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있는 수도원. 메테오라.

여행 7일. 그리스 1일.

by 어린왕자

2014년 6월

그리스 메테오라


잠을 푹 자서 늦지 않게 일어났어. 몸살에서 벗어나 나날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야. 그래도 잠이 자꾸 오지만.


카메라 배터리가 간당간당해서 그냥 놓고 나왔어. 아테네에서 멀다고 하고, 사진도 그다지 찍을 게 없다나. 아무튼 일행들과 출발. 나까지 3명 해서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했어.


기차역으로 향하는 길에 창밖으로 구경한 아테나는 작은 도시였어. 기차역에는 다른 숙소에서 머물고 있는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어. 인터넷에서 유명한 유럽여행 카페를 통해 일행을 모은다고 하더라고. 실제로 정말 얼굴 모르는 사람과 인터넷으로 만나다는 게 신기했어. 내 성격상 하기 어려운 일이지. 인사만 나누고 서둘러야 된다고 해서 얼른 역 안으로 들어갔어. 역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작은 편이야.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임에도 말이야. 아마 아테네에 다른 역도 있지 않을까 싶어.




기차역에서


일행 중 한 분이 창구로 가서 표를 예매하는데 역무원과 한참을 이야기했어. 그래서 줄이 점점 길어졌지. 그러곤 갑자기 뒷사람부터 표를 끊어주는 거야. 그래서 일행 한 분 더 창구로 갔어. 그래도 또 한참 이야기하더라고. 그리고 창구 안쪽에는 직원들이 모여들고 우리 일행 중 여성 한 분의 목소리가 커졌어. 그래서 나와 다른 한분까지 창구로 향했어. 그러던 중에 다른 줄에 서 있던 키 큰 백인 한분이 와서 우리 일행과 역무원 사이에 끼어들었어.


다가가서 상황을 보니 우리 일행은 영어로, 역무원들은 그리스어로 말하고 키 큰 백인분이 통역을 해주고 있었어. 무슨 상황이냐고 물어보니 직원들이 영어를 못한데! 정말 당황스러웠어. 아테네는 정말 외국인이 안 오는구나(?). 여기가 유럽 문화의 뿌리라는 곳으로 관광객이 많을 텐데 말이야. 그리고 목적지에 맞게 표만 주면 되기에 딱히 유창한 영어가 필요한 게 아닐 텐데 이상했어. 또한 우리 일행의 영어가 문제 일리가 없어. 왜냐면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온 지 6개월이 넘었다고 했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인종차별이었던 거 같아.


반면 그리스어를 하는 외국인은 우리를 도와주는 걸 봐서는 인종과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겠지. 그리고 이해가 안 되는 게 정말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없다는 거야. 유럽의 고대 문화 뿌리라고 대단한 유적이 있다고 자랑스러워하면서 아테네 관공서에서 간단한 영어를 할 줄 모르다니 정말 여긴 대충 사는 나라 구만 싶더라. 여러모로 OECD 가입국의 수도가 맞나 싶었어.


그렇게 어렵사리 표를 받았어. 칼람바카(Kalambaka)행을 타고 가면 메테오라에 갈 수 있었어. 기차 출발 시간까지 조금 남아서 간단히 먹기로 했어. 그곳에 가서도 시간이 빠듯해서 점심을 패스하기로 했거든. 카페로 가서 빵이랑 차를 주문했어. 표 값이랑 식사비랑 해서 4 등분해서 정산하고, 본격적으로 자기소개를 했지.


당연히 이름, 나이를 물어서 호칭 정리하고 여행 이유랑 경과를 이야기했어. 다들 대학생이고 나만 30대였어. 그래서 나만 말을 편하게 하라고 하지만 그건 좀 이상하더라고. 또래끼리 말 높여하는 상황에 나만 말을 편하게 하기엔 아닌 거 같아 익숙해지면 그렇겠다고 했어.


그리고 다들 조금씩 다른지만 모두 말하는 게 야무지더라고. 그리고 한 분은 한 달째 여행 중이었어. 거기다 무계획으로. 재밌겠더라! 그리고 내 여행의 기대도 올라갔어. 말을 들어보니 나는 오늘도 고수들 사이에서 얹혀서 가면 되겠다 싶었지. 날로 먹는 여행 참 좋아.


이내 기차 시간이 다 되어 일어났고, 아까 정산할 때 나만 지폐라 2유로 동전을 많이 받았어. 그런데 비싼 동전이라 그런지 진짜 무겁더라. 입었던 바지가 밑으로 쳐지는 게 불편했어. 동전은 아예 안 들고 다니는 타입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


플랫폼에 서서 기차를 기다리며 보는 이곳은 참 예스러워. 80~90년대 느낌이랄까. 기차도 도착했는데 엄청 오래되어 보였어. 무궁화호 정도 되려나. 아님 더 오래된 통일호(?) 정도. 무튼 발전이 멈춘 곳인 거 같아. 기차를 잘 이용하지 않는 건지 철도 사업이 발전하지 않은 느낌이었어.


기차 안은 유럽식으로 한 칸에 6명씩 앉을 수 있게 되어있었어. 그리고 의외로 사람이 많았어.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다들 현지인들 같았지.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많았고, 평일에 우리나라 무궁화호랑 비슷한 거 같아. 표가 입석이라 앉아가다 서가다를 반복했어. 서서 일행들과 서로 이것저것 이야기하니 조금씩 편해졌어. 2시간 정도 지나니까 사람이 줄어들었고, 그제야 모두 앉아갈 수 있었어. 그리고 이내 한 명씩 잠들었지. 다들 아침 일찍 일어나 난리를 한번 겪기도 했으니.




칼람바카 역


눈을 떠 보니 몇 시간이나 지났어. 정말 멀었지. 미리 계획했다면 안 갔을 거야. 가는데만 오전이 다 지나갔으니까. 내릴 때가 다 되었는데도 창밖 경치가 거기서 거기라 어디에 내리는지도 모르겠더라고.


그리곤 엄청 시골 같은 곳에 정차했어. 내리는 게 맞는지 몰라 마침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물었어. 그러자 어서 내리라고 해서 정말 헐레벌떡 내렸지. 첫인상은 정말 이런 시골이 있나 싶더라. 여기가 관광지 맞나 싶었지.


우리가 내린 곳이 플랫폼 끝 부분이라 역사까지 한참 걸어갔어. 멀찍이 앞에 관광객이 몇 명 보이는 것으로 봐서 맞는 거 같았어. 저 멀리 배경에는 500m 정도 높이에 마치 막대기를 세워놓은 듯한 경사의 암벽들이 병풍처럼 서 있었어. 저 산들 사이에 수도원이 있다니! 마치 우리나라 절 같은 거 같아.


역사 안은 정말 시골역처럼 작았어. 작은 집 수준이라 통과한다는 느낌이더라고. 역 입구 앞에는 역시 택시들이 서 있었어. 제일 앞의 택시에게 다가가 메테오라 투어를 하고 싶다고 말했지. 당연히 이 분은 역무원과 달리 장사에 필요한 영어는 하는 것 같았어. 기억으로는 60유로를 내고 탄 거 같아. 물론 요금은 투어가 끝나고 냈지.


돈 이야기가 나와서 문뜩 바지가 가볍다는 걸 알아챘어. 주머니를 뒤져보니 그렇게 많았던 2유로가 사라진 거야. 몇 개 남지 않았어. 급하게 내리느라 주머니에서 흐른 거 같았어. 수도원 구경을 하는 내내 아쉬웠지. 왜냐면 수도원마다 2~3유로의 입장료를 받았거든. 동전 쓸 최적의 장소였는데.


메테오라에는 여섯 개의 수도원이 있고, 그중에 다섯 곳을 택시가 데려다주었어. 산길을 올라가니 경사가 보는 것만큼 정말 장난 아니더라. 깎아지는 듯한 산과 나무가 거의 없는 기다란 암벽으로 어우러져 있었어. 산속에 절 구경을 자주 다녀서 낯설지 않고, 조용한 시골 산이라 여유롭고 좋았어.


바위산에서 본 풍경




아기오스 니콜라스 아나파우사스 (Aghios Nikolaos Anapafsas) 수도원


택시가 한참을 달리다 섰어. '여기에 내려서 걸어가면 된다'라고 기사분께서 말씀하셨지. 첫 번째 수도원은 산 꼭대기에 있는 듯했는데 내리기는 한참 아래야. 눈앞의 많은 계단을 걸어가야 했어. 점심 때라 햇빛은 쨍쨍. 오늘 고생 좀 하겠다 싶더라.


걸어가다 외국인 부부가 내려오고 있어서 길을 내주는 겸 쉬었다 갔어. 중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가슴을 탁 트이게 하더라. 그리고 맞은편 암벽이 마치 그림 같았어. 유화나 파스텔화 느낌이나. 암벽이 사암이라 표면이 거칠기보다 부드러워 보이고 퇴적층이라 결이 있어서 마치 물감이 붓 결 따라 그려져 있다는 느낌이야. 더 정확하게는 붓으로 그린 다음 손으로 문지르는 듯한 질감이었어. 아마 풍화돼서 그런 듯한데 바람이 손을 암벽에 대고 지나간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폰으로 사진을 찍었을 때 포커스가 안 맞거나 노이즈가 심한 사진들이 오히려 그림처럼 나와서 재밌었어.


계단에서 본 풍경


다시 걷다 보니 성 아기오스 니콜라스 아나파우사스 수도원에 도착했어. 수도원은 생각보다 작았어. 우리나라에서 본 수도원 크기만 생각하고 있었거든. 여기는 암자 정도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여기를 들어와서 알았어. 그리스 정교회라는 것을 말이야. 그리스면 당연히 정교회 수도원일 텐데 로마 가톨릭, 즉 천주교인 줄 마냥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정교회 건물과 문화를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어서 새로운 느낌이었어. 영화 속에서 보면 수도원이 너무 어둡게 나오잖아. 이곳은 내부 깊숙이는 어둡지만 햇살이 잘 들어와서 밝아 고립되어있다는 느낌은 덜했어.


그리고 내부를 구경하다 눈을 확 사로잡는 건 천장의 성화. 그린 화가의 느낌을 알 수 있었어. 어두운 방 안에서 선지자가 내려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성스러운 느낌으로 그렸던 화가의 신앙심을 느낄 수 있었지. 이곳에서 생활했던 수도사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는 거 같았어. 특정 장소의 분위기는 사람들의 마음이 남긴 것이라 생각해. 그곳의 그림과 공기의 성스러움은 아마 오랜 기간 많은 수도사들이 남긴 것이겠지.


짧은 구경을 마치고 나와 다시 내려갔어. 그곳에서 다시 위를 보자 도르래가 있었어. 역시 이런 계단을 걸어서 물건을 옮기는 건 무리겠지. 그야말로 엄청난 육체 수행일 테니까.


루사노 수도원에서 본 아기오스 니콜라스 아나파우사스 수도원
아래에서 본 아기오스 니콜라스 아나파우사스 수도원




루사노 (Roussanou) 수녀원

다음은 루사노 수도원. 택시에서 내리자 맑았던 하늘이 비가 오려는 듯 금세 컴컴해졌어. 우리는 비를 걱정하며 입구를 향해 걸어 올라갔어. 이곳은 얼마 안 걸어도 수도원에 들어갈 수 있었어. 수도원 입구에서 보는 풍경은 조금 신기해. 마치 수도원이 하늘에 떠 있고 문부터 좁은 길로 연결되어 있었어. 그리스어로 메테오라라는 단어는 하늘에 떠 있다는 뜻이라 말 그대로이지.


여기도 그리 큰 곳은 아니었어. 앞의 수도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내부는 깔끔하다는 인상이 강했어. 수도원은 다 비슷한가 보다 했지만 아니었어. 여기는 수녀원이었어. 그래서 깔끔한 인상을 받았는지도 몰라. 외부에 정원은 아기자기하게 이쁘더라. 나오니 앞의 수도원과 그 위에 다른 수도원이 보였어. 아마 다음 장소는 위의 수도원이겠지.


루사노 수녀원 정원
발람 수도원에서 본 루사노 수도원
중세시대에 사용하던 수도원 문




발람 (Varlaam, 바를람) 수도원

다시 택시를 타고 높은 곳으로 올라갔어. 루사노 수녀원에서 본 그 수도원이 맞았어. 이곳은 발람 수도원. 택시에서 내렸더니 비가 오기 시작했어. 다행히 보슬비라 걸어가는 데 불편하지는 않았어. 오히려 이 많은 계단을 따가운 햇볕에 걸어가는 게 더 힘들었을지도 몰라.


계단을 다 오르자 넓은 정원이 나왔어. 넓은 발코니 느낌으로, 마치 중세 시대의 성처럼 돌로 만들어진 곳이었어. 앞이 탁 트여서 멀리까지 볼 수 있었지만 비가 더 많이 내리기 시작해서 건물 안에서 비 구경을 했지. 구름도 점점 많아져서 시야도 가려져 앞의 전망이 보일 듯 안 보일 듯했어. 비 때문에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지만 비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멋진 경치였어. 내부에는 박물관도 있고, 기념품 가게도 있었어. 앞서 수도원에 비해 규모가 제법 되었어.


그러다 비가 조금 그치기 시작해서 빨리 택시로 돌아갔지. 나머지 곳도 어서 구경해야 했으니까.

메갈로 메테오라에서 본 발람 수도원
루사노 수도원에서 본 아기오스 아나파우사스 니콜라스 수도원(왼쪽)과 발람 수도원(오른쪽)




메갈로 메테오라 (Megalo Meteoro)


얼마 가지 않아 바로 옆에 수도원이 있었어. 이곳은 메갈로 메테오라. 멀리서 봐도 엄청 큰 수도원이었어. 규모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곳이 수도원들의 상징이어서 메테오라라고 불리는 거겠지. 다행히 비가 멈췄어. 하늘이 개지는 않아서 비가 언제 올지 모르니 걸음을 서둘렸어.


그런데 멀리서 보니 계단이 끊어져 있는 거야. 머지? 하면서 다가갔더니 바위에 길이 뚫려 있더라고. 그곳을 통해 빛을 따라가면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왔어. 여기도 계단이 엄청 많아. 날이 흐린 게 오히려 축복일 거야. 가면서 일행이랑 수도원을 본 소감을 이야기하면서 가는데도 한참 걸리더라고.


메갈로 메테오라로 오르는 계단
메갈로 메테오라 수도원


여기는 의외로 사람이 많았어. 앞서 갔던 수도원에는 사람이 몇 명 없어서 평소에 사람이 없나 보다 했거든. 여기는 메테오라의 주인공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더라고.


내부에 발람 수도원처럼 박물관이 있어. 여기는 수도사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잘 전시되어 있었어. 수도사라고 크게 다르게 보이진 않았어. 영화 속에서 본 중세 서양과 같았지. 사용한 도구들은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본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비슷했어. 아주 멀리 있고 시기도 다르겠지만 먼가 사람 사는 모습이, 필요한 도구들이 비슷한가 싶기도 했어.


비를 피하는 수도원의 고양이
메테오라 수도원에서 본 풍경


그리고 여기서 정교회 신부님을 처음 봤어. 책에서 보듯이 검은 사제복에 수녀님들과 의상이 같은 거 같아. 천주교 신부님과 달리 수염을 기르는 게 눈에 뜨였어. 또한 수도원에 해골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수행했던 신부님들 이래. 많은 해골을 줄지어 놨지만 무섭지는 않더라고. 대부분 이곳에 들어오면 밖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수행한다고 해. 외부와의 단절을 위해 산 꼭대기 위에다 아슬아슬하게 수도원을 지어 숨어서 수행했다니 이곳이 관광지가 아니라 수도원이라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어. 어느덧 박물관을 구경하느라 시간이 한참이 지났어. 발람 수도원처럼 정원 경치가 좋은데 얼마 구경하지 못하고 어서 나갔지.


메갈로 메테오라 수도원


택시를 타고 5분 정도면 다음 수도원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는 한참을 가도 나오지 않았어. 그래서 그런지 가는 길 중간 중간에 택시가 서서 포토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게 해 주었어. 내 카메라 밥을 제때 줬어야 했는데 아쉬웠지. 그리고 우리가 가지 않은 아기아 트리아스 (Aghia Trias) 수도원이 잘 보이는 곳에서 내려 사진도 찍었어. 그런데 그 위치에서는 수도원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어. 그냥 긴 막대기 같은 산 꼭대기에 수도원만 있더라고. 머털도사가 스승님과 같이 살았던 그런 곳처럼 말이야.


아기아 트리아스 수도원




아기오스 스테파노스 (Aghios Stephanos) 수도원


리고 얼마 가지 않아 마지막 수도원인 아기노스 스테파노스 수도원에 도착했어. 주차장이 있었지만 주차장까지는 가지 않고 입구 앞에서 내렸어. 멀리 펄럭이는 그리스 국기가 보여 그곳을 향해 갔어. 여기는 계단이 없고 바로 들어갈 수 있어 편했지.


수도원으로 들어가자 약간 미로 같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어두운 박물관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었어. 그런데 애들이 너무 많더라. 수학여행처럼 학교에서 단체여행을 온 거 같았는데 너무 많아. 그리고 시끄러워. 이때까지 수도원이라 엄청 조용해서 감상하기 좋았지만 이번에는 시끄러워서 힘들었어.


그리고 이제 우리가 약속한 택시 시간도 다 되어 갔어. 그래서 내부에 성당만 구경하고 나왔지. 수도원이 비슷할 거라는 위로를 하며 말이야.




처음 본 그리스 10대들


나가서 주차장을 보니 단체여행을 온 게 맞았어. 관광버스에 또래 아이들이 엄청 많더라고. 선생님들로 보이는 어른들도 있었어. 아이들이 하나같이 얼마나 개성 있는 패션이었는지 눈에 확 띄었어. 거기다 헤비메탈에 빠진 학생들이 많은지 가죽옷에 코, 귀, 눈썹에 많은 피어싱, 하늘로 솟은 헤어스타일, 짙은 마스카라를 한 학생들이 많았어. 그리고 몇몇은 남녀 할 것 없이 노출이 와우! 수도원 출입이 가능한가 싶더라. 그걸 보니 여기 10대 문화 독특하다 아님 그런 유행인 학교인가(?)라고 생각이 들었어. 수도원 구경 와서 그리스 10대들 패션을 구경할 줄이야. 여기 10대들이 왠지 궁금해졌어.


늦어서 얼른 택시로 뛰어가 기차역으로 향했어. 기사분이 아주 친절하셔서 좋았지. 오늘 어땠냐고 물어보시더라고. 물론 아주 좋았다고 very good!!이라 대답했어.

아기오스 스테파노스 수도원




먹을게 필요해


얼마 가지 않아 기차역 부근에 도착했어. 이미 저녁때가 다 되었어서 간단히 먹고 가려고 주위를 걸었어. 레스토랑들은 거의 다 문을 닫았어. 또다시 관광지 맞나 싶었지. 그래서 시간도 다소 애매하고 해서 슈퍼를 찾아다녔어. 먹을 걸 사서 기차에서 먹으려고.


슈퍼도 보이지 않아 10분 정도 큰길을 따라 걸었어. 뜻하지 않게 동네 구경을 했지. 그러다 골목 안에 작은 슈퍼가 보여서 들어갔어. 당연히 편의점에서 팔 만한 패스트푸드 같은 건 없었지. 그래서 과자랑 과일을 샀어. 역시 싸더라. 특히 과일은 터키보다 더 싸. 총 계산한 금액이 2.xx유로였으니까. 기차역에 도착하니 시간이 딱 맞았어. 얼마 기다리지 않아 아테나행 기차를 탔어.




그리스 정교회의 첫 느낌


기차에는 사람이 없어서 편하게 음식을 먹으며, 오늘 소감을 나누었어. 처음 겪어보는 그리스 정교회 문화에 신기하고 흥미로웠어. 책으로 보듯이 외적인 모습이 많이 다르다고 느꼈는데 정말 로마 가톨릭과 확실한 차이를 느꼈어. 먼가 로마 가톨릭과 이슬람교의 중간인 느낌이 강했어. 지리적으로도 중간이라 두 종교과 혼재된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시작은 예루살렘이지만 종교로서 제대로 자리 잡은 것은 로마라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했어.


그리고 고대, 중세에는 종교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강해서 문화 전반에 녹아있는다는 점을 다시 깨달았어. 그래서 모두 같은 신을 모시고 뿌리는 같지만 묘하게 다른 점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다툼이 일어나 안타깝기도 했어. 그리고 의외로 절과 비슷한 느낌도 들었어. 성화도 먼가 동양스럽기도 하고 말이야. 그리고 성당 안에 의자가 없어. 서거나 그대로 무릎 꿇고 기도를 하는 게 의외였어. 좌식 생활을 하는 그리스에서 말이야.


메테오라
마을 전경

맑아진 그리스 하늘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이내 잠이 쏟아졌지. 오늘 많이 걸었으니까. 주위를 보니 다들 피곤한지 이미 잠들었더라고. 5시간이나 가야 했기에 나도 잠들었어.


아테나에 도착하니 이미 컴컴해졌지. 한 분은 숙소가 달라 낼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졌어. 나머지 두 분이랑 숙소에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었어. 두 분 다 내일 그리스를 떠난다고 하셨어. 그래서 연락처를 주고받고 또 만나길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어.




메테오라 일정은 밥때도 챙기기 어려울 정도로 바쁜 하루였어요. 처음 보는 건 천천히 자세히 보는 습관이 있어서 구경하기도 정말 빠듯했답니다. 그래도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대부분 내부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어요. 더욱이 카메라도 없고 비도 와서 더 사진이 없네요. 그 부분을 보여드리지 못해 다소 아쉽네요.


이번 주는 방 안에서 비 구경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자신의 마음에게 짧은 시간이라도 여유를 주는 한 주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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