백화점을 보고 있었어. 정말 엄청나게 크더라. 몇 개가 붙어 있는 느낌이었어. 더욱 놀란 건 그 옆에 서 있는 몇 대의 버스로 백화점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중국인들이 탑승하는 장면이었어. 한국에서도 몇 번 봤지만 봐도 봐도 이 숫자에 적응이 안 된다고 할까. 약국에는 한국인, 백화점에는 중국인인가.


주차 금지 표지판 속에 그림




성당과 자유의지


몽마르뜨에서 프랑스인의 자유를 느끼고 성당을 다녀와서 그런지 기독교에서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생각해봤던 거 같아.


기독교에서는 인간의 자유의지, 즉 선택할 권리가 주어졌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점이야. 하지만 막상 그들의 신 앞에서, 말에서, 계시라는 것으로 강요와 결과가 정해진 것처럼 느껴져. 결과가 정해져 있다면 선택에 의미가 있을까? 어떤 행위로 인해 천국과 지옥에 가는 결과가 정해진다고 하나, 이 세상에서 머무는 시간은 제한되어있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아. 뭐 보기를 주었으니 보기 안에서 정하라는 정도를 자유의지라면 할 말은 없지만.


이런 잡다한 생각들이 들었던 거 같아. 정작 성당에서 가장 느꼈던 감정은 자유의지 보다 안식, 편안함이었어. 성당은 그것만으로 가치가 충분한 거 같아.





파리의 인상


내일 아침에 파리를 떠나야 했기에 저녁에 게하로 돌아왔어. 짐 정리를 해야 하고 일찍 일어나야 해서 저녁에 나가지 않고 자기로 했지. 같은 방 사람들과 떠들다 잠자리에 누우니 파리에서 일들이 생각났어.


사람들은 낭만의 도시라고 하지만 난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 그래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조금의 기대가 있었던 거 같아. 그래서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낭만에 역시나 조금의 실망감은 있었어.


그보다 기대 이상의 친절함에 좋았던 거 같아. 늘 언제나 먼저 도와주는 프랑스인들이 있어서 좋았어. 물론 어제 술 취해서 행패 부리는 사람들이나 강매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탈리아에 비해 친절함에 감사했어. 앞선 이탈리아 도시는 예스러운 멋을 즐기는 친구였다면 파리는 세련된 멋이라는 걸 부릴 줄 아는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어. 나도 모르게 파리와 많이 친해진 거 같았어. 다음에 간다면 친구 집에 온 거 같은 느낌이 들 거 같아.




작년 노틀담의 화재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유럽 성당 중 손에 꼽힐 만큼 마음에 들었던 성당이어서 더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현대에는 사진이나 설계가 남아있으니 겉모습이야 복원이 가능하겠지만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온 공기와 분위기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꼭 다시 가서 종탑에 올라보고 싶었는데..... 기다리면 되겠죠?

오늘은 비에 맞게 아이유의 밤 편지를 들으며 글을 마무리했답니다. 여러분도 잔잔한 빗소리와 밤 편지를 들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제 글이 잔잔한 밤 편지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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