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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Jul 19. 2015

초광각 렌즈의 한계를 뛰어넘다

Canon EF 11-24mm F4L USM

캐논이 독기를 품어도 단단히 품었다. 올해 초 세계 최초로 35mm 풀프레임 5000만 화소대 센서를 탑재한 5Ds 개발을 발표하면서 업계 선도 브랜드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그리고 그에 버금가는 놀라운 렌즈 발매로 쐐기를 박았다. 바로 EF 11-24mm F4L USM다. 11mm는 단렌즈와 줌렌즈 모두를 통틀어 현존하는 최대 화각 초광각 렌즈다. 거기에다가 가변 조리개가 아닌 전 구간 최대 조리개 값 F4를 지원한다. 사진가라면 누구나 탐낼 수밖에 없는 스펙이다.


모든 초광각 렌즈를 압도한다

어안렌즈를 제외하면 모든 광학회사에서 지금까지 발표한 최대 화각 초광각 렌즈는  12mm였다. 이미 12mm 렌즈만으로도 어안렌즈와 대등한 화각을 보여주기 때문에 다들 12mm가 일반 초광각렌즈의 끝이라고 믿어왔다. 12mm가 보여주는 세계만으로도 황홀하고 광활했기에 누구도 더 넓은 화각을 보여주는 렌즈가 나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캐논이 보란 듯이 11mm를 지원하는 초광각 렌즈를 발매했다.

10mm대 초반 초광각 렌즈 개발 신호탄은 2000년 코시나가 쏘아 올렸다. 코시나가 개발한 Voigtländer ULTRA WIDE-HELIAR 12mm F5.6 렌즈는 대각선 화각 121도를 자랑했지만 RF 카메라를 위한 m39 스크루 마운트로 개발돼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니콘 F마운트로 소량 발매되긴 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마운트면 뒤로 렌즈가 길게 튀어나와 미러업 상태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SLR 구조 특성상 해당 상황에서 목측으로 초점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35mm 풀프레임 DSLR을 지원하는 제대로 된 12mm 초광각 렌즈는 2011년 시그마가 12-24mm f/4.5-5.6 DG II HSM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고 보는 게 맞다. 

사실 Canon EF 11-24mm F4L USM(이라 11-24mm)은 캐논 사용자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렌즈다. 서드파티 렌즈를 제외하면 EF 14mm f/2.8L II USM이 최대 광각 렌즈였고 줌렌즈로 가면 EF 16-35mm 시리즈의 16mm로 더 좁아졌다. 초광각렌즈에서는 1mm 만으로도 보이는 세상이 달라진다. 당연히 캐논 사용자에게 11-24mm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놀라운 점은 화각이 더  넓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타사 12mm 렌즈 보다 F값이 밝고 전체 화각에서 조리개 최대 개방 값이 F4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모든 스펙에서 모든 타사 렌즈를 압도하는 스펙이다. 

11-24mm는 대각선 방향으로 무려 126°05'을 보여준다. 이는 12mm 렌즈보다 약 4~5°가량 더 넓은 각도다. 화각이 넓어진 만큼 캐논의 모든 역량 총동원됐다. 우선 11군 16매 렌즈 중 가장 앞에 위치한 제1 렌즈는 SLR 교환 렌즈에 사용된 비구면 렌즈 중 세계 최대 사이즈(어안렌즈 제외)를 자랑한다. 또한 제1 렌즈와 제2 렌즈 뒷면에 SWC(Subwavelength Structure Coating)를 적용해 플레어, 고스트 등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제4 렌즈에는 캐논의 신기술인 ASC(Air Sphere Coating)를 도포해 수직으로 빛이 들어올 때에도 효과적으로 반사를 막아준다. 여기에 렌즈 앞뒤로 불소코팅을 적용하고 마운트면, 줌 링, 포커스 링을 방진방습 설계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하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11-24mm의 가장 큰 매력은 최대 광각영역인 11mm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줌링을 11mm에 위치시키고 파인더를 바라보면 여태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하늘의 구름이 역동적으로 펼쳐지고 잠잠하던 땅도 꿈틀거리는 느낌이 든다. 물론 11mm라는 초광각이 마냥 다루기 쉬운 화각은 아니다. 워낙에 많은 사물이 피사체 안에 들어오기 때문에 프레이밍이 쉽지 않다. 

따라서 넓게 찍을 수 있다고 해서 모든 풍경에 이 렌즈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표준 렌즈나 망원 렌즈로 찍을 때 보다 밋밋한 사진이 나올 공산이 크다. 특히 파인더에 들어오는 사물 대부분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개성도 없고 임팩트도 모자란 결과물에 실망할 수 있다. 주제가 될 수 있는 사물에 가까이 다가가는 동시에 그 뒤로 초광각만의 넓은 배경이 펼쳐질 때 감상자의 눈을 사로잡을 확률이 높아진다.

초광각 렌즈를 잘 다루는 방법은 대상을 최대한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다양한 사물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만 주제가 되는 사물을 정하고 주변에 흩뿌려진 부제를 덩어리 짓는 요령이 필요하다. 사물은 각양 각색이지만 몇몇 덩어리로 구성하면 한결 정리된 초광각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실내처럼 움직임이 제한된 공간에서도 이 렌즈는 빛을 발한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조차 힘든 상황에서 11-24mm는 기존의 광각 줌렌즈 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프레임을 제공한다. 

대상이 정해진 동시에 모든 가능성을 사진가 의도대로 제어할 수 있는 스튜디오에서는 초광각 렌즈의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빽빽한 원시림 속 좁은 오솔길처럼 운신의 폭이 좁은 대자연과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역동감 넘치게 담아야 한다면 초광각 렌즈는 필수다. 거기에 열악한 환경도  문제없는 방진방습 성능까지 겸비하면 금상첨화다. 거친 필드를 누비는 사진가들이 EF 11-24mm F4L USM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제품 사양              <가격: 347만원>

초점거리               11-24mm

조리개                   F4

최단 촬영거리       0.28m

렌즈 구성              11군 16매

화각                      126°05' - 84°00'

크기                      108.0 x 132.0mm

무게                      118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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