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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Feb 26. 2022

크고 무겁기에

그만큼 훌륭한 렌즈

‘별것 아닌데 좋다’는 말의 중심에는 ‘별처럼, 반짝거릴 정도로 훌륭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혹시 가벼운 렌즈인가’라는 질문은 ‘렌즈는 원래 크고 무겁다’는 생각이 들어 있다. 즉 무거워야 정상이라는 말이다.

‘의외로 좋은 렌즈’라는 말도 그 안쪽에 숨어있는 진심을 찾아보자. 대상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가 놀랄 정도로 훌륭했을 때 쓰는 말이기 때문.

이 말들의 중심에 SIGMA 40mm F1.4 DG HSM | Art가 있다.


50mm와 35mm 중심에 있는 렌즈

1970년대 초반에 나왔던 Zeiss Ikon s 310카메라와 Carl Zeisd 40mm F2.8렌즈.
Carl Zeiss Jena 40mm F2 렌즈.
PENTAX가 MF SLR로 인기를 얻었을 때 선보인 렌즈. PENTAX-M 40mm F2.8 SKC이며 1970년대 중순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DSLR이 중심이었던 시절부터 줌렌즈의 인기가 올라갔다. 과거 필름 시대 줌렌즈보다는 그럭저럭 쓸만한 정도로 나아졌기 때문. 즉 이는 과거 필름시대 SLR용 렌즈의 중심에는 단렌즈였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많은 단렌즈 중 하나가 40mm였다. 물론 그 당시 40mm는 거의 대부분 최대개방 F2.8과 F2에 가까웠다.

줌렌즈의 성능이 제법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 성능이 단렌즈와 같아질 확률은 거의 없다. 더불어 사람의 욕심은 이왕이면 가볍게 였지만 또 다른 욕심은 F1.4였다.

‘줌렌즈에서는 만날 수 없는 F1.4,. 무겁더라도 성능만 훌륭하다면 OK.’ 그런 사람의 마음에 쏙 드는 렌즈가 있다. 바로 SIGMA 40mm F1.4 DG HSM | Art다.


a7 종류를 위한 이 렌즈의 길이는 157mm, 무게는 1,260g. 맞다. 이 렌즈 확실히 크고 무겁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최대개방 F1.4 답게 아름답다

봉은사.

카메라로 사진 찍기 즐길만하다는 말 속에는 앞뒤 흐림이 존재하고 있다. 초점 맞은 곳은 선명하고 그 뒤나 앞이 점점 흐려졌을 때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대개방 F1.4 이상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뒀을 때 앞뒤 흐림을 찍고 싶다면 광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봉은사.

적당히 거리를 두고 앞뒤 흐림을 즐기고 싶다면, 더불어 표준보다 조금 더 넓게 찍고 싶다면 40mm F1.4가 적절하다. 같은 F1.4라 하더라도 35mm의 흐림은 약하고 50mm는 더 흐린 대신에 조금 답답하다.


40이라는 숫자는?

문래역.

40mm 렌즈는 그 숫자에서 알 수 있듯 아주 살짝 광각에 가깝다. 따라서 조금 편리하게 일상의 일부를 사진으로 담기 좋다.

조금 더 뒤로 물러서거나 앞으로 다가서기 힘들다면 그 중간에 있는 40mm가 제법 적절하다. 그 순간을 F1.4로 찍었을 때 나타나는 흐림도 매력적이다.

초점 맞은 곳을 확대해서 봤을 때 선명함은 매우 놀랍다. F1.4 최대개방 결과다.
좌측 상단에 초점 맞은 결과. F1.4 최대개방.
최대개방 F1.4 결과. 주변에 초점을 맞았지만 매우 선명하다.

이 렌즈의 놀라운 장점은 두 가지. 우선 왜곡은 거의 없다. 두 번째 장점은 주변까지 매우 선명하다는 것.

참고로 풀프레임 디지털카메라를 위한 AF 40mm F1.4는 SIGMA 40mm F1.4 DG HSM | Art 뿐이다.  혹자는 최대개방으로 찍었을 때 주변에 모자람이 드러나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올린 사진들을 보시면 깜짝 놀랄 것이다.

최대개방으로 마네킹의 눈에 초점을 맞췄다. 놀랄 정도로 매운 선명하게 보인다.
어느 곳에 초점을 맞춰도 선명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40 이리는 숫자는 마치 35와 50의 중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SIGMA 40mm F1.4 DG HSM | Art의 40은 최고에 있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불편함을 깨트리는 렌즈

초점 맞을 곳을 확대해서 보면 뒷쪽에 살짝 흐려진 곳이 보인다. 제법 먼 곳에 초점을 맞았는데도  흐림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욕심은 ‘가벼우면서 훌륭한 렌즈’다. 그 마음을 향해 연이어 나타나고 있는 렌즈가 바로 SIGMA의 Contemporary들이다. 그러나 최대개방 F1.4 종류의 새로운 렌즈는 매우 드물다.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 많은 분들이 가벼운 렌즈를 원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폰이 아닌 카메라로 사진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F1.4를 향해 점점 마음을 열릴 것이다. 그런 마음이 생겼다면 우선 SIGMA 40mm F1.4 DG HSM | Art를 살펴보는 건 어떨까?

빛을 정면으로 찍었을 때 미세하게 플레어가 나타난다. F1.4 최대개방임에도 이 정도 플레어라면 매우 훌륭한 성능이라 볼 수 있다.

무거움의 불편함을 날려버리는 것은 바로 ‘훌륭한 결과’다. 다른 말로 무겁기에, 불편하기에 가능한 행복이라 볼 수 있다.

누누히 말하지만 주변의 선명함은 매우 훌륭하다. 물론 F1.4 최대개방이다.

안심하기에 더 편하게

서촌마을, 봉은사, 문래역. 모두 최대개방 결과.

어느 곳에 초점을 맞춰도, 어느 방식으로 찍어도 결과에 문제가 없다면 더 안심하는 마음으로 사진 촬영을 즐길 수 있다. 그 안심은 우선 카메라의 역할이고, 그와 더불어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렌즈의 성능이다.

적당히 가까이 찍었을 때 풍부하고 부드러운 앞뒤 흐림을 느낄 수 있다.

어떤 행동만큼 중요한 것이 마음과 느낌이다. 그 행동을 도와주는 것이 카메라와 렌즈의 무게라면, 마음과 느낌을 올리는 것이 바로 카메라와 렌즈의 성능이다. 이미 말한 바 있는데 DSLR 시대가 미러리스 시대로 넘어가면서 작고 가벼워지는 동시에 훌륭한 성능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렌즈의 중심인 유리는 그렇지 않다. 더 작은 크기로 더 훌륭한 성능으로 올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대개방 F1.4로 태어난 렌즈는 크고 무거운 것이 정상이다. 최근 아이폰은 그럴듯한 앞뒤 흐림과 보케로 찍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초점이 틀려 있는 곳을 종종 확인하게 된다. 그 작은 렌즈보다는 폰 내부의 성능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난 문제인 것. 앞으로 폰의 흐림이나 보케의 성능이 얼마나 더 훌륭해지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카메라를 위한 F1.4 렌즈의 크기와 무게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F1.4 렌즈의 크기와 무게는 인정하되 얼마나 선명하고 훌륭한지 꼼꼼하게 검사해보자.


너희들도 할 수 있으면 해 봐

빛과 그림자. 문래역.

그렇게 냉정하게 경험하고 그 결과를 바라봤을 때 안심해도 되는 렌즈 중 하나가 바로 SIGMA 40mm F1.4 DG HSM | Art다. 이 렌즈는 2018년 11월에 발표됐다. 3년 4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이 렌즈의 인기는 높은 편이 아니다. 크기와 무게 때문에 인기가 올라가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시그마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렌즈를 발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징그러울 정도로 선명하다.

어쩌면 이 렌즈를 발표한 시그마의 마음은 ‘너희들도 할 수 있으면 해 봐’가 아닐까? 상대방을 낮게 바라보며 비웃는 듯이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그마의 그 마음에는 ‘우리’가 들어 있는 것 같다. ‘사진 촬영을 즐기는 사람들 중 소수라 하더라도 40mm F1.4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을 접어두지 않고, 크고 무겁더라도 훌륭한 렌즈를 만들어냈다. 그래서인지 시그마의 행동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너희들도 이렇게 할 수 있으면 해 봐. 이런 렌즈가 늘어난다면 새로운 사진들이 태어날 거야. 새로운 사진작가도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됐을 때 우리 카메라, 렌즈사도 커질 수 있을 거야.’



EastRain. 2022.02.26



:: 모든 사진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결과입니다.

:: 모든 사진은 SIGMA 40mm F1.4 DG HSM | Art와  SONY a9으로 촬영한 결과입니다. 카메라는 본인 소유이며 렌즈는 대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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