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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Oct 04. 2021

기억

#자아정체성, #번들 이론, #공각기동대, #인생에서, #나


기억이란?


  기억은 기록할 기(記), 생각할 억(憶)을 사용하여 기록을 생각하다는 뜻으로 뇌에 과거의 경험, 지식 등을 기록된 것을 '기억'이라 하고, 그것을 생각하는 것을 '기억한다'라고 합니다. 정의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생활에서 사용을 살펴보면 광범위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회상, 추억까지 포함하며 영어에서 rememberce, memory, mind, recall, recollection들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지요.


  여기에서 정의와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단어는 mind입니다. mind는 마음, 정신이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되지요. 물론 기억과 연관시켜 기억력, 회상이라는 단어에 대치되겠지만 과거 옛사람들은 '마음과 정신을 기억과 관련시켜 생각했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사람들은 더 나아가 '자아정체성'과 관련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와 다른 영화에서


  어릴 적 EBS에서 오시이 마모루 감독 작품인 공각기동대를 본 적이 있어요. 더 어릴 적 첫 번째 보았을 때는 전신을 기계화하나 뇌만 보존하여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전뇌화'와 여러 가지 과학 기술을 보이는 상상력에 놀랐다면 두 번째 봤을 때로 인간의 대한 정의와 기억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그중 영어 제목대로 Ghost(영혼)에 대한 이야기에 놀랐던 거 같아요. 이 작품에서도 영혼을 이야기하면서 기억과 관련짓지요.


  간단한 줄거리를 살펴보면 뇌가 네트워크와 연결(전뇌화)됨으로써 해킹이 가능하고 그로 인해 인간의 기억도 조작하여 인간 자체를 조종합니다. 전뇌화한 주인공은 그러한 사건을 통해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게 되고 더 나아가 자신이 기억이 프로그래밍된 기계가 아닌 진짜 인간인지 의심하게 됩니다. 기계와 인간의 차이는 뇌의 영혼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함에 따라 '나'라는 존재 자체를 고민하게 됩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살기 위해 많은 부품이 필요하듯이, 자신이 자신답게 살려면 아주 많은 것이 필요하지. 타인을 대하는 얼굴, 자연스러운 목소리, 눈을 뜰 때 응시하는 손, 어린 시절 기억, 미래의 예감 그것만이 아냐 전자두뇌가 접속할 정보와 네트워크 그 모든 것이 '나'의 일부이며 '나'라는 의식을 낳고 동시에 계속해서 '나'를 어떤 한계로 제약하지"

 

  "생명은 정보의 흐름 속에서 생긴 결정체 같은 것이다. 인간은 유전자라는 기억 시스템을 통해 기억에 의해 개인이 되는 거야. 기억이 환상이라 해도 인간은 기억으로 살아가는 거지. 컴퓨터가 기억을 조작하게 됐을 때 인간은 그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어야 했어."

 

   위의 대사들을 통해 기억은 '나'라는 존재를 정의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영화를 살펴봅시다. '6 번째 날'은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오래된 영화입니다. 시작 부분에서 클론인 주인공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을 본체로, 본체를 클론으로 생각합니다. 이도 본체의 기억이 그대로 있기에 자신을 클론이 아닌 본체로 인지하지요. 


  하지만 블랙 위도우로 유명한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아일랜드'에서 클론들은 자신이 클론인지는 모르지만 태어나서부터 고립된 채 살고 있기에 본체와 다른 자아로 인지합니다. 이렇게 자신이라는 정체성 인지에서 기억은 아주 중요한다는 것을 영화에서 자주 표현합니다. 그래서 치매 환자들이 기억을 잃을 때마다 자신을 잃어간다는 느낌이 드는가 봅니다.




'나'라는 인식

 

   돌이 지나기 전 아기들이 거울 속의 자신을 인지하지 못하고 타인을 대하듯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야 거울 속의 대상을 자신으로 인지하지요. 이때 인식하는 자신이란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몸과 행동입니다. 이제 '나'라는 대상을 세상과 분리하여 구분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그 후, 부모의 행동과 상호작용을 시작으로 학교생활 등으로 자아 개념이 발달합니다. 특히 신체, 정신적 변화와 사회적 역할 등을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에 겪으며 자신만의 정체성이 확립합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얻는 경험 및 데이터를 모아 '나'라는 존재를 알아갑니다. 타인과 다른 자신만의 독특함이나 유일성을 찾게 되는 것이죠. 그렇기에 과거의 경험을 담은 기억은 현재의 자신을 나타내는 큰 요소이지요. 또한 미래의 선택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기에 과거, 현재, 미래의 자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본 '나'

 

   정체성에는 스스로 보는 자신 외에 사회의 역할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의 시선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타인이 정의하는 '나'도 나를 정의하는데 한 부분을 차지하지요.  

 

   '나'라는 존재에게 오래된 친구가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 중 하나는 공유하는 기억 때문일 겁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첫인상으로 시작하여 나와 연결된 시간을 기억함으로써 타인의 시선에서 '나'라는 사람이 정의가 됩니다. 그래서 만났더라도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나'를 정의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뇌의 기억 속에 존재 자체가 없기 때문이죠.


  반대로 다른 사람들과 다른 특별한 기억들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며 '진실', '거짓', '좋은', '나쁜'같은 광범위한 의미부터 '유식한', '약속을 지키는', '눈이 크고 깊은 눈동자를 가진', '소리에 예민하고 도덕적인'과 같이 더 세밀하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나무라는 것에 끝나지 않고, 나무의 크기는 물론 껍질의 형태까지 표현할 수 있는 것이죠. 더욱이 그들과 감정을 공유하기에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됩니다.

 



Bundle theory (다발 이론)과 Simulation hypothesis (시뮬레이션 가설)

 

   다발 이론은 특성(properties)들이 구성된 집합체가 대상(object)이 된다는 이론입니다. 즉, 앞에서 '나'를 설명한 수식어들이 구성된 집합체가 '나'라고 말합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공각기동대의 첫 대사가 이를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인간, '나'라는 존재는 뇌에서 인지(타인을 대하는 얼굴, 자연스러운 목소리, 눈을 뜰 때 응시하는 손, 어린 시절 기억, 미래의 예감)하는 정보들의 집합체라는 것이죠. 이러한 정보를 모으는 곳은 뇌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정보를 우리는 기억이라고 부르지요. 


  이러한 내용들을 더 확장시켜 '정보, 데이터의 집합체인 인간도 정보일 뿐이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현실은 시뮬레이션이라는 시뮬레이션 가설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공각기동대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매트릭스'에서 네오는 가상 세상인 매트릭스 안에서 미스터 앤더슨을 '나'라고 인지하고 살아가죠.




좋은 기억과 좋은 인생


  이 이야기의 방향을 고정시킨다면 '일장춘몽'으로 끝이 날 겁니다. 하지만 저는 네오가 아닙니다. 구원자라는 네오조차 모피어스가 깨워서 진실의 세상을 알게 되죠. 저도 이론적인 생각만 할 뿐이지 이 세상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릅니다. 다만 어리석은 자로서 바람이 있다면 '만약 이 생이 꿈이라면 좋은 꿈이었으면' 합니다. 


  생은 살아온 시간이자 기억입니다. 그리고 기억은 '나'의 전체이자 일부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생은 좋은 기억들이 있어야겠죠. 또한 사람은 추억을 희망으로 바꾸어 불안한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그러니 좋은 기억은, 좋은 추억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요. 그래서 지금까지 있었던 나쁜 기억은 잊고 좋은 기억은 간직하며 앞으로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좋은 기억만을 만들며, 남기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저번 주에 말씀드렸듯이 '비움과 채움'에 대해 글을 쓰다 空 사상으로 넘어가고 그것이 번들 이론과 기억까지 넘어왔네요. 설명이 필요한 용어도 있고 하니 글이 너무 길어져 이번에는 여기까지만 하였습니다. 어릴 적 공각기동대를 보고 시작한 생각들을 적긴 했지만 인용이 많고 제 생각은 적은 거 같아 아쉽네요. 그 적은 부분을 같이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저도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생각하던 주제라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워 더 적어진 거 같기도 합니다. 답을 안다면 이미 깨달았겠죠.^^


  워낙 포괄적이기에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주제입니다. 그래서 다른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이 글도 그렇게 될 거 같습니다. 비움 말고도 자존감, '나'에 대한 타인의 정의 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막연한 이야기에 다른 의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라 조금씩 써 내려갈 생각입니다. 그때마다 조금씩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으면 바람입니다. 저는 최대한 영화 같은 익숙한 것의 힘을 빌려 이야기하고 싶어서 저 뒤에 숨어있는 기억까지 꺼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고민해보겠죠.  


  글을 쓰다 잠깐 느낀 게 있어요. 서론 부분에서 기억이라는 영단어 중에 recollection이 있지요. 단어를 분해해보면 're 다시, col 함께, lect 모으다, tion 명사 어미'로 '다시 함께 모으다'라는 뜻이 됩니다. 왠지 '다시 함께 모으는 것 = 기억 = 나'라는 점에서 번들 이론과 묘하게 이어지는 거 같아요. '생각한다'는 것이 이래서 재밌는 거 같아요. 

  

  연휴 끝나는 날, 늦은 시간에 머리 아플 수 있는 주제라 걱정입니다. 그래도 미미한 글을 계기로 독자분들도 작은 재미를 얻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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