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tRain Nov 04. 2022

꿈의 초반을 찾아서

SIGMA XQ 39-80mm F3.5 Mini-Zoom

절정을 알리는 대상을 만났을 때 그들의 최초가 궁금해지는 경우가 많다. 다음에 어떻게 변할지 예상하기도 하는데 그 이전에 미리 찾아보는 것이 최초의 상황이다.

참고로 최초의 35mm 필름용 카메라를 만든 곳이 라이카다. 그들은 새로운 카메라를 등장할 때 거의 항상 최초의 카메라와 렌즈를 우선 보여주곤 한다.

그렇다면 최근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위한 렌즈 중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SIGMA의 초반이 궁금했다. SIGMA 최초의 줌렌즈는 어땠을까?


1970년대 초중반 니콘, 캐논의 줌렌즈는?

DSLR 시대 최고의 인기를 이어갔던 캐논은 1970년대에 어떤 줌렌즈를 보여줬을까. 가장 대표적인 초반 줌렌즈가 바로 1973년에 발표한 Canon FD 35-70mm F2.7-3.5다.

더불어 1976년에 발표한 줌렌즈가 FD 28-50mm F3.5 다.

1970년대에 니콘이 발표한 대표적인 줌렌즈는 Zoom-Nikkor 28-45mm f/4.5다. 1975년에 선보였다.

이쯤 되면 감이 올 텐데, 1970년대에 출시한 줌렌즈는 아주 드문 편이다. 그 당시 SLR의 중심이었던 니콘 조차 그가 발표한 줌렌즈는 매우 적었다.

그렇다면 SIGMA는 어떠했을까. SIGMA XQ 39-80mm F3.5 Mini-Zoom은 1975년에 발표됐다.

앞서 말한 캐논, 니콘과 비교해봤을 때 전혀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놀라운 장점이 더 많다. 우선, 초반 줌렌즈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개방 F3.5 고정이 눈에 띈다. 더불어 줌렌즈의 폭, 그러니까 더 다양한 화각은 타사보다 조금 더 다양하다.(니콘은 28-45mm F4.5밖에 되지 않고 캐논은 35-70mm F2.7-3.5 거나 28-50mm F3.5 밖에 되지 않는다.)

낙성대공원. SIGMA XQ 39-80mm F3.5 Mini-Zoom + SONY a9
Sigma 39-80mm F3.5 Mini-Zoom을 일종의 어댑터를 이용해 SONY a9에 장착했다.

최근 다양한 카메라사에서 고성능 줌렌즈를 발표하고 있다. 최대 개방 F2.8 고정이 기본인 것처럼 보여주지만 일반적인 초반 줌렌즈는 그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IGMA는 최선의 노력으로 놀라운 렌즈를 발표했다.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렌즈의 이름은 마치 ‘너희들도 할 수 있으면 해 봐’처럼 보인다. 물론 그 당시에 39-80mm F3.5 렌즈는 그 누구도 똑같은 숫자로 따라 하지 않았다. 자존심 때문이었는지, 불가능했기 때문인지 등등 그 실제 마음은 알 수 없다.


SIGMA는 어디를 바라보았을까

Sigma가 바라봤던 렌즈 중 하나가 다음이었을 확률이 높다. 바로 Voigtlander Zoomar 36-82mm F2.8이다.

사실 1970년대에야 비로소 실질적인 줌렌즈들이 나타났다. 참고로 세계 최초의 줌렌즈는 1959년에 태어난  Voigtlander Zoomar 36-80mm F2.8이다. 그러나 제법 컸기 때문에 무게는 869g이었다. 그 당시 단렌즈 보다 확실히 크고 무거운 편이었다.

시그마는 Voigtlander의 세계 최초 줌렌즈를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와 비슷하면서 전혀 다른, 특별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렌즈를 보여주겠다,라고.

Sigma XQ 39-80mm F3.5 Mini-Zoom에 대한 글. 하단 글 두 종류는 상단 원본의 일부 확대. 참고로 오른쪽 한글은 단순 한국어 번역이다.

일단 제목만 보면 Sigma가 Voigtlander를 단순히 카피한 것처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렌즈 그 자체 모습만 봐도 차이가 크다는 걸 알게 된다.

우선 무게에서 큰 차이가 난다. Voigtlander는 869g이지만 Sigma는 499.7g이다. 그 무게 차이처럼 확실한 차이가 또 있다. 화각 변환 시 길이 차이다. Voigtlander는 화각에 따라 90mm에서 135mm까지 차이가 나게 된다. 그러나 Sigma는 85.5mm 고정이다. 그리고 Sigma가 대상을 조금 더 가까이 찍을 수 있다. Sigma는 렌즈에 표시된 Macro부분을 사용했을 때 2m-0.25m만큼 가까이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 외에 단점이 하나 있다. 바로 최대 개방이다. Voigtlander는 F2.8 고정이지만 Sigma는 F3.5 고정이다.(최대 개방 부분을 활용해 렌즈 크기를 작게 만든 모습은 최근 Sigma가 발표하고 있는 Contemporary 단렌즈들과 비슷하다.)

여기까지는 렌즈에 대한 단순한 정보다. Sigma가 홈페이지에 직접 올린 내용이 없는 관계로 구글을 통해 검색한 결과다. 따라서 이 정보의 일부 혹은 전체가 틀릴 수도 있다.

이제 렌즈에 대한 단순한 정보에 더 이상 올릴 내용이 없다. 이제부터는 직접 찍은 사진 결과를 통해 Sigma 39-80mm F3.5 Mini-Zoom의 특성이나 장단점을 알리고자 한다.


최대 개방의 장단점

각각 전체, 좌측과 우측, 중심이다.

지금 이 사진은 최대 개방 F3.5로 단풍잎을 정면으로 찍은 결과다. 따라서 중심, 좌우측과 렌즈와의 거리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선명함 차이가 크다. 중심은 꽤 선명한 편이지만 주변은 선명함은 꽤 낮다. 그렇다고 이 결과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그림이나 예술처럼 보이는 회오리 보케(외국에서는 Swirly Bokeh , Swirling effect, cat's eye effect라고 함. )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보통 회오리 보케는 일반적으로 최대 개방 F1.4 이상일 경우에 나타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 렌즈는 최대 개방 F3.5였지만 회오리 보케가 나타나곤 했다.

나무 주변에 회오리 보케가 나타났다.

이와 같은 회오리 보케는 아주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사용에 모자란 렌즈는 아니다. 더불어 F5.6 정도로 조였을 때에는 이처럼 주변이 살짝 돌아가는 듯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제법 가까이 찍을 수 있다

어느 카페 야외에서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

초반에 알린 것처럼 이 렌즈는 제법 가까이 대상을 찍을 수 있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최근 출시되고 있는 Macro용 렌즈만큼 가까이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일반적인 렌즈들과 비교하면 Macro 기능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일종의 Macro로 찍은 사진들.

지금 이 사진들 대부분 Macro 기능을 사용한 결과다. 사진 결과는 나쁘지 않지만 촬영 시 불편한 부분이 있다. 요즘 줌렌즈는 초점을 맞춘 후에 화각을 바꿔도 초점 상태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렌즈는 화각을 바꿨을 때 초점 차이가 크게 달라진다. 이와 같은 불편함은 1990년대 초중반까지 이어졌다는 걸 생각해보면 SIGMA만의 단점은 아니다.

오히려 줌렌즈로 이 정도 촬영거리를 맞출 수 있기에 장점으로 느껴진다.


아름다운 플레어

구절초. 꽃과 플레어를 함께 찍었다.

과거 필름 시대에는 ‘빛을 정면으로 찍으면 안 된다’가 일반적인 대화였다. 카메라나 렌즈 사이 일부에 빛이 들어가게 되면 필름의 많은 부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렌즈로 플레어를 담아둔 결과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디지털 이미지센서 시대라면 빛을 정면으로 찍은 사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빛을 정면으로 찍은 결과들.

평소에 그저 눈으로 바라봤을 때 별것 아니라고 느껴지는 대상 앞에서는 카메라를 들지 않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그 흔하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대상을 더 신경 써서 찍어보자. 그 결과에 깜짝 놀랄 것이다. 바로 그것이 사진의 힘이며 카메라와 렌즈의 능력이 아닐까?

지금 올려진 플레어는 거의 대부분 F5.6 이상 조인 결과다. 물론 혹자는 이 플레어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한 번만 더 다시 보시라. 플레어 덕분에 초점 맞는 부분, 사진의 중심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다시 보면 일종의 도움이라는 느낌으로 변하게 된다.

참고로 최근 렌즈로 플레어를 찍으면 거의 대부분 원형에 가깝다. 그러나 이 렌즈는 6각형이다. 물론 최대 개방에서는 원형이다.

초반 줌렌즈에서 이 정도 플레어가 나타난다면 충분히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하게 과거가 그립다는 말이 아니다

어느 길고양이.

‘하고 많은 올드 렌즈 중에 왜 이 렌즈를 구했는가’

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변하겠다.

‘현재의 훌륭함은 어디부터 시작됐는가’ 혹은

‘과거의 어떤 노력 덕분에 현재 이토록 훌륭해졌는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삶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로 쑥 올라서는 것은 아니니까. 설사 기적이 일어났다고 해도 그 조차 일부는 본인의 노력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떨어진 은행 잎들.

과거 니콘이 중심이었던 시절, 캐논이 중심이었던 시절에는 그 카메라사가 만든 렌즈가 최고라 믿는 사람이 많았다. 세계적으로 그런 편이었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심각한 정도고 타사의 렌즈를 믿지 않았다. 아니, 있는 것 자체를 몰랐다. 미러리스 시대가 되면 그런 모습이 조금씩 줄어갈 줄 알았다. 소니가 타사 렌즈의 오픈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 여러 곳에서는 SIGMA 렌즈를 믿고 선택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변한 것이 거의 없다. 과거 필름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런 성격들 때문에 지금 보여주고 있는 Sigma XQ 39-80mm F3.5 Mini-Zoom을 구하기 위해 Ebay를 찾아야만 했다. 국내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믿어보자

SIGMA 홈페이지(https://www.sigma-global.com)

아 물론 단순하게 믿는 것보단 미리 대상을 꼼꼼하게 찾아보는 것이 좋다. 네이버나 다음에 적혀있는 글과 사진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구글을 통해 다양하게 검색해보는 것이 더 좋다. 그렇게 검색한 이후에 의심은 깔끔하게 날려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 보통 일반적으로 꾸욱 눌러 잊은 척했다가 이후에 후회할 확률이 높지 않던가.

우리는 자주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고민하곤 한다. 그 고민을 도와주는 것 중 하나가 렌즈다. 따라서 다양한 렌즈들을 꼼꼼하게 찾아보는 것이 좋다.


이야기만 사라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The Never Ending Story 원곡.

이 노래와 영화를 모르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사진도 마치 이 영화처럼 변함없이 남게 된다. 그렇기에 카메라와 렌즈가 매우 중요하다. 그 역할은 이 영화에 나타났던 큰 백룡인 팔콘과 비슷하다.(물론 렌즈의 크기는 그보다 훨씬 작다.)

가장 중요한 것을 어디를 바라보며 어떻게 찍을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 고민 이후에야 필요한 카메라와 렌즈를 찾는 것이고. 그다음에 선택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꼼꼼하게 검색해보자. 단순한 광고나 낮디 낮은말 ‘카더라’는 날려버리시고.



2022.11.4 EastRain


:: 모든 사진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결과입니다.

::1975년에 출시했던 Sigma 39-80mm F3.5 Mini-Zoom으로 촬영했습니다.

:: 이 렌즈는 ebay를 통해 본인 직접 구매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