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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Jul 29. 2022

포기하지 마시라

누구나 사진 잘 찍을 수 있어

최초의 사진. 1839년에 조제프 니세포르 니에프스가 찍었다.

사진은 누구나 쉽게 찍을 수 있다. 사진 찍기 최초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촬영 시간은 물론 촬영 이후에 확인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 180° 달라졌다. 휴대폰으로 찍는 것은 기본이고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도 아주 편리해졌다. 특히 미러리스 카메라의 성능이 아주 훌륭해졌는데 그 덕에 더 편리하게, 더 정확하게 찍을 수 있게 됐다.

혹자는 휴대폰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이미지센서의 크기가 아주 작기 때문에 확대해서 봤을 때 모자람이 확실히 드러난다.

동해. Zeiss Batis 2/40 + SONY a9

여하튼, 사진 찍기가 얼마나 편해지고 얼마나 흔해졌는가 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훌륭한 사진 찍기를 포기하곤 한다.

또 말하는 것 같은데 포기하지 마시라.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여러분들을 위해 몇 가지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


줌렌즈보다는 단렌즈

살곶이다리. Zeiss Batis 2/40 + SONY a9

조금 뜬금없는 듯한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의외로 중요한 말이다. 과거 DSLR이 중심이었던 시절에는 이 말이 더더욱 중요했다. 그 당시에는 줌렌즈의 성능이 아주 우수했다고 말하긴 힘들다. 사진 결과를 확대해서 볼 때 주변의 모자람은 당연했다. 편리하다는 것 말고는 장점이 거의 없었다. 주변 성능의 모자람은 기본에 가까웠다.

더불어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모자람도 있다. 바로 최대 개방 F2.8. 그 정도라면 모자람은 없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더불어 저렴한 줌렌즈는 조금 더 확대하거나 압축할 때 최대 개방이 변하게 된다. 그런 변화를 줄이기 위해 최대 개방 F4로 만들어진 줌렌즈도 있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Zeiss Batis 2/40 + SONY a9


미러리스 시대가 되면서 비교적 작고 가벼운 카메라에 어울리는 렌즈가 중심이 되고 있다. 그 새 렌즈 중 대부분이 단렌즈다. 미러리스 카메라에 어울리는 렌즈는 그만큼 작고 가벼워야 하기 때문이다. ‘미러리스 카메라에 어울리는 렌즈는 이래야 해’라며 보여주기 시작한 렌즈가 바로 Zeiss Batis, Zeiss LOXIA 시리즈다. 최대 개방 F1.4는 그만큼 무거워지기 때문에 그보다는 조금 더 조인 렌즈다. 그 이후에 여러 곳에서 작고 가벼우면서 훌륭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렌즈들이 이어지고 있다.  

일 같은 사진, 즉각적으로 대상을 빠르게 찍어야 할 때에는 줌렌즈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 같은 사진이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꿈꾸고 있는 사진이라면 줌렌즈를 접어두시라.

조개잡는 어린이들. Zeiss Batis 2.8/135 + SONY a9

일단 촬영 전에 대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느껴야 한다. 조금 더 다가서야 하는지, 조금 더 뒤로 물러서야 하는지 생각한 이후에 직접 움직이자. 그렇게 직접 대상을 집중할 때 어떻게 사진을 찍을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신경 더 쓴 만큼 훌륭한 사진이 나올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편리할 때 보다 조금은 불편할 때 더 신경 쓰게 된다. 그런 일상은 고스란히 사진 촬영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단렌즈 2-3개 구매하는 것보다 줌렌즈 하나로 구매할 때 더 저렴하다. 더불어 더 편리하다. 그러나 그 편리함이 돌려주는 결과는 아쉬울 확률이 높다.

오대산, 돌들. Zeiss LOXIA 2.8/21



빠르게 보다는 느긋하게 찍어라

국립중앙박물관, 사람들. Zeiss Batis 2.8/135 + SONY a9

사람의 마음속엔 늘 펼치고 있는 것이 ‘빠르게’다. 물론 삶의 상당 부분에 필요한 마음이다. 그러나 그 마음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조금 늦더라도 꾸준히 향해 가야 할 마음도 있다.

사진도 그중 하나다. 사진 촬영 그 순간은 아주 짧다. 1/1000초가 흔한 정도. 그러나 그 순간 이전에 느긋한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게 바라볼 때 사람들이 쉽게 지나가버리는 것들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태안, 갈음이. Zeiss LOXIA 2.8/21 + SONY a9

움직이며 지나가는 사람이나 동물이 사진의 중심이 아니라면 느긋한 마음으로 MF로 찍는 것도 좋은 방식이다. AF 보다 더 집중하게 되는데, 그 방식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더 집중하는 만큼 더 안심할 확률은 높아진다. 더불어 자신의 시선 중 어떤 방식이 문제인지까지 알게 된다.

속초. 먼 곳으로 나서고 있는 배들. Zeiss Batis 2.8/135 + SONY a9

빠릿빠릿하게 사진 잘 찍겠다는 욕심을 꾹 눌러보자. 그 욕심을 꾹꾹 눌러 압축하면 더 훌륭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욕심을 빨리 사용했을 때 타인이 부러워하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 느긋한 모습으로 꾹 눌러찬 마음을 제대로 펼쳤을 때 더 놀라워하고 박수를 칠 때가 많다.

짧은 시간은 셔터스피드 그 순간뿐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 짧은 순간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꾸준히 느긋한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어야 한다.


찍고 또 찍어라

용답역 청계천. 어린이들. Zeiss Batis 2.8/135

바로 이 세장의 사진이 그렇다. 꽤 먼 곳에서 바라본 어린이들이었다. 그들은 누가 더 빨리 지나갈지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었다. 저 돌들 위에 있는 모습, 넷이서 가위바위보 하는 모습을 찍고 싶었다. 그러나 조만간 어린이들이 저 위에서 사라지게 될 것 같았다. 그 순간은 다시 올 것 같지 않았다. 가로, 세로로 총 10컷 이상 촬영했다. 그중 나쁘지 않은 결과가 이 세장이다.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기에 더 집중해서 더 많이 찍었다. ‘이 순간, 딱 좋다’라는 느낌이 든다면 망설이지도, 멈추지도 말자. 그 결과가 후회될 확률은 거의 없다. 설사 후회되더라도 깔끔하게 사진을 지워버리면 된다.


해질 무렵, 서핑을 즐기던 사람들. Zeiss Batis 2.8/135

이 사진들도 그렇다. 해질 무렵이었기에 짧은 시간 내에 이 사람들이 떠날 것 같았다. 사람들뿐인가. 해질녘 빛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색깔도 조만간 사라질 것 같았다. 해질 무렵 시간은 짧은 편이다. 그와 같은 다양한 이유 때문에 참 많은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그리고 그 결과에 후회는 없었다. 매우 즐겁고 행복했다. 해질무렵 서핑을 타던 사람들도 즐거웠으리라. 그 즐거움이 내 손으로, 카메라로, 사진으로 이어진 것 같다.

이처럼 ‘찍고 또 찍기’는 자신의 장점과 특성이 뭔지 알려준다. 물론 그 많은 사진 중 단점이 무엇인지, 후회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알려주기도 한다.


조금 더 가까이, 조금 더 멀리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Zeiss Batis 2/40 + SONY a9

대상을 어떻게 찍을지 고민해보자. 대상을 가까이 찍어 대상만 사진의 중심으로 찍을 것인가, 조금 더 뒤에서 찍어 보이는 것들 전체를 함께 사진의 중심으로 찍을 것인가 생각해보자.

대상 하나만 중요한지, 주변까지 함께 모두 중요한지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화담숲. Zeiss Batis 2.8/135 + SONY a9
연천 호로고루. Zeiss Batis 2.8/135 + SONY a9

이와 같은 고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 노력이 익숙해지면 마음에 드는 사진을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찍을 수 있다.


특별한 사진에 대해 생각해보자

한겨울, 얼음. Zeiss Batis 2.8/135 + SONY a9

특별한 사람을 찍으면 특별한 사진이 되는가?

특별한 장소에서 찍어야 특별한 사진이 되는가?

안타깝지만 그런 생각만으로 찍은 사진은 흔하디 흔한, 아주 뻔한 사진이 될 확률이 높다.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그 반대로 말이다. 뻔한 곳을 특별하게 찍어냈을 때 특별한 사진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뻔하다고 생각하는 곳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그곳을 조금 더 꼼꼼하게 바라보자. 예를 들어 겨울 고드름은 흔한 듯 하지만 어느 곳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특별한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강, 반영사진. Zeiss Batis 2.8/135 + SONY a9
홍유릉, 반영사진. Zeiss Batis 2.8/135 + SONY a9

개인적으로 반영 사진이야말로 흔한 곳을 더 특별한 곳으로 찍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아래 링크를 통해 반영 사진에 대해 꼼꼼하게 읽어보자.

https://brunch.co.kr/@eastrain/124

낙성대 공원. 반영사진. Zeiss Batis 2/40 + SONY a9
길거리. 반영사진. Zeiss Batis 2.8/135 + SONY a9

비 내릴 때 혹은 비 내린 직후라면 멈추지 말자. 내린 비가 말라버리기 전에 반영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포 한강공원. 반영사진. Zeiss Batis 2.8/135 + SONY a9

이 사진은 단순하게 하늘을 반영 사진으로 찍을 예정이었다. 셔터 누르는 그 순간 뛰어가는 소녀와 함께 찍혔다. 이런 계획하지 않았던 사진은 반영 사진에서 종종 나타나곤 한다. 그래서일까. 반영 사진은 마치 계획된 우연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특별한 순간은 중요하다. 흔한 곳이라 하더라도 특별한 시선으로 찍어보자. 반영 사진이 그중 하나다.


순간은 운이지만

춘천. 벚꽃 내릴 때. Zeiss Batis 2.8/135 + SONY a9

어느 곳으로 갈 것인가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영역이다. 따라서 장소와 그곳의 분위기, 도착 시간 등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가을은 나무의 잎들이 아름다울 때다. 그 색깔을 담아두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미리 알아두자. 그리고 그 색깔을 더 진하게 찍고 싶다면 몇 시쯤이 좋을지도 생각해보자.

유명한 곳일수록 더 흔한 사진을 찍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찍을지 미리 생각해두는 게 좋다.

제주. Zeiss Batis 2.8/135 + SONY a9

순간은 운이기도 하면서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순간을 꽉 잡아주는 것 중 최고는 사진이 아닐까? 그 사진을 지우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금만 더 노력하시라. 더 자주 사진 찍고 사진 찍기에 대해 고민하시라. 본인 눈으로 보고 있는 것과 똑같이 찍을 수 있는 사람은 본인뿐이다.

바라본 대상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고 사진 결과도 다르다. 따라서 비슷하게 따라 하기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는 말자. 일단 비슷하게 따라한 이후에 본인만의 새로운 사진을 위해 노력하면 된다.

애기똥풀. Zeiss Batis 2.8/135 + SONY a9
푸른수목원. Zeiss Batis 2/40 + SONY a9
길고양이. Zeiss Batis 2/40 + SONY a9
석모도. Zeiss Batis 2.8/135 + SONY a9

이제 카메라로 쉽게 사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러니 포기하지 마시라. 더불어 이번에 올린 글들도 꼼꼼하게 읽어보시길 바란다.

이 글의 초반을 다시 보자. 1839년에 조제프 니세포르 니에프스가 찍었다는 저 사진보다 더 멋지고 훌륭한 사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아, 물론 새롭다는 느낌까지 전할 수 있다면 더 좋고.


EastRain 2022.07.29.



:: 니에프스의 사진 외엔 본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카메라와 렌즈로 사진 찍은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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