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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Aug 12. 2021

멈춘 대상을 올드 렌즈로

쓸만한 게 최신 AF 렌즈뿐이더냐

개인적으로 처음 사진을 찍었을 때 MF 카메라로 찍었다. 그 당시에 Leica 외 MF 카메라와 렌즈 대부분은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도 MF 렌즈 대부분 저렴한 편이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젠 필름 상당 부분이 사라졌고 있다 하더라도 매우 비싼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이미 샀던, 혹은 새로 구하고 싶은 올드 렌즈로 사진 찍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더라. 지금 쓰고 있는 카메라가 미러리스라면 올드 MF 렌즈로 사진 찍기는 어떨까?

 

움직이지 않는 대상이라면

Canon Lens 35mm F1.8 LTM(m39)로 촬영한 매화.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꽃은 당연히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대상이라면 AF가 아니라도 초점 맞추기 어렵지 않다.

특히 겨울이 끝날 무렵이 되면 ‘이제 슬 야외로 나가 사진 좀 찍어볼까’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특히 초봄을 알리는 매화 등 각종 꽃을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새 봄이 왔는데 이왕이면 새 렌즈로 찍고 싶다는 마음이 슬슬 올라오는 계절이기도 하다.

‘새 봄을 아름답게 찍기엔 뭐가 좋을까’ 계속 고민하다가 ‘이왕이면 특별히 아름답게 찍을 수 있는 렌즈는 뭘까’ 고민한다.

다만, 새해가 왔다고 본인의 돈이 새로 오르지 않은 게 문제라면 문제.

결국 ‘이왕이면 저렴하면서 특별한 렌즈는 뭘까’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 다만 MF 렌즈를 찾아보면 답을 찾을 수도 있다.


Canon Lens 35mm F1.8 LTM(m39) 로 촬영한 사진. 빛을 정면으로 찍었을 때 나타나는 특이한 플레어가 매력이기도.

지금 이 글 까지 일단 올린 사진은 캐논이 m39로 만들었던 렌즈로 찍은 결과다. 경험상 이 렌즈는 최대 개방 시 2미터 이상 먼 곳에 찍은 결과는 매우 실망적이었다. 그러나 가까이 찍었을 때는 이 사진들처럼 특이하고 매력적인 보케를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최근 만들어진 렌즈에서는 만날 수 없는 플레어도 매력 중 하나다. 또한 캐논이 초반에 만들었던 다양한 렌즈 중 비교적 저렴한 편이기도 하다.


Canon Lens 35mm F1.8 LTM(m39) + SONY a9 로 촬영한 사진


AF 렌즈를 MF로 찍을 수도 있지만

어느 가족. 누구나 흔하게 가는 곳에서 특별한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올드렌즈로 촬영했다. Canon 50mm F1.2 m39 Screw Mount + SONY a9

당연한 말이지만 평소에 구매하는 AF렌즈들도 MF로 찍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순간은 AF로 초점을 맞추기 힘든 순간이나 매크로처럼 아주 가까운 대상을 촬영할 때 쓰는 정도다. 그 외에는 AF로 찍기 편하기 때문이다. 특히 카메라의 AF상태가 꼼꼼하게 훌륭해진 미러미스 시대가 된 이후에는 더 늘었다. 즉 일반적인 보통 사진만 찍겠다면 굳이 올드 렌즈를 쓸 이유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타인의 사진과 다른 동시에 매력적인 사진을 찍고 싶다면 올드 렌즈로 촬영하기 좋다.


사람을 찍을 때 플레어도 특별히 아름답게 찍을 수 있다. Canon 50mm F1.2 M39 Screw Mount + SONY a9

과거 필름 시대에는 ‘빛을 정면으로 찍지 말라’고 했다. 강한 빛이 필름에 직선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렇게 됐을 시 찍고 있는 사진뿐 아니라 필름 안에 들어있는 모든 사진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과거에 찍을 수 없었던, 특이하고 아름다운 플레어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사람을 찍을 때 그런 플레어를 함께 찍기 좋다. DSLR은 찍을 당시에 보이는 플레어와 사진 결과에 나타나는 플레어가 서로 달랐다. 보이는 곳의 위치와 이미지 센서의 위치가 달랐기 때문. 그러나 미러리스는 보이는 그대로 찍힌다. 따라서 특이한 플레어를 사진으로 찍기에 딱 좋다.

어느 소년들. Canon 50mm F1.2 M39 Screw Mount + SONY a9


조금만 더 꼼꼼하게 찾아야 한다

CYCLOP M1 85mm F1.2로 촬영한 사진

필름 시대에는 사진용으로 쓰지 못했던 렌즈도 있다. 과거 러시아에서 만들었던 CYCLOP 렌즈가 그렇다. 이 렌즈는 최대 개방 상태로만 찍을 수 있다. 렌즈를 조이거나 개방하는 방식으로 쓸 수 없다. 더불어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로 찍을 수는 없다. APS-C용으로만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그런 사실을 꼼꼼하게 알아보지 않고 덥석 샀던 렌즈. 크롭 결과로만 찍어야 한다는 게 안타까웠지만 그 결과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바로 주변이 빙글 돌아가는 듯한 회오리 보케. 대략 1.5미터 이상 거리를 두고 찍었을 때 만날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 렌즈는 주변에 초점을 맞추고 촬영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렌즈이기에 비교적 저렴한 편. 참고로 국내에는 이 렌즈를 판매하는 분이 거의 없다. 따라서 Ebay로 해외 구매하면 된다. 단순하게 85mm F1.2라는 글에 덥석 샀다가는 후회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카메라가 풀프레임 용이 아니거나 풀프레임 촬영 시 크롭으로 찍어도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면 장난감처럼 써보기 좋다. 아, 물론 장난감이라기엔 많이 무겁다.     

서울숲에서 촬용한 사진. CYCLOP M1 85mm F1.2 + SONY a9(APS-C)

필름용으로만 쓸 수 있었던 렌즈도 찾아보자

과거 필름 시대에 썼던 렌즈 거의 대부분은 미러리스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쓰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과거 똑딱이용 카메라의 렌즈. 디지털 시대에는 보통 콤팩트 카메라라는 이름으로 쓰고 있다. 알다시피 이런 카메라에 달려 있는 렌즈는 뺄 수 없다. 억지로 뺄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더 이상 그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카메라를 부셔버려야 그 렌즈를 뺄 수 있다는 의미다. 더불어 단순히 그 렌즈를 뺐다고 미러리스 카메라에 바로 끼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Elikon 535의 렌즈인 Minar2로 촬영한 사진. 참고로 이 렌즈는 35mm F3.8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사진 찍기를 즐기던 초반에 썼던 똑딱이 같은 카메라는 매우 저렴한 종류였다. 사진 찍기 전엔 초점 맞추기는 물론 조리개까지 직접 맞춰야 했던 Elikon 535가 그렇다. 그 카메라의 렌즈를 지금 쓰고 있는 디지털카메라로 써보고 싶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그 플라스틱 카메라의 렌즈를 a7종류에 맞춰 수정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렌즈가 필요하다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일까. 그래도 혹시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Ebat로 찾아봤다.  

Minar2로 찍은 사진. 빛을 정면으로 했을 때 특유의 플레어가 나타난다.

역시, 그곳에는 있었다. 과거에 매우 저렴했던 똑딱이의 렌즈를 따로 판매하고 있었다. 단순하게 그 렌즈 부분만 카메라에서 빼서 판매하는 것도 아니었다. 여러 미러리스 카메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m39용으로 수정한 렌즈였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다.  

그 결과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 렌즈를 a7종류에 풀프레임으로 사용할 시 주변에 문제가 생긴다. 과거 Elikon 535로 찍은 결과에서는 사진 주변이 흐리멍텅한 상태로 나오지 않았다. 물론 아주 선명한 결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미러리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결과는 심할 정도다.

그렇지만 비교적 가까이 찍었을 때 멀리 있는 것들이 보케가 되면서 그런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빛을 정면으로 찍었을 때 나타나는 원형의 플레어는 매력적이다.


뭔가 또 있지 않을까

180도 돌린 반영 사진. Helios 92 + SONY a9로 촬영.

‘AF는 아니더라도 풀프레임으로 쓸만한 게 또 뭐가 있을까’라고 계속 생각하고 생각해봤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렌즈 중에는 그럴 확률이 거의 없었다. 결국 질릴 정도로 Ebay를 찾아봤다. 그 결과 찾아낸 렌즈 중 하나가 바로 Helios 92다. 참고로 이 렌즈도 약 90mm이며 조리개 기능 없이 최대 개방 F2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그 정도 망원에 최대 개방 F2기에 꽤 훌륭한 편이다.

 

멀리 있건, 가까이 있건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Helios 92 + SONT a9


더불어 빛을 정면으로 찍을 때 나타나는 플레어 또한 매력적이다. 마치 동그란 원 안에 +, 십자가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경험상 비교적 선명한 편인 MF 렌즈를 약 10만 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는 렌즈는 드물었다. 이 렌즈의 가격이 대충 그 정도였다.

플레어 끝을 보면 +가 보인다. Helios 92.

참고로 Helios 92는 1977년에 만들어졌으며 미러리스뿐 아니라 DSLR에 사용할 수 있는 m42렌즈다.

Helios라는 이름의 렌즈는 꽤 많은 편이다. 여유가 된다면 구글로 그 렌즈들을 찾아보자. 맘에 드는 렌즈를 가지고 싶어 진다면 ebay를 이용하면 된다.    


삶은 변하고 세상도 변하지만

Canon 50mm F1.2 m39 Screw Mount로 촬영한 사진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하는 것 같지 않아도 조금씩 변한다. 한자리에 서있던 나무도 더 넓어지거나 더 높아진다. 떠올랐던 꽃도 떨어진다. 다시 피더라도 조금 다른 모습이나 색깔로 태어난다. 그러나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것도 있다. 바로 사진이다. 더불어 사진을 위해 남아있던 렌즈도 변하지 않는다. 험하게 쓰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면 렌즈의 유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깨질 수도 있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면 사진 찍기에 문제가 없다.

더불어 똑같은 대상을 찍더라도 렌즈에 따라 다른 사진이 나타난다. 즉, 이 순간을 어떤 결과로 남겨둘 것인가에 대한 답 중 하나가 렌즈다.

CYCLOP M1 85mm F1.2로 찍은 사진

개인적으로 ‘어떻게 찍은 사진 결과로 남겨둘 것인가’ 고민하곤 한다. 물론 그저 일반적이다는 사진을 찌고 싶지는 않다. 특별한 느낌으로 찍고 싶은데, 남들과 다르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곳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쉽게 남길 순 없는 사진. 그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 계속 찾아보고 있는 것이 바로 렌즈다.

Canon Lens 35mm F1.8 LTM m39 렌즈로 찍은 사진.

물론, 가장 쉽게 찾고 쉽게 사진 찍을 수 있는 AF 렌즈는 많다. 그 중심에 있는 렌즈가 바로 Zeiss Batis 시리즈다. 주변까지도 매우 선명함과 더불어 편리함까지 좋지만 저렴하지 않기에 쉽게 구매하기는 힘들다. MF 렌즈도 마찬가지다. 훌륭하기엔 Zeiss Loxia가 자리를 잡고 있다.

결국 쓸만한, 비교적 조금이라도 저렴한 MF 렌즈를 찾게 된다.


Jupiter 11 135mm F4로 촬영한 사진


더불어, ‘놀랍게 선명함’은 구매하기 힘들다면 ‘놀랍게 특이한’ 렌즈를 찾는 방법도 있다.

바로 그 특이한 렌즈 대부분은 올드 렌즈들 사이에 있다. 특히 러시아가 1960-1980년대에 만들었던 렌즈는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편이다. 따라서 Ebay를 통해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사진은 물론, 올드 렌즈도 살아있다

Canon 50mm F1.2 M39 Screw Mount로 찍은 사진

올드 렌즈가 언제까지 문제없이 살아남아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얼음처럼 녹아버리진 않으니 너무 걱정하진 말자. 더불어 카메라의 이미지센서사 가 더 나아지면 m39렌즈로 찍었을 때 나타나는 문제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아무리 미러리스 카메라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렌즈와의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DSLR보다는 렌즈와의 거리가 짧은 상황이긴 하지만 필름 시대보다는 확실히 거리가 길다. 이미지 센서와 렌즈의 거리가 매우 가까우면 주변이 제대로 찍히지 않는 것. 아마 그런 단점이 나아지는 것은 소니의 목표일지도 모른다. 그 꿈이 너무 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Canon 35mm F1.8  LTM(m39)로 찍은 나.

이미 태어났던 렌즈 그 자체를 이리저리 건드리며 바꿀 수는 없다. 필름에 맞춰 탄생했던 렌즈이기에 미러리스 디지털카메라에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게 정상이다. 어쩌면 주변의 모자람 혹은 특이함은 지금 카메라 덕분일 수도.


만약 똑떨어지는 선명한 사진이 지겹다면

Canon 50mm F1.2 m39 Screw Mount 로 찍은 사진. 이 아파트는 현재 사라졌지만 사진은 이렇게 남아있다.

누구나 한 번은 가본 적 있는 곳에서, 누구나 하나라도 찍은 사진은 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조금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남들이 가본 적 없는 곳을 찾아가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흔하지 않은 렌즈로 찍는 게 그나마 편한 방법이다.

또한 보케마저 색다르고 싶다면 올드 렌즈를 찾아보자. 그 방법의 결과가 의외로 조금 더 저렴하다는 것도 잊지 말자.

물론 누군가는 그렇게 찍은 사진에 대해 저질스러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말의 뜻은 다음 셋 중 하나다.

‘오, 오래된 것들을 실제 그것처럼 보이게 찍었구나. 놀랍다.’

‘이젠 만나기 힘든 사진들이구나. 내가 그러질 못하니 부럽구나’

‘응. 난 그렇게 찍는 거 싫어해. 내가 그런 렌즈로 찍으면 너처럼 멋지게 찍지 못하더라고. 그래서 부러워.’

자, 그러니 남들이 뭐라 하건 너무 신경 쓰지 마시라. 오히려 타인을 위해 놀라운 사진을 보여주시라.

  

Canon 50mm F1.2 m39 Screw Mount로 찍은 사진. 실제 올드한 것들을 찍어내기 좋다.



EastRain 2021.08.12


:: 이 사진에 사용한 모든 카메라와 렌즈는 보인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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