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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Jan 14. 2022

세로 사진, 제대로 즐겨보자

어디쯤에 초점을 맞추고 찍는 게 좋을까?

우리는 평소에 폰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세로 사진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평소에 대충 찍던 그 세로 사진이 조금 아쉽진 않던가? 제대로 된 세로 사진을 즐기고 싶진 않던가? 그렇다면 일단은 폰으로 노력하고 준비하시라. 그러나 조금 더 색다르고 멋진 세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카메라와 렌즈를 생각해보자.

폰 덕분에 세로 사진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너무 평일한 사진에 익숙해졌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그러니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1900년대 초반부터 카메라로 고민 많았을 텐데 그렇다면 세로사진은 어떤 것이었을까?


사람을 찍던 초반 사진을 찾아보자

1980년대 촬영 사진. 보통 세로 사진이 많다.

1890년대를 거슬러보자. 그 당시에는 카메라와 렌즈, 필름까지 매우 초반이었다. 초반 사진이 향하고 있던 곳은 ‘그림과 비슷한’ 사진이었다. 따라서 사진은 그림과 비슷했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러한 방식의 사진은 요즘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다빈치의 그림.

다빈치가 그린 세로 그림을 보자. 1400-1500년대 그의 세로 그림은 거의 대부분 사람 한 명을 그린 결과다. 최근 사람들은 다빈치의 모나리자 그림에 대해 황금 비율을 말하고 있지만 일단 그전에 조금 단순하게 말하자면 세로 그림이다. 더불어 사람의 얼굴은 그림의 상단 쪽에 위치하고 있다.

너무 당연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사람 자체가 세로이며 그중 가장 위에 머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존재하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그리기 위해서는 세로로 그리는 게 정상이고 자연스럽다. 다만 누워있거나 엎드린 듯한 모습을 그릴 때에는 가로 그림일 확률이 높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사람 한 명을 찍을 때 그 사람을 사진의 전체에 꽉 채우기 위해선 세로 사진이 가장 자연스럽다.


렌즈의 주변 성능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게토 얼라이브에서. Zeiss Batis 2.8/135 + SONY a9

세로 사진으로 사람을 찍는 순간을 생각해보자. 일부러 찍는 사진이 아니라면 일부러 빛을 쓸 필요도 없으며, 설사 매우 어두운 곳이라더라도 카메라의 ISO를 높이면서 렌즈를 최대 개방으로 찍으면 된다.

참고로 지금 이 사진들은 ISO 32000, 8000이며 최대 개방인 F2.8로 촬영한 결과다. 확대해서 보면 알겠지만 고 ISO임에도 불구하고 노이즈 문제는 거의 없는 편이다.

더불어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사람의 얼굴 부분이 얼마나 선명하게 잘 찍혔는가이다. 어두운 곳에서 카메라를 든 흔들리는 손은 물론, 찍히는 사람의 움직임도 어느 한순간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또 말하게 되는데, 고 ISO와 최대 개방이 가장 확실하게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사람의 머리, 얼굴 부분이 위치한 주변까지 안심해도 되는 렌즈는 무엇인지 검색해보는 게 좋다. 참고로 그 성능을 인정해도 되는 렌즈의 중심에 Zeiss가 있다.


샌드아트 중인 사람. Zeiss Batis 2/40 + SONY a9

보통 가로 사진을 찍을 때에는 중심 위치에 초첨 맞추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그런 사진은 아주 뻔한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따라서 사람 한 명을 특별하게 찍기에는 세로 사진이 적절하다.


길고양이. Zeiss Batis 2.8/135 + SONY a9

초점 맞은 곳이 중요하다면 흐려지는 곳은 일종의 도움 역할을 한다. 초점 맞은 곳 외 다른 곳까지 선명할 필요도 없고, 초점 맞은 곳의 중심적인 역할이 필요 없는 것들과 합쳐진다. 즉 최대 개방의 역할은 초전 맞는 곳이 얼마나 선명함은 물론이고 초점 맞지 않은 곳이 얼마나 아름답게 흐려지는가이다. 즉 최대 개방의 성능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멀리 있는 여러 명을 함께 찍을 때

연천 호로고루. 같은 곳에서 사람들의 위치를 각각 다르게 찍었다. Zeiss Batis 2.8/135 + SONY a9

꽤 멀리 있는 사람들을 찍을 때에도 세로 사진을 즐겨보자. 사진의 주변에 초점 맞췄을 때 조금 더 매력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참고로 윗 사진 두 개 모두 동일한 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동일한 곳, 동일한 사람들이지만 초점 위치에 따라 각각 다른 느낌으로 찍혔다. 세로 방식이었기에 이 같은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색현 터널. Zeiss LOXIA 2.4/85 + SONY a9

색현 터널에서 찍은 이 사진도 동일한 곳에서 촬영한 두 가지 결과다.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이 전해진다. 세로 사진의 힘 덕분이다. 밝은 곳이 사진의 중심인데 그 힘은 어두운 곳들 덕분이기도 하다.


바다, 갈매기 Zeiss Batis 2.8/135 + SONY a9

이 갈매기도 동일한 곳에서 각각 초점 위치만 다르게 찍은 결과다. 손에 든 카메라와 렌즈를 어떻게 꺾이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전할 수 있다. 사람의 눈이 바라보는 대상은 단순하게 넓게 보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상을 보다 확실하게 색다른 결과로 만들어주는 것이 세로 사진이다.


양양. Zeiss Batis 2.8/135 + SONY a9

이 두 사진도 동일한 곳인 양양에서 촬영했다. 왼쪽은 흙을 더 많이, 오른쪽은 하늘을 더 많이 포함하게 찍었다. 동일한 곳에서 어떤 결과로 찍을지 고민할 땐 세로로 보면서 고민해보자.


연꽃, Zeiss Batis 2.8/135.

보통 꽃은 동시에 여럿 모여서 핀다. 그러나 가끔 혼자 남은 꽃도 있다. 마치 홀로 피는 듯한 꽃을 만났다면 주저하지 말고 세로로 찍어보자. 더불어 상단에 초점 하는 게 나을지, 하단 초점이 나을지 생각해보자.


바다. Zeiss Batis 2.8/135+ SONY a9

이 두 사진은 모두 멀리 있는 사람들을 상단에 두고 찍은 결과다. 두 사진 모두 아주 멀리 있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찍은 사진이다. 멀리 있는 동시에 흙들 위에서 찍었기에 바닷물들을 넓게 찍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세로로 찍으면서 멀리 있는 사람들을 상단에 두고 하단 상당 부분을 흙으로 채웠다. 해질녘이었기에 젖은 흙들과 출렁거리는 바닷물들에 보케가 나타날 수 있었다.


조금 더 먼 곳을 함께 담았을 때

갈매기. Zeiss Batis 2.8/135 + SONY a9

쉽게 말해, 세로로 찍었을 때 사진 내에 아주 먼 곳까지 함께 담을 수 있다. 물론 그때 하단이 조금 더 가까운 곳일 확률이 높다. 이 갈매기 촬영 사진도 그렇다.


북한강, 청설모. 각각 오른쪽 사진은 초점 맞은 곳 일부 확대. Zeiss Batis 2.8/135 + SONY a9

세로로, 하단에 초점을 맞췄을 때 먼 곳을 조금 더 포함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금 더 다양하게 보케를 담을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초점 맞은 곳이 선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연천 호로구루. Zeiss Batis 2.8/135 + SONY a9

더불어 하단에 초점을 맞췄을 때 나머지 전체인 중단, 상단 부분에 하늘을 채울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방식으로 촬영하게 되면 일종의 보케는 나타나지 않는다.

혹자는 렌즈의 주변 성능까지 꼼꼼하게 검색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분들은 세로 사진 자체를 무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애기똥풀. Zeiss Batis 2.8/135 + SONY a9

흔한 잡초라 불리는 애기똥풀. 이 꽃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조금 더 먼 곳을 함께 찍었지만 흐르는 물 위에 내리고 있던 빛 덕분에 많은 보케를 담을 수 있었다.


주변에 초점을 맞으면서 보케를 즐겨보자

고양이. Zeiss Batis 2.8/135 + SONY a9
서울숲. Zeiss Batis 2.8/135 + SONY a9
고양이. Zeiss Batis 2.8/135 + SONY a9

카메라와 렌즈, 필름이 초반이었던 시절 사진을 꼼꼼하게 찾아보자. 일부러 사람을 찍은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99%는 야외에서 촬영하지 않았다. 더불어 렌즈를 매우 조였으며 동시에 빛을 터트렸다. 렌즈를 조여야만 했던 이유는 두 가지. 일단 찍은 사람의 몸 전체가 동일하게 선명하기 위해서였으며, 더불어 세로로 찍었을 때 사람의 얼굴이 상단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렌즈를 개방했을 때 주변에 초점 맞기 힘들었고 초점 맞추더라도 사진 결과에서는 선명하지 않았기 때문.

지금 올린 세 사진은 모두 최대 개방으로 야외에서 찍은 결과다. 빛은 충분했기에 렌즈를 조금 조여도 되지만 초점 맞지 않은 곳에 일종의 보케를 만들기 위해 최대 개방으로 촬영했다.


게토얼라이브에서. Zeiss Batis 2.8/135 + SONY a9

게토 얼라이브라는 곳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매우 어두운 곳이었기에 고 ISO는 물론, 렌즈는 최대 개방이었다. 사람을 찍었으니 그들의 얼굴에 초점을 맞췄다. AF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초점 맞은 곳은 매우 선명했다. 저들의 음악은 그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들의 어떤 순간을 어떻게 찍을지 고민할 틈도 많지 않다. 따라서 순간적인 느낌을 믿고 찍은 사진들이라 볼 수 있다. 그  순간의 느낌은 어떤 고민의 결과였을까? 바로 ‘세로 사진’이었다. 뻔한 듯하면서 특이한 결과로 찍기 위해 ‘주변에 초점 맞추기’도 더했다. 사람을 찍을 때 머리는 물론 몸 전체는 사진 내에 담아야 한다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법적으로 그런 사진이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라면 몸의 일부가 포함되지 않아도 된다.(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지금 이 사진 중 절반 정도는 머리 상단이나 몸 일부가 포함되지 않은 사진이다. 그러나 그들이 집중하고 있는 눈이나 손은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세로 사진의 핵심은 주변에 있다

연꽃, 길고양이. Zeiss Batis 2.8/135 + SONY a9
남해, 조개 찾는 어린이들. Zeiss Batis 2.8/135 + SONY a9

일반적으로 주변에 초점을 맞춰 찍을 때 F를 조금 더 조여야 한다고들 말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선명하게 찍어야 하기 때문. 그러나 초점 맞지 않은 곳에 흐림이나 보케를 제대로 전하기 위해선 최대 개방에 끌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대 개방과 주변 선명함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렌즈에 다가설 수밖에 없다.

사진이 태어난 지 100년도 더 넘었다. 변함없이 아름다운 것들도 있지만, 변했기에 훌륭한 것들도 있다. 변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사진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 새롭고 놀라운 사진, 포기하지 말자.


EastRain. 2022.01.14



:: Zeiss LOXIA 2.4/85로 찍은 사진은 렌즈 대여 후 촬영한 결과입니다.

:: 사진에 사용한 Zeiss Batis 2/40, Zeiss Batis 2.8/135는 본인 소유 렌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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