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tRain Jul 28. 2015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눈

포스트모더니즘을 따르던 사람들이 좋아하던 말이 있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꽤 그럴듯한 말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더 이상 새로울 게 뭐가 있나 싶지요. 기본적인 분류 방법에서 새롭게 가지를 쳐 나갈 새로운 장르나 새로운 기법, 새로운 장비가 대체 뭐가 있을까요. 지금 우리가 취하는 ‘새로운’ 것들은 기존에 있던 사물을 살짝 비틀거나 조금 더하고 빼는 방식으로 만들어지죠. 카메라를 예로 들어 봅시다. 요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하는 카메라일까요? 미러를 빼고, 광학파인더 대신에 전자 파인더와 LCD를 탑재했을 뿐입니다. 사진이 찍히는 원리는 기존 카메라와 똑같습니다.


물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명제가 표절이나 베끼기를 옹호하는 말로  이용되어서는 안되겠지요. 최근 불거진 신경숙 소설가의 표절 논란은 누가 봐도 작가의 잘못이자 문단 내부 권력의 문제입니다. ‘작가’라는 칭호로 대접받고 싶다면, 작가의 자존심을 걸고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면 위의 명제를 부정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야 하는 게 맞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면,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운명을 지닌 사람들이 작가인 것입니다. 그리고 옥석을 제대로 가려 좋은 작품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것이 출판사의 몫이죠.


이야기가 잠시 샜습니다. 사진으로 이야기를 돌려보지요. 과연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을까요? 한 편으로는 맞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틀리기도 합니다. 우선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크게 새로워질 것이 없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대상을 향해 셔터를 누르는 행위가 크게 달라질 일이 없지요. 그러나 어떤 것을 찍느냐는 다른 문제가 아닐까요. 주제나 소재는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의 영어 원문은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입니다. 직역하면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가 되는데요. 여기에 반박할 수 있는 말이 있지요. 바로 ‘어제의 태양과 오늘의 태양은 다르다’입니다. 매일 같은 하루 같지만 엄연히 다른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진은 변화하는 세계를 담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도구입니다.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눈은 사실 거창한 이야기기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취미 사진가에게는 더욱 그렇지요. 하지만 사진을 시작하게 된 배경, 혹은 마음 깊은 곳에 가려진 본심 중에는 남들과 달라지고 싶다는 욕망이 숨어있습니다. 욕망이 항상 그릇 된 것은 아닙니다. 그 욕망을 올곧게 투영하면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그런 방식으로 연습하고 습작합니다. 그러나 그런 사진을 온전한 자신만의 사진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요. 언젠가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세상 모든 사람 앞에 당당한, 자신만의 세계를 담은 사진을 담아내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작가의 이전글 시계의 심장을 카메라에 이식하고 싶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